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진짜 미친 짓이었습니다
-우지직.
모가지가 꺾인 군인이 실 끊어진 인형이 된 듯 허물어졌다.
벌써 3개 층에 걸쳐 신풍의 슈퍼솔져와 연이어 전투를 치렀다.
그것도 분대 단위로 찔끔찔끔 말이다.
처음엔 목숨 내놓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니 그저 내 힘을 빼려는 수작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차륜전이라면 숨 쉴 틈 없이 몰아쳐야 할 것이다.
분대 하나가 전멸하면 다른 분대가 바로 달려드는 식으로.
그런데 이놈들은 마치 미끼를 던지듯 한 숨 돌리고 나면 멀찌감치 떨어져 나타났다.
‘나 잡아봐라’라는 듯 말이다.
‘설마 유인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어느새 지하 2층 입구다.
아무리 놈들의 수가 적었다지만 그래도 슈퍼솔져다.
그들의 실력을 생각하면 최하층인 7층에서 5층까지 이동한 속도보다, 놈들을 상대하며 5층에서 3층까지 이동한 속도가 몇 배는 빠르다는 건 의심을 해야 마땅했다.
‘유인책이면 함정? 아니면 양동작전인가?’
함정이면 부비트랩 종류일 가능성이 높고, 양동작전이면 노리는 건 타츠오일 것이다.
CIA요원들과 민간인들을 죽이는 리스크까지 감당하면서 그를 납치했으니 말이다.
-타츠오 씨.
텔레파시를 사용해 현 상황을 알리고, 그쪽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다행히 아직은 염력을 걸어놓은 폭발물실험실 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혹시라도 바깥에서 인기척이나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으면 얘기해요.
-네, 알았어요.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폭탄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조금 놀라셨지만 안정을 찾으셨어요.
-조금만 더 참아요. 금방 끝나니까.
확실한 안전을 위해서는 함정과 양동작전 두 가지 모두 대비해야 한다.
나는 놈들이 타츠오 쪽을 노릴 것에 대비해 이곳에서 대기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함정에 대비해 대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꾸드득, 펑. 푸쉬시시시.
천장을 지나가는 파이프 중 액화산소가 지나가는 관을 터트려 바닥에 쏟아지게 하고, 그것으로 여의와 똑같은 모습을 만들었다.
참고로 액화산소는 연소성 물질이 접촉되면 폭발하는 물질이었다.
이어서 목이 부러져 죽은 신풍의 군인과 지니고 있던 모든 수류탄을 액화산소 거인 몸속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움직이는 부비트랩이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부비트랩에는 부비트랩이다.
***
-전 대원, 발포준비.
와타나베 효고는 마지막으로 복귀한 신풍의 대원을 확인하고 명령을 내렸다.
가케무샤의 대원들은 각자 대전차 로켓포, 박격포, 중기관총, 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를 공용공간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곳은 지하층에 마련된 공간 중 특수작전군의 모든 특임대들이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에 상당한 넓이를 자랑했다.
-쿵, 쿵.
그때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키가 4미터에 이르는 반투명한 거인이 나타났다.
타겟은 복도를 빠져나와 오픈된 공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 대원, 발포!
가장 먼저 중기관총과 대공포로 사용되는 헤비머신건이 불을 뿜었다.
수천 발의 불꽃이 허공을 수놓으며 거인의 몸체를 꿰뚫고, 콘크리트 바닥까지 사정없이 터트렸다.
그 모습에 와타나베는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분명 총알을 맞으면 튕겨나갔었다.
아무리 중기관총이라지만 저항이 전혀 없는 건 예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설마!’
상대가 눈치 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명령은 떨어진 상태.
이미 수십 발의 로켓과 셀 수 없이 많은 유탄이 날아가고 있었다.
-바, 방패준비!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기존 작전을 고수하는 것밖에 없었다.
와타나베는 명령을 내린 후 자신도 방패 뒤로 몸을 가렸다.
그런데,
-꽈과과과광!
예상보다 더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엄청난 화염과 비산하는 파편이 방패를 찢고 가케무샤와 카미카제의 대원들을 휩쓸었다.
그 위력은 지진이라도 난 듯 특수작전본부를 뒤흔들었고, 천장에는 금이 쩌저적 가며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크헉······”
후폭풍이 지나간 후, 와타나베 효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상태였다.
방패를 쥐고 있던 그의 왼팔은 반대로 꺾여 있었고, 가슴에는 방탄복을 뚫고 들어온 파편에 피가 왈칵 솟구쳤다.
“끄으윽.”
겨우 몸을 뒤집은 그는 오른팔로 난간을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멍멍하고 귀에서는 삐 소리만 연신 들려왔다.
“쿨럭, 쿨럭.”
피가 섞인 기침을 내뱉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상황은 처참했다.
모든 대원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지만 그나마 살아남은 건 와타나베뿐이었다.
-폭발이 있어서 부비트랩인 줄 알았는데 잠복이었어?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반투명한 거인 속에서 얼굴을 내민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아까의 것은 대역인 것이었다.
후회하긴 늦었지만 말이다.
“칙쇼!”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허리춤의 권총으로 가져갔다.
죽을 때 죽더라도 마지막까지 결사항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지와는 다르게 오른손은 총구를 자신의 턱밑으로 가져갔다.
-발악은 그게 통하는 상대에게나 하는 거야.
그 말과 함께 탕! 소리가 나며 와타나베의 의식은 끊어졌다.
***
대폭발로 신풍을 포함한 특임대 놈들이 몰살을 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들이 들이닥쳤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힌 게 다 끝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것이었다.
“Don’t move!”
그들은 자위대의 전투복을 입고 있던 나를 향해 총을 겨누었고, 나는 순순히 그들의 제압에 응해주었다.
미국과 틀어질 땐 틀어지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일단 현 상황을 정리하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었다.
수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색할만한 곳이 딱 두 군데, 최하층에 위치한 기밀문서 자료실과 타츠오 모자를 숨겨 놓은 국방연구실밖에 없었으니까.
나머지 시설은 전부 파괴한 상태였다.
“핏값 한 번 엄청나게 받아냈군요.”
뒤늦게 나타난 조지 크리크가 현장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말을 이었다.
“죽은 우리 요원들이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비꼬는 거 아니죠?”
“그럴 리가요.”
아니다, 비꼬고 있다.
내가 엿을 먹였다는 것 때문에 저러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습니까?”
“……네?”
“정보 흘린 거 말입니다.”
“아, 그거 말입니까.”
아, 그거 말입니까아?
그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건가?
나니까 괜찮은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아니지.
여의를 얻지 못했다면, 고위인사들을 잡기도 전에 발각됐다면?
갈기갈기 찢겨져 죽은 건 저기 바닥에 있는 놈들이 아니라 나였을 터.
이건 ‘아, 그거 말입니까’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날 죽이고 싶었던 겁니까?”
내 물음에 조지는 눈을 깜박거리더니 손사래를 쳤다.
“무슨 그런 말을. 아닙니다, 그런 거.”
“……?”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그가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다니.
“물론 블랙 씨가 그때 그 일을 꼬투리 잡아서 절 뒤처리에 이용한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CIA요원들의 죽음도 관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에 나서준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요. 저희 그렇게 파렴치한 놈들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블랙 씨를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뭔 X소리야?
죽으라고 등 떠 밀어 놓고 도우려고 한 거라니.
“애초에 이렇게 만들려고 여기까지 잠입한 거였죠? 블랙 씨의 능력이라면 오쿠타마에서 타츠오 씨 모자를 구해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다.
사건의 배후를 캐서 뿌리 뽑으려는 의도였으니.
“그리고 이 상황을 수습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니 저한테 연락했던 거고요.”
“그래서요?”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이 정도까지 대학살을 벌인 일을 수습하는 건 힘듭니다. 블랙 씨를 자국요원이라고 못 박고 비호를 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그러니 그 힘든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현장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조건 말입니다.”
그래서 나를 미끼로 썼던 것이었다.
특수작전군의 이목을 집중시켜 타츠오와 슈퍼솔져 실험과 관련한 자료를 빼돌리지 못하도록.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겁니까?”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위험했을 텐데 말이다.
“시간이 얼마 없었습니다.”
“……?”
“당신을 미끼로 쓰자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저를 비롯해 각 지부장들, 국장님, 장관님 등 수뇌부의 생각이 갈라졌었습니다.”
나와 사이커스가 가지는 중요성.
그리고 타국 군대의 주둔지를 강제로 조사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 사이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모아도 현장증거를 확실히 잡을 방안이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걸 적진에 잠입한 블랙 씨와 논의할 수도 없고요.”
여기서부턴 그들이 내 능력을 정확하게 모르니 생긴 문제였다.
그저 건담이나 물뱀 같이 커다란 물체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사람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한다거나, 염력을 걸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심문을 통해 정보를 캐낼 수 있다는 등 내가 가진 능력의 활용법을 제대로 모르기에 증거확보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겁니다.”
“압니다. 그래서 그 타이밍 계산한다고 다들 머리에 쥐가 났었으니까요.”
이어지는 설명은 기가 막혔다.
사전조사 없이 잠입한 경우, 보통의 요원들이 작전을 개시하는 평균시간.
고위간부를 노릴 것이라는 내 행동예측과 그에 필요한 예상시간.
긴급회담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
거기에 미군이 병력이동에 걸리는 시간까지 전부 계산에 넣은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을 보태자면 블랙 씨를 믿은 것도 있었습니다.”
“믿었다고요?”
“자위대는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군댑니다. 그 심장부에 들어가면서 장난처럼 핏값 받아 오겠다는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믿었습니다, 그 자신감을.”
조지는 마른 입술을 혀 끝으로 적시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진짜 미친 짓이었습니다.”
그는 앞으로는 모른 척 할 거라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
“후우우······”
사이토 나카다 부총리는 보고를 받자마자 긴 한숨과 함께 등받이에 기댔다.
나라시노 주둔지에 일어난 일이 감당하기 힘든 사태로 번졌기 때문이었다.
“미군이 VIP, 그러니까 타츠오 마사시를 현장에서 구했다고요?”
“……네.”
야기 소스케가 참담한 얼굴로 답을 했다.
“슈퍼솔져와 731부대에 대한 자료도요?”
“……네.”
“카가와 총재를 비롯한 우리 측 인사들이 우리 군을 상대로 총질을 했다죠?”
“……네.”
“특수작전군은······ 전멸했고요?”
“……네.”
사이토는 넋이 나간 듯 손뼉을 치며 질문을 또 던졌다.
“참, 하나가 더 있지. 그 잠입요원은요?”
“특수작전본부에서 살아나온 사람이 그 잠입요원과 타츠오 모자, 세 명뿐이라고 들었습니다.”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허.”
상식을 벗어난 결과를 마주하니 웃음이 나왔다.
사이토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 잠입요원이 미국이 보유한 초능력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미국이 장관 둘을 움직이면서까지 네오 셀을 강력하게 요구했는지 말이다.
한 사람의 초능력자가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앞으로의 세상, 특히 국방에 있어서 전 세계는 초능력이라는 격변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전부 협조하세요. 기밀문서든 뭐든 다 보여주고 싹싹 빌어요.”
사이토의 말에 야기는 입술을 앙다물며 콧김만 내뿜었다.
“더 이상 뭘 어쩌지 못할 정도로 외통숩니다. 지금은 들어줄 수 있는 모든 걸 들어주고 미국을 달래야 할 때인 거, 알지요?
“……네.”
“그리고 앞으로는 외무성에서 책임지고 미국이 보유 중인 초능력에 대한 정보를 공유 받으세요. 돈을 뿌리든, 여자를 붙이든, 똥을 닦아주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에요.”
“……네.”
사이토는 힘없이 대답하는 야기를 향해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슈퍼솔져 따위에 혈안일 때 한 발 앞서 초능력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에 집중한 미국이에요. 앞으로의 세계패권도 미국이 장악할 테니 우린 절대 그들에게 버림받아선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