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자리를 마련해보게, 그들을 만나볼 테니
“너 내가 접촉한 코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내 감이지만 넌 분명 알고 있어. 그치?”
“그게……”
“참고로 실비아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진실과 거짓을 제법 잘 구분하거든. 잘 생각해서 대답해.”
스미스는 복잡한 심경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와인을 바닥까지 단번에 마신 후 입을 열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 코어에 접촉한 사람들 중 서훈 씨의 부모님이 계시기에 그렇게 추측하는 것뿐이라서 말입니다.”
“부모님?”
“네, 저희는 서훈 씨의 어머니께서 코어에 접촉했을 때 임신 중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가능하거든요.”
“흠…… 그래서 그거 어딨어?”
“나사(NASA)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이력 중에 있긴 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미국에서 거주했고, 나사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고 말이다.
“나사에서 보관 중인 코어, 이름은 제노(Xeno)라고 합니다. 서훈 씨가 그걸 원한다면 퀸시에서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러니 조직원이 되어라?”
“……”
“너희들 말이야.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상대가 뭘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고 냅다 제안부터 하고 있잖아. 제노? 글쎄 난 지금도 부족함이 없어서 그런지 썩 구미가 당기진 않네.”
“그럼 원하는 걸 말해보십시오.”
“쯧쯧, 상대가 원하는 걸 말하도록 만들진 못할망정 구걸하는 거야? 이러니 너희들이 매력이 없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 하나 할까?”
“……?”
“아마 그 제안을 듣고 나면 날 영입할 필요가 없을 거야.”
“무슨 말입니까, 그게?”
“실비아에게 들었거든. 스컬, 네오 셀. 그 연관관계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너희들은 스컬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그런 일들을 벌이고 능력자를 모으는 거잖아.”
“……네.”
“일본에서 내 일을 거들어. 그럼 스컬을 없애주지. 어때?”
“……!”
“아! 스컬을 제거한 이후에는 날 영입하니 어쩌니 하면서 귀찮게 굴지 않는다는 조건도 달아야겠네.”
스미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았다.
“아무리 서훈 씨라도 스컬은 만만히 볼 놈들이 아닙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너무 많고요.”
“뿌리 뽑을 수 있어. 그만한 능력을 가진 놈들을 이용할 거거든.”
“그들이 누굽니까?”
“CIA.”
“지금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을 이용한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스컬을 공격하는데?”
언제는 네오휴먼이 최고라더니 뭐가 이렇게 의심이 많아.
네 기준에선 CIA도 그냥 휴먼 아냐?
“어이, 콧수염.”
“네.”
“방법은 내가 알아서 해. 그러니까 넌 옆에서 돕기만 하면 돼.”
“한 가지만 대답해주십시오. CIA와 어떻게 접선할 겁니까?”
“아무 생각 없이 접근하면 스컬이 우리의 접선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놈들은 미국과의 커넥션이 많으니까.”
“……네.”
“접선책은 이미 보내놨어, CIA현장요원으로. 자세한 건 실비아에게 물어봐.”
“실비아도 알고 있습니까?”
“그놈이 누군지만 알고 계획은 몰라. 당신이 동의하면 알려줄 생각이고. 딜?”
“딜.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봐, 거절 못하잖아.
제안은 이렇게 하는 거거든.
“좋아. 그럼 이제부터 일본에서의 모든 일은 내가 지휘한다. 먼저 이번 일이 끝나기 전에는 퀸시와의 소통은 금지야. 특히, 그 케이시라는 텔레파시 능력자.”
“왜 그래야 합니까?”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렇게 해. 만약 내 지시를 어긴다면…… 넌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아.”
“……네.”
네, 라고 답했다.
부디 망각하지 말고 똑똑히 기억해라.
그걸 어기는 순간, 넌 진짜 죽는다.
“그리고 일본의 네오휴먼은 어딨지?”
여기 오면 그 일본인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걸로 보면 아직 영입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직 진행 중입니다.”
“나도 그렇지만 영입이 쉬운 건 아닌가봐?”
“어느 정도 설득은 했는데 그 사람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퀸시로 가겠다고 버티고 있어서 말입니다.”
“해야 할 일이라니?”
스미스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환경운동가거든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아시죠?”
“알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생겨난 방사능 오염수다.
일본정부에서는 그걸 해양방류, 한 마디로 바다에 버릴 예정이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고.
“타츠오 씨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철회하기 전에는 퀸시와 함께 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관종인 줄 알았는데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구나.
“꼭 당장 함께 해야 하는 건가?”
“……네?”
“그렇잖아. 능력을 숨기면 사이킥 계열의 네오휴먼은 티가 나지 않으니까. 자기 할 일 하고 합류하라고 하면 되잖아?”
“그게······ 저희가 그를 어떻게 찾았는지 실비아에게 들었습니까?”
“들었어. 그 사람이 인터넷에 영상을 올렸다며?”
“휴우, 그걸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스미스의 말로는 그가 개인방송을 통해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능력은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동물과 대화하는 초능력이다.
그는 후쿠시마 인근에서 방사능 피해를 입은 동물들의 속내를 알려주는 걸로 시작해 자신의 초능력을 입증하는 장면을 올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눈에 확 띄는 능력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이먼이 그 분석이라는 걸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놔 둬봐.”
“……예?”
“놔두라고. 건담에 타츠오 씨까지 떠들썩해지면 해골바가지들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잖아.”
“지금…… 그놈들이 오길 바라는 겁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말에 답했다.
“CIA도 좋지만 그놈들을 사로잡는 것만큼 빠른 게 없잖아.”
***
도쿄 CIA일본지부 비밀안가.
브루스 베커는 과거 일본 지부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모든 안가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지부장님 안에 계시지?”
브루스 베커는 안가로 쓰이는 어느 상가건물 최상층의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일본지부의 요원들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답했다.
“브루스? 한국에 있어야 할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지?”
“말씀 좀 전해줘, 급하게 보고드릴 게 있으니까.”
“잠깐 기다려.”
잠시 후, 내부로 들어갔던 요원이 나와 그를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했다.
개별보고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아무리 같은 CIA소속이라지만 각국의 지부는 독립적인 보안이 필요하니 말이다.
“지부장님.”
안내를 한 요원의 말에 시가를 피우고 있던 CIA한국지부장 조지 크리크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래. 수고했네. 브루스, 자넨 이쪽으로 앉아.”
“네.”
조지는 그의 행색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과 달리 너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지부는 그가 테러집단에게 납치되어 고초를 겪고 있을 거라 여겼고, 총력을 기울여 그의 행방을 조사하는 중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일본에 나타났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납치됐었습니다.”
“자네가? 누구에게?”
“초능력자입니다.”
“……”
조지는 시가를 빨며 입안에서 굴린 후 내뱉었다.
“보고해봐.”
초능력자, 민감한 단어였다.
그 때문에 미국의 장관 두 사람과 CIA 국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모일 정도로.
“정체불명의 초능력자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브루스 베커는 서훈과 실비아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기에 체격, 체형, 그리고 예상 몸무게 등 외적인 정보와 자신이 경험한 초능력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건담이 입에 올랐다.
“그 건담사건이 자네와 함께 있었던 초능력자의 소행이라고?”
“그렇습니다.”
조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확실해?”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무리 초능력이라지만······”
“지부장님,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정말입니다.”
일개 현장요원이 지부장의 말을 잘랐지만 조지는 그에 대해 따지지 않고 되물었다.
“그가 왜 자넬 납치했지?”
“얼마 전에 제가 죽인 한국계 미국인 기억하십니까?”
“이엘바이오 직원 말이군. 그 사람이 왜?”
“지인이었습니다.”
“빌어먹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군. 근데 자넬 왜 풀어준 거지?”
처음엔 자력으로 탈출했다 여겼었다.
브루스 베커는 그만한 실력을 가진 베테랑 요원이니까.
하지만 그 초능력자가 정말 어지간한 건물 크기의 건담을 다룰 정도라면 브루스가 아니라 누구라도 자력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걱정마십시오. 미행은 아니니까요.”
“그럼 무슨 이유지?”
“저는 접선책으로 보내진 겁니다.”
“접선이라······”
“일단 제가 회유를 시도해보니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 듯했습니다.”
“잘했군. 그런 능력이라면 우리가 손에 넣어야지. 그런데 자기 지인을 죽인 우리와 함께 하려고 할까?”
“저도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지만 함께 있다 보니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습니다.”
“……?”
“죽은 이엘바이오 직원과 그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조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그가 말하길 궁금해서라고는 하는데……”
“자네 뭐 잘못 먹었어? 궁금하다고 미국대사관 공보관을 납치해?”
“제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엘바이오의 직원이 죽은 일은 핑계고, 저희와의 접선이 주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건담으로 자신의 초능력을 어필한 것도 그렇고 뭔가 저희에게 잘 보이려는 느낌 같은 게 있었습니다.”
“흐음……”
“제 직감이지만 이엘바이오 직원을 죽인 이유가 정당하기만 하다면 그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조지는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뭐? 문제 삼지 않아? 아무리 초능력자라지만 그들이 감히 미국을 상대로 문제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브루스, 자네 지금 그놈들에게 위축되어 있는 거 내 눈에는 훤히 보여.”
“아닙니다, 지부장님. 그런 게 아니라 저는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럼 말해봐. 그 이유가 정당하지 않고, 문제 삼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자들이 말한 내용이든, 자네의 생각이든 상관없네.”
그제야 브루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부장은 미국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요원의 머릿속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그의 표정을 본 조지는 긴 한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잊지 마, 자네는 미합중국의 안보를 최전선에서 책임지는 요원이야. 누구든 미국을 상대로 문제를 삼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자네 일이란 말이네.”
“네, 지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조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했다.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뭐지?”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습니다.”
“대충 뉘앙스라도 좋으니까 말해봐.”
“아마 향후 거취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의 손을 잡으라는 권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니까요.”
브루스 베커는 턱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떤 제안을 받더라도 전부 들어주고 손에 넣어야 할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능력이라면 가치는 충분하겠지.”
“그들의 가치도 가치지만 제가 보기에 아는 초능력자들이 더 있는 듯 했습니다.“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집단이라고 판단됩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우리와의 접선이 주목적이라는 추측도 틀린 게 아니겠군.”
“네, 지부장님. 네오 셀,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초능력자들을 먼저 확보해놓아야 하고요. 이건 미국에게 있어서도 기회인 겁니다.”
“흠……”
군사력에 있어 최첨단 무기가 좋은 패라면 초능력은 조커가 될 것이다.
조지는 브루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네오 셀에 대한 첩보를 접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리를 마련해보게, 그들을 만나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