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이제 그만 끝을 보자고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다 싶었다.
고작 두 부대 전멸시켰을 뿐인데 벌써 사살명령이 내려오다니 말이다.
야마다와 카가와가 악을 지르며 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명령이 떨어진 이상 그들의 입으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대응 사격! 사격해!”
역시 총을 쏘니 곧장 반응이 온다.
표적이 되어주던 지금까지와 달리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다들 억지로 싸우느라 수고 많았다. 그만 편히 쉬어라.
그 순간 욕지거리가 돌아왔지만 단호하게 텔레파시를 끊고 방어에 들어갔다.
-꿀렁, 꿀렁.
사토의 입에서 엿가락처럼 늘어난 전단농화유체가 튀어나왔다.
가죽만 남은 그의 몸속에 숨겨놓았던 것이었다.
재고창고를 샅샅이 뒤져 얻은 딱 성인남자 한 명 분량.
나는 그걸로 움직여 전면에 방어막을 형성했다.
-타타타탕!
천둥 같은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방에 피가 튀었다.
아니, 피가 튀는 걸 넘어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특임대의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아마 전단농화유체가 없었으면 나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지지징, 쩌저저적. 티티티팅! 팅팅!
신소재의 성능은 훌륭했다.
총알이 고체화된 전단농화유체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무한정 견딜 수는 없었다.
일부이지만 튕겨나가지 않고 박히는 총알도 있었으니까.
나는 쏟아지는 총격을 멈추기 위해 천장에 있는 파이프를 터트렸다.
지형을 이용하는 건 전투의 기본.
어떤 것이 유해하고, 어떤 것이 무해한지 이미 파악을 해둔 상태였다.
-푸쉬이이이.
수증기, 거기에 더해 연막탄까지 터트려 실루엣으로도 내 위치를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자 총알세례도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후우, 이제 한 숨 돌리네.’
충격이 없자 전단농화유체, 아니 너무 기니까 여의라고 이름 붙이자.
여의가 액체화 되었고 나는 그걸 온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화력도 무지막지한데다 자칫 기습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 공방일체가 최적의 수단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꿀렁, 꿀렁.
모양을 빚고 보니 4미터는 됨직한 반투명한 거인의 몸 안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했다.
문제는 시야가 깨끗하지 않고 흐릿하다는 것.
이래서는 염력의 연결 텀이 늘어나고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근접전으로 가야겠네.’
공격용으로 쓸 칼을 빚었다.
오른손이 날카롭게 벼려지며 모양이 만들어지자 그 부분만 진동을 가했다.
초진동 블레이드.
이것으로 보이는 족족 다 썰어버릴 생각이었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전투를 시작할 차례였다.
-쉬익!
자욱한 연기를 뚫고 전면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웬 거인이 눈앞에 나타나자 놈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촤좌좌좍!
염력의 위력에 초진동 블레이드의 절삭력이 더해져 수수깡처럼 군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에 누구도 반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토막이 나는 것이었다.
방탄복을 입었든, 철모를 쓰고 있든 상관없었다.
“고, 공겨……!”
-쫘악!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정수리가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내장이 쏟아지고, 고깃덩이가 된 몸통이 볼품 없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그 모습에 군인들 몇몇이 온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괴, 괴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을 해주었다.
-아크마. 와따시와, 아크마다.
너희들을 몰살시키러 오쿠타마에서 온 악마 말이다.
등 뒤로 수류탄이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
-피피피피핑.
그 순간 안전핀이 빠졌고, 수류탄들이 자유비행을 하며 도망치는 특임대원들을 휩쓸었다.
***
-콰앙! 꽈아아앙!
특수작전본부 내에 폭발음이 연신 울렸다.
천장까지 울리는 진동에 등이 흔들리고 그림자가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이를 배경으로 한 채 가케무샤의 대장 와타나베 효고가 말했다.
“다들 알겠지만 긴급비상사태다.”
특수작전군 제 15 특임대, 가케무샤.
그림자 무사란 부대명이 붙여진 그들은 신풍처럼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부대였다.
와타나베는 다른 특임대의 교전을 데이터로 삼아 전황분석을 했고, 평범한 대응으로는 적을 상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정체불명의 괴물이 본부 내를 활보하고 있다. 놈을 죽이기 위해 이번 임무는 가케무샤와 가미카제(신풍)의 합동작전으로 진행할 것이다.”
와타나베는 백오십 명에 달하는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들이 특수작전군의 마지막 보루가 된 상황이었다.
공식부대는 전멸했으니 말이다.
“가케무샤는 무기고에서 중화기 확보해서 지하 1층 공동구역으로 이동, 가미카제는 놈을 그곳으로 유인한다. 이동해!”
***
“후우……”
힘들어서 내는 한숨이 아니었다.
여력은 충분하지만 한숨이 나오는 이유는 끝도 없이 사람을 토막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쟁을 겪고 나면 왜 PTSD를 겪는지 알겠네.’
돌이켜보면 이 정도로 잔인한 학살을 저지른 적이 있었나 싶다.
조선족 리 일가의 본거지에 쳐들어갔을 때?
물론 학살을 하긴 했지만 그땐 전깃줄로 지져 죽였기에 이 정도까지 피를 많이 보진 않았었다.
흑룡파의 본거지에서 총기난사를 했을 때?
그것도 대량학살이고 피를 많이 보기도 했지만, 그땐 직접 한 게 아니라 손정만을 대역으로 움직였기에 거의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백 명의 피를 내 손에 직접 묻히는 게 말이다.
-꾸물, 꾸물.
오른손의 초진동 블레이드를 제어해서 손 모양으로 되돌렸다.
무를 자르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토막을 내다간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대신 바닥에 넘치는 총알에 주목했다.
염력으로 쏘면 그 자체로 기관총이니 공격력을 대신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니까.
“응? 너희는……”
얼굴 부분의 여의를 없애 놓고 총알을 줍는 그때였다.
눈에 익은 복장의 무리가 내 눈에 띄었다.
검은색 스콜피온 패턴의 전투복.
오쿠타마에서 학살을 자행한 신풍, 그놈들이었다.
“그래, 니들도 싹 잡아 죽여야지.”
지난밤에 들어보니 저들은 강제로 뇌수술을 받은 불쌍한 놈들이 아니었다.
특수작전군에서 자원해 슈퍼솔져가 된 놈들이고, 대일본제국의 부흥을 부르짖는 극우 버러지들이었다.
-타타탕! 타탕! 팅, 티팅!
공세를 가해오자 곧바로 얼굴부분의 여의를 덮었다.
그리고 미리 띄워둔 총알로 대응했다.
-퍼퍼퍼퍼퍽!
놈들이 흐릿하게 보여도 그것만으로도 온몸에 구멍을 내주는데 무리가 없었다.
통로 하나를 다 뒤덮어도 될 정도로 총알이 넘쳐 났으니까 말이다.
-타타타탕! 티티팅!
그때 등 뒤에서 또 다시 총격이 가해졌다.
이번에도 신풍의 대원들.
하지만 이번엔 공격을 하자마자 몸을 빼고 있었다.
동료가 당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 치고 빠지는 식으로 대응을 달리 하는 것 같았다.
-쉬익.
곧바로 놈들의 뒤를 따라 복도 끝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방향을 꺾으니 그 옆에는 신풍의 대원들이 나이프를 손에 쥐고 잠복하고 있었다.
-쉬쉬쉭.
세 놈이 근접전을 펼치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신체능력을 강화했기에 가까운 거리에서 체감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게다가 나는 시야가 흐릿한 상황.
슈퍼솔져를 상대로 완벽하게 대응하긴 힘들었다.
-캉, 캉, 카앙!
순식간에 허벅지, 옆구리, 등 뒤를 공격 당했다.
하지만 여의 덕분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고, 몸빵을 한 그 순간에 두 놈의 머리통을 쥐고 서로 맞부딪혔다.
철모를 쓰고 있었지만 통째로 깨부순 것이었다.
-꽈지직!
두 놈이 그렇게 허물어지는 그때였다.
핑 소리와 함께 나머지 한 놈이 등 뒤에 달라붙었다.
수류탄 자폭.
가미카제 아니랄까 목숨을 내던지며 나를 공격한 것이다.
-꿀렁, 꿀렁.
곧바로 여의를 벗고, 대신 놈의 몸 전체를 둘러싸고 초진동을 가했다.
그리고 머리통을 부순 두 놈의 시체로 내 앞을 가렸다.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뒤로 튕겨나가 벽에 처박혔다.
수류탄을 몇 개나 쓴 건지 폭발력이 만만치 않았다.
‘크으……’
머리를 털며 앞을 가렸던 시체를 치웠다.
드러난 광경은 산산조각 난 시체조각과 박살난 여의였다.
아무리 신소재라도 그만한 폭발은 막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꿀렁, 꿀렁.
하지만 소멸된 건 아니었기에 파편이 액체화 되자마자 다시 끌어 모았다.
마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액체금속 로봇처럼 부서져도 복구가 가능했고, 원래의 모습을 만들자마자 다시 내 몸에 덮어 씌웠다.
아직 신풍 놈들이 많이 남았으니 방어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었다.
-타타타탕!
아니나 다를까 다시 복도에 세 놈이 나타나 나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아무래도 3인 1조로 흩어져서 포위망을 형성한 모양이었다.
‘설마 차륜전은 아니겠지?’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고 문제될 건 없다.
능력을 과용했다고 두통을 느끼거나 코피를 줄줄 흘리던 건 예전 일이니까.
그저 찔끔찔끔 상대하는 게 귀찮을 따름이었다.
‘이제 그만 끝을 보자고.’
나는 여의를 움직여 놈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
존 오스틴.
요코타에 위치한 미군 제 5공군의 사령관으로 주일미군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해밀턴 러스 미국박부 장관의 명령을 받자마자 직접 최대한의 가용병력을 이끌고 나라시노 주둔지로 향했다.
일본 자위대를 가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일본 역시 전격적으로 대응했다.
제 1공정단과 제1헬기단을 배치해 제 5공군과 미해병대를 견제한 것이었다.
“제 1공정단 단장 요시오 마오입니다.”
그는 사이토 나카다 부총리와 통합막료장의 엄명을 받고 존 오스틴과 독대를 청했다.
특수작전군의 임무가 완료되기 전까지 무조건 시간을 끌라는 지시였다.
“미군사령관 존 오스틴이오.”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타타타타.
하늘에서 미군과 자위대에 소속된 군용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서치라이트는 어제까지만 해도 동맹군이었던 서로를 향해 있었다.
“무슨 일로 병력을 여기까지 이동하신 겁니까? 보아하니 그냥 훈련은 아닌 듯 한데.”
요시오의 물음에 존 오스틴은 피식 웃으며 답을 했다.
“정말 모르는 거요,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거요?”
“아무런 공문을 받지 못했으니 묻는 거 아니겠습니까.”
“해밀턴 장관님께서 긴급회담을 열어 일본정부에 수색협조요청을 했는데 위에서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는 것이오?”
“예, 없었습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대답에 존 오스틴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합중국 요원살해 및 요인납치, 민간인 살인 및 방화, 비인도적인 인체실험. 이 모든 사안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소.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다면 물러서는 게 좋을 것이오.”
“아무리 미군이라도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어찌 이런 강압적인 군사행동을 하는 겁니까?”
“먼저 피를 본 건 일본이오.”
피를 강조하는 존 오스틴의 표정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힘으로라도 밀고 들어가겠다는 압박이 느껴질 만큼 말이다.
“즈, 증거라도 있습니까?”
“오쿠타마에서 특수작전군 내부로 잠입한 요원과 납치된 VIP가 목격자고 증인이오. 731부대, 그리고 슈퍼솔져에 대한 증거도 그곳에 있을 것이고.”
“그러니까 증거도 없이 이리 강압적으로 나온다는 거군요?”
“조사 후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오.”
“증거가 없다면 주둔지 진입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존 오스틴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간을 끌고 증거인멸을 하시겠다?”
“절차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바보라서 잠입요원이 있다고 알려줬을 거 같소?”
“……?”
“당신들이 그 증거인멸을 하는 순간 증거고 증인이고 아무것도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걸 아니까 말해준 거요.”
그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타타타타.
수많은 군용헬기가 있지만 그의 머리 위에는 유독 눈에 띄는 한 대가 있었다.
Mi-24.
아프간의 도살자로 불리는 공격용 헬기였다.
“조만간 우리 측 요원의 움직임 때문에 주둔지 내에서 큰 소란이 일어날 거요. 그때도 병력을 물리지 않는다면 나는 저 도살자를 움직여 폭격을 가하고 전군 총 공격을 명할 테니 알아서 판단하시오.”
존 오스틴은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잊은 게 있다는 듯 돌아서며 다시 입을 열었다.
“참, 그건 알아두는 게 좋을 거요. 일본은 미국의 손을 놓지 못하겠지만, 미국은 필요하다면 일본의 손을 놓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그런 관계를 동맹이라고 부른다오.”
동맹에도 상하관계가 분명하다는 말.
요시오는 상대의 모욕에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런데 그 수치심이 당혹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꽈아아앙! 꽈아앙!
주둔지 내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연속해서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