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미쳤습니까, 휴먼?
스미스 시튼.
그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영국인이었고, 수트빨이 받을 정도로 몸을 잘 관리한 중년의 신사였다.
외모 외에 한 가지 특이한 건 SAS 영국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반가워요, 스미스 시튼이라고 합니다.”
그는 정중하게 악수를 권했다.
전체적으로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이미지였다.
“서훈입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내 이름을 밝혔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네크로맨서라고.”
“네.”
“실비아가 검증을 했을 테니 확인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제 능력을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
케이시가 퀸시의 일원들에게 전달을 제대로 한 모양이다.
그때 실비아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능력을 써서 호되게 당했었으니 말이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의 능력은 일반인이나 다른 네오휴먼은 몰라도 나에겐 별 것 없다.
대단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을 정도로.
“의외로군요. 제 능력에 대해서 알면 다들 한 번쯤 보고 싶어 하는데.”
“앞으로 보게 될 기회가 있겠지요.”
“허허, 그렇긴 하군요. 서훈 씨도 전투원이 될 테고, 같이 임무를 수행할지도 모르니까요.”
“같이라니요?”
“……?”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전 아직 퀸시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스미스는 실비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 이게 무슨 말이지?”
“그의 말대로예요.”
“스컬에 대해서 설명 안 한 거야?”
“왜 안 했겠어요. 충분히 했고, 한국에서 그레이가 살해당한 것까지 전부 말해줬어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자 스미스는 다시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그럼 이곳에 왜 왔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실비아를 당신에게 데려다주려고 온 겁니다. 그레이라는 분을 죽인 놈 때문에 불안에 떨더라고요.”
“그게 전부인가요?”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
“……아닙니다. 잠깐 실비아와 단 둘이 얘기를 좀 나눴으면 한데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실비아를 데리고 옆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가 대접해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때 머릿속에 텔레파시가 잡히는 게 느껴졌다.
이제 보니 단 둘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케이시까지 포함한 대화였다.
-케이시, 네 말대로 실비아가 이곳에 왔어.
-네, 스미스. 실비아는 괜찮아요?
-다친 덴 없군, 서훈과 함께 왔고. 실비아와 연결해봐.
-네.
잠시 후, 삼자대화가 시작되었다.
-실비아! 왜 그 동안 텔레파시를 거부한 거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스컬의 헌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어.
실비아는 케이시를 배신자로 의심하면서도 섣불리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쩌면 직접 대면해 사이코메트리로 알아낸 후 대응할 생각이지 않을까.
내가 그 배신자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렇지 무척 현명한 대응인 것이다.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역시 서훈을 영입해서 함께 일본으로 갔구나.
-아니. 그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실비아는 짧게 그녀의 물읍에 답했다.
-케이시, 네 계획이 실패했으니까.
-……?
-서훈 씨의 정보를 스컬에게 흘려서 위기감을 느끼게 하려고 했잖아.
-근데?
-그가 그레이를 죽인 스컬의 헌터를 잡았거든.
-뭐? 그놈을 잡았다고?
-그래, 그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그러니 스컬이 뭐가 두렵겠어?
-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그를 쉽게 상대했다고?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내 능력에 대해 말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이것도 케이시 때문일까.
-그럼 왜 일본까지 함께 간 거야?
-날 데려다주기 위해서인 것도 있지만 스컬보다는 퀸시 자체에 흥미가 있다고도 했어. 우린 네오휴먼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
-그런데도 함께하지 않겠다고? 혹시 원하는 게 있는 거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그때 스미스가 끼어들었다.
-잘 모르겠다니? 실비아 네 능력으로 읽으면 되잖아?
-제 능력이 안 통하는 사람이에요.
-뭐? 어째서?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처음이에요, 이런 경우는.
-그럴 수도 있는 건가? 케이시, 네 생각은 어때?
-사실 그때 이후로 나름대로 원인을 찾아보긴 했어요. 근데 두 가지 경우가 있더라고요.
응? 두 가지나 있다고? 뭘까.
-하나는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강해서 정신계 초능력에 면역 같은 게 있는 거고, 다른 하나는 초능력 자체가 다른 능력을 무시하는 이그노얼, 그리고 반사시키는 리플렉트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럼 그의 초능력은 네크로맨서이니 전자의 경우인가?
-근데 또 생각해보면 제 텔레파시는 통했거든요. 문헌에 의하면 전자일 경우 분명 어떤 저항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그럼 그의 능력이 두 가지인 건가?
-두 가지의 능력을 가진 경우는 역사상 전례가 없었어요.
-없다고 해서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는 제노와 관련된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그의 부모가 제노를 연구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코어잖아.
-전에 실비아도 그걸 지적했었지만 그때 서훈은 태어나지도 않았었어요.
-그럼 가능성이 전혀 없다?
-당시 서훈의 어머니가 임신상태였을 가능성은 있어요.
-전혀 없는 건 아니로군.
또 제노라는 단어가 나왔다.
설마 그게 네오휴먼의 초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말일까?
그들은 마치 초능력의 발현원인이 코어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럼 네오 셀은 뭐지?’
초능력이 생긴 이유를 아는데 왜 네오 셀을 퍼트린 걸까?
초능력자의 수를 늘리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 코어라는 것이 더 빠르지 않나?
혹시 그걸 알더라도 네오휴먼을 만들어내진 못하기 때문일까?
-케이시, 서훈은 내가 반드시 데리고 갈게.
그때 스미스가 강력한 의지가 담긴 어조로 자신의 의도를 전했다.
-어떻게요?
-어떤 식으로든, 설득이 안 되면 멱살이라도 잡아서 끌고 가야지.
이것 봐라, 멱살? 끌고 가?
-진짜 이그노얼이나 리플렉트면 어쩌려고요? 그럼 당신 능력도 안 통할 거예요.
-아마 이그노얼일 거야. 리플렉트면 반대로 그가 실비아의 기억을 읽었을 텐데 정황을 들어보면 그러진 못한 모양이니까. 그리고 능력이 안 되면 직접 제압을 하면 되지 않겠어?
-……
-네크로맨서는 근처에 시체만 없다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잖아.
-할 수 있겠어요?
-내가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격투술도 모르는 일반인을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아. 다만 되도록이면 그런 일이 없도록 잘 회유해야지. 그래서 말인데, 코어에 대한 정보를 좀 이용해도 될까?
-안 돼요. 그 정보를 다루는 건 메리엄만 할 수 있어요.
-그를 혹하게 만들려면 확실한 미끼가 필요하잖아. 정보를 전부 오픈하진 않을 테니 메리엄에게 허락을 구해봐.
-휴우······
-그가 정말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네오휴먼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야.
-알겠어요. 며칠 자리를 비우셨는데 돌아오시면 여쭤볼게요.
메리엄이라는 사람이 수뇌부의 한 사람인 모양이다.
혹시 수장인 걸까?
‘그건 그렇고 코어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빼낸다······’
실비아를 구슬려볼까?
아니다, 그녀가 순진하긴 하지만 그렇기에 건드릴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수뇌부의 허락이 필요한 극비라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코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매력적인데……’
나 자신도 잘 모르는 내 능력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다.
실비아만 데려다주고 내 갈 길 가려고 했는데 조금 더 인연을 가져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스미스. 한 가지 더 해줘야 할 일이 생겼어요.
-휴우, 일복이 터졌군. 뭐지?
-일본에 있으니까 들으셨죠? 건담사건.
-아, 그거? 안 그래도 지금 여기 난리야, 그 일 때문에. 그거 네오휴먼 짓이야?
-매체자료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아직 분석이 끝나진 않았어요. 근데 정황상 그렇지 않겠어요?
-그걸 움직인 네오휴먼까지 영입하려면 고생 꽤나 하겠군. 찾는 대로 연락 줘.
건담 얘기에 내심 긴장했다.
저 안에 그걸 직접 겪은 실비아가 있으니.
하지만 이미 네크로맨서를 언급할 때 침묵했던 것 때문인지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필요하면 인원을 더 지원할까요?
-됐어. 실비아가 있잖아. 그리고 그건 스컬에서도 봤을 테니까 너무 많이 뭉쳐다니면 오히려 발각될 여지가 많아.
-네, 수고 좀 해줘요.
그렇게 텔레파시 삼자대화가 마무리되자 스미스와 실비아는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서훈 씨.”
“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퀸시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겁니까? 실비아에게 듣기로는 저희 조직에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관심은 있지만 가입할 정도로 매력적인지 아직 모르겠거든요.”
“매력이라······”
애매하지?
모호하고 두루뭉술할 거다.
“혹시 원하는 게 있습니까?”
“글쎄요······”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없다면 정말 단순한 관심이고 호기심일 뿐이겠군요.”
“네, 솔직히 말하면 딱 그 정도입니다.”
스미스는 콧수염을 매만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서훈 씨는 본인의 능력에 대해 궁금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궁금하지.
“제 능력이라니요?”
“아, 제가 말을 잘못 했군요. 우리들 네오휴먼의 능력에 대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확히는 그 힘의 원천이자 근원이죠.”
“타고나는 게 아니라 원인이 있다는 말입니까?”
“퀸시에 들어오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텐데, 어떠십니까?”
“궁금하긴 한데 그걸 알면 뭐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달라지는 거라니요?”
“능력이 강해진다거나, 다른 능력을 더 얻을 수 있다거나 그런 거 말입니다.”
“……”
“반응을 보아하니 궁금증이 해소되는 게 전부인 모양이네요?”
스미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한국인들은 유독 득과 실을 따진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군요.”
“안 그런 사람도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영국인이야말로 득과 실의 화신이겠지.
근현대사에 일어나는 분쟁의 대부분은 그 시발점이 영국이었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였으니까.
“우리들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득과 실 같은 물질적이고 하찮은 기준이 아니라 크게 보십시오. 네오휴먼이란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고 전체를 위해 무엇을 할지 보란 말입니다.”
뭔가 네오휴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이 보인다.
알량한 능력 좀 가졌다고 특별하다고 지껄이다니.
“서훈 씨는 이 능력이 왜 주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질문이 너무 철학적이었나보군요. 그럼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습니까?”
“힘을 얻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버림받고, 학대당하고,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경험이 간절함이 되었었다.
나는 초능력의 근원 따위는 모르지만 내 능력의 시작은 그 마음이다.
“흐음, 아마도 힘을 추구해서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얻은 것 같군요.”
“……?”
“서훈 씨는 힘이 곧 정의라고 생각합니까?”
그럴 리가.
힘이 곧 정의라는 말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다.
“그건 아니지만 힘없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대충 알겠군요, 당신이 왜 퀸시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들어오지 않는지. 스컬에 비해 열세인 우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 아닙니까? 한 마디로 약하니까.”
점점 몸에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스미스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퀸시는 약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휴먼보다 진화한 존재, 네오휴먼이니까요.”
“……”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이 정도 힘이면 어떻습니까? 참고로 더 강하게 힘을 쓸 수도 있습니다.”
순간 온몸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강해졌다.
중력(重力).
그는 중력을 다루는 능력자였다.
-끼익, 끼기긱.
앉아있는 의자가 삐걱대며 비명을 토했다.
다리는 휘어진 게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로웠다.
“자, 어떻습니까? 아마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 겁니다.”
어지간히 힘을 주고 있는지 이마에 핏대까지 세우고 있다.
가소롭게도 말이다.
“스컬? 솔직히 저도 퀸시가 왜 그들을 두려워하는지 모릅니다. 그 헌터라는 놈들도 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텐데 말입니다.”
만나본 적이 없구나.
이 정도 중력으론 그놈들을 당해낼 수 없을 텐데.
“케이시에게 얘기 들은 줄 알았는데 못 들었나보네요?”
나는 태도를 싹 바꾸고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염력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
스미스는 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놀랐는지 동공을 확장시켰다.
-치익.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그의 얼굴로 연기를 내뱉었다.
“후우······ 미쳤습니까, 휴먼?”
진화한 존재, 네오휴먼?
아니, 내 앞에서는 너도 그냥 휴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