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목숨을 가져가겠다, CIA
“뭘 알고 싶은 거야? 에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물어봐.”
스컬의 전력? 능력?
아니다.
브루스가 알고 싶은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일 것이다.
스컬에 대해서는 현장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듯 하니까.
“그게 그러니까……”
브루스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에 내가 답답해 먼저 말했다.
“우리 쪽도 초능력자 조직이고, 나라는 존재도 있는데 왜 X신 같이 스컬을 두려워하는 거냐, 그거지?”
“……네.”
“간단해, 날 제외하면 다른 동료들은 싸울 수 있는 능력자들이 아니니까.”
“……?”
“다들 화이트랑 비슷한 능력이거든.”
“모두가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고 조지 크리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우리 조직 사람들은 전부 평화주의자들입니다.”
“평화······주의자라고요?”
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한 짓이 있는데 매치가 안 되는 거겠지.
“크흠, 아까 말한 것처럼 저는 좀 특이한 경우니까 예외로 생각하십시오.”
“그럼 정말 다른 조직원들 중에는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우리 쪽에서 진즉에 스컬을 제거했을 겁니다.”
“그래도 이해가 좀 안되는군요.”
“압니다, 너무 치우쳐있죠?”
“무슨 이유가 있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초능력도 종류가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저희는 그걸 사이킥 계열과 피지컬 계열이라 부릅니다.”
“어떻게 다릅니까?”
“저의 사이코키네시스, 그리고 이 친구의 사이코메트리 같이 정신계열 능력이 전자라면 스컬 쪽은 대부분 육체를 이용하는 초능력으로 이를 피지컬 계열이라 구분합니다.”
그에 더해 실비아에게 들었던 성향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피지컬 계열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말로 스컬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주고 사이킥 계열인 우리는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한 마디로 순종적인 성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 것이었다.
이는 CIA에게 우리 쪽이 다루기 쉬우니 잡은 손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사실 그렇잖은가.
스컬, 미국 내 어디까지 커넥션이 닿아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여기서 조지 크리크를 설득하더라도 내부의 누군가로부터 스컬의 손을 잡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이미 놈들이 초능력자로서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입해놨으니, 기본적인 성향도 다루기 어렵다는 정보까지 더한다면 조지 크리크에게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분류한다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초능력자들도 정신계열로 볼 수 있겠군요. 게다가 블랙 씨 말처럼 다들 협조적이고 유순한 타입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스컬이 죽인 자들이니 우리 쪽 계열이었을 겁니다.”
“성향에 따라 초능력이 갈린다라……”
그는 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지만 나만 그 분류에 속하지 않으니 의심을 하는 듯 했다.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보지는 마십시오. 그런 잣대는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고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
“참고로 저 말고도 예외를 두자면 아까 말씀드린 사이먼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피지컬 계열이 아님에도 우리가 아닌 저쪽을 택했으니까요.”
“그렇군요.”
여전히 마음속에 의심이 서려 있다.
어쩔 수 없이 숨겨둔 패를 하나 더 꺼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네오 셀이라는 유전자가 사람을 공격적이고 극단적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우리 쪽에 피지컬 계열 능력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그걸 증명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피지컬 계열의 특징인 네오 셀이 그렇게 만든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특징이요? 그 말은 네오 셀이라는 것이 초능력자 중에서도 피지컬 계열에게만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흐음……”
그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훤히 보였다.
우리에게서 뭘 원하는지.
“저희들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제 말을 확인하고 싶으신가 보네요?”
“괜찮겠습니까?”
“어려울 거 없습니다. 미리 조직의 허락도 받았으니까요.”
나는 내 머리카락 하나를 붙잡고 뽑는 시늉을 했다.
말 그대로 그렇게 보이도록 미리 염력으로 붙여놓은 일반인의 머리카락을 떼는 것이었다.
내 DNA가 저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실비아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받으십시오.”
조지는 조심스럽게 그걸 받아 브루스에게 건넸고, 그는 준비한 투명지퍼백에 머리카락을 넣었다.
“그런데 사이킥 계열은 네오 셀 같은 유전적인 특징이 전혀 없는 겁니까?”
“그런 게 있었으면 그거 안 드렸을 겁니다.”
“같은 초능력자인데도 계열에 따라 그렇게 다르다니, 참 신기하군요.”
“발휘되는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겁니다. 피지컬 계열이 괴물 같은 근력, 스피드, 회복력 같은 걸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네오 셀 때문이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슈퍼솔져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군요. 스컬이 머리를 잘 쓴 것 같습니다.”
슈퍼솔져라는 말이 나오자 브루스가 끼어들며 현장요원으로서의 의견을 덧붙였다.
“어쩌면 그런 군사경쟁을 통해 각국의 국력을 소모시키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다른 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살을 갖다 붙이는데 타고 난 건지, 요원으로서의 사고방식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니 좋지만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조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와 실비아를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초능력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그리고 유전정보가 있는 머리카락까지. 이렇게까지 협조적으로 나오는 건 제가 생각하는 그것 때문이 맞습니까?”
“네.”
이쯤 되면 모르는 게 이상하지.
“블랙 씨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스컬은 위험한 테러집단인 것 같습니다.”
“……”
“다만 한쪽의 말만 듣고 일을 진행할 순 없는 노릇이고, 일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증거를 찾아보라고 하겠습니다. 그걸 방해했다는 명분만 있다면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나올 것이다.
아무리 스컬이 대단해도 CIA 심층부에 잠입을 한 이상 흔적이 없을 수는 없겠지.
뭐 없다 해도 대책은 준비되어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진행하기 전에 확실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뭐죠?”
“스컬만 없다면 당신들은 미국의 손을 잡을 겁니까?”
“그놈들 때문에 쫓겨 다닌지 수십 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지만 않는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입니다.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조지의 확언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다들 도피생활에 지쳐서 말입니다. 정착하기에 미국만한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식으로 연기를 했다.
“말씀하십시오. 괜찮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얘기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궁금하거든, 이렇게 운을 띄우면.
“과민반응일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길 나가면 지부장님을 비롯해 윗분들의 경호를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제가 저지른 건담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반전시위로 이어져버렸습니다. 예상보다 더 화제를 끌었다보니 스컬에서 제가 일본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말입니다.”
“겨우 그 정도로 저희들도 경계를 강화하란 말입니까?”
“만약 놈들이 절 예의주시하고 있고, 사이먼이 그 대단한 해킹능력으로 제 행적을 찾아냈다면 지금 이 만남도 발각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그럴려고요. 브루스에게 듣자니 당신들은 밀항을 했고, 철저하게 얼굴을 숨기고 이동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해킹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건담사건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추적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사이먼을 몰라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혼자서 저희 조직의 움직임 대부분을 견제하는 놈입니다. 모든 전자장비와 CCTV는 그놈의 눈과 귀나 마찬가지니 부디 경호에 만전을 기하십시오.”
“……”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제가 저지른 일로 CIA에 화가 미친다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돌아가는 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조지는 내가 그들의 안전까지 신경써주자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모로 배려를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몸을 의탁할 처지에 이 정도는 해야지요.”
“참, 그러고 보니 조직의 이름도 못 들은 것 같은데······ 조직명이 어떻게 됩니까?”
“사이커스라고 합니다.”
정신적인 힘을 사용하는 초능력자를 사이커라 한다.
나는 퀸시를 사이커스로 교묘하게 둔갑시킨 것이었다.
“사이킥 계열 능력자들의 조직, 사이커스라······ 잘 어울리네요.”
잘 어울리긴.
얼핏 들으면 축구팀 같은 이름이고, 잘못 들으면 사이코들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사이커스와의 미팅이 끝난 후,
조지는 차에 오르려는 브루스를 제지했다.
“자네는 여기 남아서 저들과 함께 있도록 해.”
“혹시 저보고 중간연락책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네만큼 저들에 대해 잘 아는 요원이 없으니 그렇게 하게. 우리에겐 중요한 인물들이지 않은가.”
“외람된 말이지만 제 생각에는 연락책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그 화이트라는 여자의 초능력 때문입니다. 단순한 사이코메트리가 아니라 마인드 리딩, 독심술이나 마찬가지인 능력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상대가 기억을 떠올리면 과거의 일도 읽을 수 있고 말입니다.”
“흠······”
“연락책을 두는 건 상대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내기 위함인데, 도리어 우리 측 정보를 알려줄 여지가 더 많을 겁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자 조지는 풀썩 웃었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군. 평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자들인데 초능력에 대해 알고 있어도 이렇게 실수를 하다니.”
“이해합니다. 저는 직접 경험을 해서 그런 거니까요. 옆에 있으며 알아낸 것보다는 정보를 뺏긴 게 더 많았기에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들끼리만 저렇게 둘 수는 없으니 기밀정보를 모르는 신입요원이나 후보생 중에 물색해서 한 명 붙여 놓도록 해.”
기억을 읽어도 정보가 없으면 되는 것이다.
브루스는 조지의 대처가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타지.”
브루스는 뒷좌석, 조지의 옆자리에 앉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지부장의 경호를 위한 CIA요원들이 자리했고, 그들이 탄 차량은 미끄러지듯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비밀안가가 위치한 상가 근처의 샛길로 들어섰을 때였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본넷 위로 떨어졌다.
그 충격에 차량이 들썩였고, 브루스는 본능적으로 지부장을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앞을 가렸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본넷 위에 떨어진 것이 물건이 아닌 사람이었고, 해골가면을 쓴 누군가가 허리를 숙여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때 눈 부위에서 붉은 라이트가 점멸되더니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목숨을 가져가겠다, C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