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생드니가 시작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지역 전체에서 쥐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쥐떼들의 이동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녔고, 쥐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남하했다.
-타츠오 씨! 대답해요! 어디에요?!
주변 건물의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분명 이 지역 어디선가 내 말을 듣고 있을 것이다.
저렇게 많은 쥐떼를 강제로 이동시킬 정도면 가까이 있을 테니까.
-지금 생드니에 와있어요. 이 근처에 있죠?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다.
심지어 나를 피하듯 쥐떼들의 이동이 빨라지기까지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말려야 해.’
이건 많아도 너무 많다.
나조차도 힘을 과도하게 쓰면 두통을 느끼고 코피를 흘리곤 한다.
능력을 과용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쉬익.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남쪽으로 향하는 쥐들을 따라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이 인간을 어떻게 찾지······’
구름 속을 비행하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타츠오는 땅 위의 쥐떼, 그리고 하늘 위를 맴도는 새들을 통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난 그의 위치를 볼 수가 없는 상황이고.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해서도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염력으로 쥐떼들을 구속할까?’
아니다.
그랬다가 서로 힘겨루기가 되면?
타츠오가 더 강한 힘을 끌어낸다면 그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찍찍찍찍. 찌익!
몽마르뜨의 푸른 언덕이 검은색 시궁쥐로 가득했다.
성당 주위를 둘러싼 경찰병력도 이게 무슨 일인지 화들짝 놀라기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때 성당 내부에서 총소리가 울리더니 곧이어 쥐떼들이 테러범들을 끌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게 저런 걸까.
수백만 마리의 쥐들이 합심하니 사람 하나 끌어내는 건 일도 아니는 듯 했다.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쥐떼들이 끝도 없이 달려들어 테러범들을 산 채로 뜯어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알라시여! 살려······웁!”
입을 벌리자 쥐들이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뺨과 눈을 뚫고 튀어나오는 걸 보아 내부에서 갉아먹는 듯 했다.
테러범들은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폭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꽈아앙!
몸에 두르고 있던 폭탄이 터지고 달라붙어 있는 쥐들도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었다.
“나 몰래 약이라도 빤 거야? 왜 저래?”
그 타츠오가 동물들로 하여금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뜯어먹게 만들다니.
왠지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 걸 보니 정신상태가 심히 걱정되었다.
‘무식하지만 일단 보이는 대로 다 걸어보자.’
눈에 보이는 동물이란 동물은 전부 염력을 걸기 시작했다.
전체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넣으면 타츠오의 위치를 알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시도하는 것이었다.
-두두두두.
그때 쥐떼들이 일제히 남하를 시작했다.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정리되자 나머지 두 곳.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 섬, 그리고 세느 강 너머 남쪽에 있는 생 쉴피스 성당으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두 갈래로 나뉘는 구나.’
두 성당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쥐들은 넘칠 만큼 그 수가 많으니까.
‘응?’
그런데 그때 생 쉴피스 성당 쪽으로 향하던 쥐들 중 일부가 떨어져 나와 다른 곳으로도 향하는 게 느껴졌다.
지상에서는 그 움직임을 알 수 없는 걸로 보아 지하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었다.
‘저쪽이다.’
나는 그 쥐떼의 움직임을 쫓아 서쪽으로 향했다.
***
알 카심의 아지트.
뉴스를 통해 테러상황을 지켜보던 카심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읊조렸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화면에 비치는 광경은 쥐떼들이 세 곳의 성당을 뒤덮고 있었다.
이상행동이라기엔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둔 채 테러범들만 노렸으니까.
“저 새끼들에게 들인 공이 얼만데……”
고르고 고른 자생적 테러리스트들.
프랑스에 입국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접촉하고 그들과 함께 테러를 계획했다.
그 기간이 무려 2년.
그런데 그 테러를 쥐새끼들이 망친 것이었다.
‘뭔가 있다. 분명히 뭔가가 있어.’
카심은 직감적으로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벌써 두 번째였으니까.
트럭테러도 석연찮은 점이 많았고, 이번 성당테러는 더 그러했다.
-삑, 삑삑, 삑.
그는 암호화된 통신기를 통해 알 라시드와 알 오마르 분파에 작전철회를 요청했다.
성당테러로 경찰병력을 분산시키지 못한 이상 기존 계획을 고수했다간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핫산!”
그의 부름에 문밖에서 부대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바로 19구역 은거지로 옮긴다. 무기는 숨겨두고 몸만 이동하도록.”
현재 파리 곳곳에서 검문검색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
총과 폭탄을 가지고 이동하다간 경찰에게 검거될 수도 있었다.
19구역 은거지는 알 키사스가 은밀히 만들어놓은 무기고였으니 그곳에서 무장을 다시 정비하면 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핫산은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개인정비 중인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로 이동한다! 장소는 19구역. 각자 흩어져서 2시간 내 집결하도록!”
“네!”
“무장은 해제 후 병기고에 은폐, 차후 발견될 소지도 있으니 부비트랩도 설치해!”
“알겠습니다!”
알 카심의 조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총기와 수류탄, 군용대검 등 무기를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상자를 내부로 옮기려는 그때였다.
-콰앙.
아지트의 문이 박살나며 내부로 커다란 무언가가 들어왔다.
입에서 허연 입김을 뿜어내는 그것은 갈색 털빛을 가진 곰이었다.
-그르르.
불곰.
그것도 곰 중에 덩치가 가장 크기에 큰곰이라고 불리는 종.
엄청난 덩치와 위압감은 알 카심의 조직원들이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크워어어억.
곧이어 터져 나오는 맹수의 포효.
서른에 달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숨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다레가 다이쵸까? (누가 대장이냐?)”
그때 불곰의 뒤쪽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동양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시커먼 쥐떼가 나타나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찍찍찍찍.
수천 개의 시뻘건 눈이 그들을 위협했다.
알 카심의 조직원들은 한 곳으로 모여들어 서로의 등을 맞대었다.
쥐들에게 내몰려 그렇게 모인 것이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지휘관인 카심이 나타났다.
내부에서 바깥상황을 파악했는지 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
-핑핑.
안전핀이 제거된 두 개의 수류탄이 던져지고,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부하들의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쥐들을 향해서였다.
-타타타타탕!
“뭐해, 이 병신들아! 이쪽으로 뛰어! 핫산!”
공격을 받은 쥐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부대장인 핫산은 조직원들의 등을 떠밀며 카심 쪽으로 움직였다.
“빨리 움직여! 무장! 전원 무장해!”
그들은 상자를 열고 총을 나눠받았다.
그 사이 카심이 던졌던 두 개의 수류탄이 터지고, 피와 조각난 육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콰아앙! 콰앙!
“크윽······”
타츠오는 수류탄의 폭발음에 한순간 귀가 멍했으나 다친 곳은 없었다.
동물원에서 데려온 불곰이 자신의 앞을 막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어엉. 크엉.
청력이 돌아오자 고통에 신음하는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타츠오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다 죽여! 뜯어먹어!
테러의 주동자들이기에 사로잡으려 했었다.
잡아서 서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저놈들을 자신이 잡았노라고.
하지만 불곰이 자신을 보호하며 처참한 죽음을 당하자 눈이 뒤집어진 것이었다.
-타타타타탕!
-찍찍찍찍!
쥐떼들은 맹렬히 테러범들에게 달려들었다.
알 카심의 조직원들은 너무 많은 숫자에 건물 내로 물러서며 저항했지만 하나, 둘 씩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죽인다!’
타츠오는 분노에 휩싸여 더 많은 쥐들을 주변에서 끌어들였다.
담벼락을 타고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때 건물 속에 들어간 쥐들을 통해 테러범들이 비밀통로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
설마 저런 통로가 있을 줄이야.
서른 명 중 탈출한 건 다섯.
나머지 인원 중 대부분은 죽고, 두 명만이 통로입구 앞에 살아있었다.
곳곳에 쥐를 매달고 피투성이가 된 그들은 수류탄을 손에 쥔 채 건물 내로 들어온 타츠오를 노려보았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신은 위대하다.
두 테러범은 그 말을 내뱉으며 안전핀을 입에 물고 뽑았다.
타츠오는 통역기를 통해 그 말을 들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카미? 카타하라이카이······ (신? 가소롭구나······)”
그 순간 그의 명령을 받은 매 두 마리가 번개처럼 나타나 두 개의 수류탄을 하나씩 낚아채 바깥으로 향했다.
터지기 전에 하늘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고레와 카미노 치카라다. (이것이 신의 힘이다.)”
타츠오는 쥐들을 움직여 두 사람의 살점을 뜯어먹게 만들었다.
수뇌부도 아닌 놈들을 살려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쫓아라.
곧바로 쥐떼들이 비밀통로 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음과 함께 통로가 무너져 내렸고, 추적은 수포로 돌아갔다.
쫓아올 것을 예상하고 부비트랩을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칙쇼.”
타츠오는 몸을 돌리며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시야에 한 사람이 보였다.
서훈이었다.
“타츠오 씨.”
근처에서 폭발음을 듣고 날아온 것이었다.
“서훈 씨……”
“그만해요.”
그만하라고?
그 순간 눈에 불꽃이 튀었다.
테러범들에 대한 분노가 다시금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그만하라니요! 당장 찾아야 합니다! 지금 바로 쫓으면……”
타츠오의 심령과 연결된 쥐들이 추적을 위해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그때였다.
-퍼퍼퍼퍼퍼퍽!
갑자기 쥐들이 납작하게 눌리더니 모조리 내장이 터지며 죽어버렸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타츠오는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테러범들에게 향하던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
파리 전역이 성당테러로 떠들썩한 그때,
메리엄은 몽생미셸에 와있었다.
서훈이 찾는 여자, 이혜선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여기 맞는 것 같은데······’
생 말로 해변을 거니는 메리엄은 바위섬 위의 수도원을 바라보았다.
각도로 봤을 때 리모트 뷰잉으로 본 마지막 모습은 분명 이곳에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그때 해변 너머 저 멀리 둑길에 서있는 동양인이 보였다.
‘저기 있구나.’
이혜선이었다.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신분은 이엘바이오의 아시아지부장으로 현재 CIA에 쫓기는 중이라고 했었다.
이유는 바이오 회사의 기술을 유출했기 때문.
프랑스로 온 목적은 그 기술의 개발자인 파스퇴르 연구소의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파리에서 다소 떨어진 몽생미셸에 있는 것이었다.
‘일단 접촉을 해보자.’
서훈은 자신의 입으로 저 여자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진짜 약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서훈의 사이코키네시스가 얼마나 대단하고 위험한 능력인지 알고 있기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혹시 한국인인가요?”
메리엄은 그녀에게 다가가 유창한 한국어로 물었다.
제노글로시.
열 개의 반지 중 하나에 깃든 능력으로 세상 모든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
이혜선은 외국인 노파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호, 어렸을 때 한국에서 잠시 살았었어요. 반가워서 물어본 거예요.”
“……그러시군요.”
“혼자서 여행 온 건가요?”
“네.”
메리엄은 그녀의 옆에 자리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어둑어둑해지는 밤바다에는 몽생미셸 수도원의 불빛이 몽환적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초면에 이름이 뭔지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요?”
그 순간 메리엄의 반지 중 하나.
사람을 매료시키는 패서네이트의 능력이 발현되었다.
원주인의 수준이 너무 낮아 약간의 호감도를 높이는 정도였지만, 상대방이 적대감만 가지지 않는다면 경계심을 허물 수 있었다.
덕분에 그 서훈에게서도 이혜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대답을 쉽게 끌어낸 것이었고 말이다.
“케이티……라고 해요.”
메리엄은 푸근한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화답해주었다.
“반가워요, 케이티. 난 메리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