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이제 될 것 같다, 몰살
수탈과 착취.
역사시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였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뺏고 빼앗기는 행위라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역사시간에 배운 일제 식민지시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빼앗기기만 하는 역사였다.
삼국시대를 봐도 고구려가 만주벌판까지 영토를 넓힌다던지, 조선시대에 대마도를 정벌한다던지 뭐 하나라도 빼앗는 행위가 있었는데 말이다.
일제시대는 처참한 상황만 주구장창 나오다보니 나중엔 ‘아 그런가보다’, ‘힘들었겠구나’라고 무뎌져버리는 것이었다.
무슨 내용이든 안 좋은 일만 가득하니까.
그저 주입식으로 누가 독립운동을 하다 죽었네, 뭘 빼앗겼네, 얼마나 힘들었네라고 외웠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일영재단이사장 박춘금의 집에 갔을 때 공돌이와 육손이가 야인시대라는 드라마를 입에 올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일제시대 김두한의 일대기였다고 한다.
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였단다.
학교에서 배운 일제시대는 암울하기 그지없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시대상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왜 재미가 없겠나.
물론 픽션이 가미되긴 했겠지만 김두한뿐일까?
그 시대를 이겨내고 자신의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무뎌져지고, 암울해서 보기 싫었던 일제시대에 대해 잘 알았다면 일본에 오기 전부터 준비했을 텐데.
731, 그 숫자를 접한 게 두 번이었다.
박춘금의 집, 그리고 도쿄의 집회.
특히 집회의 경우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건담으로 그놈들을 밟아 죽이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어쩌면 두 번이나 731부대에 대해 대충 넘겼기에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지.’
건담의 경우,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건 반전사상이었지 이시이 카츠키가 말했던 731부대가 아니었다.
만약 일본국민들이 731부대의 만행과 그에 대한 극우세력들의 우상화를 강력하게 질타했다면 신풍이라는 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감히 사람들을 학살하고 마을에 불을 지를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다시는 731의 7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내가 그 미개한 조센징이야.
의사소통이 원활하니 영락없는 일본인이라 생각했겠지.
텔레파시는 내 의도를 목소리, 언어 등 모든 요소를 상대의 뇌가 알아서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러니 그때 케이시 흉내를 내며 스미스도 속일 수 있었던 것이고.
‘거기다가 731 얘기에 웃기까지 했으니 오해할 만한 거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저 상황이 저놈에게 안 좋았을 뿐.
사토는 울상이 되어 잘못을 빌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몰랐습니다. 위대하신 한국인이셨다니. 정말 몰랐습니다!
-위대하신 그 인간은 북조선에 있겠지. 네 말대로 난 미개한 조센징이 맞아.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그를 무시하고 옆에 있는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신카쿠, 신카쿠입니다.
-그래, 신카쿠. 이놈 어떻게 죽여줄까?
-……예?
-예전부터 죽이고 싶었잖아.
-……
-아니야?
서로 독설을 주고받을 때 그는 분명 살심까지 품었었다.
지독한 배신감과 함께.
-마, 맞습니다.
-말해봐. 네가 원하는 대로 죽여줄 테니까.
배신당한 자의 복수는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법이다.
저놈이라면 분명 내가 만족할 만한 방법을 알려줄 거다.
“시, 신카쿠! 아니지? 아니잖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그 말에 신카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잘 해줘? 뭘? 아, 논문에 내 이름 빼고 네 이름만 넣은 거? 실험이란 실험은 다 떠민 거? 당직 서면 넌 처자고 나 혼자만 X뺑이 친 거? 매일 바보등신 새끼, 어벙한 모지리 새끼라고 X욕 퍼부은 거?”
“그, 그건······”
“차라리 지금까지 미안했다고, 잘못했다고 빌지 그랬냐!”
신카쿠는 무정한 눈으로 그를 노려본 후 나에게 말했다.
-저기 오른쪽 제일 끝 진열장에 X-T10이라고 적힌 갈색병이 있을 겁니다. 그걸 저 새끼에게 먹이고 싶습니다.
-먹으면 어떻게 되지?
-혈액과 체액이 다 증발합니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고통 받다가 가죽만 남긴 채 죽을 겁니다.
-안 돼! 차라리 그냥 죽여! 이 X발, 그냥 죽이라고!
나는 진열장으로 다가가 신카쿠가 말한 갈색병을 가져왔다.
“끄읍! 끄으읍!”
-인과응보라고 생각해. 다 뿌린 만큼 거두는 법 아니겠어?
“으으으······”
병 속의 액체를 움직여 놈의 목구멍 깊숙이 넣었다.
그러자 전신에서 김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으윽.”
얼굴이 시뻘게지고 핏줄이 이마와 목에 불거졌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눈의 실핏줄이 터져 혈안이 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쉽게 죽지 않으니 신카쿠가 평소에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죽여주세요, 제발 죽여주세요.
나는 죽여달라는 사토의 부탁을 무시한 채 신카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앞에 갈색병을 찰랑찰랑 흔들며 말했다.
-이거 쓸 만하네.
-가, 감사합니다.
-너도 먹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거야. 아직 좀 남았거든.
-……!
내 눈엔 너도 똑같은 놈이다.
뇌수술을 통한 인체개조에 손을 거들었으니까.
-슈퍼솔져에 대한 자료는 어디 있지?
-기밀문서는 전부 자료실에 보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거기에 아까 말한 비밀문서도 있겠군?
-네, 분명 있을 겁니다.
-복사본은 어디에 있지?
-일급기밀문서는 보안 때문에 복사본을 만들지 않습니다.
-불이 나거나 자료가 훼손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화재에 대한 철저한 방비를 하고 있고, 온습도도 최적으로 유지하니까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게다가 최하층은 군장실도 있어서 보안도 가장 삼엄하고요.
자료의 위치는 확인완료.
다음으로 개조를 받은 군인들에 대해 물었다.
-아까 수술 받은 놈들이 300명이라고 했지? 구체적으로 말해봐.
-지금까지 총 4번의 수술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세대로 구분하고요. 세대별로 75명, 그 중 10명이 수술 중에 사망, 그리고 10명이 수술 후 부작용으로 백치가 되거나 미쳐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럼 슈퍼솔져가 280명이라는 말이야?
이거 예상보다 훨씬 많다.
-아니오. 슈퍼솔져라고 부를 수 있는 군인들은 4세대뿐입니다. 그들에게 신풍이라는 부대명이 붙여졌고요.
-그럼 그 이전 세대는?
-수술은 잘 됐지만 세뇌······가 되지 않아서 임무수행이 불가능합니다.
-세뇌? 가지가지 하는구만.
신카쿠의 말에 따르면 수술로 인간성이 배제되면 자의적인 판단을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세뇌를 해서 명령을 따르도록 매뉴얼을 주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3세대까지는 세뇌실험의 부작용으로 백치가 되었고, 정신병원에 수감 중이라고 말해주었다.
즉, 슈퍼솔져는 75명, 아니 내가 2명을 죽였으니 73명이 남은 것이었다.
-슈퍼솔져 외에 또 어떤 X짓거리를 하고 있지?
나는 밖의 개별연구실쪽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X-T10 같은 독극물, 화학무기, 폭발물, 병사들이 사용하는 장비, 신소재 등 다양합니다. 여기선 군사력에 도움 되는 거면 뭐든 연구하니까요.
-좀 볼까?
시간은 많다.
주동자들은 영외에 있을 테고, 아침이 되어야 부대로 복귀할 테니까.
-어떤 거 먼저 보시겠습니까? 참고로 폭발물은 야간에 연구가 불가해서 화약고에 보관 중입니다.
-그럼 장비부터 볼까?
-알겠습니다.
나는 신카쿠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그는 연구실 중 한 곳의 문을 열었다.
-여긴 스마트 탄두 개발부입니다.
한쪽에는 개발 중인 다양한 크기의 총알이 진열되어 있었다.
-총알에 스마트가 왜 들어가?
-저격용 유도탄이거든요. 스나이퍼에게 부족한 2%를 이게 채워줍니다. 현재 사거리 10km 밖에서도 저격이 가능한 탄도 개발됐고요.
-10……km?!
-네, 너무 비싸서 양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다 건너편 연구실 가운데에 진열된, 야구공 같은 물건을 보며 물었다.
-저건 뭐지?
-아, 일종의 광역전기충격기입니다.
가운데 버튼을 누르고 던지면 10m 이내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무기였다.
-수류탄이 살상용이면 이건 제압용이죠.
-왜 신풍은 이걸 쓰지 않았던 거지?
-제압용으로 개발 중인데 전력조절이 해결되지 않아서요. 충격이 너무 세면 죽어버리거든요.
이곳은 마치 007영화에 나오는 무기개발실 같았다.
온갖 신기한 무기가 가득한 게 말이다.
-그리고 이쪽 전부는 신소재 개발부입니다.
그 중에서 내 이목을 끄는 건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방탄복이었다.
오쿠타마의 마을에서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총 맞으면 나도 뒈진다는 걸.
-저 방탄복은 무슨 소재로 만들었지? 엄청 얇은데?
-전단농화유체(Shear thickening fluid)로 만든 겁니다.
-그게 뭔데?
-혹시 우블렉이라고 아십니까?
그건 안다, 액체이면서 고체인 물질.
예전에 예능 프로에서 물 위를 걷는 실험을 하는 걸 본적 있었다.
그때 어떤 박사가 물에 전분을 탔고, 그것만으로 사람이 물에 빠지지 않고 그 위를 걸어갔었다.
-이게 그런 겁니다. 방탄복 속이 젤과 비슷한 액체로 되어 있지만 충격을 받으면 입자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고체가 되고 총알도 막아내죠.
방탄복은 기본적으로 무겁고 움직이기 불편하다.
그걸 신소재로 가볍고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든 것이었다.
-찌이익.
나는 연구실 내부로 들어가 염력으로 방탄복을 찢고 그 안에 든 투명한 액체를 꺼내보았다.
점성이나 그런 게 꼭 액체괴물 같았다.
-여기에 충격을 주면 고체화 된다고?
-……네. 충격이나 진동 같이 입자가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염력으로 빠르게 흔들었다.
나름대로 진동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쩌저적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굳어졌고, 진동이 멎자 다시 액체 상태로 돌아갔다.
‘이거······ 대박인데?’
내 능력과의 궁합이 너무 좋다.
방어가 가능한 동시에 공격할 땐 초진동 무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더 없어?
-……네?
-이거 더 없냐고.
-많지는 않지만 재고창고에 있을 겁니다.
-가보자.
나는 들뜬 마음으로 신카쿠의 뒤를 따라갔다.
뭐랄까.
손오공이 여의봉을 처음 봤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나는 메론 크기의 전단농화유체를 손 위에 띄워놓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것만 넉넉히 있으면 미군이 안 와도 되겠는데?’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이제 될 것 같다, 몰살.
***
다음 날.
특수작전군장 소우마 토오루는 본부에 도착하자마자 국방연구실로부터 올라온 보고를 받았다.
그 내용은 슈퍼솔져 개발부에서 네오 셀로 보이는 유전자를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해부가 필요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쉽게 발견이 되자 소우마는 한 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다.
-삑, 삑삑삑.
소우마는 곧바로 슈퍼솔져 개발부로 내선전화를 걸었다.
-네, 슈퍼솔져 개발부 신카쿠입니다.
“아, 신카쿠 책임. 나야.”
-네, 소우마 군장님.
“사토 수석 자리에 있나?”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금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아니야. 오는 대로 군장실로 내려오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소우마는 통화를 끊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막료장님, 소우마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인가?
“국방연구실에서 네오 셀을 찾았다고 합니다.”
-벌써? 역시 초능력자의 세포가 맞았구먼. 잘 됐네, 잘 됐어.
“사토 수석과 함께 오전 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아니야. 본부에 있게.
“……?”
-카가와 총재님을 비롯해서 다들 직접 보고 싶어 하셨네. 브리핑 준비만 하고 있어.
막료장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전화상으로라도 먼저 치하를 하려는 것이었다.
-수고했네, 소우마 군장.
“아닙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허, 자기 할 일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과찬이십니다.”
-자네 덕분에 내 면도 크게 섰어. 내 이번 일 잊지 않겠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소우마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특수작전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니 미리 의전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밖에 있나?”
그의 부름에 군장 행정병이 노크와 함께 들어와 거수경례를 했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바로 전 부대에 지시사항 내려. 오전 내로 본부 대청소하고, 개인정비도 철저히 하라고.”
“알겠……습니다.”
행정병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소우마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먼지 하나 없어야 할 거야. 안 보이는 곳까지 전부 왁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