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모조리 먹어치워!
프랑스 대내정보총국 본부.
장 폴름은 벌써 며칠 째 상황실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알 키사스.
그들이 프랑스인 세 명을 참수하는 참극을 저지른 데 이어 샹젤리제 거리에서까지 테러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됐어? 아직 그놈들 아지트 못 찾았어?!”
“생드니 지역 근방에서 자취를 감춘 걸로 보아 더 이상의 추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드니.
프랑스의 대표적인 빈민가로 이슬람교가 카톨릭을 밀어내고 가장 많은 수의 교도를 가지게 된 지역이다.
그런 탓인지 자생적 테러리스트, 외로운 늑대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곳이기도 했다.
“역시 그놈들과 규합하는 건가······”
예견이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
대규모 테러의 위험이 목전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대테러부대에 연락해. 생드니를 샅샅이 뒤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파리경찰국에 협조요청해서 비상령 내리고 검문검색도 강화시켜, EOD(폭발물제거반)는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대기시키고.”
“네.”
그때 테러현장분석을 하는 요원 중 한 명이 장 폴름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국장님 영상분석 끝냈습니다.”
“그래? 가져와봐.”
영상은 시민들이 샹젤리제 트럭테러 현장에서 찍은 장면을 모은 것이었다.
분석된 장면은 트럭이 주저앉고, 폭탄테러를 저지르려던 테러범이 맨홀뚜껑을 열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었다.
“만약 이때 트럭이 멈추지 않았거나, 테러범이 맨홀에 뛰어들지 않고 그대로 터졌다면 피해가 수십 배로 커졌을 겁니다.”
“흠······”
“보도뉴스에서는 노후차량의 바퀴축이 부러졌다느니, 테러범이 공포에 미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지만 영상분석을 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아니라고?”
그는 영상을 되돌리며 느리게 재생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시면 바퀴가 주저앉는 게 먼저가 아니라 트럭 윗부분이 눌리는 게 먼저입니다. 즉, 위에서부터 아래로 어떤 압력이 가해진 겁니다.”
“압력?”
“뭔지 알 수 없지만 그 때문에 바퀴축이 부러진 겁니다. 그리고 테러범도 다시 보십시오.”
영상 자체가 흔들리고 거리가 멀었기에 테러범의 모습은 트럭보다 더 희미하게 보였다.
게다가 폭탄을 두르고 있는 걸 확인한 촬영자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기에 찍혀있는 모습은 찰나에 가까웠다.
“희미하지만 팔이 이렇게 움직입니다. 양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는 모습과 유사하지 않습니까?”
“알라후 아크바르?”
“네, 죽기 전에 그 말을 외친 겁니다. 기도까지 하면서요.”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살테러를 한 거로군.”
“그렇습니다.”
“그럼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이 뭐지?”
분석요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몇 번을 돌려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제 능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뭐 하나라도 특이점이 없었나?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말이라도 해봐.”
장 폴름의 재촉에 요원은 샹젤리제 거리의 지도를 띄웠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일단 말씀은 드리겠습니다.”
“뭔데 그래?”
“개선문에서 약 1km, 여기가 트럭이 멈춘 장소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CIA측 요원들이 있었습니다.”
“CIA?”
“네, 미국의 요청이 있었던 요원들 있잖습니까. 조세핀 박사와 이곳에서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답니다.”
트럭이 멈춘 건 고작 30미터 앞이었다.
그들이 있던 장소에서.
‘우연······이겠지.’
그들이 어떻게 달려오는 덤프트럭을 막을 수 있었겠나.
사전에 알았던 것도 아니었을 텐데.
“여기 이 장소, 우리 측 요원들이 잡은 거지?”
“네, CIA 요청으로 저희가 시간과 장소를 정했습니다.”
“그럼 우연이 확실하네.”
“네, 그래도 특이점이긴 해서 보고를 드린 겁니다.”
“이들과 관련해 다른 사안은 없고?”
“네. 조세핀 박사를 만난 것 말고는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장 폴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그만 가봐. 그쪽에서 협조요청이 오면 되도록 다 들어주고.”
“알겠습니다.”
요원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장 폴름은 다시 전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파리 전역의 광경이 나오고 있었다.
그때 지도 위에 붉은 점이 연속해서 표시되며 긴급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뜨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테러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위치는?”
“노트르담 대성당, 사크레 쾨르 성당, 생 쉴피스 성당입니다.”
파리의 3대 성당.
프랑스의 카톨릭을 상징한다고 불리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테러신고가 있다는 말에 장 폴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빨리 현장 연결해!”
곧바로 화면이 분할되며 성당의 현장이 나타났다.
요원의 설명에 따르면 세 군데 모두 상황은 동일했다.
폭탄을 몸에 두른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각 장소마다 다섯 명씩 나타났고, 미사 중이던 사람들을 억류하고 성당을 점거했다는 내용이었다.
-신원분석을 해보니 전부 난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알 키사스 놈들에게서 무기를 공급받은 외로운 늑대 테러로 보입니다.
외로운 늑대는 개인이 일으키는 테러이기에 보통은 칼을 이용한 흉기난동이 대부분이었고, 심각하다고 하면 권총으로 총기난사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다섯 명씩 집단적으로 움직이며 폭탄조끼를 장착하고, 기관단총에 유탄발사기까지 준비했다는 것은 알 키사스와의 관련성이 높다는 증거였다.
“요구사항이 있나?”
-공화국 원칙 강화법의 전면철회를 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 한 시간 단위로 인질 한 명씩 사살할 것이라고 합니다.
“알 키사스가 사주한 게 확실하군.”
-그런데 정작 그놈들은 보이지 않는 걸 보아 다른 곳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찰력을 그쪽으로 집중시키려고 저러는 거겠지. 아마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할 거야.”
짐작컨대 세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첩보대로라면 가장 유력한 곳은 슈퍼솔져 자료가 보관된 파스퇴르 연구소 G3센터.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국회의사당인 브루봉 궁전이나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이었다.
‘어쩌면 세 곳 모두인지도 모르고······’
장 폴름은 이를 바드득 갈며 화면에 나온 테러현장을 노려보았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성당 내부의 인질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이 인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타츠오는 모든 연락수단을 차단하고 있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텔레파시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지?’
내 힘을 전달받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왜 단독행동을 하는 것인지 그걸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정신이 나간 건 아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뉴스의 내용을 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일단 피해자들이 당해도 싼 사람들이었던 것.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던 이들이었기에 타츠오에게 분별력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인간들을 봤다면 나라도 모가지를······
‘잠깐만.’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방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처단한다는 점에서는 평소 내 행동과 거의 비슷했다.
‘내가······ 저랬나?’
아니다.
그래도 나는 조심이라는 걸 하긴 했었다.
타츠오처럼 하루에 수십 명씩 죽이거나 하진 않았다.
비록 행동은 비슷할망정 빈도수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잦은 상황.
폭주라는 걸 떠올리게 할 정도로 타츠오는 과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은 말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뚜르르르.
실비아에 연락을 했다.
사람을 찾는 데 그녀의 능력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으니까.
아직 파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도와줄 것이었다.
하지만 곧 신호가 끊어지더니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핸드폰을 꺼놓은 듯했다.
‘텔레파시를 사용할까······’
고민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내가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실비아라면 텔레파시를 밝히더라도 비밀로 해줄 테지만, 옆에 있는 메리엄이 마음에 걸렸다.
왠지 그 노인에게는 내 능력을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
그때 길거리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타츠오가 또 무슨 짓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확인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자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테러?”
파리에 위치한 성당 세 군데에 일어난 인질극.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문화재급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테러라 프랑스 당국에서도 주변을 포위한 채 대치만 할 뿐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만······”
타츠오도 이놈들을 노리지 않을까?
확실하다.
사방에서 쓰레기들을 죽이고 있는데 이런 X짓거리를 그냥 두진 않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지도를 띄워서 타츠오의 경로를 추정해보았다.
숙소가 있는 하얏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사크레 쾨르 성당이 있는 몽마르뜨 언덕, 나머지 두 곳은 세느 강 이남에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위쪽으로 향했다.
‘동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생드니였지······’
파리의 외곽지역 중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대표적인 빈민가.
당연히 범죄도 많으니 타츠오가 일으키는 살인사건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장소였다.
그러니 지금쯤 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일단 생드니로 가보자.’
이곳을 시작으로 남하하면 차례대로 성당의 테러범들도 노릴 수 있을 터.
일단은 그렇게 판단하고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
생드니.
그곳부터 시작한 검은 파도는 남쪽으로 향할수록 대해가 되어갔다.
땅이 시커멓게 뒤덮일 정도로 엄청난 수의 쥐떼.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높은 곳으로 피했다.
“꺄아아악!”
파리에는 약 400만 마리의 쥐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중 대다수가 생드니를 비롯해 올네쑤부와 같은 북쪽 빈민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타츠오는 그곳의 쥐를 긁어모아 남쪽으로 이동시켰다.
-서둘러.
심령으로 연결된 쥐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이동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테러범들 때문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폭탄테러.
그걸 본 타츠오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서훈 씨라도 불가능해.’
아무리 그가 대단해도 몸은 하나다.
반면에 자신은 동물을 이용해 동시다발적인 테러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건 기회였다.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 말이다.
-타츠오 씨! 대답해요! 어디에요?!
그때 머릿속으로 그의 음성이 들렸다.
그의 또 다른 능력인 텔레파시.
몇 번이나 응답하지 않아 포기한 줄 알았더니 다시금 자신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 생드니에 와있어요. 이 근처에 있죠?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고 여기까지 왔다니.
그에 대한 동경심이 일어나자 더욱 그를 닮고 싶은 욕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서훈 씨, 보여드릴게요.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타츠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는 쥐들을 통해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 위치한 사크레 쾨르 성당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에 들어간 비둘기를 통해 테러범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성당 내부의 테러범 다섯, 위치는 전부 확인했어.’
타츠오는 쥐떼가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 성당에 먼저 대기시켜 놓은 비둘기떼를 움직였다.
테러범들이 착용하고 있는 폭탄조끼의 기폭스위치를 노린 것이었다.
-푸드드드득!
“뭐, 뭐야 이거!”
수백 마리의 비둘기 떼가 달려들어 기폭스위치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탕탕탕! 타타탕!
테러범들은 총을 마구 갈기고 칼을 휘둘렀지만 그것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기폭스위치를 비둘기떼에 빼앗겼고, 그 순간 지상군인 쥐떼들이 사방에서 성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찍찍찍찍, 찌익, 찍찍찍.
“꺄아아악!”
“으아악!”
성당 내에 억류되어 있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몸을 타고 넘는 쥐떼에 비명을 질렀고, 테러범들은 쥐떼의 공격에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끌고나가!
쥐떼는 테러범들을 물고 바깥으로 향했다.
한 마리라면 모르겠지만 수백만 마리가 모인 위력은 마치 파도로 휩쓸어버리는 것과 유사했다.
타츠오는 그렇게 간단히 인질과 테러범들을 떨어뜨려놓았다.
그리고 잔혹한 처벌이 이어졌다.
-모조리 먹어치워!
굶주린 쥐떼들은 시뻘건 눈을 한 채 테러범들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주변엔 성당을 포위한 경찰병력이 가득했지만 누구도 그들을 구하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쥐떼가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는 모습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