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처신 잘해라, 내 눈에 거슬리면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일본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타츠오의 개인적인 목표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도 전면철회 되었고, 이혜선의 행적이 프랑스로 이어졌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말이다.
“타츠오 씨.”
“네.”
“주변 정리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집은 금방 뺄 수 있고, 짐도 거의 없으니 정리할 것도 없습니다.”
“그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겠군요.”
“떠나기 전에 잠깐 오쿠타마에 계신 어머니만 뵙고 오겠습니다.”
그에게 가족은 홀어머니 한 분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오래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환경운동을 하느라 때를 놓쳐 가정을 만들지 못한 것이었다.
환경운동가.
배우자로서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물질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리기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스미스, 타츠오 씨 어머니만 남겨둬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스컬이 신경 쓰였다.
그들이 타츠오의 신원을 확인했다면 인질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괜찮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스컬은 다른 종으로 여기는 네오휴먼에게 적대적이지 일반인에겐 손대지 않습니다.”
“암살이 업인 놈들이 정말 그런다고?”
“그건 민간군사기업으로서 의뢰와 보수를 받고 진행하는 겁니다. 의뢰가 없다면 살인을 저지르진 않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의 말에 따르면 퀸시 일원들의 가족들은 단 한 사람도 스컬에 의해 죽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해골바가지들이 나름 기준 하나는 철저한 모양이다.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실비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상한 거라니?”
“스컬이요. 건담에 이어 이번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만한 일을 저질렀잖아요. 그런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게 걸려요.”
그것도 그렇다.
사이먼 그놈이라면 사건현장 근처에 있던 우리를 찾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아이작 다음으로 우선제거대상이라는 실비아가 이곳에 있지 않은가.
그녀의 말대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당연하고, 그렇다면 퀸시 쪽 첩보팀에서 뭐라도 소식이 있어야 하는데 양쪽 다 잠잠한 상황이었다.
‘설마 그때 경고한 게 먹혀들어간 건 아니겠지?’
정말 그런 걸까.
사이먼이라는 놈을 만나본 적도 없고 행동패턴을 모르니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경고를 한 내가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조용하니까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도 들었다.
“꿍꿍이가 뭐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두르는 것뿐이야. 스미스와 실비아는 CIA쪽 수사를 적당히 도와준 후에 합류해. 나는 타츠오 씨와 함께 움직일 테니까.”
CIA요원들의 경호도 있으니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해골바가지들이 근처까지 와있더라도 설마 CIA를 건드리기야 할까.
“서훈 씨.”
갑자기 실비아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물어볼 게 있어요.”
“뭐지?”
“합류하고 나면 곧장 일본을 떠날 거죠?”
“그래야지.”
“본부에 상황을 알려도 될까요?”
“스컬에 대해서?”
“네.”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
반신반의했던 계획이 진행되게 되었으니 퀸시로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컬을 제일 잘 아는 건 저희들이에요. 미국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나름대로 CIA를 도와서 놈들을 뿌리 뽑고 싶어요.”
“복수를 하고 싶은 거야?”
아이작, 그레이 등 죽은 동료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아무 죄도 없이 목숨에 위협을 받고 그렇게 쫓겨 다녔는데 왜 악감정이 안 생기겠나.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그렇게 해. 언제가 되든 퀸시도 알아야 할 일이니까.”
“고마워요.”
“고마울 것 없어. 대신 나도 퀸시의 도움을 받을 거잖아.”
제이미 드레이크.
프랑스에 있는 에너지 드레인 능력자가 필요하니 서로 기브 앤 테이크 하는 것이다.
“그녀를 찾는 건 저도 적극 도울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타츠오가 단서를 찾으면 그때부터는 네 능력이 절대적이다.
“참, 그리고 퀸시에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를 알릴 때 나에 대해서는 말하지마.”
나는 실비아와 스미스를 번갈아 보며 날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하지만 스미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블랙의 존재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퀸시가 CIA를 돕다보면 언제든 나올 이름이니까요.”
나오겠지.
두 조직의 접점이 생기면 퀸시도 당연히 알게 될 것이다.
“블랙은 사이코키네시스의 능력자이자 건담과 물뱀 사건을 일으킨 일본의 네오휴먼이야. 나는 한국의 네크로맨서고.”
“별개의 존재로 만들라는 말입니까?”
“너희들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르잖아. 독심술이 가능한 능력자는 실비아밖에 없고.”
“……”
“비밀, 지켜줄 거지?”
내 물음에 스미스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번졌다.
나도 안다, 왜 그러는지.
케이시와의 텔레파시를 통해 내가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는 걸 이미 말했기 때문이겠지.
그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모르기에 날 앞에 두고 불안해하는 것이고.
“다시 말하지만 퀸시에게 중요한 건 블랙의 존재가 아니라 스컬을 없애는 거잖아.”
나는 짐짓 모른 척하며 말을 이었다.
“내 능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퀸시에서 탐을 낼 수도 있겠지만 관심 끄게 만들어. 그게 안 되면 블랙이라는 존재로 화살을 돌리게 만들고.”
“……”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날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특히 스미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입조심 하라는 듯이.
“네, 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걸로 보아 경고를 어기진 않을 것 같다.
처신 잘해라, 내 눈에 거슬리면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
특수작전군.
일본 육상자위대 작전사령부인 육상총대 소속의 특수부대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제707특수임무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슈퍼솔져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한 강화군인은 이 특수작전군 산하에 배정되어 있었다.
-치지직, 대장님. 확인해보니 짐을 전부 뺐다고 합니다.
보좌관 아키라의 보고를 들은 쿠보타는 한 발 늦었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며 통신에 답했다.
그는 특수작전군 슈퍼솔져 특임대인 신풍(神風: 카미카제)의 대장이었다.
“이사를 간 건가?”
-네.
“이사 간 집의 주소는?”
-모른다고 합니다. 주인의 말로는 대부분의 짐을 폐기물 업체를 통해 처리했다고 합니다.
“알았다. 곧장 복귀해. 오쿠타마로 간다.”
도쿄의 짐을 버렸다면 예상할 수 있는 선택은 귀향이었다.
그는 타츠오 마사시의 행적이 고향으로 향했다고 판단했다.
곧이어 아키라 보좌관과 함께 군용스코프를 얼굴에 쓴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군용트럭에 올랐다.
이동하는 동안 신풍의 대원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고,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스코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무감정한 눈빛은 마치 색채가 없는 듯했다.
특임대의 군용트럭은 오쿠타마현의 어느 시골마을 인근에 도착했고,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하차한 후 차량 뒤에 도열했다.
대장인 쿠보타는 두 손으로 허리의 탄띠를 붙잡고 그들의 앞에 서며 지시를 내렸다.
“작전을 하달한다.”
그의 말에 부대원들은 기계적으로 고개를 착 돌렸다.
검은색 스콜피온패턴의 전투복과 군용스코프를 착용한 그들은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목표는 타츠오 마사시. 상황이 여의치 않을 시 사살도 허가한다. 타겟이 이곳에도 없다면 그의 생모인 스미코 츠구메를 생포해오도록. 이번에는 아키라 삼등육위도 빠지고 대원들만 작전에 임할 것이다.”
“네!”
“이동해.”
지시가 떨어지자 신풍의 대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은 벌써 그 모습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곳에는 쿠보타와 그의 보좌관인 아키라만이 남게 되었다.
“대장님.”
아키라가 입을 열자 쿠보타는 왜 그런지 안다는 듯 말을 받았다.
“대원들을 믿고 기다려.”
이곳은 타츠오가 짐을 뺀 도쿄 중심가와 달랐다.
오쿠타마현에서도 외진 시골마을.
거기다 주민이 스무 명도 되지 않는 노인들이었기에 변수가 생길만한 여지가 많지 않았다.
“어려운 임무도 아니고, 명령만큼은 철저하게 수행하도록 해놨으니 괜찮을 거야.”
“상대가 초능력자이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제가 가보겠습니다. 임기응변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고작해야 쥐새끼 같은 작은 짐승이나 다룰 뿐이네. 자네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
“······”
“그리고 돌발상황에서는 지시를 받고 움직이도록 되어 있으니 여기서도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어. 언제까지 신풍을 실험부대로 취급할 생각인가?”
“타츠오 마사시는 상부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중요한 임무를 신풍의 대원들이 자체적으로 해낸다면 우리 부대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가겠나?”
쿠보타는 이번 기회를 빌어 슈퍼솔져 특임대의 규모를 더 늘릴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판단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치지직, 적 발견. 명령을 하달해주십시오.
그 순간 쿠보타와 아키라의 눈이 마주쳤다.
적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적이라니? 타겟이 아니고?”
-치지직, 부대가 노출되었습니다. 교전 중, 교전 중.
“교전이라니! 누구야? 적이 누구냐고!”
무전기를 들고 소리쳤지만 부대원들에게선 아무 답변이 없었다.
쿠보타는 목울대를 출렁이며 시커먼 산속을 바라보았다.
‘사, 사고라도 친 건 아니겠지……’
지나가는 산꾼들을 적으로 규정한 걸까?
아니면 야간산행을 하던 등산객?
불안감이 쿠보타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그때였다.
-전원 사살 완료.
“야이 씨!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적의 규모는 열 다섯. 모두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뭐? 총?”
-상대측에서 먼저 총격을 가했고, 매뉴얼에 따라 대응사격을 한 것입니다.
“전부 꼼짝말고 그 자리에서 대기해.”
그들은 위치추적장치를 사용해 부대원들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타츠오 마사시의 고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이었다.
추적장치에 표시되는 건 7번 대원,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7번!”
쿠보타가 부르자 7번이라 불린 대원이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대기하라는 말에 은신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사살한 시체, 어딨어?”
“이쪽입니다.”
그를 따라 수풀 속으로 들어가니 검은색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쓰러져있었다.
곧바로 아키라가 다가갔고 품속을 뒤져 신원을 확인할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헉!”
그는 누군지 알았다는 듯 헛숨을 들이켰다.
“누군데 그래?”
“대, 대장님······ CIA요원 같습니다.”
“뭐? CIA?”
“CIA일본지부 요원 리스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게다가 쥐고 있는 총기도 CIA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쿠보타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흩어져있는 교전지역을 체크했다.
‘감시하기 좋은 위치구나·’
상황으로 보아 CIA가 타츠오 마사시를 감시하고 있던 것으로 보였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닌 것이다.
그는 개인방송을 통해 초능력 영상을 다수 올렸고, 자신들도 그걸 단서로 움직였으니까.
미국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네오 셀을 내어주지 않으니 이쪽으로도 움직인 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미국도 필사적이란 증거였다.
그러니 타츠오 마사시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쿠보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전 대원.”
-치지직, 네.
“임무속행. 무슨 일이 있어도 타겟을 확보하도록.”
신풍의 대원들이 산 아래의 마을을 향해 움직이자 아키라가 다가와 물었다.
“대장님, 시체부터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CIA가 이 일을 알게 되면 문제가 될 겁니다.”
“타겟 먼저 확보하고 처리해도 늦지 않아. 우리가 이들을 죽였는지 누가 안다고.”
“그래도······”
“미국이 움직였어, 타츠오 마사시를 노리고. CIA요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이상 타겟확보가 우선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마.”
쿠보타는 산 아래 불빛이 새어나오는 시골마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입가에는 무전기가 대어져 있었다.
“명령이다. 모두 사살하라. 다시 말한다, 마을에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마라.”
“대장님!”
아키라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에 반해 쿠보타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을주민으로 위장하고 있는 CIA요원이 있다면 어쩔 건가?”
“제가 가겠습니다!”
“아키라 삼등육위!”
쿠보타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이미 전쟁이다! 타겟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 말이다! 어리광부리지 마라. 전쟁에 다소의 희생은 불가피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