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스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다 말해봐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에서는 초능력자를 군사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스타게이트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브루스는 실제 초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능력의 원리를 밝히고 개발하는 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엎어졌습니다.”
“왜?”
“표면적으로는 초능력을 개발해봤자 효용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사실 실험에 참가한 초능력자들이 다 죽어버렸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살해당했죠.”
“누구에게 살해당한 거지?”
“당시 적대국이었던 소련의 스파이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 실비아의 감정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설마 그 일에도 퀸시와 스컬이 관계되어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 후 브루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미국에 갔다간 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할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실험대 위에 올려지거나.”
내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브루스는 황급히 두 손을 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저희 군사력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니까요. 냉전시대와 달리 초격차가 벌어졌다고 할 정도로 미국의 기술은 타국에 앞서 있습니다. 초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당신들을 실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럴 지도 모른다.
이번 AFK의 사건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실험하는 건 엄청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록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지만 관련 인사들이 포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실험을 하더라도 미국의 손을 잡은 당신들을 대상으로 하진 않을 겁니다. 초능력자는 당신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건 또 무슨 말일까.
확보해놓은 네오휴먼이 있다는 말인가?
“참고로 이번 미국의 방일 건은 초능력자와 관련된 목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정확히는 초능력자의 것으로 예상되는 세포죠. 그게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었거든요.”
“……!”
네오 셀을 말하는 것 같다.
아니, 내 직감이지만 그럴 것이다.
“흥미롭네. 좀 더 얘기해봐.”
“그러니까 칠 년 정도 되었을 겁니다.”
당시 CIA에는 어떤 특수한 세포의 존재에 대한 첩보가 입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CIA는 그걸 손에 넣기 위해 전 세계의 요원들에게 그 세포에 관한 정보수집과 확보명령을 내렸고, 지하경제 카르텔이 운영하는 언더그라운드 옥션을 통해 유통되었다는 걸 말해주었다.
“그 세포에 붙여진 이름은 네오 셀, CIA에서 파악한 바로는 세계 곳곳에 그 세포가 퍼졌고, 그 중 한 곳이 일본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대상이었다니.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일까.
“이시이 카츠키라는 교수가 731부대로 물타기를 하고 있지만, 그 세포는 다이이찌 그룹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룹회장이 언더그라운드 옥션에서 낙찰 받았다는 첩보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게 어떻게 한국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박춘금이 인맥과 돈의 힘을 이용해서 가져갔지.
그러고 보면 인맥과 돈이 좋긴 좋다.
천하의 CIA도 얻지 못한 걸 개인이 손에 넣은 것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의 일도 이해가 갑니다.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들은 슈퍼솔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세포를 얻었으니 연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럼 일본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제국주의시대에 인체실험을 했던 놈들이니 설마 더한 짓을 했으려나?
“어쨌든 당신 말에 따르면 외교거물들이 총 출동해서 그 세포를 손에 넣으려는 거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말단이라 잘 모릅니다. 다만 요원으로서 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렇게 추정하는 거죠.”
“아까는 과학기술이 어쩌고 하더니.”
“방어적인 개념으로 본다면 초능력에 대해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여튼 의뭉스러운 놈들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걸 몸에 각인이라도 시킨 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다니.
그때 실비아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브루스와의 대화 중에 살핀 그녀의 감정은 중요한 기점마다 반응이 있었다.
뭔가 알고 있는 것이다.
“어이, CIA. 잠깐 나가있지.”
“네?”
“얘기 잘 들었으니까 나가있으라고. 우리끼리 상의 좀 하게.”
“아, 알겠습니다.”
그가 자리를 비켜주자 나는 실비아에게 물었다.
“혹시 당신들이야? 네오 셀을 퍼트린 게?”
“……”
“묻잖아.”
“그래요.”
역시 퀸시가 배후였구나.
반응을 보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니.
“이유가 뭐지?”
“말 못 해요. 서훈 씨는 아직 퀸시의 일원이 아니잖아요.”
잘 나가다가 한 번씩 울컥하게 만드네.
“말해.”
“싫어요.”
“정말 안 해?”
“네.”
참자, 언제나 그렇듯 그녀를 구슬리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나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꿔서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퀸시의 일원이 아니라서 말 못해주는 거지?”
“……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볼게. 내가 여기서 퀸시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말해줄 수 있는 거야? 아니면 각서 쓰고 사인도 해야 하나?”
“……”
“근데 약속이든 각서든 내가 나중에 그거 안 지키면 어쩔 건데?”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휴우, 실비아.”
“……네.”
“진짜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 아니겠어?”
“그렇죠.”
“나는 말이야. 널 친구라고 생각해. 그러니 내 능력도 온전히 보여줬고, 이렇게 널 보호하면서 일본까지 가고 있잖아.”
내 말에 실비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되물었다.
“저 때문이라고요? 그 일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너 때문이지. 윤종호?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일 뿐이야. 너 내가 그 사람과 관련해서 슬퍼하는 모습 단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
“아뇨. 없죠······”
“브루스한테 말한 것처럼 그저 약간의 호기심인 거지 크게 의미 없어. 널 일본에 있는 퀸시의 동료에게 데려다주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지.”
“……”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넌 계약할 때 계약서 읽지도 않고 그냥 사인해? 나도 퀸시에 관심 많다니까? 근데 나중에 서로 신뢰가 무너지고 등을 돌리지 않으려면 미리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거의 넘어왔다.
이제 결정적인 한 방이면 될 것 같다.
“만약 내가 퀸시에 들어가고 나서 너희들이 네오 셀을 퍼트렸다는 걸 알았다면 어땠을 거 같아?”
“……네?”
“네오 셀과 관련된 실험 때문에 난 부모님을 잃고 평생을 고아로 살아왔어.”
“지금 그게 퀸시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관계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그 일을 숨겼을 때 내가 받을 배신감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퀸시가 저지른 일의 경중에 비해 돌아오는 대가는 클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주지시킨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만약 퀸시에 들어간 후에 알게 된 이유가 또 다른 배신감을 주게 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그때 해골가면 상대하는 거 봐서 알겠지만 나 제법 강해.”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건 내가 판단해.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거고.”
“……”
“난 널 믿고 내 생각 전부를 말해줬어. 나머지 판단은 너한테 맡길게. 되도록 빨리 결정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자, 잠깐만요.”
응? 벌써? 일어나기만 했는데?
“……말해줄게요.”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기회가 왔을 때 몰아쳐서 정보를 다 빼내야 한다.
“네오 셀을 퍼트린 건 퀸시가 살아남기 위해서였어요.”
“뭐?”
“우리 전력으로는 스컬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요.”
퀸시는 기승전 해골바가지구나.
저들에게는 사신이나 다름없는 모양이다.
“전투원이 적으니까 그렇게라도 능력자를 모으려고 그런 거야?”
“아니요.”
그럼 도대체 뭐야?
“스컬은 퀸시가 아니더라도 네오휴먼과 관계된 건 뭐든 말살해요. 그러니 세계 각국에 네오 셀이 퍼지면 어떤 식으로든 정부나 군에 연루가 될 것이라 여겼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잔하길 바란 거예요.”
초능력자가 실존한다는 게 알려지겠지만 퀸시의 네오휴먼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초능력자가 늘어나는 걸 바란 것도 있어요. 지금처럼 적은 수가 아니라 네오 셀의 유전에 의해 그 수가 늘어나면 스컬도 손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게 있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 균형을 깨는 생물을 말한다.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면 개체수 조절과 퇴치활동이 시작되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손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퀸시는 바로 그 수준을 넘기려고 한 모양이다.
“근데 그게 쉽지 않은가보네? 잠잠한 걸 보면.”
“네오 셀은 그 자체로 특별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더 신비하거든요.”
실비아는 아이작이 스컬에 의해 살해된 후, 그를 대신해 세계 각국을 돌며 네오 셀의 연구현황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네오 셀로 능력자를 만들어낸 곳은 없었고, 심지어 세포를 변형시킨 곳도 없다고 말해주었다.
“변형시킨 곳도 없다고?”
“그래요. 네오 셀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를 이용해도 DNA 일부를 떼어낼 수 없어요. 그 자체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완전히 파괴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그녀의 말은 부품으로 비교하면 다른 머신에 끼워 넣으려면 분해해서 그에 맞게 재조립을 해야 하는데 분해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한 거지?’
그걸 변형해서 베놈을 만들었고, 심지어 훼손을 시키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변형은 물론, 훼손을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인 것이었다.
‘신화의 연구진은 훼손된 세포가 아니었다면 유전자 조작도 못 했겠네.’
천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굉장한 사람인 것이었다, 아버지는.
세계 어디에서도 못한 일을 십칠 년 전에 유일하게 해내다니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근데 미국엔 네오 셀을 흘리지 않은 거야? 왜 저들은 아직까지 그걸 확보하지 못했지?”
전 세계에서 미국만큼 모든 산업분야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도 없다.
따지고 보면 퀸시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나라인 것이다.
“CIA는 모르고 있지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네오휴먼을 보낸 게 퀸시였어요.”
“……!”
“하지만 미국과 소련은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때 파악했죠, 스컬은 그들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군산복합체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걸요.”
이미 경험이 있어서 그랬구나.
스컬에서 네오 셀이 퍼지고 있는 걸 최대한 늦게 알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시간을 벌었는데도 능력자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거고······”
“네, 그래서 퀸시 내부에서는 인위적으로는 만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기도 해요.”
“이번에 미국이 일본에서 네오 셀의 샘플과 연구자료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내 말에 실비아는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런 거 없어요, 일본엔.”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일본엔 없다니.
나 역시 박춘금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다.
분명 언더그라운 옥션을 통해 다이이찌 그룹의 회장이 손에 넣었다고.
“제가 몇 년 전에 직접 확인했었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비아는 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 CIA가 파악한 건 뭐지?”
“네오 셀이 일본에 들어왔다는 것까지만 파악한 거예요.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고.”
“어떻게 됐는데?”
“스컬에서 움직였어요. 당시 네오 셀을 손에 넣었던 다이이찌 그룹의 회장이 죽고 관련 연구소가 화재에 전소되었고요.”
“……!”
또 해골바가지냐.
“서훈 씨는 너무 쉽게 그자를 상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스컬의 헌터들은 초능력자를 사냥하는 자들이에요. 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한 특수부대나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도 그들 앞에서는 일반인이나 다름없어요.”
왜 모르겠나.
세 번이나 상대했는데.
생각해보면 운도 좀 따랐다.
특히 해골가면의 노인.
만약 이이제이의 전략을 취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노인네를 상대했다면 어땠을까?
능력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런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지닌 킬러를 맞닥뜨렸다면 당한 건 나였을지도 모른다.
“스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다 말해봐.”
아무래도 그놈들은 경고로 끝낼 게 아니라 기회를 봐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