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일단 세 놈부터 조져야지 뭐
날이 밝자 타츠오와 스미코 씨가 마취에서 깨어났다.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두 사람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군인들이 몰려와 자신들을 끌고 갔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래서 말해주었다.
CIA와 미군, 그들이 우리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스미코 씨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되물었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군이 움직였다고요?”
상식적으로 그녀의 말이 맞다.
게다가 우리는 자국민도 아니지 않은가.
“어, 어머니 그린피스 아시죠? 제가 일하는 단체가 그린피스와 협약을 맺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타츠오가 진땀을 흘리며 둘러댔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유다.
그린피스는 국제환경단체고, 심지어 본부도 네덜란드에 있으니까.
하지만 산간벽지에서 평생을 살다시피 한 스미코 씨는 그린피스가 외국단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외국은 곧 미국이라는 기적의 논리로 이해를 해주었다.
어쩌면 아들이 하는 말이라서 무조건적으로 믿는 게 아닐까 싶지만 말이다.
“타츠오 씨 이거 받아요.”
나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걸 왜······”
“그걸 추적해서 CIA가 여기까지 올 거예요. 여기는 안전할 테니까 어머니와 함께 기다려요.”
이곳은 국방연구실 내에 위치한 폭발물실험실이다.
어지간한 벙커보다 단단하고 유일한 입구인 문만 열리지 않는다면 그때와 달리 두 사람이 사로잡힐 일은 없다.
이 문은 내가 염력으로 단단히 봉쇄할 테고 말이다.
“그리고 이놈은 꼼짝 못할 테니까 이대로 CIA 쪽으로 넘겨요.”
나는 39번을 산 채로 결박해 실험실 구석에 던져놓았다.
저놈은 살아있는 증거다.
일본정부가 비인도적인 실험을 했다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
“서훈 씨는요?”
“미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죠.”
“또 그때처럼 미끼가 되려고요?”
“이번엔 달라요.”
미끼가 아니라 토끼우리에 풀어진 호랑이가 될 거니까 말이다.
“아무 걱정 말고 어머니 모시고 여기 있어요.”
나는 실험실을 나와 육중한 철문을 굳게 닫았다.
밖에는 시체인 아키라, 사토, 그리고 아직은? 살아있는 신카쿠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데리고 최하층으로 내려갈 것이었다.
본부 내 대청소를 실시하라는 영내방송까지 하는 걸 보면 곧 주동자들이 모일 것이 분명하니까.
문제는 누가, 몇 명이나 오는지 정확한 인원과 방문시간을 알 수가 없기에 특수작전군장인 소우마 토오루를 제압할 생각이었다.
-가자.
신카쿠가 앞서 걸었고, 가운데에 사토를 두고 양옆으로 나와 죽은 아키라가 섰다.
사토는 지금 타츠오의 대역이 되어 있었다.
그는 구속복을 입고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 얼굴을 볼 수 없게 자세를 취하게 했다.
게다가 부스스한 머리를 다듬어 샤기컷으로 연출했고, 전체적인 체형까지 타츠오와 비슷하게 꾸며놓은 상태였다.
체형까지 가능한 건 사토가 X-T10이라는 독을 먹고 뼈와 가죽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폭발물 실험실을 나서 국방연구실 중앙복도를 걸었다.
모든 개별연구실에는 부서별로 청소와 정리정돈에 한창이었다.
참고로 이곳 국방연구실은 연구실장과 같은 관리자가 프로젝트들을 취합하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일본 곳곳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국방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 때문에 우리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철컹.
국방연구실 정문을 열고 나가자 두 명의 군인들이 철통같은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교대를 한 것인지 지난밤과는 다른 군인들이었다.
“충성!”
그들이 아키라를 보며 경례를 하자 나는 아키라의 시체를 움직여 목례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신카쿠에게 텔레파시를 전했다.
-지금부터 아키라보다 계급이 높은 놈이 보이면 얘기해.
-알겠습니다.
기계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하층인 7층을 눌렀다.
-띵.
엘리베이터가 하강하다 6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렸다.
입구에는 두 명의 군인들이 서 있었다.
-아키라 부대장보다 상급자인 이등육위 간부들입니다.
신카쿠의 말에 아키라의 팔을 움직였다.
-척.
거수경례를 취하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등을 지고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섰다.
“야, 아키라.”
왼쪽에 선 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젠 경례할 때 손만 까딱하네?”
“……”
“어쭈, 대답도 안 해? 우리 엘리트 군인께서 특임대에 차출되어 가더니 개념까지 말아 드셨나봐. 아, 혹시 그놈들처럼 대가리에 구멍이라도 뚫었냐? 킥킥.”
두 사람은 어깨를 잘게 들썩이며 웃었다.
그 모습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 슈퍼솔져가 만들어지는지 이곳에 있는 군인들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걸.
“새끼가 대가리에 총 맞았나, 상관 말을 씹어?”
“……”
“그래도 이 새끼가······”
왼쪽에 선 놈이 등을 돌리자 오른쪽에 있는 놈이 동료를 말렸다.
“그만해, 인마. 어이, 아키라. 다들 예민하니까 네가 좀 이해해라. 니들 때문에 지금 전 부대 왁싱한다고 난린 거 알지? 다들 높으신 분들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고.”
-기다리지 마, 모가지 빼줄 테니까.
“뭐……!”
-우드득.
놈들이 텔레파시에 당황하는 사이 그대로 목뼈를 뽑고 비틀었다.
그리고 염력으로 신체를 제어하며 다시 앞을 보게 만들었다.
-신카쿠.
-네, 네!
-이놈들 뒤에 서서 네가 대신 목소리 내.
또 이런 시비를 안 당하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
-제, 제가요?
-그래, 충성이라는 말만 짧게. 잘해라, 들키면 너도 저렇게 되는 거야.
-아, 알겠습니다.
띵 소리와 함께 최하층 7층에 도착.
이등육위 두 사람을 앞세워 복도를 걸어갔다.
이곳은 특수작전본부 내에서도 중요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계급이 높은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카쿠는 기침하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등육위 놈들을 대신해 충성이라는 말을 했다.
덕분에 많은 상급자들이 아무 의심 없이 우리들을 지나쳐갔다.
그런데 이놈도 여기 있었을 줄이야.
신풍의 대장, 쿠보타.
그를 복도에서 딱 마주친 것이었다.
“너희들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그는 탄띠 대신 혁띠에 양손을 올리고 특유의 자세로 물었다.
“아, 그게 소우마 군장님께서 집무실로 부르셔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신카쿠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래? 이상하네. 난 그런 보고 못 받았는데.”
“연구실로 바로 직통전화가 오셨거든요.”
그 말에 쿠보타는 아키라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부대장, 넌 왜 그런 걸 보고 안 해? 이런 일 있으면 대장인 나한테 보고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왜 보고 안 했는지 묻잖아. 그리고 29번은 왜 아직 무장해제 안 했어?”
“저기 대장님. 타츠오 마사시의 경호 때문에 군장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신카쿠 책임, 자네한테 물은 거 아니야.”
“……네.”
신카쿠는 입술이 바짝 타는지 혀를 연신 날름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나.
복도에는 지나가는 군인들이 득실거리는데.
엘리베이터와 달리 여기서 쿠보타의 몸을 구속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면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시끄러워지면 일망타진하기 힘들어지는데……’
최대한 조용히 소우마 군장을 잡아야 나머지 놈들이 제 발로 죽으러 올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그때 복도 옆의 문에서 군인 한 사람이 나오는 게 보였다.
여러 물품을 잔뜩 들고 있는 걸 보면 비품실 같은 곳인 모양이었다.
-타닷.
나는 사토를 움직여 거기로 도망치게 만들었다.
“어?! 잡아!”
사토는 그 군인을 몸으로 밀치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내가 그곳으로 들어갔고, 사토를 제압하듯 그를 바닥에 눕혔다.
곧이어 아키라와 신카쿠, 그리고 쿠보타가 따라 들어왔다.
“구속복 입은 놈도 제대로 못 잡고 있어?! 29번! 일어서!”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에서는 지나가던 군인들이 모여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
일단 순순히 그의 말에 따라주었다.
“빨리, 빨리 안 움직여! 일어서!”
-척.
“앉아!”
-척.
“일어서!”
-척.
얼차려를 받으며 슬그머니 이등육위 한 사람을 움직여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
밖에서 비품실의 상황을 볼 수 없게 조치한 것이었다.
“앉아!”
-척.
그 순간 앉은 건 내가 아니라 쿠보타였다.
그는 두 눈을 깜박깜박 거리며 나와 자신을 번갈아보았다.
이게 뭔 일인가 싶은 것이다.
-일어서.
-척.
쿠보타는 머릿속에 울리는 말에 따라 자신의 몸이 움직이자 눈을 끔벅거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놈이 말을 못하도록 염력으로 목을 틀어쥐었다.
“으으······”
-내 허락 없이 숨소리도 내지 마라. 지금부터 몇 가지 묻겠다.
놈을 만난 건 돌발상황이었지만, 지금부터 상황을 역전시켜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마을주민들 죽이고 불 지르라고 명령을 내린 게 너라고 들었다. 사실인가?
“······”
-대답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될 거다.
쿠보타는 목울대를 출렁이더니 텔레파시에 응답했다.
-너, 너 뭐야. 누구야?
그 말에 짜악소리가 나도록 싸대기를 날렸다.
바깥에서는 아마 내가 맞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쿠보타는 자기가 맞은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눈을 끔벅끔벅거렸다.
-질문은 내가 한다.
-……
-사실이야, 아니야?
-X발, 너 누구야? 초능력자? 타츠오 마사시처럼 초능력자인가?
다시 싸대기를 날렸다.
-짜악! 짜악! 짜악!
-……
-원래라면 물음표 하나에 팔다리를 하나씩 분지르는데 운이 좋은 줄 알아.
밖에 모여 있는 구경꾼들 해산시키고 자연스럽게 군장실까지 가려면 이놈 입이 필요하다.
시체로 만들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이해시킬 수 없을 테니까.
-다시 묻는다. 사실이야, 아니야?
-……
-짜악! 짜악!
-너……으으……
-사실이야, 아니야?
다시 손을 들자 쿠보타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내, 내가 그랬다.
-이유는?
-주, 주민으로 위장한 적이 있을지 몰라서 처리했던 거다.
X새끼네, 이거.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사람들을 몰살시켰다고?
이런 놈은 그냥 죽이면 안 된다.
-이게 뭔지 알아?
나는 갈색병을 꺼내 X-T10이라 적힌 라벨을 보여주었다.
-그, 그건······
-잘 봐.
그 순간 타츠오로 위장하고 있던 사토의 얼굴이 흐물흐물해졌다.
몸은 그대로인 채 머리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도 이거 마시고 저렇게 되는 거야.
-워, 워, 원하는 게 뭐냐?
그 순간 손바닥을 휘둘러 눈앞이 번쩍하게 만들어주었다.
-끄어……
-질문은 나만 한다고 했다. 다시 한 번 경고를 어기면 그땐 손찌검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
-일단 밖에 있는 놈들 해산시켜.
-……
-아, 그리고 허튼 짓하고 싶으면 해봐······ 참고로 아키라는 내 경고를 무시했다가 저 꼴이 되었으니까.
나는 아키라의 베레모를 벗기고 구멍 난 옆통수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움직이는 시체라는 걸 알려준 것이었다.
내가 문 쪽으로 고개짓을 하자 쿠보타는 목울대를 출렁이며 그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여, 여기 모여 있지 말고 일봐. 별 일 아니니까.”
“괜찮으십니까?”
“거, 아무 일 없다니까! 우리 부대 일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네. 자네들은 가서 의전 준비나 해.”
군인들은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흩어졌다.
나는 다시 염력으로 문을 닫고 A4용지 박스를 끌어와 앉으며 말했다.
-무릎 꿇어.
-……
-강제로 해줄까?
쿠보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오늘 윗대가리들이 방문하는 걸로 시끌시끌한 거 알고 있지?
-알고 있다.
-누가 오는 거지? 당신 정도 계급이면 알 거 아냐.
그의 계급은 이등육좌.
우리나라로 치면 중령에 해당한다.
100명도 되지 않는 부대의 대장에 중령정도 되는 인사가 배정된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슈퍼솔져라는 걸 생각하면 자위대 내에서 그만큼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중령이면 고위급 인사의 방문스케줄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카가와 시게루 자민당 총재님과 야마다 켄지 육상총대 막료장님이 오실 예정이다.
-혹시 부총리와 외무성 국장은 어디 있는지 아나?
-그분들은 왜……
-또 처 맞고 싶은가 보네.
-그, 그분들은 미국과의 긴급회담이 있어서 그곳에 계신다.
긴급회담이라면 미군을 움직이는 데 따른 협조요청, 혹은 통보일 것이다.
-좋아. 총재와 막료장은 언제 도착하지?
주동자 중 두 놈이 빠졌지만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일단 세 놈부터 조져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