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이렇게 된 거 파리를 샅샅이 뒤지는 거야
언젠가 뉴스에서 본 적 있었다.
유럽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내용.
특히 프랑스가 가장 심하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공화국 원칙 강화법이라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화국 원칙 강화법.
하여튼 법이란 놈은 말부터가 어렵다.
간단하게 보면 아이들이 학교나 종교시설 같은 공간에서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지 않도록 하자는 법이다.
비록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적 낙인찍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유럽을 휩쓰는 상황에서 제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테러리스트를 더욱 자극했고, 유럽에서 가장 빈번한 테러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테러의 현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 살려줘.
-으으으.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엄마를 잃은 건 눈앞의 꼬마아이만이 아니었다.
저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텐데.
아까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연상시켰던 건물의 붉은 조명이 피투성이가 된 거리와 어우러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삐용, 삐용.
경찰차와 구급차가 대로를 거의 꽉 채우다시피 몰려들기 시작했다.
직선거리로 약 1km에 가깝게 덤프트럭이 인도를 질주한 상황.
게다가 연말 특수를 누리던 시기라 거리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기에 그만큼 많은 이송차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런 놈들이 조세핀 박사를 노릴 수도 있다고?’
해밀턴 장관의 말을 들었을 때만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엄마를 찾는데 방해가 되면 그저 치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놈들이라면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것 같았다.
‘기회를 봐서 전부 잡아 죽여야겠네.’
이념? 사상? 종교?
웃기고 있다.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정부기관을 노리지 않고 일반시민을 트럭으로 덮친 거냐.
힘 센 놈은 못 건드리니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겠단 건가?
그래서 짓밟아도 된다고 여긴 건가?
‘정말 세상엔 왜 이렇게 죽어야 할 놈들이 많을까.’
세상이 넓다더니 정말 그러했다.
일본에 이어 프랑스까지, 외국을 경험해보니 한국은 정말 작은 우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에이전트 블랙과 일행 되십니까?”
그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프랑스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미국은 내 신분을 일본에서처럼 CIA 요원으로 위장했기에 에이전트 블랙이라 부른 것이었다.
나는 통역기 덕분에 알아들을 순 있지만 그의 말에 답해줄 수 없는 상황.
스미스가 나서며 말을 받았다.
“네, DGIS(대내정보총국)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장소를 옮겨야 하니 절 따라오십시오.”
테러가 일어난 장소인 만큼 당연한 대처였다.
우리는 그를 따라 차에 올랐고, 세느 강 강변에 위치한 루프탑 바(Bar)로 향했다.
난리통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이곳에 도착하니 적막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주변이 조용했다.
바에도 손님이 전혀 없는 걸로 보아 안전을 위해 통째로 빌린 모양이었다.
조세핀 박사는 강가 쪽 창가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세핀 일리나예요.”
나는 스미스의 통역을 통해 그녀에게 인사하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블랙이라고 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CIA에서 절 만나자고 해서 내심 놀랐었어요. 이엘바이오와 관련되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죠?”
그녀의 물음에 난 이혜선의 사진을 앞으로 내밀었다.
“케이티 리라고 아십니까?”
“네, 이엘바이오에 재직할 당시 같이 일했던 직장동료였어요. 케이티에 대해서는 왜 묻는 거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재 케이티 리는 이엘바이오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케이티가요?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상황이라 조사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혹시 케이티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나요?”
의도했던 대로 호감을 보인다.
CIA요원이라고 생각하고 만났을 땐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지만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에 긴장이 누그러진 것이다.
“아시아지부장으로 한국에 계실 당시 교류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 자원해서 나선 거고요.”
“블랙 씨께선 기술유출 건이 누군가의 음모라고 생각하세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말입니다.”
당사자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누명이든 음모든 해결할 수 있으니까.
“저희가 파악하기로 그녀는 미국에서 프랑스로 들어왔고, CIA에서는 그 이유를 박사님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케이티는 똑똑한 사람이에요. 만약 기술을 유출했다면 섣불리 지인을 찾아갈 사람이 아니에요.”
“그 기술이 NKC-2200입니다.”
“그건······”
“네, 박사님께서 초기 유전자 설계를 맡아 진행하셨던 기술입니다.”
유출기술과 프랑스 입국.
그 두 가지 요인을 연결해 이유를 말해주니 조세핀은 의문을 더 제기하지 않았다.
그 기술과 관련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가 더 잘 아는 듯 했다.
“혹시 최근에 그녀와 연락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일이 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거짓이 아니다.
전해지는 감정으로 보아 정말 최근에는 엄마와 연락한 적이 없다.
“혹시 박사님께 연락이 온다면 협조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럴게요.”
거짓이다.
예상컨대 엄마의 사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행동을 달리 할 것이다.
국가기밀이라는 위험한 일에 엮여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그녀가 보기와 다르게 강단이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뒤에 있는 프랑스 정보국을 믿고 있는지도 모르고.
“대신 부탁드릴 게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케이티는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에요. 분명 사정이 있을 테니까 그녀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까진 사살하지 말아주세요.”
NKC-2200의 담당이었으니 그걸 유출할 경우 CIA의 대처가 어떠한지 아는 모양이다.
실제로 윤종호가 그런 이유로 죽기도 했고.
“저도 박사님과 같은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요.”
“케이티가 그 일을 저지른 게 정확히 언제쯤이죠?”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한국에 있었다니 알겠네요. 한국에서 있었던 인체실험 사건, 혹시 그 일이 일어난 이후에 그런 건가요?”
“네.”
왜 시기를 묻는 걸까.
“그럼…… 맥 무어 회장님도 용의선상에 올리는 게 좋을 거예요.”
“이엘바이오 회장님 말씀입니까?”
“네.”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케이티가 아시아지부장으로 한국에 갔던 건 그 인체실험에 사용된 세포를 구하러 갔던 거였어요.”
“……!”
“이제는 CIA에서도 네오 셀의 존재를 알고 있겠죠? 그 세포가 네오 셀이었어요.”
조세핀은 엄마가 맥 무어 회장에게 한국에 있는 특수세포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걸 얻기 위해 이엘바이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으로 향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체실험사건이 밝혀지며 그것이 자신이 지금 연구하고 있는 네오 셀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었다.
“맥 무어 회장님은 상벌이 확실하신 분이에요. 만약 그때 케이티가 네오 셀을 얻지 못했다면…… 누명을 씌웠는지도 모를 일이에요.”
“그걸 구해오지 못했다고 그런 짓을 했다는 건 억측이 아닐까요? 이미 사람이 죽었습니다. 윤종호라고 그분의 경호실장이 말입니다.”
“처벌이 두려워서 도주를 했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회장님이 CIA를 이용해 두 사람을 죽이려 했을 수도 있어요. CIA라면 어디에 숨든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상벌이 확실하다고 해도 무슨 깡패조직도 아니고 부하직원을 죽이려 든다고?
“엘리자베스 무어.”
“네?”
“회장님의 딸이에요. 케이티는 네오 셀이면 냉동인간상태인 엘리자베스를 소생시킬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맥 무어 회장님을 설득했었어요.”
“……”
“만약 그 기대를 저버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회장님께선 따님과 관계된 일에 있어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니까요.”
“맥 무어 회장에 대해 잘 모르는 저로서는 쉽게 믿기 힘든 말이군요.”
“그런 가능성도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예요. 유출된 기술이 NKC-2200이란 것도 그 생각을 하는데 한몫을 했고.”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 기술은 이엘바이오에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한다.
NKC-2200은 손상된 세포를 제거해 온전한 세포로 교체하는데 필요한 기술.
네오 셀이란 세포회복에 획기적인 유전자를 찾은 이상 그쪽 방향을 더 진행할 이유가 없었고, 그런 연유로 개발이 중단된 것이 NKC-2200이라 말해주었다.
“당신이 케이티를 범인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예요.”
“협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쪽으로도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세핀은 그렇게 우리 일행과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먼저 일어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악수를 한 실비아에게 물었다.
“어때?”
그녀라면 접촉과 함께 최근 기억을 읽었을 테니 내가 판별한 것과 더블 체크를 해보는 것이었다.
“이혜선을 만나지 못한 건 확실해요. 집, 연구실만 오고가는 사람이라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고요.”
“혹시 네오 셀을 연구한 기억도 읽었어?”
“네, 아직 별 소득은 없어 보이네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네오 셀의 유전자 구조를 변형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걸 슈퍼솔져 개발에 적용하진 못한 모양이다.
그 유명한 파스퇴르 연구소의 박사도 실패라니.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게 다시 한 번 상기된다.
그때 스미스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 다른 세포와 비교분석이 안 될 테니까. 어쩌면 네오 셀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것도 있지만 남아있는 비교군이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인지도 몰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비교군이 없다고? 그럼 세상에 퍼트린 네오 셀이 전부 같은 거라는 말인가?”
그러고 보니 퀸시가 뿌린 네오 셀이 어디에서 난 건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상에 피지컬 계열의 네오휴먼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데 말이다.
과거에 얻은 세포를 보관하고 있다가 퍼트렸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세포가 같다는 건 분명 이상했다.
예전부터 모아왔다면 다양한 피지컬 네오휴먼의 세포를 가지고 있었어야 하고, 인위적인 능력자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마찬가지로 다양한 세포를 뿌리는 게 그에 부합하니 말이다.
“네, 한 사람 거예요.”
그때 실비아가 내 말을 받았다.
“왜 한 사람 것만 퍼트린 거지?”
“너무 오래전 얘기라 저도 들은 내용인데 보관하고 있던 다른 세포들은 사멸하고 그것만 남았다고 했어요.”
내 예상대로 과거 퀸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네오 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거가 무려 이백여 년 전.
당시에는 세포를 초저온에서 냉동시키는 보관법 같은 게 없었던 게 이유였다.
“그런데 오직 그 세포만이 사멸하지 않고 남은 거예요.”
원주인의 능력에 대한 기록이 없으니 자세히는 모른다고 한다.
불로장생 혹은 불로불사.
세포를 기준으로는 노화가 거의 없으며, 어느 정도 다치더라도 재생력으로 몸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었을 것이다.
불사의 개념에 따라 다르지만 세포만 남아있다는 건 원주인이 죽었다는 것.
아마 재생력을 웃도는 수준으로 상해를 입었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예를 들어 목을 자른다거나, 갈기갈기 찢겨져 분쇄되거나 하는 등의 경우 말이다.
“네오 셀 얘기는 그쯤하고 제이미 드레이크에게 연락해봐.”
조세핀에게서 단서를 찾지 못한 이상 차선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방법이면 엄마는 물론 알 키사스란 테러리스트 놈들도 찾을 수 있을 거다.
‘이렇게 된 거 파리를 샅샅이 뒤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