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하십시오
“언급이라도 좀 해주시지 그랬습니까.”
CIA한국지부장 조지 크리크가 호텔로 찾아와 대뜸 한 말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저지른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도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발견했다는 듯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사람이라도 붙여두셨어요?”
“그게……”
“언급이라도 좀 해줬으면 조심을 했을 텐데요.”
조지는 미간을 좁히며 내 말을 받았다.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귀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스컬의 암살자가 나타났으니까요.”
“……”
연기가 아주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철썩같이 스컬로 생각하는 걸 보면.
“CIA는 모든 일을 그렇게 은밀하게 진행합니까? 경호대상도 모르게?”
“크흠……”
“목이 칼칼하시면 물이라도 좀 드세요.”
나는 염력으로 물병을 그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몰라서 그 사람들 그냥 둔 거 아닙니다.”
“……!”
“감시의 용도도 있겠지만 방금 지부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좋은 의도도 있겠다 싶어 놔둔 거란 말입니다.”
사실 모르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SAS출신인 스미스, 그리고 실비아까지.
상당히 먼 거리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철수하라고 하진 않을 테니 지금처럼 눈에 띄지 않게 경호해주십시오.”
이미 당한 건 어쩔 수 없고, 이번 기회에 감시자를 찾는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능력은 그쪽으로는 영 젬병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조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가 블러핑을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실 말씀은 그게 전부입니까?”
“……네?”
“그러니까 앞으로 사고 칠 때 미리 언급만 하면 되냐는 말입니다.”
“아…… 예, 그건 그렇고 다른 용건도 있습니다.”
조지는 대화에서 말리는 게 답답한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부적으로 블랙 씨의 능력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습니다.”
“……?”
“건담이나 물뱀은 차치하고 일본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보여준 살해방법이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제가 미국 정치인들에게 같은 짓을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흠…… 이런 걸 다 말해줘도 괜찮겠습니까?”
“속이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아니까요.”
시선이 내 옆으로 향한다.
실비아의 능력을 신경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스컬의 암살자, 그놈을 추적하는 걸 도와주십시오. 화이트 씨의 능력이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제 능력에 대한 경계심과 그놈이 무슨 상관이죠?”
“윗선에서는 사이커스, 특히 블랙 씨를 견제할 수단이 피지컬 계열의 초능력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건 또 웬 헛발질인지 모르겠네.
“제 개인적으로는 요원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놈을 생포하고 싶고요.”
그러니까 위에선 날 견제하기 위해, 자신은 본 프로젝트를 진행할 현장요원들의 목숨을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피지컬 계열 초능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단 것이었다.
“아니라고 말해봤자 믿지 않을 테니까 도와드리겠습니다.”
“흔쾌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솥밥을 먹을 사인데 서로 도와야지요.”
나는 실비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간을 질질 끌라는 눈짓도 함께.
“그래서 그런데 전에 말씀드린 것 있잖습니까.”
“……?”
“이혜선의 행방이요.”
“아, 네.”
“유럽 어느 나라로 갔는지 정도만 들을 수 있을까요?”
“……”
받아 먹고 입 싹 닦는 건 도리가 아니지.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달라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국가기밀과 관련된 정보는 외부인에게 함부로 발설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하, 외부인. 저만 동맹이라고 생각한 모양이군요.”
“유럽이라고 알려드린 것만 해도……”
“제 가치가 고작 그 정도였습니까?”
“……”
“후우, 알겠습니다. 영국 보안부, 프랑스 대외정보총국…… 뭐 절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을 테니까요.”
“……!”
이게 바로 독점의 힘이다.
그 중에서도 난 대체불가능한 존재고.
“생각이 바뀐 모양이네요. 어딥니까?”
조지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끌려가는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지한 것이었다.
“프랑스, 프랑스로 입국했습니다. 더 이상은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몰라도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미일회담.
표면적으로는 양국의 동맹강화와 군사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제는 매년 있어왔던 사안이었고, 올해의 방일규모로 본다면 미국의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때문에 양국의 눈치싸움은 회담 전에 치열하게 진행되었었다.
그 결과, 일본정부는 그 목적을 일본의 재무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할 수 있는 대중국 견제수단 중 그것만큼 확실한 패가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이 반대하는 일본의 재무장을 밀어붙인다면 그 자체가 경고가 될 수 있기도 했다.
경제적 문제로 중국의 눈치를 보고,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경고 말이다.
그 외에도 일본의 재무장을 통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서로의 패를 까고 보니 미국의 목적은 달랐다.
재무장은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네오 셀과 연구자료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공문을 보내주신 게 있어 저희도 확인을 해봤는데 관련 자료가 소실되었더군요.”
외무성 국장 야기 소스케는 다이이찌 그룹을 압수수색한 결과와 방화사건 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진실에 기반했기에 말에는 힘이 있었다.
한 마디로 ‘진짜 그런 거 없어’였다.
“이상하군요. 저희는 네오 셀과 일본정부가 연관이 있다는 걸 최근에도 확인했는데 말입니다.”
미국 국방부 장관 해밀턴 러스가 X소리 하지 말라는 듯 받아쳤다.
“지금 우리 정부가 그걸 숨기고 있다는 말입니까?”
“정황상 그렇게 보입니다만.”
“증거가 있습니까?”
“한국에서 일어난 인체실험사건 알고 계실 겁니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카가와 시게루 자민당 총재, 그가 뒷 공작을 해서 그 사건과 731부대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지 않습니까.”
야기 소스케는 등허리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건 건담사건과 관련해 여론이 심상치 않자 타츠야마 총리와 카가와 총재가 저지른 물타기였다.
그런데 그걸 미국에서 파악하고 있던 것이었다.
“카가와 총재가 그런 일을 했다는 건 금시초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네오 셀과 무슨 상관이라고 이 자리에서 들먹이는지 모르겠군요.”
그가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자 해밀턴 러스가 나직이 말했다.
“이시이 카츠기 도쿄대 교수.”
“……!”
“그가 보관하고 있던 자료가 사용되었고, 그 자료는 다이이찌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간 네오 셀을 교묘하게 조작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확실히 말씀드리는데 정황이 아닌 팩트입니다. 증거도 있고 말입니다. 이래도 네오 셀에 대해 일본정부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시겠습니까?”
그때 사이토 나카다 부총리가 나섰다.
임시대행이기에 야기 국장에게 맡기고 지켜만 보았지만 돌아가는 상황에 가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해밀턴 장관님. 엄밀히 말하면 일본정부와 일개 정당을 묶어서 보는 건 어폐가 있습니다. 일단 카가와 총재를 불러들여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요?”
강압적으로 되묻는 말에 사이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침착하게 답했다.
“만약 그런 자료를 숨기고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고, 즉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조치라 하시면······”
확실히 말하라고 채근하는 모습에 사이토는 이를 바드득 갈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동맹국이라지만 슈퍼솔져와 관련한 정보는 일급군사보안자료입니다. 그걸 그렇게 대놓고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저희가 외무성을 통해 전달한 공식문서에는 이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슈퍼솔져 개발과 관련한 것으로 ‘예상’되니 정보공유에 협조바란다고 말입니다. 아닙니까, 야기 국장님?”
“무, 문서상에는 분명 그리 명시되어 있습니다.”
야기 소스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밀턴 러스는 팔꿈치를 탁자 위에 올리고 손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임시대행이라 하셔서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
“저희가 그걸 확인하려는 건 한국에서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인체실험으로 피해를 받았던 나라도 네오 셀에 눈이 뒤집어져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다. 하물며 일본은 어떻겠습니까?”
“지금 우리 일본이 인체실험을 했다는 겁니까?”
사이토는 시뻘게진 얼굴로 되물었다.
재무장을 지지할 땐 언제고 뻔뻔하게 전범국 취급을 하는 미국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었다.
“그걸 확인하려고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른 나라는 몰라도 독일과 일본, 두 나라가 제네바 협약을 어긴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이 아닌 고립을 면치 못할 겁니다.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인 일본을 그렇게 놔둘 순 없으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카가와 시게루가 총리실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진 호통이었다.
“죄송합니다, 부총리님.”
“후우우우.”
사이토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를 바라보는 카가와와 야기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했다.
“제가 내정을 챙길 동안 도대체 뒤로 무슨 일들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타츠야마 총리님께선 무슨 똥을 얼마나 싸놓으신 겁니까!”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지금 일본정부가 인체실험을 했다고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 미국 양키들이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까?!”
“……”
“입 다물고 있으면 해결이 됩니까? 없던 일이 되냐고요!”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 죄송!”
평소의 사이토 부총리와 달리 무척이나 격앙된 어조였다.
야기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그를 만류했다.
“부, 부총리님. 진정하십시오. 지금은 이 일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지 않습니까.”
“후우······그렇지요. 해결해야죠.”
“총재님, 이시이 교수 자료에 네오 셀에 관한 것도 있지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물음이었다.
그걸 미국에 넘겨야 사태가 일단락 될 테니 말이다.
“없었······어요.”
야기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다시 침착하게 되물었다.
“다이이찌 쪽은 정말 가망이 없는 겁니까?”
“본사와 계열사의 서버, 그리고 문서자료까지 전부 뒤졌습니다.”
“아무리 화재가 있었다지만 다이이찌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조사관들 말로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 합니다.”
“누군가라니요? 설마 그들이 일부러……”
“아니오. 워낙 흔적이 없어 누군지, 어떤 집단인지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외부인이 그런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럼 네오 셀과 관련한 자료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는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말끝을 흐리는 대답에 사이토는 이마를 감쌌다.
“후우, 해양방류에 이어 또 이런 일이라니. 카가와 총재님은 정말 이 자리에 앉고 싶으십니까? 전 임시대행이라지만 벌써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말입니다.”
“……”
“생각해보면 웃기네요. 그 야마타노오로치도 그렇고, 네오 셀이란 것도. 정말 초능력자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때였다.
갑자기 카가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초능력…… 그러고 보니 네오 셀이 초능력자의 것이라는 미국 측 공문이 있었죠?”
“그렇긴 하지요. 그게 왜요?”
“없는 네오 셀이 아니라 초능력자를 찾는 겁니다!”
카가와는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다.
야마타노오로치 덕분인지 어느 환경운동가의 개인방송이 속된 말로 떡상을 했기 때문에 입소문이 그에게까지 닿은 것이었다.
“이 사람이 초능력자란 말입니까?”
“네,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동물과 대화를 합니다.”
“글쎄요…… 조작이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믿기지가 않았지만 영상 하나하나 보다보면 정말 그럴 듯 합니다. 원전과 관련해 입증된 것도 많고요.”
사이토는 스트레스 때문에 까끌해진 수염을 쓰다듬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자가 초능력자면 네오 셀이 있을 거라는 거죠?”
“바로 그겁니다.”
지금으로서는 환경운동가 한 명이 아니라 전 국민의 세포를 뒤져서라도 네오 셀을 찾아야 했다.
그들에게 초능력자는 잡아야 할 지푸라기였다.
“좋습니다. 잡아오세요, 아무도 모르게.”
“예? 납치하란 말입니까?”
“네오 셀이라는 게 체세포인지 뇌세포인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해부라도 해봐야 될 거 아닙니까.”
“……”
“특임대 신풍, 어디까지 완성 됐습니까? 총재님께서 챙기시지 않습니까.”
“4세대는 실전에 투입해도 무방합니다.”
“회담에 참여해보니 미국측 정보력이 놀라웠습니다. 그들이 파악하지 못한 인원을 움직여야 문제가 없을 겁니다.”
사이토는 강조하듯 다시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하십시오. 책임은 제가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