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괜히 그런 말을 해서는……
사살에 이은 방화지시.
아키라는 대장인 쿠보타의 명령을 거부하고 싶었다.
자위대는 일본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창설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어.’
특임대 신풍은 보통의 군인과는 달랐다.
인위적인 수술로 인간성이 배제된 살인병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수직구조로 명령을 받아들이고, 상급자의 지시를 우선하게 되어 있었다.
그 기준은 절대적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나.
이 일이 새어나가 일본의 위상을 실추시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은폐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님 제가 내려가서 제대로 뒤처리를 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파괴공작은 몰라도 이런 식으로 수습하는 건 신풍의 매뉴얼에 없지 않습니까.”
이미 사살명령은 수행된 상황.
공작과 수습을 구분해서 강조하자 쿠보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키라의 행동이 반대가 아닌 서포트를 위한 것임을 알고 허락한 것이었다.
그는 마을로 내려오자마자 사살된 주민들의 위치를 확인해 일일이 그들의 눈부터 감겨주었다.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부대를 대신해 잘못을 비는 것도 있지만 주민명단을 기준으로 혹시 모를 생존자가 있는지 확실하게 체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그때 전기불이 아닌 화재로 인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왜 벌써 불을 질렀지?’
생존자 수색도 끝나지 않았고, CIA의 시체도 다 옮기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원들 중 누군가가 벌써 불을 지른 것이었다.
‘설마 뇌에 문제가 생겼나?’
드물지만 있었다.
몇 만 명 중 한 명 정도, 인격이 제거된 문제로 정신이 나가는 경우가 말이다.
그런 자들은 명령을 어기거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결함의 모습을 보였었다.
아키라는 확인을 위해 곧장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29번 대원이 있었고, 자신을 발견하고도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거수경례도 없이 말이다.
“29번, 왜 벌써 불을 질렀지?”
“……”
“모든 처리가 끝난 후 방화를 하라는 것이 지시사항이었다. 통신장비가 고장 났나?”
“……”
“상급자의 물음에 왜 대답이 없나! 29번!”
“……”
“대답해, 왜 불을 질렀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정말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키라는 다음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아, 고멘.”
아, 미안?
친구사이에나 할 법한 그런 가벼운 말은 정신이 나가는 걸 넘어 미치광이가 되더라도 절대 나올 수가 없었다.
“너 누구야? 스코프 벗어.”
권총을 겨누고 고갯짓으로 스코프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때였다.
-살려주려고 해도 죽자고 달려드네.
“……!”
머릿속에서 독백처럼 말소리가 울렸다.
정황상 상대가 한 말이 분명했다.
-뭐 이렇게 됐으니 우리 대화나 좀 나눠볼까? 내가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끅!”
누구냐고, 정체가 뭐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목이 죄인 것만이 아니었다.
방아쇠를 당기려 애를 써도 손가락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다른 신체부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전신이 거대한 압력에 짓눌린 것만 같았다.
-지금부터 내가 질문을 하겠다. 순순히 답하는 게 좋을 거야.
신풍의 대원으로 위장한 괴한은 초능력자.
그것도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가 분명했다.
-이름. 마음속으로 대답해.
-……
-그래, 순순히 대답하면 재미없지.
그 순간 불을 지른 거실 한 켠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나무조각이 허공을 날아왔다.
크기는 딱 손가락 한 마디.
그것이 눈앞에 멈췄고,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다음으로 무슨 짓을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름.
-아, 아키라 신고.
-소속.
-……
대답을 하지 않자 곧바로 불타는 나무조각이 입속으로 들어왔다.
-치이이이.
“끄으으으으!”
-불맛 괜찮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혓바닥이 녹아내려도 대답은 들을 수 있으니까.
다시 불타는 나무조각이 날아왔다.
그걸 보자 아키라는 사색이 된 얼굴로 정보를 쏟아냈다.
-육상자위대 산하 육상총대 특수작전군 소속 제 16 특임대, 신풍의 부대장입니다.
-더럽게 기네. 그러니까 자위대라고?
-그, 그렇습니다.
-기가 막히는군, 자위대가 자국민을 총으로 쏴 죽여?
-……
아키라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저지른 일이니 말이다.
-타츠오 마사시, 너희들이 데려갔지? 그를 잡으러 온 건가?
-……그렇습니다.
-데려가서 뭐하려고?
-그게……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입 벌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키라는 일미회담과 관련하여 미국 측 요구에 응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목적은 네오 셀.
그게 일본정부의 손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니 차선책으로 그를 노렸다고 말이다.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왜 엄한 사람을 건드려?
-꼬투리를 잡힌 게 있어서 없다고 말할 수가 없는 처지라고 들었습니다.
-꼬투리?
-사, 사정이 복잡하긴 한데 결론만 말씀드리면 미국이 네오 셀과 관련해 일본이 인체실험을 한 것처럼 뒤집어씌우려고 해서······
-뒤집어씌우긴 무슨. 밖에 있는 놈들 대가리에 구멍 뚫은 건 인체실험이 아니고 뭔데?
또 다시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인체실험인 것은 사실이니까.
-요약하자면, 타츠오 마사시를 잡아오라고 네놈들을 보낸 건 일본정부고, 이와 관련된 놈들은 부총리와 자민당 총재, 외무성 국장, 그리고 육상총대 막료장과 특수작전군 군장. 이렇게 다섯이란 말이지?
-……
-대답?
눈앞에서 불덩이가 왔다갔다 한다.
아키라는 그 모습이 도깨비불보다 더 무서웠다.
-마, 맞습니다.
-타츠오 마사시를 부대로 데려가면 그들도 오는 건가?
-…….당신 설마.
-표정을 보니 오겠군. 좋아.
저자, 같이 갈 생각이 분명했다.
본부까지 말이다.
-잘 생각해.
-……?
-내가 여기서 도주해서 그 다섯을 죽이려고 든다면 너희들이 막을 수 있겠어?
-……
-참고로 건담, 야마타노오로치 사건 전부 내가 그런 거야. 네 몸을 구속하고 있는 이 초능력으로 말이야.
-……!
-그런 내가 제 발로 자위대 심장부까지 가주겠다는 거야.
-……
방금 한 말이 사실이라면 기회였다.
눈앞의 초능력자를 죽일 절호의 기회.
-내가 원하는 건 본부까지 조용히 가는 거야. 어때, 솔깃하지?
-……
솔깃했다.
놈을 본부 깊숙이 밀어 넣기만 한다면 절대 살아서는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한 가지 수가 더 있었다.
‘타츠오 마사시와 그의 모친. 그들을 인질로 삼는다면 이 남자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아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본부까지 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좋아. 방금 그 대답이 널 살렸어. 근데 말이야.
-……?
-허튼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분명 경고 했어.
그가 천천히 스코프를 벗었다.
칠흑같이 시커먼, 감정이라곤 한 점도 담겨 있지 않은 눈은 보는 순간 지독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아, 악마다…… 이자는 악마야……’
아키라는 일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눈앞의 악마를 죽여야겠다고 다짐했다.
***
아키라의 안내를 받아 집결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군용트럭이 줄줄이 정차해 있었고, 쿠보타라는 대장이 탄띠를 양손으로 잡은 채 거만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키라 보좌관, 왜 이렇게 늦었나?”
“죄송합니다. 혹시 남은 흔적이 없는지 마지막까지 확인하느라 늦었습니다.”
“불만 질러도 될 것 같아?”
“네, 문제없을 겁니다.”
쿠보타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그럼 작전을 종료하지. 사망자가 한 명이 생겼으니 작전보고서에 그렇게 기록해.”
“사망자가 나왔단 말입니까?”
“도주자를 추살하려고 진입했는데 죽어있었다더군. 그래도 다른 대원들이 그놈을 사살했으니 그냥 타츠오 마사시가 초능력으로 죽인 거라고 해.”
“아, 알겠습니다.”
아키라는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내쪽을 힐끔거렸다.
내가 죽인 거라는 걸 눈치 챈 듯 보였다.
“전원 상차. 부대로 복귀한다!”
타츠오와 스미코 씨는 기절한 상태로 앞좌석에 태워졌고, 나는 군인들과 함께 화물칸에 올랐다.
그렇게 군용트럭은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마을에서 멀어져갔다.
거세지는 눈보라 너머, 저 멀리 붉은 빛무리가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화광.
마을 전체가 전소되며 나오는 불빛이었다.
평화롭던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것이었다.
나는 그 처참한 빛을 눈에 담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똑같이 해주마.’
몰살과 방화, 전부 말이다.
***
-삑, 삑, 삑.
화면에는 지도가 띄워져 있었고 빨간점이 깜박이며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블랙의 핸드폰 신호를 추적해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고 있어?”
CIA 일본지부장 대니 도널드의 물음에 요원이 경로를 분석했다.
“지바현 후나바시입니다. 목적지는 나라시노 주둔지인 것 같습니다.”
“나라시노라······”
“군사보호구역으로 들어간 걸 보면 확실합니다.”
“거긴 제1공정단과 특수작전군이 주둔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골치 아프군.”
그의 말에 조지 크리크가 말했다.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제1공정단 이천에 특수작전군 삼백, 그리고 예하부대 및 주둔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삼천 명 정도 될 겁니다. 거기에 지바현 내 인접부대인 제1헬기단의 기동력과 화력을 생각하면 전투력은 두 배 이상 올라간다고 봐야 하고요.”
제1공정단과 특수작전군은 특수부대다.
나라시노 주둔지의 군인들 중 일반병사는 거의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인원에 육상총대의 핵심인 탓에 각종 화기와 장비, 그리고 인접부대와의 연계가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 친구가 대단한 초능력자라도 저길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집니다.”
“이미 돌이키긴 힘든 상황입니다. 놈들로 위장해서 움직이고 있다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그때 무전과 함께 오쿠타마로 향한 요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부장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곳 상황은 어때?”
-마을은 전소되었고 생존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쪽 요원들은?”
-불을 지를 때 요원들의 시체도 같이 태운 듯 합니다.
“X 같은 원숭이 새끼들!”
-살해현장도 조사하겠지만······ 흔적을 찾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면밀히 살펴보고 뭔가 나오는 게 있으면 연락해.
-알겠습니다.
무전을 끝낸 대니는 탁자를 내리쳤다.
블랙이 보낸 사진과 영상으로 군인들이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정작 놈들이 누군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자위대 각 주둔지의 부대별 움직임은?”
그의 물음에 관련 업무를 맡은 요원들이 다가와 답했다.
“위성체크 및 방위성 도청 결과 별도의 이동이 있었던 자위대 부대는 없었습니다.”
“확실해?”
“요코타 주일미군기지와 공조해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그럼 그놈들이 비공식 부대였다는 말인데……”
CIA요원들을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죽일 정도로 엄청난 실력의 부대.
거기에 사진으로 본 뇌수술의 흔적.
어쩌면 그들이 일본의 슈퍼솔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조지 크리크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님 좀 뵙고 올 테니까 긴급상황이 생기면 연락주십시오.”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제1공정단과 특수작전군, 제1헬기단 거기에 슈퍼솔져로 예상되는 부대까지.
이대로 있다간 블랙이 목숨을 잃는 건 기정 사실이었다.
“조지, 설마 요코타에 있는 우리 군을 움직이려는 겁니까?”
대니가 목울대를 출렁이며 물었다.
그랬다가는 자칫 일본 내에서 미군과 자위대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기서 블랙이 사고를 친다면 우리가 중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고요. 그나마 명분이 이쪽에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사고를······ 칠 거라고 보는군요?”
“휴우, 다 제 탓입니다.”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난번에 말씀하신대로 미리 언급드리니 마음의 준비 하십시오. 죽은 CIA요원들 핏값 받으러 갑니다.
조지에게 있어 그건 받지 말았어야 할 문자였다.
마치 뒷수습을 하라는 듯한 의미였으니 말이다.
‘괜히 그런 말을 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