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내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지?
10시간, 고작 그 정도 소요시간만으로 걸프스트림은 프랑스 영공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파리에 가까워지자 나는 일행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괜찮겠는가?”
해밀턴 장관이 나를 보며 걱정스런 모습을 보였다.
내 능력에 대해 보고를 받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니 염려를 표하는 듯했다.
“문제없습니다.”
“혼자도 아니니 낙하산은 메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생각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가지고 가봤자 방해만 된다.
다른데 쓸데도 없고.
“준비됐지?”
내 물음에 일행 중 스미스가 답했다.
“뭐 준비할 게 있나요. 그냥 뛰면 되는데.”
중력을 다루는 능력자에다 SAS에 복무할 때 고공강하도 자주 한 덕분인지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반면 실비아와 타츠오는 표정이 굳은 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이이잉.
걸프스트림의 출입구가 열리고 모든 것을 빨아 당길 듯한 인력이 느껴졌다.
“넌 알아서 할 수 있지?”
“네?”
“능력 나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거야?”
스미스는 중력으로 성인남자 한 명 정도는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러니 제 한 몸은 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1만 미터 상공입니다!”
“그게 뭐?”
나는 그 말과 함께 엉덩이를 걷어찼다.
“으아악!”
스미스가 문밖으로 날듯이 사라지자 나는 실비아와 타츠오에게 염력을 걸고 그들을 다독였다.
절대 잘못될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안심을 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해밀턴 장관을 바라보았다.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행운을 빌겠네.”
“프랑스 정보국에 얘기나 잘 해주십시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두 사람과 함께 뛰어내렸다.
***
-지이이잉.
네 명의 초능력자가 뛰어내린 후 곧바로 문이 닫혔다.
해밀턴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쓰다듬어 넘기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접니다.”
-네, 해밀턴 장관님.
상대는 프랑스 대내정보총국 DGIS의 국장, 장 폴름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국내안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다.
“저희 측 요원들이 방금 프랑스로 들어갔습니다.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아마 많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문제없도록 케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아직도 장관님 의도를 잘 모르겠군요. 정말 그들이 알 키사스 놈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허허,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보십시오.”
해밀턴은 확신하고 있었다.
조세핀이라는 접점이 있는 이상 알 키사스는 블랙의 일행과 반드시 부딪힐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놈들을 그냥 두진 않겠지.’
모르긴 몰라도 나라시노 주둔지 사건처럼 큰 사고가 터질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알 키사스가 극단주의라면 블랙 역시 극단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알 키사스 놈들만 해결될 수 있다면 무슨 말인들 못 믿겠습니다.
장 폴름을 비롯해 프랑스 정부는 대규모 테러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그 이유는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움직임이 알 키사스의 국내잠입 첩보와 동시에 멎었기 때문이었다.
외로운 늑대 테러는 조직에 속한 것이 아닌 개인이 일으키는 흉기난동이나 총기난사를 일컫는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 키사스와 행동을 같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외로운 늑대와 알 키사스 놈들이 동시에 움직인다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대신 그들이 프랑스에 잠입한 알 키사스 놈들을 제거한다면 이번 호주 잠수함 건은 잘 무마해줘야 할 겁니다.”
미국이 프랑스에게 진 빚.
그건 미국이 호주에게 핵잠수함 지원을 약속한 걸 계기로, 호주가 프랑스에 발주한 77조 규모의 잠수함 수입 건을 취소해버린 일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일환이었으나 프랑스는 배신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그렇게 자신하진 마십시오. 미국도 테러에 골머리이지 않습니까. 특히 그 알 키사스 놈들은 이슬람 무장세력 중에서도 은밀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놈들입니다.
은밀? 잔인?
해밀턴은 웃음만 나왔다.
아무리 은밀해도 사이코메트리, 그리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인 두 초능력자의 조합이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잔인하기로는 블랙이 한 수 위 아닌가.
자신조차 나라시노 주둔지의 현장사진을 보고 토를 했을 정도였으니.
“장 폴름 국장님.”
-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미리 구토억제제 좀 사놓으십시오.”
아니면 토할 거다, 너.
***
프랑스 파리.
우리는 그곳의 호텔 중 에펠탑 뷰로 유명한 하얏트리젠시를 숙소로 정했다.
“일단 정리를 좀 해보자.”
나는 일행들을 모아놓고 CIA에게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엄마는 현재 파리 내에 있다.
다만 그녀의 정확한 위치는 CIA도 모르고 있었다.
“이혜선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하나야. 조세핀 일리나 박사.”
하나지만 확실하다.
엄마는 그 여자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온 것이다.
CIA가 그렇게 판단을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NKC-2200.
엄마가 그걸 정말 빼돌렸다면 그 상태 그대로 써먹을 곳은 없다.
이엘바이오에서도 냉동인간 해동기술과 관련해 연구가 진행 중인 기술이기도 했고, 다른 분야에 적용하려고 해도 그에 맞게 개량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세핀 일리나는 그 NCK-2200의 초기개발을 맡았던 인물.
개량을 하는데 그녀만큼의 적임자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둘째, 네오 셀.
엄마는 네오 셀과 관련한 정보도 빼내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정보 중에는 네오 셀이 언더그라운드 옥션을 통해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있었다.
조세핀이 슈퍼솔져 개발을 하는 G3연구센터는 파스퇴르 연구소 산하에 있으니 그 건도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즉, 엄마와 관련된 모든 사안이 조세핀을 향하고 있으니 그녀를 반드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CIA에서 그 여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중이라면서요?”
스미스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렇다, 감시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접촉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닌 척을 하는 것인지 아직 주변에서 엄마의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걸 눈치 채고 접촉할 기회를 노리는지도 모르지.”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야. 하나는 조세핀에게 접근해서 이혜선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접촉했다면 그걸 토대로 추적하면 되겠지.”
“그거야 실비아가 있으니 그리 어렵진 않겠군요. 다른 하나는 전에 얘기했던 그 방법이고요? 미리 제이미에게 연락할까요?”
스미스가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
“아니. 그쪽은 차선책이니까 조세핀 박사를 먼저 만나고 나서 정하자고.”
CIA가 그 동안 감시와 잠복만 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신분 때문에 정보를 캐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슈퍼솔져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프랑스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우린 그냥 만나면 된다.
정보는 만나면 저절로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띠리리리.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스미스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었다.
“어디야? 혹시 퀸시?”
내 물음에 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 일로 케이시의 텔레파시가 아닌 전화를 이용한 걸까.
그것도 타이밍도 좋게 파리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프랑스로 온다고 얘기했어?”
“아니요. 아직 안 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럼 우연인가.
“그럼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 때문에 연락한 거겠지. 받아봐.”
“네.”
스미스는 전화를 받더니 안절부절 못하며 통화를 이어갔다.
옆에서 실비아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사이코메트리로 대화내용을 스미스의 기억으로 엿본 모양이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자 두 사람은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서훈 씨?”
“알아, 나도 옆에서 대충 들었거든.”
스미스가 하는 말로도 유추가 가능했다.
그 정도로 내용은 단순했으니까.
통화상대는 메리엄이라는 퀸시의 수장.
그녀가 나를 만나고 싶으니 자리를 마련하라는 지시였다.
“내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지?”
나는 그 자리에서 스미스의 핸드폰을 염력으로 부숴버렸다.
그리고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네 것도 부수기 전에 전원 꺼놔, 알았어?”
안 그래도 심경이 복잡한데 별 게 다 귀찮게 한다.
***
프랑스로 잠입한 국제테러단체 알 키사스의 분파는 세 곳이었다.
-라시드가 이끄는 알 라시드.
-오마르가 이끄는 알 오마르.
-카심이 이끄는 알 카심.
프랑스에서 그들은 각자의 분파가 별도로 움직였다.
칼리파(Khalīfah : 이슬람 지도자)로부터 부여 받은 명령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세 분파 중 알 카심의 목적은 공포.
프랑스 사회가 두려움에 벌벌 떨 정도로 철저하게 공포를 퍼트리는 게 그가 받은 명령이었다.
알 카심의 지휘관, 카심은 서른에 달하는 부하들을 세 개로 나눠 이슬람을 모독한 프랑스인 세 명을 생포해오라 명했다.
그리 며칠 후,
알 카심의 일원들은 얼굴에 검은 두건을 쓴 세 사람을 묶어서 끌고 왔다.
“벗겨.”
카심의 명령에 부하들이 두건을 벗겼다.
중년의 남자 둘, 그리고 여자 하나.
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 카심의 눈치를 보았다.
“너희들이 왜 여기로 끌려왔는지 아는가?”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셋 모두 재갈을 물고 있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카심은 대답 따윈 상관없다는 듯 품속에서 만화책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표지에는 나체를 한 무슬림 남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감히 우리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화를 그려?”
그의 시선은 제일 왼쪽에 선 중년남자를 향해 있었다.
이어서 가운데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놈은 감히 그걸 게재하고.”
살기 어린 시선을 받은 주간지 편집장의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네년은 이걸 학교에서 가르쳤다지?”
“읍, 읍! 읍!”
중년여인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할 말이 있다는 듯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발길질이었다.
-퍼억!
“끄으……”
카심은 배를 얻어맞고 고개를 숙인 그녀의 머리칼을 잡고 고개를 젖혔다.
“후회하나?”
-끄덕, 끄덕.
“너희들은 죽음이 다가와야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를 하는군. 그런데 그거 아나?”
“……”
“우리 이슬람 전사들은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 언제나 죽음과 함께 하니 진실된 행동만 하고, 잘못에 따른 후회도 하지 않는 것이다.”
“흐읍, 흐읍.”
“지금부터 너희들도 올바른 길로 계도해주마.”
그는 거칠게 머리를 놓으며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들은 세 사람을 무릎 꿇리고, 그 뒤에 서서 검은색 복면을 뒤집어썼다.
카심 역시 같은 복면을 쓰고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카메라 한 대가 있었다.
“시작해.”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카메라의 녹화기능이 켜지며 붉은 빛이 점등되었다.
“우리는 알 키사스의 충성스런 전사들이다. 지금부터 우리의 종교를 모독한 프랑스인들에 대한 처형을 시작할 것이다.”
그는 들고 있던 만화책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처형은 이 불꽃이 꺼지기 전에 끝날 것이니 끝까지 지켜보도록. 시작하라!”
신호와 함께 세 사람의 뒤에 선 자들이 시퍼런 나이프를 일제히 꺼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듯 턱을 붙잡은 후, 다른 한 손으로 나이프를 목덜미에 쑤셔 넣었다.
-푸욱!
“으윽……”
대량의 출혈을 일으키는 경동맥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곧바로 죽지 않았다.
이는 서툴러서 일어난 일이 아닌 의도된 결과였다.
최대한 고통 받게 만들기 위한 의도 말이다.
-서걱, 서걱.
“으으으!”
나이프는 조금씩 그들의 목을 잘라갔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당하는 자들이 목이 잘리는 끔찍한 공포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배경으로 카심이 잿더미가 된 만화책을 발로 짓이기며 외쳤다.
“이것은 엄중한 경고다. 지금부터 이 참담한 종이쪼가리를 보는 자, 가지고 있는 자, 퍼트리는 자를 포함해 이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에게 같은 벌을 내릴 것이다.”
그 순간 타이밍을 맞췄다는 듯 처형을 완료한 부하들이 잘라낸 머리통을 번쩍 들어올렸다.
잘린 목에서는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카심은 신을 찬양하는 말을 선창하며 기도를 한 후 양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부하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