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아 이러면 나가린데
유인책은 미끼가 가장 중요하다.
다행인 점은 해골바가지들이 타츠오보다는 나를 죽이는 걸 우선할 테니 미끼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붕으로 올라가 놈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여차하면 날아서 도망치면 될 테니까.
-휘이잉.
산간마을의 시커먼 어둠을 배경으로 하얀 눈발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나는 끝까지 올린 저지로 코와 입을 가린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 잠복 포인트에서 나를 발견한 듯 이쪽으로 향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줄줄이 따라와라.’
곧바로 지붕 위를 내달렸다.
나에게만 집중하도록 유인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퍽, 퍽, 퍽퍽.
뒤쪽으로 기와가 터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고, 놈들의 자세를 보고 판단컨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쏘는 듯했다.
‘뭐지? 제대로 못 맞추네?’
지붕에 올라가기 전, 내심 긴장했었다.
리우와의 전투는 지금 생각해도 목숨이 위험했던 몇 안 되는 경험이었으니까.
그런데 놈들의 사격은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고 내가 염력의 힘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놈이 사격에 특출 난 놈이었던 건가?’
생각해보면 해골가면의 노인도 총을 쓰진 않았었다.
거리가 있는 상태였는데도 끝까지 나이프를 고수하다 내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었고 말이다.
아마도 총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니 그런 게 아닐까.
헌터라는 놈도 그럴진대 저들이 어설프게 총을 다룬다는 것만으로 실력을 재단할 순 없었다.
-타다닷.
이웃집의 지붕으로 옮겨 달리는 와중에 놈들의 상황을 계속해서 살폈다.
유인책이 통했는지 점점 모여드는 수가 많아졌고, 날아오는 총알도 그에 비례해 늘어났다.
-퍼퍼퍼퍽! 퍼퍼퍽!
반격이 없기 때문일까.
엄폐를 하지 않고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도 점점 생겨났다.
나는 곁눈질로 그들을 눈에 담으려 했다.
무엇보다 해골가면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이는 놈들은 모두가 똑같은 복장이었다.
그것도 머리에 쓴 철모, 위장패턴이 들어간 전투복, 눈 부위에 쓴 스코프까지 마치 군인 같이 보였다.
‘민간군사기업이긴 하니까 나름대로 용병들을 끌어 모은 건가?’
그렇다면 인근에 얼마나 많은 놈들이 포진해 있는 걸까.
지금의 감지능력으로는 사방에서 쫓아오는 놈들을 전부 잡아낼 수가 없었다.
내가 주변을 이리저리 체크하며 도주하는 그때였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퓨퓨퓨퓽, 퓽퓽퓽!
권총으로는 날 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기관단총을 사용한 연사가 쏟아졌다.
정조준이 아니라 대충 이쪽을 향해 갈겨대는 것이었다.
아무리 산간마을이라지만 저렇게까지 대놓고 총격을 가할 줄이야.
마을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는데 너무 무모한 듯 보였다.
‘그만큼 날 잡고 싶다는 거겠지.’
더 이목을 끌게 된 것도 좋지만 이래서는 오래 버틸 수가 없다.
날아오는 총알을 염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 많은 총알을 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어쩔 수 없네.’
집주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겠지만 나중에 보상을 해줄 생각으로 앞에 보이는 집의 2층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벌컥. 타탁.
염력으로 창문을 여는 동시에 착지, 이어서 반대편 창문으로 달려 다시 그걸 열고 옆집으로 이동했다.
적외선 감지라도 되는 것인지 지나치는 장소마다 벽을 뚫고 총알이 빗발쳤다.
그렇게 세 번째 집의 2층으로 난입한 그때였다.
“응?”
그곳에 쓰러져있던 노인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후 자세를 낮췄다.
머리 아래로 피가 흥건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마에 난 작고 동그란 구멍.
총상이었다.
어쩐지 사방에서 총소리가 울리는데 불이 켜지는 집이 없다 했다.
외진 산간마을의 특성상 이웃집에 변고가 생기면 확인을 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잠깐만, 스미스가 스컬은 일반인을 죽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데 왜 마을사람들은 죽인 걸까.
나를 잡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이런 노인들이?
그럴 리가 없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삐걱.
그때 2층 계단으로 진입한 두 놈이 보였다.
왜 밖에서 총을 쏘지 않는가 했더니 이 집 내부로 진입을 한 것이었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내가 먼저 발견했다면 모를까 놈들이 나를 먼저 보고 방아쇠를 당겼기에 염력을 사용할 타이밍이 늦어버린 상황.
곧바로 몸을 날려 옆에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무판자로 된 벽 전체를 염력으로 부수고, 그 파편으로 복도에 있던 놈들을 둥글게 감싸버렸다.
-콰지직!
죽일 생각으로 쥐어짰는데 전해지는 저항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 정도 힘을 견디는 건 보통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한데 말이다.
-쿠지지직!
결국 더 강한 힘을 가해 짜부러뜨린 후 잔해를 치웠다.
전신이 이리저리 비틀려있었지만 그 압력 속에서도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신체내구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는 듯했다.
‘그냥 용병이 아닌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장비나 복장 등 모든 면이 정규군마냥 갖춰진 상태였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용병이라기엔 둘 다 깔맞춤이라도 한 듯 동일했고 말이다.
“뭐야 이놈들······”
게다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부서진 스코프와 철모, 그리고 눈 부위만 나온 검은색 복면을 벗겨보니 독특한 특징이 드러났다.
대머리, 그리고 둘 다 같은 부위에 뇌수술을 받은 흔적이 말이다.
그걸 보니 불현듯 내 힘을 잠깐이나마 버텨낸 저항력이 연상되었다.
“설마······ 수술로 신체능력을 높인 건가?”
가정이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핸드폰으로 놈들의 복장과 장비를 찍고, 머리에 있는 수술흔적도 찍었다.
어떤 놈들인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그러던 그때.
전신에 오싹한 감각이 느껴졌고, 본능적으로 반대편 복도로 몸을 날렸다.
-퍼퍼퍼퍽! 퍼퍼퍽! 퍼퍼퍼퍽!
판자벽을 뚫고 총알세례가 쏟아졌다.
진입한 놈들이 쓰러지자 또 다시 바깥에서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책장을 쓰러트려 그걸 엄폐물로 삼고 한숨을 돌렸다.
놈들이 더 접근해오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가지 확인을 하기 위해.
그건 바로 반지의 영향력.
더 가까이 온다면 분명 탈력감이 느껴질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때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컬이 아닌 것 같아.’
반지의 영향도 느껴지지 않자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들은 세 번밖에 상대해보지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상식 밖의 놈들이었다.
그 경험으로 보건대 저렇게 무식하게 총만 쏘는 건 해골바가지들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럼 이 군인들은 어디서 온 놈들일까.
누가 날 노리는 걸까.
일단 지금의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타츠오 씨, 접니다.
-……
-이놈들 스컬이 아니에요.
-……
왜 아무런 대답이 없을까.
방법은 알려줬는데.
-마음속으로 말하면 들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
-타츠오 씨?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때 두 사람에게 연결해놓은 염력을 통해 그들의 위치가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대답이 없다면 기절한 상태라는 것, 그리고 그 상태로 이동이라면 사로잡힌 것이 분명했다.
‘망할……’
해골바가지인 줄 착각하지만 않았어도 유인책을 쓰진 않았을 텐데.
온전히 내 판단착오였다.
‘처음부터 타츠오 씨가 목적이었던 건가?’
다른 주민들은 죽여서 내팽개쳐놓고 두 사람은 데리고 갔다는 것.
그리고 스미코 씨는 약점이 될 수 있으니 타츠오가 반항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었다.
“후우우······”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이상 이곳에 있는 군인들만 몰살시킨다고 끝이 아니다.
어떤 놈들이 어디까지 개입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타츠오와 스미코 씨에게 해가 미치지 않도록 모조리 뿌리 뽑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챙그랑. 텅, 데구르르. 치이이이이.
그때 부탄가스처럼 생긴 가스캔이 창문을 깨고 들어왔다.
곧바로 하얀연기가 피어오르는 걸로 봐서 수면가스 계열인 듯 보였다.
‘마침 잘됐네. 알아서 시야를 가려주다니.’
나는 연기를 일정반경 내로 오지 못하도록 염력으로 제어했다.
그리고 죽은 놈들 중 하나를 골라 옷을 벗기고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입혔다.
문제는 머리.
얼핏 보기에도 민대머리는 티가 너무 나기에 위장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옷걸이에 걸려있던 모피코트가 눈에 들어왔고, 거기 붙어있는 털을 뜯어서 머리카락 대용으로 붙인 후 대기시켰다.
잠시 후,
방독면을 쓴 군인들이 경계태세를 갖춘 채로 조심스럽게 진입해왔다.
나는 옷장에 숨은 채로 기회를 엿보았고, 놈들이 2층에 진입한 순간 대역을 창밖으로 뛰어내리게 만들었다.
-타타타탕! 타탕!
대역인지 모르는 놈들이 총을 쏘고 뒤를 쫓기 위해 움직였다.
나는 슬그머니 옷장 밖으로 나와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군인들 중 맨 뒤의 놈을 염력으로 낚아챘다.
연기에 가려진 탓에 밖에선 이곳의 상황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뿌드득.
곧바로 모가지를 돌려 꺾었다.
다소 반항이 있었지만 이 정도 완력도 그저 귀여운 정도.
일반인이나 이들이나 내 힘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어서 그놈이 입고 있던 전투복과 장비를 착용하고, 시체를 옷장에 숨긴 뒤 슬그머니 1층으로 뛰어내렸다.
그곳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군인들이 대역을 둘러싸고 총을 겨누고 있었다.
총을 얼마나 맞았는지 온몸이 벌집이 되었고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군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12번, 도주자 사살완료.”
하는 말로 봐서는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끼고 있는 스코프를 통해서 나에게도 들려왔다.
-다음 명령이다. A팀은 생존자 수색, B팀은 사살한 CIA놈들의 시체를 빈집으로 이송한다. 모든 처리가 끝나면 방화 후 집결지로 모이도록.
지시가 끝나자 군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A팀인지 B팀인지 모르니 어디를 따라야할지 망설이는 그때였다.
“29번, 이쪽이다.”
옆에 있던 놈이 나를 향해 29번이라 부르며 고갯짓을 했다.
어눌한 어조로 보아 뇌수술의 부작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탁탁탁.
골목을 따라 이동하며 A팀의 조장인 듯한 놈이 한 사람씩 지정하며 말했다.
“넌 이쪽, 넌 이쪽······”
고갯짓으로 하나하나를 지정하는 것에 따라 개별로 흩어졌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니 나로서는 외부와 연락할 절호의 찬스였다.
-띡, 띡띡띡, 띡띡.
지정된 집으로 들어온 후 곧바로 문자를 작성했다.
수신상대는 조지 클리크 CIA한국지부장이었다.
거기에 아까 찍어놓은 사진들도 첨부했다.
‘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이놈들이 마을주민들과 CIA요원들을 학살한 범인들이라는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놈들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다면 빅엿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삑.
나는 문자전송을 끝낸 후 동영상 촬영버튼을 누르고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수색하는 내 모습을 몰래 찍도록 만들었다.
집에 불을 지르는 것까지.
‘이러면 이놈들이 방화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되겠지.’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군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른 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스코프와 복면을 끼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철모 아래로 머리카락도 있었다.
“29번, 왜 벌써 불을 질렀지?”
이제 보니 새어나간 불빛을 보고 온 모양이다.
“모든 처리가 끝난 후 방화를 하라는 것이 지시사항이었다. 통신장비가 고장 났나?”
“……”
“상급자의 물음에 왜 대답이 없나! 29번!”
“……”
“대답해, 왜 불을 질렀지?”
죽일까, 말까.
죽이려면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할 순 있지만 이자가 대장급이라면 병사 하나를 죽인 것과 달리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가령 실종된 상급자 수색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타츠오와 스미코 씨를 구할 시간이 지연된다던지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아, 고멘.”
타츠오가 입에 달고 있던 말이다.
그때의 상황과 번역으로는 잘못했을 때 쓰는 말이 분명했다.
제발 넘어가라.
-철컥.
그런데 순간 놈이 권총을 빼들며 날 겨누었다.
“너 누구야? 스코프 벗어.”
고멘이 죄송합니다가 아니었던 건가?
아 이러면 나가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