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역시 나는 아직 미숙해
“으으으······”
이무성은 파들파들 떨며 나를 괴물 보듯 보았다.
“대답 안 해?”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뒷덜미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아래로 누런 물이 뚝뚝 떨어졌다.
“누가 지리라고 했어? 대답하라고 했지.”
“……으으.”
“왜 이래?”
“히익, 괴물. 저리가! 오지마아아!”
넋이 나갔구나.
저 덩치가 무너지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무너진 모양이다.
‘뭐 이놈이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그에게서 필요한 정보는 얻을 만큼 얻었다.
나는 이무성을 가마 속으로 던져버렸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끄아아악!”
쉬고 갈라진 목소리는 3초를 넘기지 못하고 끊겼다.
다음으로 쓰러져있는 덩치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아직 허연 눈깔을 보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무성과 똑같이 사지를 부러뜨리는 건 아니야. 어떻게 할까……’
뒤처리는 가마에 넣더라도 만약 뼈가 다 타지 않고 남는다면 부러진 흔적이 남을 것이다.
동일한 수법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최대한 중복되지 않게, 되도록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걸 쓸까?’
문득 손에 든 총을 바라보았다.
수법이 겹치지도 않으니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생각해봐도 적합했다.
그들이라면 저놈의 몸에 총알을 박아 넣고 싶을 것이다.
먼저 왼쪽 무릎에 조준했다.
-타앙!
“아아아악!”
기절해있던 놈이 번개라도 맞은 듯 펄쩍 뛰며 기겁을 했다.
오른쪽으로 한 발 더.
-타앙!
“으아아악!”
양 무릎이 박살나자 놈은 두 팔로 기며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쳤다.
아무리 다리를 못 쓰게 되었더라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도주를 택하다니.
킬러라면 독기 품고 다시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서 도망칠 수 있겠어?”
나는 염력으로 놈을 거북이처럼 뒤집었다.
“허억, 헉. 살려주십시오.”
“살고 싶나?”
“사, 살고 싶습니다.”
비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입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흐음, 이무성은 저 가마에 세 번 들어갔다 나온 후에 꼬리를 내렸는데, 고작 총 두 번 맞고 살고 싶다? 영 진심이 안 와 닿는데.”
“……!”
“일단 한 번 들어갔다 나오자고.”
나는 염력으로 놈을 들어 항아리 속에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두 팔로 입구를 잡고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터라 강제로 넣을 수가 없었다.
더 힘을 썼다가는 항아리가 박살날 수도 있으니.
“뭐, 뭐, 뭐든! 뭐든 하겠습니다!”
“……”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른 사람은 소, 돼지 잡듯 잡아놓고 본인은 살고 싶다고?”
“잘못했습니다. 제가 머리에 병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발······”
웃기는 소리다.
미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병을 핑계로 대다니.
설마 병이라고 말하면 봐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픈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도우려고 하거나 경계심이 누그러지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니까.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대답을 듣고 네놈의 처우를 결정할 테니 최선을 다해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넵.”
“이름.”
“김재옵니다.”
“노인네 말로는 청부업을 은퇴한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던데, 정확히 얼마나 됐지?”
“1년 가까이 됐습니다.”
정말 최근까지 현직에 있었구나.
“은퇴한 이유는?”
“작업 중에 신분이 노출되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근데 이쪽 업계 종사자…… 아니십니까?”
“질문은 나만 한다.”
“……네.”
“킬러가 신분이 노출되었다면 청부업계에서 실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가본데. 당신 정도면 제일 밑바닥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질문이 자존심을 건드린 탓일까.
김재오는 울컥하며 말을 받았다.
“그땐 의뢰인 때문에 의뢰정보가 유출되어서 그런 거였습니다. 제 실력이 비록 업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밑바닥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됐고. 최상, 상, 중, 하. 그중에서 어디쯤이라고 생각해?”
“중상…… 정도.”
중간이구나.
앞으로 청부업자를 만나게 되면 긴장을 풀면 안 될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브로커에 연락할 수 있나?”
“안됩니다.”
“노인네는 가능할 거라고 하던데.”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은퇴와 동시에 연락망이 폐기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게 끝인가?”
“저, 정말입니다. 연락망이 없어진 이상 이쪽에서는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노인네도 그랬어. 근데 저기 한 번 들어갔다 나오고는 영혼까지 쥐어짜서 듣고 싶은 대답을 들려주더라고.”
장총의 총신을 거꾸로 쥐었다.
그리고 김재오의 머리 위를 향해 야구방망이처럼 휘둘렀다.
-콰직.
항아리가 워낙 크기에 완전히 박살나진 않았다.
다만 개머리판에 깨진 부분을 통해 물이 콸콸 쏟아졌다.
“……!”
김재오는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구석구석 충분히 적셔.”
“사, 살려주십시오.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들어갔다 나오면 생길 거야.”
생각하고 또 생각해라.
쥐어짜고, 쥐어짜서 방법을 내놓아라.
‘설아누나를 죽인 놈들이 프로라면, 그놈들에 대한 정보는 브로커가 가지고 있겠지.’
어쩌면 이쪽이 배후를 캐는데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놈들이 프로라면 한설아의 시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을 테니까.
-졸졸졸.
깨진 부위까지 수위가 낮아졌는지 물줄기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나는 염력으로 김재오의 뒷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놈은 두 손으로 뒤를 연신 휘저었다.
염력이 손에 잡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살기 위해 발악하는 것이었다.
“안 죽여. 넣자마자 바로 뺄 거니까 걱정 마.”
나는 놈의 발을 바닥에 질질 끌며 가마 앞으로 끌고 갔다.
가까이만 가도 열기에 살이 익을 정도의 화력이었다.
“자, 자, 자, 잠깐! 잠깐만요! 생각났습니다! 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거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정말입니다! 진짭니다!”
나는 녀석을 놓고 불가마 속을 바라보았다.
알밤 크기에 벌겋게 타오르는 숯 하나가 날아와 김재오의 앞에 멈췄다.
“그 방법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이걸 입에 넣을 거다.”
“……!”
“식도부터 항문까지 구워버릴 거니까 잘 생각해서 말하도록.”
김재오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는 입을 열었다.
“브로커 놈들은 보통 소개를 통해 접선하게 되지만 딱 한 가지, 저쪽에서 컨택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뭐지?”
“예비후보입니다.”
“……예비후보?”
킬러도 그런 게 있나?
내심 호기심이 생겼다.
“청부업자가 되는 길은 보통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존 업자가 후계자를 키우는 경우, 둘째는 조폭이나 용병 같이 이쪽 세계에 가까운 곳에 있던 놈들이 뛰어드는 경우로 제가 여기에 속했습니다.”
“조폭출신인가?”
“네, 업자가 되기 전에 흑룡파 행동대장이었고 그 인연으로 여기 무성도예의 후계수업을 받고 있던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그 예비후보라는거군.”
“네, 청부업자. 그것도 프로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 있는 놈들은 항상 공급부족에 시달립니다. 죽음과 가까이 있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죽기도 하고, 몇 번만 의뢰를 받아도 거액을 챙길 수 있기에 적당히 벌고 손 씻는 놈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면서 계속 눈치를 보고 있다.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며 간을 보는 듯 했다.
일단 맞춰줄 생각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그 후보가 누군데?”
고딩 같은 학생을 얘기하는 걸까.
요즘 삐딱선 타는 애들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막나간다고 듣긴 했는데.
“재소자들입니다.”
의외네.
재소자들이라니.
교도소에 있는 놈들이 후보라는 건 무슨 말일까?
“과거와 달리 연쇄살인마들이 왜 없어졌는지 아십니까?”
또 쓸데없이 말을 늘리려고 한다.
덩치에 맞지 않게 눈알을 굴리는 모습.
흥미를 보여줬는데도 계속해서 저러는 건 호감도를 높이려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쓸모 있음을 증명하려는 걸까.
‘아니면, 어차피 죽일 생각인 걸 눈치 챈 건가?’
어쩌면 여기서 도망칠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생각들을 마음 속 깊이 감추고 그의 물음에 답했다.
“수사기법이 발전해서 그렇겠지. 요즘은 살인을 반복하기 전에 초범일 때 잡아버릴 테니까.”
“맞습니다. 그럼 처음 사람을 죽인 경우, 형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동기나 수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5년, 죄질이 나쁘면 10년 이상이나 무기징역이겠지.”
“잘 아시는군요. 사실 잘만 꾸미면 5년 이하 혹은 집행유예도 받는 게 가능합니다. 10년 이상은 누가 봐도 잔혹하게 살해해야 그 정도 형량이 나오고요.”
“……”
“예를 들어, 대충 뭐 10년이라 치죠. 20대 초반에 입소한다면 서른에 좋은 예비후보가 준비되는 겁니다.”
“그놈들을 데려가서 청부업자로 키운다는 건가?”
“전부는 아닙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연쇄살인마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놈들, 그놈들을 추려서 자질이 있는지 확인 후에 브로커가 컨택을 합니다. 그리고 브로커는 그들에게 살인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죠. 살인을 저지른 후 흔적을 없애거나 경찰에게 잡히지 않을 기술 같은 거 말입니다.”
출소한 미친놈들이 더욱 깊고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는 거구나.
없어진 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니, 흥미롭다.
그렇다면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을까.
“브로커가 그들을 컨택하는 상황을 만들면 만날 수 있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 브로커 놈들 조직이름이 뭐지?”
내 물음에 김재오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조금만 가까이 와주십시오.”
아까부터 말을 길게 늘이더니 드디어 수작을 부리는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슨 수작이지?”
“이 다리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
“저는 다만 공방건물에서 뒷마당 쪽으로 CCTV가 있어서……”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공방 쪽을 바라보았다.
CCTV의 유무는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마당에서부터 공방 내부, 그리고 뒷마당까지 카메라는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CCTV가 있다는 것은 숨겨져 있는 몰카라는 말이었다.
‘내가 이렇게 흥분했었나? 몰카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고 능력을 보이다니.’
한설아를 죽인 놈들과 동류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던 건가?
평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폭주를 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다.
뭐가 문제인 걸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부주의하게 만든 것일까.
‘잠깐, 혹시 이무성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공방에서 마주했을 때부터 그는 날 경계했었다.
나 역시 그를 경계했고.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었다.
마치 서로 정체를 감춘 상태에서 누가 먼저 죽일지 대치하는 상황이었달까.
자신은 있었다.
어떤 식으로 나오든 대처할 자신이.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이무성에게 집중하다보니 다소 긴장했고, 주변상황을 파악하는데 소홀했던 것 같았다.
‘역시 나는 아직 미숙해……’
능력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 힘을 다루는 나 자신도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때였다.
-타앗!
고개를 돌린 순간을 틈타 김재오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