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걱정 마라, 그걸 지울 일은 없을 테니까
서훈과 실비아, 그리고 CIA 인사들이 미팅을 하던 그때,
스미스 시튼은 검은색 군용 전투복을 입고 건물 옥상에서 대기 중이었다.
전투복 속, 그의 전신에는 빈틈없이 스포츠테이핑이 되어 있었고, 오른손에는 쇠로 만들어진 검은색 건틀릿이 끼워져 있었다.
일본은 진짜 같은 코스프레 용품을 구하기 쉬운 나라였기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미팅 끝났어. 준비해.
인이어로부터 서훈의 지시가 들려왔다.
스미스는 왼손을 인이어에 대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해골가면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
이 역시 코스프레 용품이지만 얼핏 보면 스컬마스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스컬노릇을 하게 되다니.”
말로는 한탄을 하지만 속으로는 감탄을 하고 있었다.
스컬이 미국을 상대로 저지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어찌되었든 과거, 증거가 나오더라도 지나간 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스컬로 위장해 저들을 공격한다면 그건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스윽.
건물 아래에서 사슴벌레처럼 생긴 몰카가 날아올라왔다.
-찌리릿.
곧이어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전신이 구속되는 기분이 들었다.
미리 연결되어 있던 서훈의 염력이 발휘되는 것이었다.
‘윽, 이거 완전 꼭두각시 같네.’
마치 머리 아래로는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바디컨트롤 이상의 신체제어력을 가진 사이코키네시스라니.
스미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쉬익.
“억.”
그 순간 몸이 옥상과 옥상을 거침없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건물 아래,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검은색 차량을 뒤쫓았다.
-타다닥. 후웅.
도약 한 번으로 30미터 가량의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움직임은 영화 속 히어로의 모습과 비슷했다.
‘능력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잖아.’
자신도 역중력을 이용한 상태에서 도약력으로 건물을 뛰어넘는 건 해봤지만 이런 속도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건담을 움직이는 걸 영상으로 보긴 했어도 직접 경험해보니 능력의 파워보다 컨트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도 자연스러웠으니 말이다.
그때 추적 중인 차량이 대로를 벗어났고, 샛길인 도로에 진입했다.
“여기면 괜찮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스미스의 신호에 몸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옥상 난간을 밟고 거침없이 뛰어내린 것이었다.
-콰앙!
절묘한 속도와 방향조절은 본넷 위에 정확히 착지를 하게 만들었다.
차는 위아래로 들썩이고, 본넷은 완전히 찌그러져 이음새가 들려 있었다.
‘끄응.’
속도를 조절했다지만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평소 신체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무릎이나 발목, 어디 한 군데는 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스미스는 SAS를 전역한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잉.
손에 쥐고 있던 버튼을 누르자 해골가면의 눈 부분이 빨갛게 점등되었다.
스미스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앞유리를 통해 차에 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목숨을 가져가겠다, CIA.
미리 녹음해둔 변조된 음성이 그의 가면을 통해서 나왔다.
단순한 장난감 가면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Shit!”
그때 운전석과 조수석의 요원들이 총을 꺼내는 게 보였다.
스미스는 그걸 보자마자 오른쪽으로 굴렀다.
-탕! 탕탕! 탕탕!
차량 앞유리가 박살나고 파편이 튀었다.
하지만 총알은 허무하게 허공을 향했고, 스미스는 운전석이 보이는 앞바퀴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두 손으로 범퍼 아랫부분을 붙잡았다.
‘후읍!’
그는 역중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그 순간 다시 염력에 의해 몸이 움직이며 차를 들어올리기 시작했고, 스미스는 그 힘을 버텨내기 위해 전신의 근육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탈골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찌지직. 트드득.
스포츠테이핑이 찢어지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역중력으로 차의 무게를 가볍게 하지 않았다면 분명 어디 한 군데 사달이 나도 났을 것이었다.
-후웅.
그렇게 던져진 차는 앞부분부터 공중에 붕 뜨더니 180도 뒤집어지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누가 봐도 괴력으로 차를 집어던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콰앙!
스미스는 뒤집어진 차를 보며 오른손에 낀 건틀릿을 의식했다.
이제는 타겟을 죽일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목표는······ 어디냐.’
희생양은 정해져 있었다.
브루스 베커.
자신은 지부장을 희생시키는 게 더 큰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 주장했지만 서훈이 정한 희생양은 그쪽이었다.
-윗선을 설득하고 움직이려면 지부장인 조지 크리크가 살아있는 게 더 나아. 그리고 브루스 베커는 일개요원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관이잖아. 명분은 그놈만으로도 충분해.
그는 그렇게 이유를 말해주었다.
하지만 스미스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에 문득 그 이유라고 생각되는 한 가지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 지인이라는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 서훈은 자신에게 거슬리는 자들을 그냥 두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브루스는 무려 그의 지인을 죽였으니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는가.
이제는 그가 살해된 이유도 알아냈고, 접선책으로서 그 용도를 다 했으니 처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 심계가 그렇다.
원한을 절대 잊지 않는 독심(毒心).
그걸 풀어내는 방법조차 필요에 의해 이용할 때까지 이용하고 마지막에 처리한다.
게다가 당사자는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스미스의 마음속에는 서훈을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덜컥.
그때 뒷좌석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기어 나왔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그는 브루스 베커였고, 낑낑대며 기절한 조지 크리크를 끌어내고 있었다.
-철그럭.
타겟이 모습을 보이자 오른손이 쭉 펴지며 손날을 만들었다.
스미스의 발걸음은 서훈이 움직이는 대로 점차 빨라지며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부장님을 모셔! 어서!”
브루스 베커는 운전석에서 기어 나온 요원에게 지부장을 맡기고, 품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지부장님을 피신시킬 시간을 벌어야 해.’
요원으로서 죽을 각오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격에 의한 탓인지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조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타닷.
해골가면이 한 번의 발돋움과 함께 브루스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마치 날아가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였다.
-타앙!
브루스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고, 스미스의 오른손이 쭉 하고 뻗어나갔다.
서로의 공세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퍼억!
“끄윽······”
브루스는 부릅뜬 눈을 아래로 향했다.
그곳에는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해골가면의 오른팔이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떠올렸다.
종로 레지던스 살인사건.
전직 러시아 국가대표 그레이 알렉세이가 살해된 방식과 동일했던 것이었다.
‘그래, 눈에 익다 했더니 한국경찰에서 체포한 용의자가 저런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했었어.’
그리고 그 수사결과에는 용의자인 노인이 국제 민간군사기업 스컬의 용병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때는 다 늙어빠진 노인이 스컬의 용병이라는 말에 한국경찰들의 수준을 비웃었지만 이제 보니 자신이 바보였던 것이었다.
‘피지컬 초능력자라면 노인이라고 저런 힘을 내지 못할 건 없겠지.’
그때 더 자세히 알아봤었어야 했었다.
한국경찰이 어떻게 그를 체포했는지, 어떤 능력을 보였었는지 말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브루스는 죽기 전에 조직을 위해 다잉메시지를 남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쿠지직.
괴한이 오른손을 빼내자 브루스는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고 손가락에 묻은 피로 바닥에 작은 해골마크를 그렸다.
도망간 지부장과 요원들까지 모두 살해당할 수도 있으니 단서를 남기는 것이었다.
스미스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허, 심장이 터졌는데도……’
어떻게든 상대가 해골마크를 보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애를 쓰며 죽어가는 모습은 스미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걱정 마라, 그걸 지울 일은 없을 테니까.”
그는 그렇게 낮게 읊조린 후 그 자리를 벗어났다.
***
CIA일본지부 비밀안가.
한중일 지부장들이 모인 회의장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조지 크리크는 분노가 차오른 눈으로 입을 열었다.
“미국의 심층부까지 침투하는 놈들입니다. 거기다 벌건 대낮에 저를 노리기까지 했고요.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조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해온 요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말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브루스 베커는 중국과 일본의 지부장들도 함께 일을 했던 요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다잉메시지를 남겨 해골가면의 괴한이 스컬이라는 걸 알려주었으니 과연 베테랑이라 할 만했다.
“그는 저희들에게는 우수한 요원이었지만 대외적으로는 대사관 직원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명분이었다.
이는 미국이 공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조지 크리크는 그 점을 강조했고, 중국과 일본 지부장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찍힌 CCTV영상을 보셨겠지만 차를 던져버리고, 10미터를 한 번에 도약해 브루스의 가슴을 꿰뚫었습니다.”
“확실히 엄청난 신체능력이더군요.”
“네, 사이커스에서 말한 대로 스컬은 초능력자로 구성된 조직이 분명합니다. 저는 그들이 미국의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두 분은 어떠십니까?”
그의 물음에 일본지부장이 먼저 답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네오 셀을 퍼트리고 세상에 분란을 조장한 자들이니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초능력은 앞으로의 국제정세에 변수가 될 소지가 다분하니 말입니다.”
만약 세계 각국이 네오 셀만이 아닌 초능력자의 존재, 그리고 스컬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그들을 손에 넣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변수고, 미국이 쥐고 있는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내부에서 스컬을 회유하자는 말이 나올 거라는 겁니다.”
중국지부장의 의견이었다.
그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말을 이었다.
“군산복합체를 통해 미국과 그들은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CIA요원을 죽이긴 했지만, 국익의 측면에서 덮자는 주장을 할 게 분명합니다.”
그의 의견에 일본지부장도 맞장구를 쳤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특히 국방부는 어떻게 해서든 네오 셀과 초능력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니까요.”
“확실히 국방부라면 지난 사건을 덮고 스컬을 흡수하자는 말을 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들의 우려에 조지는 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지는 말은 블랙에게 들었던 초능력의 계열과 성향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된 듯한 정보였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이 기우라고 판단하고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자, 어떻습니까? 손을 잡는다면 사이커스가 더 낫지 않을까요?”
“확실히 다루기 용이하다는 측면에서는 그쪽이 낫겠군요.”
“그리고 스컬의 능력도 그렇습니다. 대단하긴 하지만 미국에게 있어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지 않습니까.”
미국의 슈퍼솔져도 그 정도 신체강화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비용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들기에 당장 양산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니 굳이 비슷한 능력의 초능력을 탐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제가 이번에 만난 사이커스, 그들은 사이코키네시스나 사이코메트리 같은 정신계 능력자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는 리모트 뷰잉, 클레어보이언스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능력자들이 많겠지요. 이런 능력들은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대체가 안 되지 않습니까.”
“흠······”
“사상, 성향, 능력, 어느 면에서나 사이커스에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조지의 말에 지부장들은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객관적으로 그의 말이 타당했고, 국익에 더 나은 선택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안도 있겠다 CIA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스컬을 제거할 계획을 세웁시다. 나는 찬성입니다.”
일본지부장의 말이었다.
“나 역시 동의합니다. 어떻게 보면 국제적인 암살조직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동안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생각도 들고.”
중국지부장까지 동조를 했다.
오랜만에 극동아시아 세 지부장의 의견이 한데 모아진 것이었다.
조지는 만족스런 미소를 입에 걸고 말했다.
“일단 프로젝트명은 본 브레이커라 명명하고 국장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