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나는 그냥 눈에 거슬려, 너희들이.
“김실장.”
머리가 벗겨진 노인이 키가 2미터에 가까운 중년남자를 불렀다.
키에 걸맞게 근육질 체격을 지닌 남자, 김재오는 도끼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예, 어르신.”
“가마온도가 떨어지는 것 같던데 작업하기 전에 확인 좀 혀봐.”
“알겠습니다.”
김재오는 패 놓은 장작을 지게에 지고 가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식 전기가마가 아닌 구식 불가마.
그는 가마 속의 숯을 정리하고 장작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화르륵.
불꽃이 날름거리며 입구 밖까지 나왔다.
가마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자 그는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이 하나 있었고, 내부는 화장실처럼 타일이 빈틈없이 발라져 있었다.
중앙에는 재갈이 물린 채 손발이 묶인 남자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철컹,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남자는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향했다.
김재오는 그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으으으, 으으으으.”
남자는 기듯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재오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가지고 온 아이스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으으으으, 으으.”
어조만으로 ‘살려주세요, 제발’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간절한 음성.
남자는 꿈틀거리며 계속 물러났다.
-저벅, 저벅.
김재오의 발자국 소리가 타일벽에 부딪혀 방안을 울렸다.
그리고,
-우드득.
“끅.”
닭 모가지 비틀 듯 남자의 목을 비튼 김재오는 그의 포박을 풀고 바닥에 눕혔다.
-촤르륵.
녹색 천을 펼치니 메스를 비롯한 갖가지 수술도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오는 덩치와 다르게 섬세하고 능숙한 솜씨로 남자의 몸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운 후,
남은 시체를 자루 속에 쑤셔 넣고 어깨에 짊어졌다.
자루에서는 시체에서 새어나온 피 몇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저벅, 저벅.
태연하게 방을 나온 그는 벽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천장의 스프링쿨러에서 락스가 섞인 물이 쏟아지며 피를 씻어 내렸다.
김재오는 핏자국이 완전히 없어지자 그대로 가마로 향했다.
-휘익.
힘이 어찌나 센지 자루를 던지자 가마 안쪽까지 던져졌다.
자루는 금세 불길에 휩싸여버렸다.
“어르신, 다녀오겠습니다.”
김재오는 노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미완성된 도자기들을 깨며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남박사에게 예약 좀 넉넉히 잡아놓으라고 혀. 조만간 물건 많이 들어올 거 같응께.”
“알겠습니다.”
김재오는 차 트렁크에 아이스박스를 싣고 출발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무성도예의 마당에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섰다.
***
‘여기구나.’
헬멧을 벗고 모자를 눌러쓴 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드문 산속, 그리고 황토로 지어진 건물들은 전통 도자기 공방으로 보였다.
그렇게 위장한 것이겠지만.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5km 이상. 다소 시끄러워도 문제는 없겠어.’
몰랐다면 모를까.
내 눈에 띈 이상 죽인다.
뒷처리는 놈들의 방식대로.
“계십니까?”
나는 노크를 하며 일부러 인기척을 내었다.
굳이 조심스럽게 잠입할 필요가 없으니.
“뉘시오?”
개량한복을 입은 노인이 문을 열었다.
날카로운 눈매는 고집 센 장인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딘가 섬뜩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나는 내색 없이 작업용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도자기 좀 사려고 왔는데요.”
그는 내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되물었다.
“누구 소개로 오셨소?”
“여기 전통공방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소릴 어디서 들은 게요?”
“저기 아래 마을에서요.”
노인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보더니 한쪽으로 비켜섰다.
“들어오시구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공방 내부는 완성품부터 초벌구이 된 도자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장 위에 있었다.
“이쪽에서 골라보시우.”
“와, 멋지네요. 전부 어르신께서 직접 만드신 건가요?”
“뭐, 그렇다오.”
그는 도자기를 보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물었다.
“젊은 사람이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는 건 참 드문데. 도예도 하시는 게요?”
“아니요. 그냥 엔틱한 걸 좋아해서요. 골동품 수집에 취미가 좀 있거든요.”
“흐음……”
눈초리가 싸늘한 걸 보니 경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이곳의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좀 더 연기를 했다.
“쉬는 날이면 시골을 다니면서 골동품을 찾아보곤 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오늘 들른 마을 이장님이 여기를 알려주셨고요.”
“이장 고놈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먼.”
“어휴, 쓸데없는 소리라니요. 이렇게 도자기들이 훌륭한데요.”
“커흠, 찬찬히 보고 계시우. 내 가서 차라도 한 잔 내올 테니.”
직접 차를 내온다라.
시킬 사람이 없어서일까?
내부를 훑어봐도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마당에서 봤을 때 건물은 두 개.
이곳 공방본관과 창고로 보이는 곳이다.
노인이긴 하지만 규모로 봤을 때 혼자 운영해도 무리가 없다.
‘잠깐, 생각해보니 문자에 김실장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거래처일까.
예약이라는 단어도 있었으니 분명 둘 중 하나일 텐데.
나는 진열장에서 떨어져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물레질을 하는 곳, 유약을 바라는 곳 등 사람의 흔적을 살펴보는 그때였다.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게요?”
돌아보니 노인이 찻잔 두 개가 가지런히 놓인 쟁반을 들고 있었다.
“잘 봤습니다. 벌써 결정하고 공방 구경 좀 하고 있던 겁니다.”
“젊은 사람이 도자기 좀 볼 줄 아시나보오. 보통은 오래 걸리는데.”
“마음에 들면 가격에 상관없이 사는 타입이거든요, 제가. 하하하.”
노인은 찻잔 중 하나를 집어 내밀었다.
“허허, 일단 차 한 잔 하시구려.”
“감사합니다.”
나는 불길해보이는? 찻잔을 받아들었다.
뭐라도 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에 입에 대진 않고 질문부터 했다.
“어르신, 도자기 굽는 가마도 좀 볼 수 있나요?”
“가마는 왜······”
경계하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제가 전통 불가마를 본 적이 없어서요. 요즘은 전부 전기가마를 쓰더라고요.”
노인은 보란 듯이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따라오시오. 내 구경시켜 줄 테니.”
나는 찻잔을 손에 쥐고 그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하지만 뒷마당의 가마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마 옆 창고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노인 혼자 운영하는 곳이 맞는 모양이었다.
“와, 이게 전통가마구나. 근데 저쪽 것만 유독 화력이 세네요?”
나는 뜨거운 불길을 보이는 가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한 번씩 그렇게 온도를 올려줘야 유지관리가 되는 거라오.”
“그렇군요.”
“헌데 차는 안 드시우? 식으면 맛이 없을 텐데.”
노인은 내 손에 든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서 마시라는 듯이.
“여기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뜨거운 게 영 당기지가 않네요. 좀 식으면 마실게요.”
“……”
“어? 어르신, 저기 가마 안쪽에 시커먼 건 뭘까요?”
“……시커먼 거라니?”
“저기 장작도 아니고, 도자기도 아닌 거 말이에요.”
나는 노인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꼭 시체처럼 보이네요, 그쵸?”
“……!”
“아이고, 농담인데 너무 심했나? 죄송합니다. 장난이었어요.”
“허허, 나이가 들어 그런지 젊은 사람들 농은 못 따라가겠구먼.”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하지만 눈은 굳어 있었고, 살벌한 빛이 번뜩였다.
폭력에 절여진 듯한 눈빛.
원장이 죽지 않고 나이를 먹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혹시 가마삼겹살이라고 먹어봤소?”
“그게 뭡니까?”
“삽에 삼겹살 올려서 가마에 넣으면 기가 막히게 굽혀서 나온다오. 거기에 소주를 곁들이면 맛이 그만이지. 이 산골까지 와준 손님인데 시간되면 먹고 가시구려. 곧 점심시간이기도 허니께.”
“저야, 좋죠.”
“그럼 예서 잠깐만 기다리시우.”
차를 안 마시니 삼겹살을 먹이려는 건가?
돌아서는 노인의 등을 보며 피식 웃었다.
‘노인네, 의뭉스럽지 않아서 좋네.’
시치미 뚝 떼고 주름살과 연륜으로 표정을 숨기면 귀찮아질 텐데, 노인은 워낙 사람을 많이 죽여서 그런지 벌레 밟아죽일 듯 날 바라보았다.
여기서 도망쳐도 얼마든지 쫓아가서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고.
‘그나저나 저건 정말 시체일까?’
노인이 없는 틈을 타 불길을 뚫고 시커먼 무언가를 가마 입구까지 꺼냈다.
덕지덕지 얽히고설킨 검은 재.
얼핏 보기에도 장작으로 만들어진 숯더미로 보이진 않았다.
-파슥, 파슥.
부드러운 부분을 걷어내자 타다만 뼈가 드러났다.
전체적인 형상은 분명 사람이었다.
“후우우.”
직접 목도했으니 되었다.
나는 다시 그 시체를 가마 안쪽으로 넣어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손에 사냥개 두 마리의 목줄을,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 장총을 든 노인이 있었다.
“어디 사냥이라도 가는 듯 보이네요?”
-크르르르.
적의를 드러내는 사냥개의 이빨이 나를 향해 번득였다.
저 개들이 내가 도주하면 쫓을 방편인 모양이었다.
“고기가 다 떨어져서 말이오. 괜찮으면 좀 도와주겠소?”
그는 여유를 부리듯 총을 늘어뜨린 채 물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전 사냥을 할 줄 모르는데.”
“몰라도 되오. 사냥감이 그쪽이니까.”
“글쎄요. 때로는 사냥꾼이 되려 당하기도 한다던데.”
내 대답에 노인은 눈에 이채를 띠며 되물었다.
“누가 보냈나?”
“그렇게 보이십니까?”
“이름이 뭔가? 분위기로 봐서는 업계에서 유명세 좀 탔을 것 같은데.”
나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답했다.
“업계라······ 세상엔 왜 이렇게 죽일 놈이 많은지 원.”
“허허, 설마 이쪽 인간이 아닌가? 혹시 군인 출신?”
노인은 내가 군인이라 착각했는지 여유를 버리고 총구를 나에게로 향했다.
“총을 마주하고도 여유로운 걸 보니 맞는 모양이군.”
“……”
“누가 보냈는지 궁금하지만 대화는 이만해야겠군. 군인 출신들을 상대하기엔 너무 늙어서 말이지.”
그는 한 손으로 개들의 목줄을 풀려고 했다.
시선과 총구는 나에게 둔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늙었다면서 장총을 한 손으로 겨누다니 기운도 좋으시군요.”
“뭐?”
“근데 들고 있는 게 전부네요. 총구 끝에 힘이 없는 걸 보니.”
나는 염력으로 총구를 잡아채 사냥개에게 향했다.
그리고 격발.
-타앙!
-깨개개갱!
나머지 한 마리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당황한 사이 총구의 방향을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타앙!
-깨애애앵!
이어서 노인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바닥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나는 그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장총의 탄약구를 열었다.
두 발짜리.
방금 사용한 탄피가 튀어나왔다.
노인의 주변을 보니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진 총알이 보였다.
-차르륵.
공중을 날아 손에 들어온 총과 총알.
그 모습에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왜? 신기해?”
“……”
“나는 너 같은 놈들이 더 신기한데.”
노인은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클클, 대단한 능력이군. 나한테 그런 힘이 있었으면 수만 명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아마 나도 그럴 걸?”
“……뭐?”
“나도 그 정도 죽이지 않을까 싶거든. 차이가 있다면 그 대상이 당신 같은 인간이란 거지만.”
“푸흐흐, 명분 따위 들먹여봤자 자네도 우리 같은 괴물일 뿐이야.”
나는 놈의 머리 위에서 들고 있던 찻잔을 기울였다.
찻물은 김이 모락모락나며 벗겨진 머리를 빨갛게 만들어갔다.
“명분? 그렇게 거창한 거 아니야. 나는 그냥 눈에 거슬려, 너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