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누가 말해줬어, 쥐새끼가 있다고?
총리대신 관저.
사이토 나카다 부총리와 야기 소스케 외무성 국장은 긴장된 얼굴로 회담장에 앉았다.
회담 전에 보고받은 정보에 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기가 맞물렸기에 긴급회담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야기 소스케가 운을 띄우며 요코타 미군기지에 대해 언급했다.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에서 아무런 군사행동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의 병력이동은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 정보기관도 기민하군요. 그 짧은 사이에 요코타와 주변국의 군사행동까지 전부 체크했다니 말입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CIA국장 앤드류 터너의 말이었다.
“이유가 뭡니까?”
“간밤에 저희쪽 요원들이 살해당했습니다.”
“……!”
“참고로 언더커버도 아니었고, CIA일본지부 소속으로 일본 방위성 정보본부에 신원공유도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요원들이 열다섯이나 살해당한 겁니다.”
신원이 공유되었다는 건 공식적으로 미국정부 소속이라는 의미였다.
그런 그들이 일본에서 살해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크흠, 그 요원들은 일본에 방문하는 미국 고위인사들의 요인경호를 위해 배치된 실력자들 아니었습니까? 그런 요원들이 십수 명이나 살해되다니요?”
야기는 내막을 알지만 모른 척 되물었다.
“세부사항은 파악 중입니다. 헌데 문제는 요원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경호하고 있던 VIP까지 납치당했다는 겁니다.”
“……!”
“그리고 용의자들은 그 과정에서 민간인 수십 명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우기까지 했습니다.”
사이토와 야기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지금의 말은 세부사항을 파악 중인 것이 아닌 파악이 다 되었다는 말이었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벌써……’
사이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미국의 정보력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는데도 그들의 손바닥 안이었다는 게 참담할 따름이었다.
“오쿠타마, 저희는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자위대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앤드류의 말에 사이토가 목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
“이보세요, 앤드류 국장! 지금 자위대 대원들이 우리 국민을 해하고, 그쪽 요원들까지 죽였다는 거요?!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아니라는 말입니까?”
“아무리 동맹국이라지만 해서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는 거요!”
그때 미국 외무장관 제인 켈리가 나서며 사이토의 말을 받았다.
지난 회담 당시에는 핵심의제가 일본 재무장과 네오 셀이었기에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일의 경우 국방을 넘어 미국의 위신이 관련되어 있어 국방부 장관 해밀턴 러스보다 전면에 나서는 것이었다.
“동맹국에게 해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도 있지요. 부총리께선 하지 않았다 자신하십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정부입장에서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말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답변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일은 있을 수 있다.
있어서 안 되는 일이지만 정부를 제외하면 있을지도 모른다.
미꾸라지 같은 화법에 제인 켈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있다면 일본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 그런 일이 없다면 미국은 무슨 책임을 질 겁니까?”
“제 임기 동안 외교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에서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해드리겠습니다.”
“……!”
사이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말 한 마디에 수억 달러가 오고가는 외교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 측의 입이 다물어지자 앤드류가 다시 나섰다.
“참고로 저희 측 요원이 당시 사건에서 살아남아 자위대 군인들 틈에 위장잠입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나라시노 주둔지에 있는 걸로 위치확인이 되었습니다.”
그 말에 사이토와 야기의 목울대가 동시에 출렁거렸다.
“나라시노 주둔지의 수색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자,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잠시 말미를······”
그때 해밀턴 러스 국방부 장관이 야기의 말을 끊으며 탁자를 내리쳤다.
커다란 덩치와 우렁우렁한 목소리는 그 자체로 위압감이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희생됐소! CIA에서 경호 중인 VIP가 납치당했고! 그것도 일본에서, 일본 자위대에 의해 그런 일을 당했단 말이오!”
“……”
“그러니 우리가 직접 조사하고 사건의 진실과 배후, 모든 걸 명명백백히 밝힐 거요! 아시겠소!”
다소 무례한 언행과 태도였지만 일본 측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제인 켈리 외무장관이 그를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이해해주세요. 이번 사건을 저지른 군인들이 슈퍼솔져로 보인다는 잠입요원의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나신 거랍니다.”
그녀가 내미는 문서에는 옆통수에 뇌수술을 받은 군인의 사진이 있었다.
서훈이 핸드폰으로 찍어 보낸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겠습니다. 인체실험, 하셨습니까?”
그 말에 사이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답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시술을 했을 뿐.
그것은 사람을 마루타로 취급하는 인체실험이 아니다.
그들은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
“오셨습니까.”
소우마 토오루는 군장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맞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카가와 시게루 자민당 총재, 그리고 야마다 켄지 육상총대 막료장이었다.
“네오 셀을 찾았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왔지 뭔가.”
카가와는 자연스럽게 쇼파의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척보기에 그의 기분은 매우 좋은 상태였다.
특임대 신풍의 데뷔전도 무사히 치른 데다, 네오 셀까지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탄탄대로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소식 들었습니다. 선거 날이 잡혔다고 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총리님.”
소우마의 아부에 카가와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카다 부총리께서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더라고. 덕분에 선거도 대폭 앞당겨졌어.”
그의 말에 야마다가 피식 웃었다.
“워낙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잖습니까. 그 기가 센 타츠야마 전 총리까지 꾀병으로 물러났는데, 나카다 부총리의 성향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요.”
“어찌 보면 다행이란 말이야. 그 두 사람이 욕 받이가 되어준 덕분에 내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총리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오래 인내하셨습니다. 그간 얼마나 수모가 많았습니까.”
“다 자네들 덕분이네. 이번만 봐도 자네들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줬으니 네오 셀 건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되었잖은가.”
두 사람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카가와를 바라보았다.
잘했으면 상을 내려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마 꼬리가 있었다면 흔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크흠, 내가 총리가 되면 야마다 자네는 방위성 방위대신에, 그리고 소우마 자네는 자위대 통합막료장에 앉힐 생각이니 미리미리 준비 좀 하게.”
“감사합니다, 총리님.”
“힘껏 보좌하겠습니다, 총리님.”
“거 사람들 참. 그 총리소리 좀 그만해. 아직 선거도 안 치렀는데 말이야.”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군장 행정병이 들어왔다.
그의 행동에 소우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보자고 해.”
“그, 그게 부총리실이라······”
“뭐? 부총리실?”
특수작전본부는 전자장비 반입이 금지된 장소였고,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군장실의 세 사람도 핸드폰을 1층의 보관실에 맡겨놓은 상태였기에 유선을 통해 연락이 온 것이었다.
“사이토 부총리님께서 빨리 연결하라고 하셨습니다.”
“연결해.”
소우마는 탁자 위에 있던 유선전화의 컨퍼런스 콜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 폰 기능이었다.
“부총리님, 소우마 군장입니다.”
-전화 받는 게 왜 이렇게 늦어!!
호통부터 시작되자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또 무슨 일이 터졌나라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조용한 사람이 화내기 시작하면 무섭다더니 요즘 들어 사이토 부총리의 역정이 딱 그랬다.
“죄송합니다. 네오 셀 건으로 회의 중에 있었습니다.”
-됐고, 잘 들어. 특수작전본부 내에 쥐새끼가 한 마리 있을 거다.
“쥐새끼면······ 스파이 말입니까?”
-말 끊지 마! 시간 없으니까!
“……네, 네.”
-미국 측 요원이고, 오쿠타마에서 섞여 들어갔다. 찾아내, 찾아서 흔적도 남기지 말고 처리해. 그놈이 살아있으면 우리 다 끝장이니까. 알아들었어?
미국의 스파이.
그것도 오쿠타마에서 잠입했다는 건 그곳에서 일어난 일의 전모를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당장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타츠오 마사시도 당장 옮겨. 애초에 미국 놈들이 VIP로 관리하는 놈이었어. 그런 놈을 납치한 거야. 카가와 총재, 그 X신 같은 인간 때문에.
카가와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백한 자신의 실수로 몰아가는 사이토 부총리의 모습에서 타츠야마 전 총리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신풍, 그놈들하고 슈퍼솔져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료도 전부 옮겨. 그 쥐새끼 놈이 머리에 시술 받은 흔적을 찍어 보내서 인체실험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중이니까. 꼬투리 잡힐 것 같은 건 치우는 게 나아. 서둘러, 곧 미군이 갈 거다.
“미, 미군이 말입니까?!!”
-그러니까 비상전시체제 가동하고 내가 시킨 세 가지 빨리 처리해!
그의 지시에 야마다 막료장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부총리님, 야마다입니다. 비상전시체제라니요? 미군과 무력충돌이라도 하라는 말입니까?”
-야, 이 사람아! 병력대치하고 시간을 끌라는 거잖아!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
-무조건 그 세 가지 해결하기 전에는 미국 놈들 주둔지로 들여보내지마! 알았어?
“네, 네. 부총리님.”
뚜뚜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지자 소우마는 서둘러 내선전화를 걸었다.
수신처는 국방연구실 슈퍼솔져 개발부였다.
-스마트 탄두 개발부, 신죠입니다.
“뭐야, 슈퍼솔져 개발부가 아니라 왜 그쪽에서 당겨 받아?”
-지금 사토 수석과 신카쿠 책임 둘 다 부재중입니다.
“어디 갔어?”
-사토 수석은 못 봤고, 신카쿠 책임은 아키라 부대장과 함께 연구실 밖으로 가던데······ 근데 누구십니까?”
“나 소우마 군장이다.”
-헙! 구, 군장님.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이것부터 확인해. 슈퍼솔져 개발부에 간밤에 생포해온 놈이 있을 텐데 아직 거기 있나?”
-개발부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청소하느라 자세히는 못 봤는데 신카쿠 책임이 나가면서 구속복 입은 사람 데리고 있는 걸 얼핏 본 거 같습니다.
-데리고 갔다고?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
소우마는 통화를 끊고 행정병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긴급상황이다. 지금 바로 전 부대 집결시켜.”
“아, 알겠습니다.”
행정병이 다시 나가려는 그때였다.
-쾅!
누군가가 군장실의 문을 걷어차며 내부로 들어왔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그때 맨 앞에 선 자들을 본 소우마는 헛바람을 내며 말을 이었다.
“쿠보타? 자네가 다 데려온 건가?”
“구, 군장님. 그게 아니라······”
“뒤에 있는 놈들은 뭐야? 아키라 부대장? 신카쿠 책임?”
국방연구실을 나갔다는 두 사람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뒤를 보니 타츠오 마사시로 예상되는 구속복을 입은 놈도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자네들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나 해?! 무슨 일을 어떻게 했길래 쥐새끼를 달고 부대로 복귀하냐고! 우르르 몰려온 건 또 뭐고?”
그때 인파를 헤치며 복면과 철모를 쓴 신풍의 대원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철모와 복면을 벗으며 저벅저벅 걸어왔다.
대머리가 아닌 풍성한 머리칼.
칠흑같이 새카맣고 무정한 눈동자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소우마는 그가 잠입한 스파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설마……”
-설마 뭐? 쥐새끼?
그 순간 철모가 휘둘러지며 소우마의 얼굴을 사정없이 찍었다.
-뿌악! 뻑! 뻑!
“크악! 악!”
코뼈가 주저앉고 이빨이 후두둑 빠지며 피가 질질 흘렀다.
남자는 쇼파에 다리를 올리고 철모를 든 팔을 무릎에 걸친 채 물었다.
-누가 말해줬어, 쥐새끼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