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개를 풀어주는데 목줄이라도 채워야지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신사, 야스쿠니.
이곳은 과거 일본이 벌인 전쟁에서 숨진 군인 및 민간인을 기리는 사당이다.
한 마디로 전쟁을 벌인 범죄자들을 신격화하고 있으니 신사 자체가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했음을 상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현 정권을 이끄는 타츠야마 지로는 보여주기식 참배가 아닌 시간이 날 때마다 야스쿠니를 방문하는 골수 극우파 인사였다.
“초, 총리님!”
참배를 하고 있던 타츠야마 지로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카가와 시게루 자민당 총재였다.
“쓰읍, 당 총재라는 사람이 신사에서 이 무슨 추태인가.”
“그, 급하게 논의할 일이 있어서······”
“참배 중인 거 안 보이나?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일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죄, 죄송합니다.”
“쯧쯧쯧!”
타츠야마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에게 면박을 주고는 옆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관리하는 수석신관, 쿠니오시 궁사(宮司)였다.
“궁사, 국정이 시급한 모양이니 차후 다시 일정을 잡아 방문토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쿠니오시는 타츠야마를 마주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태도를 넌지시 보였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것이……”
“허허,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손을 펼쳐 보이는 제스처.
말보다 그의 몸짓에서 정말 허물없이 말하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쿠니오시는 자세를 낮추되 비굴해보이지 않게 서두를 열었다.
“신관의 몸으로 국정에 관여하는 것 같아 외람되긴 하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몰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괜찮으니 말해보세요.”
“이번 일미회담 때 미국에서 장관이 두 명이나 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예정입니다.”
“혹 그들이 방일 중에 신사에 들를 수 있을 런지요?”
타츠야마는 눈썹을 휘며 되물었다.
“참배를 하게 만들란 말입니까?”
“참배까진 무리겠지요. 이곳에서 그들의 눈으로 영령들의 위패를 마주하고 참회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방부 장관과 외무장관, 그들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얼굴이 아니겠습니까.”
“궁사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미국에서도 본국의 재무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신사에 들르는 것 정도는 내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리님.”
“그래도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들의 눈이 있으니 수락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렴요. 그 정도만 해도 지하에 계신 영령들께서는 총리님의 노고에 감복할 겁니다. 물론 저희 신도들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타츠야마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스쿠니 신사는 사당이기도 하지만 또한 종교이기도 했다.
국가신토, 야스쿠니교.
일본의 토착 애니미즘이었던 신토를 국가가 개량해 만든 종교였기에 그들도 집단으로서 비밀리에 일본 극우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타츠야마는 신도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카가와 총재.”
“예.”
“별실로 가지.”
“알겠습니다.”
그들이 별실에 들어서자 젊은 신관이 차를 내어왔다.
타츠야마는 다향을 음미하며 말했다.
“그래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을 떤 건가?”
“지금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론이 왜?”
“건담 사건 있잖습니까.”
“건담이 나타나서 집회 수뇌부들 밟아 죽인 거?”
“네.”
“그거 원인이 뭔지 밝혀졌어?”
“아직 조사 중입니다.”
“뭐가 그렇게 굼떠? 부품잔해 찾아보면 원격조종장치든 뭐든 나올 건데.”
뭐든 나오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게 없으니 문제였다.
카가와는 그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사건의 원인이 아니라 반전감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뭐? 반전감정이라니?”
“국민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재무장과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혐한 집회자들에게 대한 법적처벌을 시행하라고 요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법적처벌이라니?”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있잖습니까.”
“아, 그거? 워낙 시끄럽게 떠들어 대니까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놓은 거였잖아.”
“집회의 불법을 증명하는 증거자료와 수천 건의 고발이 경찰 쪽으로 날아들고 있답니다. 경찰행정력이 마비될 정도로요.”
“……!”
말 못하는 개돼지로 생각했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말을 하는 국민은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닌 정권을 뒤흔드는 명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왜, 왜 그러는 거야? 잠잠하게 지켜만 보다가 왜 그러는 거냐고?”
“건담 때문입니다.”
“X발! 그게 말이 돼?! 아무리 만화 좋아하는 애새끼들이 많은 나라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저희 나라에서는 그냥 만화가 아니라 문화잖습니까.”
그 대답에 타츠야마는 탁자를 탕하고 내려쳤다.
“카가와!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있을 거 아냐?”
“굳이 따지자면 건담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뭐? 그게 뭔데?”
“건담에는 특유의 반전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게 사람들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니미, 그림쪼가리에 자극을 받아? 병X같은 개돼지들 같으니. 재무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얼마나 올랐어?”
“기존 53%에서 68%까지 치솟았습니다.”
“뭐? 68%?!!!”
70%에 가까운 지지.
그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것만이 아니라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흔들릴 정도였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대로는 미국에서 주일미군 축소와 재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더라도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책이 뭐야?”
“예?”
“대책이 뭐냐고 묻잖아! 당신이 주도한 집회 때문에 이 사달이 났는데 예? 예라는 말이 나와 지금?!!”
카가와는 이를 앙다물며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이시이 카츠키 교수를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자는 건 타츠야마 본인의 의견이었다.
자신은 그 의견에 동조하고 수행했을 뿐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이 주도했으니 책임까지 지라니.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자네 그래가지고 이 자리에 앉을 수나 있겠어?”
타츠야마는 또 자리를 들먹이며 이죽거렸다.
마치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는 차기 총리 자리.
카가와는 더러워서라도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도저히 목구멍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습하겠습니다.”
“어떻게?”
“죽은 이시이 교수가 가지고 있는 자료로 그의 주장이 사실이었다는 걸 증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자료 공개하지 말고 묻으라고 했잖아?”
“혹시 몰라 이시이 교수와 접촉했을 때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어쩔 건데? 그거 생체실험한 거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전 세계가 다 알아. 공개하면 조작된 부분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전부 공개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한국 인체실험과의 연관성?”
“네, 하나만 사실이면 나머지도 사실처럼 보이게 마련이지 않습니까.”
“하긴, 거짓은 진실 속에 숨기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근데 그 연관된 부분이 가짜일 수도 있지 않나?”
“이십 년도 더 된 자료입니다. 도쿄대 교수라는 사람이 설마 가짜 패를 쥐고 그 세월을 기다렸을려고요.”
그 하나로 여론을 뒤집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불길은 잡을 수 있다.
더 번지지만 않는다면 사그라들 것이고, 그때 일미회담을 이용하면 완전히 진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저절로 섰다.
“괜찮네, 빨리 착수해.”
“예, 총리님.”
타츠야마는 한 시름 덜었다는 듯이 차를 내려놓았다.
“근데 다이이찌 조사하는 건 어때? 뭐 좀 나왔어?”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회담이 코앞인 거 몰라? 느긋할 시간 없는 거 알지?”
“네, 서두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카가와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거 사람 참, 겨울에 무슨 땀을 그리 흘리나?”
“……하하, 체질입니다.”
“미리 좋은 거 많이 챙겨 먹고 건강관리 해. 이 자리는 체력이 받쳐줘야 오래 앉아있을 수 있으니까.”
좋은 거 보내줄 테니 챙겨먹으라는 말은 절대로 하진 않는다.
카가와는 2인자라는 자리가 이렇게 서러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건담 사건 후,
나는 브루스 베커가 따로 움직일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CIA측과 접선을 하기 위함이었다.
“저기…… 가기 전에 확인할 게 있습니다.”
“뭔데?”
“저 아직까지 당신과 저 여자분 이름도 모릅니다. 계속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고요.”
“그게 중요해?”
“네?”
나는 피식 웃으며 우리 두 사람의 능력에 대해 언급했다.
“초능력이 미국의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계산이 먼저 아닌가?”
“……”
“보여줬잖아, 건담.”
“그건 그렇지만……”
“윗선과 자리나 만들어. 우리가 누군지는 협상테이블에 올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네가 윗대가리들과 나눈 대화내용, 의도 같은 건 전부 알아낼 수 있어. 그러니 허튼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실비아의 사이코메트리는 사기나 다름없다.
나라서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지 일반인은 그녀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허튼 짓이라니요?”
“건담 보면서 생각한 거 있잖아, 그런 거.”
미국이 얻지 못한다면 제거한다는 방식.
만약 그렇게 나오면 제거되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될 거다.
“그런 의미로 하나 더 알려주지.”
“……네?”
“난 말이야. 널 언제든지 죽일 수 있어.”
“……?”
눈치가 빨라도 내 능력을 정확히 모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염력으로 그의 턱을 좌우로 흔들었다.
“이거 잘 기억해놔, 이틀 내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넌 죽어.”
“제가 도망이라도 간다는 말입니까?”
실비아를 통해 CIA지부장과의 일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 오면 다 들키니까 다른 사람이 메신저로 올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러니 내 눈을 벗어나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순순히 돌아올 것이다.
“개를 풀어주는데 목줄이라도 채워야지.”
***
도쿄, 치요다구.
일본의 황궁,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내각총리대신관저, 국회의사당, 경시청 등 거의 모든 정부기관이 집결한 곳으로 달리 도쿄의 심장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여의도나 종로로 비견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실비아는 그곳으로 향했다.
퀸시의 동료인 스미스라는 인물이 치요다구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일본에 왜 있는 거야?”
밀항선에서 실비아가 말하길 일본의 네오 셀은 스컬에 의해 폐기되었다고 했었다.
그러니 스미스라는 네오휴먼이 이곳에 왜 있는지 사뭇 궁금했다.
이름을 들어보면 일본인도 아닌 듯 한데 말이다.
“일본에서 새로운 네오휴먼을 찾았거든요. 그를 영입하고 보호하려고 온 거예요.”
날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그레이가 왔던 것과 동일하다.
“그럼 스컬에서도 움직인 거 아니야?”
“확실히 알 순 없지만 그렇진 않을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해?”
“그들이 한국에 왔던 건 저 때문이었으니까요.”
아니야, 나 때문이었어.
하지만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이번에 일본의 능력자를 찾게 된 단서는 그가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라고 들었으니까 스컬은 아직 그의 존재를 모를 거예요.”
인터넷에 능력을 쓰는 영상을 올렸다고?
제 정신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기인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중에는 네오휴먼으로 보이는 자들도 더러 있고요. 인터넷만 봐도 그런 영상은 넘쳐나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 중에서 진짜 네오휴먼을 골라내긴 쉽지 않아요.”
당연하겠지.
전부 검증하긴 힘들 테니까.
“그러니 스컬도 그들 모두를 찾아갈 순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그럼 퀸시에는 네오휴먼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는 거야?”
“네.”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모양이네?”
“알 수 있어요. 영상, 사진 등 간접적으로도 짚어낼 수 있죠. 단, 각성을 했다는 조건에 한해서만.”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능력이면 퀸시만 움직였다는 것이 말이 된다.
“그 사람은 무슨 능력자지?”
“저도 몰라요. 스미스가 맡은 임무라······”
“그럼 그 스미스라는 사람은 능력이 뭔데?”
그 사람도 ‘예외’겠지.
사이킥 계열이면서 전투원일 수 있는.
“스미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