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목적지는 일본의 수도, 도쿄였다
스컬,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정보부의 프로젝트까지 파고들어 살인을 저지르는 놈들이지 않은가.
세계 최강국의 심처까지 드나드는 놈들인데 내 경고인들 무서울까.
그 정도로 거침없는 놈들이면 다시 나를 노리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
“전에 서훈 씨에게 말해준 게 전부예요.”
전에 말해준 거라면 스컬의 목적이나 사상, 오래된 역사 정도가 전부다.
아! 놈들이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해 초능력에 버금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도 얘기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놈들의 전력에 대한 정보는 없어? 인원은? 근거지는?”
실비아는 입술을 말아 넣고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국제적으로 그들은 PMC(민간군사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요. 본사는 룩셈브루크로 되어 있는데 페이퍼컴퍼니라 그곳이 근거지인지는 확실하지 않고요.”
룩셈부르크면 조세회피처로 지하경제체제가 대단히 복잡한 곳이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그곳이 근거지라도 알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PMC면 소속용병은 얼마나 돼?”
“알 수 없어요. PMC라도 군사자문이나 용병파견이 아니라 암살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게 베일에 가려져 있어요.”
“뭐라도 좀 아는 게 없어?”
“확실하진 않고 대략적으로 파악한 건데 그것도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말해봐.”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같은 시기에 활동하는 스컬의 킬러는 대략 서른 명을 넘지 않아요. 퀸시에서는 백 명 정도이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고요.”
킴이나 리우 같은 놈들이 백 명이라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해골가면 놈들은?”
“헌터들은 항상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더 불확실해요. 보통은 한 명, 혹은 두 명 단위로 행동이지만 과거에 다섯 명까지 함께 움직였다는 기록도 있었어요.”
임무에 나서는 최대단위가 분대급.
그렇다면 헌터들은 소대급 정도겠다는 예상이 된다.
‘그 노인 같은 놈들이 대략 스물……’
전체 인원이 예상보다 더 많다.
한두 명이면 모를까.
그 괴물 같은 놈들 백이삼십 명이 한꺼번에 날 노린다면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게다가 하나하나 잡아 죽이기에도 수가 많고, 그 와중에 숨어버리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
‘이러니 퀸시가 그런 판단을 한 거구나.’
다른 세력이 필요하다.
그놈들과 싸울 수 있는 세력이.
수가 많고, 힘도 세고, 세상 어디에 숨어도 찾아낼 능력을 가진 놈들.
그런 내 눈에 선실로 다시 들어오는 브루스가 보였다.
‘미국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게다가 해골바가지는 저들을 건드린 전적이 있지 않은가.
미국은 자신들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기로 유명하다.
쓸 만한 메신저도 있으니 줄타기를 잘 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혹시 아직 얘기 안 끝났습니까?”
“아니야, 마침 끝났어. 무슨 일 있어?”
“다 왔습니다. 내릴 준비하시라고요.”
두 시간 남짓 지났는데 벌써 도착했다니.
일본이 가깝긴 가깝네.
그때 브루스가 대가리를 박고 있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헉! 이 사람들 아직도 이러고 있었습니까?”
“뭘 그딴 놈들 걱정을 하고 그래.”
“이러다 죽으면 어쩌려고요.”
“안 죽어. 군대 가면 철모에 대가리 박고 세 시간은 기본이라더라고.”
대충 겁만 주려고 했다면 진즉에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확인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이드 실력 좀 봐야지.’
일본에서의 목적은 두 가지다.
CIA한국지부장을 만나 윤종호가 죽은 이유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실비아를 퀸시의 동료에게 데려다 주는 것.
하지만 짬이 나면 이시이 카츠키나 기타 눈에 거슬리는 것들의 목을 비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는 날 위해 이런 일을 수습해야 한다.
“하아……”
브루스는 이마를 짚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일어날 일이 예상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순간 염력을 해제했고, 대가리를 박고 있던 놈들이 우르르 쓰러지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선실문이 열렸다.
“다 갑판으로 나와, 도착했어.”
하선을 알리러 온 선원이었다.
그는 거품을 물고 있는 동료들을 발견하고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다들 왜 이래?”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다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만 멀쩡하니 그런 것이었다.
“니들이 그런 거야?!”
떠나갈 듯 소리친 고함에 선상갑판의 발소리가 분주해졌다.
소리로 판단컨대 다섯 명.
뒤쪽에 모여든 그들 역시 뱃사람이라기보다는 야쿠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칼자국과 문신이 신체 곳곳에 보였다.
“무슨 일이야?”
그때 사람들을 헤치고 험상궂은 외모에 목이 짧고 선 굵은 남자가 들어왔다.
배를 옮겨 탈 때 보았던 밀항선의 선장이었다.
그는 선실 내부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
“겁도 없구만. 감히 우리 식구를 건드려?”
“잠깐만요,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브루스가 그에게 다가가며 유창한 일본어로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이드로서 언어능력은 합격이다.
“오해? 이게 어딜 봐서 오해야?”
“우린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그 말을 믿으라고? 그럼 이놈들은 왜 쓰러져 있는 거지?”
“그게…… 다 같이 머리를 바닥에 대고 한참을 있더니 픽 쓰러졌습니다. 우리야 뭐 일본에만 있는 종교활동인 줄 알았지 거품 물기 전까진 기절한지도 몰랐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니.
먹힐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연기가 너무 천연덕스러웠던 덕분일까 선장은 선원들에게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놈을 골라 깨워보라고 지시했다.
“히라, 일어나봐. 쵸스케, 정신 좀 차려봐.”
하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냉수 한 바가지를 퍼와 그들의 얼굴에 끼얹었다.
그들은 물세례를 받고 나서야 벌떡 일어났다.
“으힉!”
“X발! 어떤 놈이야!”
그들은 일어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선장을 보고 행동을 우뚝 멈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다들 왜 쓰러져있어?”
“네? 어, 그게······”
“저 코쟁이 말로는 너희들이 단체로 머리박고 기절했다는데 사실이야?”
“예? 어, 음······ 그게 그렇긴 한데요······”
그 순간 브루스는 절묘한 타이밍에 끼어들며 고함을 질렀다.
“거 내 뭐랬소! 우린 아무 짓도 안 하고 저치들이 스스로 그런 거라니까.”
“당신은 좀 가만히 있지?”
“크흠, 흠······”
“너희들 뭐 사이비종교 같은 거에 빠진 거냐?”
선장의 물음에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저놈들이 그런 겁니다.”
“뭐? 그럼 저놈들을 못 당해서 대가리를 박았어?! 박으란다고 박냐, 이 멍청한 새끼들아!”
“그게 아니라 몸이 저절로…… 참! 여기 손목도 부러졌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그들은 퉁퉁 부은 손목을 내보였다.
“그러니까 저 새끼들이 니들 손목을 부러뜨렸다는 거지?”
“예,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들이 실성을 했나.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 니 손목이 왜 부러지는지 모르는 게 말이 돼?! 설마 단체로 약 했냐?!”
“아,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말 더듬는 거 보니까 약 했네! 이 새끼들이 물건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선장은 그들을 한 대 후려치기라도 할 듯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 브루스가 다시 끼어들었다.
“자자, 선장님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약 하는 건 저희도 못 봤습니다. 원래 뱃일을 오래하면 없던 정신병도 생긴다잖습니까. 선원들이 그간 스트레스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의 말에 히라와 쵸스케라는 두 놈이 소리쳤다.
“X새끼가 뭐라는 거야! 우리가 미쳤다는 거야?!”
“야이, 양키새끼야 죽고 싶어!”
하지만 브루스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두툼한 봉투를 선장에게 건넸다.
두께로 보아 모르쇠로 일관하고 돈으로 막으려는 의도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건 선원들과 회포라도 푸십시오.”
“뭐야 이건? 트러블이 있긴 있었나보지? 이딴 걸 주는 걸 보니.”
“어휴, 아닙니다. 팁입니다, 팁. 서양에서 팁은 문화고 생활 아닙니까.”
“크흠, 그런 거라면······”
선장은 봉투를 받아 재빨리 품속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건 팁이고 하선비는?”
돈독이 오른 놈이었을 줄이야.
저러니 저 방법이 쉽게 먹히지.
“하선비라니요?”
“설명 못 들었어?”
“무슨 설명 말입니까?”
“이 조센징 새끼 또 깜빡한 건가. 쯧!”
“……?”
“그쪽에서 밀항비 얼마 냈어?”
“만 달러 정도 냈습니다.”
“코쟁이라고 바가지 씌웠구만. 뭐 어쨌든 그쪽은 상선비고 이쪽은 하선비니까 그렇게 알면 돼.”
이대로는 브루스가 돈으로만 무마하게 생겼다.
이건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이 아니다.
“어이, CIA.”
“네?”
“선장이 왜 계속 조선사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거지?”
“아, 그게······”
“혹시 조센징이라 그런 거야?”
“그렇긴 한데······ 아까 그 한국인 선장 얘기한 겁니다.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오해는 무슨 나도 다 알아들었어.”
나는 귀에 꽂은 통역기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근데 대상이 누구든 일본놈이 조센징이라 말하니까 영 듣기 안 좋네. 외국 나가면 없던 애국심이 생긴다더니 정말인가봐.”
“빠, 빨리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때 선장이 내 쪽을 물끄러미 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후드 뒤집어쓰고 있어서 뭔가 했더니 조센징이었네. 지금 내가 조센징이라고 그랬다고 뭐라고 그런 거지, 맞지?”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조센징하고 밀무역하면서 배운 거라고는 조선말밖에 없는데.”
시비를 걸어주니 나야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조센징, 조센징, 조센징······”
세 번이다.
상대방이 그 말 듣고 기분 나빠하는 걸 알고도 연거푸 입에 올린 건 다분히 의도적인 거라 봐야겠지.
“자, 잠깐만요.”
브루스가 내 분위기를 읽었는지 다급하게 제지하려고 했다.
이미 늦었지만.
“전부 대가리 박아.”
곧이어 쿵쿵쿵쿵쿵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렸다.
그 모습에 브루스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대가리 좀 박은 거 가지고 뭘 그렇게 죽상이야?”
“이자들 그냥 밀무역하는 놈들 아닙니다. 야쿠자란 말입니다. 삼합회만큼 끈질기고 성가신 데…… 휴우!”
안다, 몸에 야쿠자라고 써놓고 다니는데 왜 모를까.
“어이, CIA. 내가 왜 계속 널 CIA라고 부르는지 알아?”
“……!”
눈치는 빠르네.
나는 머리를 박고 있는 선장 앞에 쪼그려 앉아서 천천히 말했다.
“브.루.스.베.커. CIA. 알아들었지?”
“……칙쇼!”
“못 알아들었어? 씨아이에이. 아메리카.”
“씨, 씨아이에이?”
“그래, 씨아이에이. 꼭 기억해라.”
허리를 펴고 일어나 브루스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알아서 수습해, 명색이 CIA요원인데 할 수 있지?”
나는 실비아와 함께 선실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닷바람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가져왔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니 약간이나마 따뜻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그때 브루스가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차라리 다 죽이시죠.”
그래, 이젠 돈으로는 못 막겠지.
“죽이자고?”
“그게 차라리 낫겠습니다.”
“수습 못 할 거 같아서 이러는 거야? CIA가 그렇게 힘이 없어?”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양국이 중요한 외교협상을 하는 마당에 트집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섭니다.”
“그럼 그러든가. 처리하고 와.”
내 말에 브루스는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
“저보고 하라고요?”
“당신 사람 죽이는 거 잘 하잖아.”
“……”
“한국에선 잘만 죽여 놓고선. 일본에선 싫어?”
브루스는 한숨을 내쉬곤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가죽장갑을 끼고 갑판 한 구석에 놓여있던 쇠망치를 들더니 선실로 다시 들어갔다.
-콰직! 퍽퍽! 퍽!
곧이어 바가지가 깨지고 고깃덩이가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망치질에는 거침이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게 역시 살인면허를 가지고 있는 첩보원은 다른 모양이다.
“우리 내려가서 기다려요. 듣기 힘드네요.”
확실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지.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부두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잠시 후,
선실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고, 브루스가 손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다가왔다.
“불 질렀나?”
“네, 직접 손을 쓰면 증거가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타살인 건 어쩔 수 없어도 용의자를 특정하진 못할 겁니다.”
“역시 많이 해본 사람이 다르네.”
몸으로 기억해라, 내가 원하는 수습은 날 대신해 용의자가 되어주는 거다.
돈이 아니라.
“저도 좋아서 살인을 하는 건 아닙니다.”
“알아, 나라를 위해서라는 거.”
“……”
“가자고 애국자 씨.”
목적지는 일본의 수도, 도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