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난 당신들처럼 물렁하지 않거든요
치요다구 그랜드 호텔.
나와 실비아는 스미스가 묵고 있던 그곳으로 숙소를 잡았다.
CIA와의 접선처로 당분간 이곳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스컬 제거 계획은 가만히 두어도 잘 굴러가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는 내 개인적인 용무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이혜선의 행방.
문제는 국가기밀을 빼돌린 그녀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진 않을 것이란 것이었다.
그래도 나라는 존재의 가치가 있으니 그녀가 유럽의 어느 나라로 갔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조지 크리크라면 분명 그럴 거야.’
어쩌면 자신들이 이혜선을 먼저 확보한 후 나와의 관계를 캐려고 들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고.
그러니 내가 직접 찾아야 한다, 그것도 CIA보다 먼저.
‘어떻게 하면 먼저 찾을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초능력.
실비아에게 물어보니 가장 효과적인 능력은 바로 리모트 뷰잉이지만 아이작이라는 능력자가 죽은 이후로는 그런 능력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매체를 보고 네오휴먼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들었고.
한 마디로 퀸시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었다.
‘실비아의 능력도 단서가 있다면 모를까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필요한 건 탐색능력.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수집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잠깐만······ 타츠오 마사시, 그 사람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전에 스미스의 말을 듣고 인터넷에 올라온 개인방송 영상을 찾아봤었다.
무슨 능력인지 듣긴 했지만 직접 보고 싶었기에 말이다.
그 중 하나에는 이런 제목의 영상이 있었다.
-지상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는 빙산의 일각! 실체는 지하에 있다!
썸네일은 타츠오 마사시의 주변으로 가득한 쥐떼였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으로 쥐들과 소통한 그는 쥐들이 찾아낸 오염수 지하저장소의 위치를 공개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었다.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쥐나 새를 다룰 수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오염수 탱크 같은 커다란 물체나 보안이 삼엄한 장소를 찾는 것과 사람 한 명을 찾는 건 난이도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타츠오 씨가 CIA의 정보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스미스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실비아가 자리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나를 보고 스미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앉아. 몸은 좀 어때?”
“전신이 아프긴 하지만 견딜만 합니다.”
“역시 SAS 출신이라 그런지 튼튼하네.”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맞다.
지금까지 조종했던 놈들은 하나같이 몸이 망가졌었으니까.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근데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었어?”
“아······ 그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실비아와 논의 중이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돼?”
그가 대답을 못하자 실비아가 내 물음에 답했다.
“퀸시요. 스컬이 CIA에 의해 제거된다면 다들 혼란스러워 할 게 분명하거든요.”
“혼란스러워 하다니? 각자 자기 삶을 찾아갈 거 아니야?”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쫓겨 다닌 사람들이다.
듣기로는 도피생활에 지쳐 퀸시를 배신하고 스컬 쪽으로 간 자들도 있다고 들었고.
그러니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겠나.
“그렇긴 한데 아닌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흐음……”
“그러니까 이 일을 알고 있는 우리라도 먼저 논의를 해보는 거죠. 조직이 어디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
“스컬이 없어져도 퀸시에 남을 자들이 많을 것 같은 모양이네?”
“정확히는 모르지만 과반수 이상은 남지 않을까 싶어요.”
“똘똘 뭉쳐있는 것도 아니고 점조직이라면서 그런 유대가 있다고?”
“서훈 씨는 모르겠지만 다들 어린 시절부터 괴물 취급 받던 사람들이라 상처가 많아요.”
예상 외다.
스컬이 없어지면 퀸시도 자연히 해체될 것이라 여겼는데 말이다.
뭐 나만 귀찮게 하지 않으면 상관없겠지.
“그런 건 CIA가 스컬을 없애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잖아.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
“……네.”
나는 스미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스미스.”
“네.”
“타츠오 씨, 어디 사는지 알아?”
“그 사람은 왜 찾으십니까? 그때 놔두라고 하셨으면서······”
“만나서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물어볼 거라니요?”
제발 그냥 좀 답해라.
어차피 옆에 붙어 다닐 거면서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알아, 몰라?”
꼭 분위기를 잡아야 해?
“알고…… 있습니다.”
“연락해서 시간 좀 잡아. 빠를수록 좋으니까.”
“잠시만요.”
스미스는 핸드폰을 꺼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과거 SAS 특수부대원으로 세계 각국에 파견을 갔었고, 일본에서도 몇 년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일본어 실력이 꽤 유창했다.
“마침 후쿠시마에서 돌아왔다고 하네요. 지금 괜찮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스미스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며 물었다.
“지금 만나자고 해.”
***
스미스가 치요다구에 숙소를 잡은 건 타츠오 마사시 때문이었다.
그가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
각 부처의 중요기관이 모인 치요다구이니 만큼 원전오염수 관련 집회나 시위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자주 참여하기 위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치요다구, 아와지쵸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복고풍의 카페는 전철이 지나가는 고가다리 바로 밑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지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아노, 와따시와 타츠오 마사시데스.”
덜컹거리는 전철소리를 배경으로 타츠오 마사시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마른 체형에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이 한참 지난 샤기컷의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아, 잠깐만요.”
나는 여분의 통역기를 꺼내 내밀었다.
“아리가또.”
타츠오는 통역기를 귀에 꽂은 후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타츠오 마사시입니다. 반갑습니다.”
“서훈입니다.”
“실비아예요.”
안면이 있는 스미스를 제외하고 통성명이 끝나자 스미스가 서로의 배경에 대한 부연설명을 한 후 의자를 조금 빼 물러서주었다.
자신은 대화에서 빠지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만남은 내 개인적인 용무였으니 말이다.
“듣자하니 원전오염수 관련해서 환경운동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지금 일본에서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슈라서요.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전 그 일을 마쳐야 퀸시에 갈 수 있습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퀸시의 일원으로서 타츠오 씨를 만나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럼 무슨 용무로……”
“이걸 보고 물어볼 게 생겨서요.”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쥐떼 영상을 띄워 그에게 보여주었다.
타츠오는 검지로 눈썹 끝을 긁적이며 되물었다.
“이거 제 개인방송이네요?”
“네, 이 능력과 관련해서 도움을 청할 게 있습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 물음에 돌아갈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람 하나를 찾고 싶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단서는 어떤 나라인지 정도는 알아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당신의 초능력으로 가능한가.
딱 그렇게 말이다.
타츠오는 난감한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휴, 나라라니요. 나라마다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일본 정도만 해도 무립니다.”
“……”
“동물들이 그렇습니다. 부탁을 들어주기는 하는데 최대 이틀을 넘기기가 어려워요.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그러니까 문제는 이틀 안에 그런 광범위한 지역을 탐색할 수 없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흠······”
역시 불가능한 건가.
예상은 했지만 다소 실망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CIA의 손에서 빼내오던지 해야 하나······’
그쪽으로 진행하면 변수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자칫 CIA를 적으로 돌리면 꽤나 귀찮아질 것이다.
“서훈 씨.”
그때 실비아가 나를 부르며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그 이엘바이오 아시아지부장 때문에 그러는 거죠? 전에 퀸시의 능력자들 중에 그런 사람을 물어본 것도 그렇고.”
“그래, CIA보다 먼저 찾고 싶어서.”
“그런 거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응? 그때는 없다며?”
“그건 퀸시의 얘기였고, 지금은 여기 타츠오 씨를 말하는 거예요.”
“……?”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무슨 말일까.
실비아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까 싶어 일단 말을 끝까지 들어보았다.
“문제는 이틀이잖아요, 타츠오 씨.”
“네.”
“그럼 동물들이 그 이상의 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게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죠. 제 능력은 일종의 소문이나 마찬가집니다. 제 부탁을 들은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그걸 전하면 같이 그 일을 수행해줍니다. 마치 소문이 퍼지는 것처럼요. 그러니 잊지 않게만 할 수 있다면 점점 더 수가 늘어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애니멀 매니퓰레이션이면 되지 않겠어요?”
동물소통의 상위능력, 동물조작.
그러니까 실비아의 말은 부탁이 아니라 강제적인 암시를 건다는 것이었다.
“제 능력으로는 그런 거 못합니다.”
“할 수 있어요. 능력이 강해지면 되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스미스에게 들은 정보를 언급했다.
그거면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으니까.
‘혹시 타츠오 씨의 네오사이트를 찾자는 말인가?’
아니다.
나 정도의 능력이면 코어로 의심하고 찾을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타츠오의 능력수준이면 힘의 근원은 조각이다.
대기권에서 흩어진 조각을 어떻게 찾겠는가. 언제 어디서 접촉했는지도 알 수 없을 텐데.
게다가 네오사이트는 퀸시에서도 극비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니 아직 퀸시에 들어오지 않은 타츠오에게 그 정보를 알려줄 리가 없었다.
“퀸시에는 일시적이지만 타인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어요.”
오호라, 그러니까 그 능력자의 힘으로 타츠오의 능력을 올린다는 거구나.
마치 레벨업을 시키듯 말이다.
“근데 그 강화라는 걸 해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두세 배 정도 능력이 강화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타츠오의 말에 실비아는 싱긋 웃었다.
“서훈 씨가 있으니 가능할 거예요.”
“뭐? 나?”
내가 왜 거기서 나와.
“제이미의 능력은 아무 조건 없이 강화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서훈 씨가 지닌 사이킥 에너지를 타츠오 씨에게 전해주는 방식.”
“전해준다고?”
“에너지 드레인이란 초능력이에요. 서훈 씨의 에너지를 뽑아서 타츠오 씨에게 주입하는 거죠. 그럼 그 에너지만큼 능력이 증가할 수 있고요.”
저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무슨 사이킥 에너지 발전소 같다.
하긴 그러고 보면 과거의 능력을 되찾고 나서는 힘들어본 적이 없으니 가능할 것도 같고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베스트예요.”
“그 능력자는 연락 가능해?”
“네, 그녀는 프랑스에 있으니까 유럽에 갈 때 연락해도 될 거예요. 그러니······”
그때 타츠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잘랐다.
표정을 보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했다.
“잠깐, 잠깐만요.”
“……?”
“지금 내가 유럽에 가야한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난 이곳을 못 떠납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실비아를 대신해 그의 말을 받았다.
“압니다, 오염수 해양방류 막는 거 때문이라는 거.”
“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니 그거 막고 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
“해양방류 못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서훈 씨,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양방류를 반대하는 여론도 높고, 온갖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저항해도 정부에서는 콧방귀도 안 뀐단 말입니다.”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거겠지.
그럼 그 의지라는 걸 꺾으면 되지 않겠나.
“난 당신들처럼 물렁하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