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역시 이그노얼의 능력도 가지고 있었군요.”
스미스는 착 가라앉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 외치는 게 들렸다.
-케이시, 듣고 있어?
텔레파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거슬린다.
이 상황을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공유한다는 게 말이다.
‘저걸 막거나 간섭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도청만이 아니라는 걸.
상대가 텔레파시 능력자 본인이라면 모르지만 그는 그저 케이시에 의해 연결된 상태.
방해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케이시, 왜 대답을 안 해? 이그노얼이 맞았어. 서훈은 능력이 두 가지라고!
역시 된다.
그의 외침은 그저 공허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고, 케이시 역시 연결이 끊어졌기에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들의 소통을 막고 염력을 사용했다.
중력처럼 스미스의 몸을 짓누른 것이었다.
“억!”
-끼이익, 끼긱.
스미스는 처음 당해보는 압력에 눈을 부릅떴다.
“리, 리플렉트?! 이그노얼이 아니라 리플렉트였습니까?!”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구만.
“정신 안 차려?”
“……네?”
그 순간 콰지직 소리와 함께 의자다리가 부러지고, 스미스는 잔해 위에 벌러덩 누워 낑낑거렸다.
그래봤자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 이럴 수가! 그냥 능력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몇 배로 증폭시키다니······”
“이 새끼가 그래도 끝까지 능력 타령이네.”
그때 실비아가 한숨을 쉬며 끼어들었다.
“스미스, 서훈 씨는 지금 당신이 멋대로 능력을 사용해서 화가 난 거예요. 케이시가 아무 얘기 안 했어요?”
“뭐? 그게…… 네오휴먼끼리 하는 첫인사를 하지 말라고는 했었어.”
“그게 그 말이잖아요.”
옆에서 보는데 참 한심스러웠다.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닭대가리인가?
“정말…… 그거 때문에 화가 난 겁니까?”
“그럼 뭐 때문에 화가 났겠어?”
“……”
스미스가 아무런 말도 못 하자 실비아가 그를 변호했다.
“이해 좀 해줘요. 그는 네오휴먼끼리 능력을 견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그게 어째서 대수롭지 않은 거야? 상대방에게 힘자랑하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는데.”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악수할 때 필요 이상으로 힘을 준다거나,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꽈악 움켜쥐는 등의 위력행위.
마치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걸 힘으로 어필하는 것 말이다.
“네오휴먼에게 있어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의 능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서 그래요.”
“맞습니다. 경험해보는 것만큼 빨리 알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가 당신 동료였나? 이상하네,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
“솔직히 말해봐. 내가 만만해서 그랬지?”
설득이 안 되면 멱살 잡고 끌고 가려고 생각한 것부터 만만하게 봤다는 증거다.
“네크로맨서라고 날 아주 만만하게 봤나본데 이거 어쩌지? 내 능력은 그 정도가 아닌데 말이야. 아, 물론 리플렉트 따위도 아닌 거 알지?”
놈이 가하던 중력은 진즉에 끊겼기에 리플렉트로는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니 스미스도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고, 당혹스러움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중이었다.
“실비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니.”
나는 그녀를 채근하는 놈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더 강하게 짓눌렀다.
-뿌드득.
“으어억!”
“지금 누구 탓을 하는 거지? 잘못을 저지른 건 너야, 이 새끼야.”
-빠드드득.
“끄으으으!”
“능력을 견줘본다고? 경험으로 이해해? 내 능력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스미스는 역중력으로 반항했지만, 바닥은 쩍쩍 금이 가고 움푹 패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내가 그만 실수를······끄윽……”
“실수? 뭐가 실순데? 실비아를 탓한 거? 아니면 나한테 능력을 쓴 거?”
“……”
“실수 아니잖아, 그치?”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다 보면 이렇게 진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건 말이야. 실수가 아니라 실책이라고 하는 거야.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꾀를 써서 X되는 거.”
순간적으로 더 강하게 짓눌렀다.
전신의 피가 바닥으로 쏠려 기절할 정도로.
“흣, 흣……”
놈은 눈을 시뻘겋게 뜨고 몇 초를 버텼지만 고개를 툭 떨궜다.
마치 파일럿들이 중력실에서 버티다 자신도 모르게 기절하는 모양새였다.
“실비아.”
내 부름에 실비아는 스미스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네.”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
“안 죽일 거야. 죽일 생각이었으면 진즉에 죽였을 테니까.”
비록 예의를 밥 말아 먹은 짓을 하긴 했지만 그는 실비아가 퀸시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보호할 놈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어의 정보를 캐내는 데 필요하니 당장 죽일 이유는 없다.
“뭐 하려고 그러는지 물어봐도 돼요?”
“난 내 능력이 알려지는 게 싫거든. 그래서 이놈 입 좀 다물게 하려고.”
그건 너도 원하는 거고, 그치?
“스미스를 고문할 거예요?”
“그건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달린 거겠지.”
그녀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잠시 후,
스미스는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자 이내 정신을 차렸다.
“내,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지?”
“헉!”
“의자에 앉아.”
한쪽 의자를 가리키며 말하자 스미스는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일어났다.
“와인, 괜찮나?”
“……예?”
“술 좀 하냐고.”
“네, 네.”
“앉아있어.”
나는 객실 와인바로 다가가 와인과 잔, 그리고 오프너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놈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스미스, 미안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 답을 못했어요.
텔레파시는 목소리가 없다.
의도를 전달하면 상대방의 뇌가 자동으로 해석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그 점을 이용해 나를 케이시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었다.
물론 다소의 연기는 필요하지만.
-왜 이렇게 늦게 답한 거야!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아까 서훈의 능력이 이그노얼이라고 말한 것까지 들은 것 같은데 맞나요?
-아니야! 이그노얼도 리플렉트도 아니었어!
-그럼 뭐죠?
-나처럼 중력…… 아니,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어. 어쨌든 네크로맨서도 아니고 다 아니야! 다시 처음부터 다시 그의 능력을 알아봐야 해!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진정 좀 해요. 그리고 아까 요청했던 거 있잖아요, 코어. 메리엄의 허락을 받았어요.
-뭐? 지금 부재중이라며?
-그랬는데 연락이 닿았네요. 서훈은 중요한 인물이니까 모든 정보의 공개를 허락한다고 하셨어요.
-이제 와서 코어가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스미스, 미안한데 또 긴급한 일이 생겼어요.
-어? 그래? 알았어.
나는 텔레파시를 끊고 와인이 채워진 잔 두 개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마셔.”
“……네.“
그는 와인잔을 받으며 위축된 듯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한순간이나마 죽는다는 기분이 들었을 테니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대충 알겠지만 난 내 눈에 거슬리는 놈들은 그냥 안 둬.”
“……”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죽이지 않은 이유가 뭘 거 같아?”
나는 잔 속의 와인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원하는 게 있는 겁니까?”
“능력의 근원. 널 살려준 대가로 좀 듣고 싶은데.”
“……”
“난 대가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아. 그러니 넌 나에게 목숨값을 지불 해야 하고.”
허락도 받았겠다 뭘 망설여?
말해라, 그게 뭔지.
“말하지 않으면 절 죽일 겁니까?”
“못할 것 같아? 다시 드러누울래?”
“후우······”
“자존심상 협박이 마음에 안 들면 이건 어때?”
나는 핸드폰에 영상 하나를 띄워 보여주었다.
“이건······”
“일본에 있었으니까 건담에 대해서 들어봤지? 그거 내가 한 거야.”
“······!”
“아, 물론 실비아도 알고 있어. 참고로 내가 말하기 전까진 함구하라고 했고.”
“그래서······”
안다, 그래서 케이시가 말했을 때 실비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네크로맨서도, 건담도 말이다.
“어떻게 생각해?”
“뭐가 말입니까?”
“모르겠어?”
나는 잔 속의 와인을 염력으로 빼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설마…… 사이코키네시스?”
“아주 닭대가리는 아니네.”
“어, 어떻게 그런 광범위한 대상에 그런 힘까지……”
“좀 다르지? 그래서 난 아주 궁금해, 내 능력에 대해서.”
“……”
“당신이 보기에 퀸시에게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일 것 같아?”
대상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수준의 염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 힘으로 직접 스컬의 헌터를 죽이기까지 했고.
평범한 제의로는 저울이 맞지 않는다는 거다.
“나 정도면 그 힘의 근원이라는 거에 대해 먼저 좀 들어도 되지 않나? 당신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영입하는 게 이득일 거 아냐.”
“왜 그렇게 퀸시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겁니까?”
“내가 어디 얽매이는 게 싫어서 말이야. 그리고……”
“……?”
“누구 보모 노릇은 딱 질색이라서.”
“우리가 서훈 씨 발목을 잡을 거라는 말입니까?”
“한국에서는 그랬잖아. 날 보호하러 보냈다는 놈이 덜컥 죽어버리고, 내가 실비아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리고 당신도 내가 봤을 때 그 해골가면을 상대로 5분도 못 버틸걸?”
“……!”
“실비아 말로는 그런 놈들이 소대급으로 있는 거 같던데 그 정도면 나도 장담 못 해. 그냥 능력 숨기고 숨어 사는 게 나은 거지.”
“힘의 근원에 대한 얘길 듣고 퀸시에게 희망이 있는지 재단해보겠다는 계산도 있는 거로군요.”
미끼를 던지는 족족 잘도 무는구나.
이젠 좀 말해봐라.
“후우, 그럼 서훈 씨가 퀸시에 들어올 것이라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믿든지 말든지.
“네오휴먼의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겁니다.”
“주어진다고? 누가 주는데?”
어디 신이라고 해봐라, 그분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요점만 간단히.”
“퀸시는 수백 년 동안 네오휴먼을 모으고 그에 대해 연구를 해왔습니다. 정확히는 그 능력의 기원이 뭔지, 어떻게 그 힘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자 했던 거죠.”
“아직 살이 많아, 더 쳐내.”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 알게 되었습니다. 네오휴먼은 특수한 운석에 노출된 사람들 중에 생긴다는 걸요.”
“운석?”
“퀸시에서는 그걸 네오사이트(Neosite)라고 부릅니다.”
“그 운석에 노출되면 네오휴먼이 되는 거라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마치 선택받은 것처럼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그런 힘이 주어지는 거죠.”
그 코어라는 게 네오사이트라는 운석인 모양이다.
제노는 그중 하나에 붙은 이름인 듯 하고.
“그럼 네오 셀을 퍼트릴 필요 없이 그 운석만 찾으면 되잖아?”
“실비아가 네오 셀에 대한 것까지 말했습니까?”
“사족은 필요 없다고 했지? 할 말만 해.”
“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워낙 극소량이라 찾기가 힘드니 그렇습니다. 게다가 네오사이트 하나에 탄생하는 네오휴먼도 한 명이거든요.”
한 마디로 가성비가 없다는 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네오사이트의 원형은 완벽한 구를 이루는 형태라고 한다.
그것이 대기권에서 부서지고 파편이 세상 곳곳에 흩어지는 것이다.
“네오휴먼의 능력수준은 그 파편의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간단하게 원형에 가까운 조각일수록 강한 힘을 얻는다는 거죠.”
“그럼 원형의 상태에 접촉하는 게 가장 강하겠네?”
“네, 우리는 그걸 코어라고 부릅니다.”
“코어에서 힘을 받은 능력자들은 얼마나 있어?”
“……”
“말 안 해?”
“그건 극비라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얘기했잖아.
제발 말 좀 듣자.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서훈 씨의 능력 정도면 아마 코어에서 힘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코어라······”
“사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만 해도 이에 대해 모르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이례적인 일이라는 거죠.”
이례적이긴 무슨.
그럴 거면 처음부터 대우를 해주든가.
“근데 말이야, 아까 네오사이트 하나에 네오휴먼 한 명이라고 했는데. 힘을 받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입니까?”
“그 네오사이트 말이야. 뭐 힘을 줬으니 가루가 되어 소멸한다던지 그러는 건가?”
“그러진 않지만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
“자기 자신의 힘이 근원인 네오사이트를 가지고 있으면 능력이 더 강해지거든요. 일종의 증폭기인 셈이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지금보다 더라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