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내가 죽을 때까지 죽여줄게
일단 최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다.
그래야 당황을 할 테고,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밑밥을 깐 건 순간이동 때문이었다.
최대거리 10미터, 5번의 횟수제한.
사용하기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활용이 가능한 능력이니 말이다.
‘주변 100미터를 갈아엎으면 잡을 순 있겠지만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지.’
조급하게 만들면 다섯 번은 금방 소진된다.
지금만 해도 배리어 안에서 탈출하려면 한 번을 사용해야 할 테니까.
-지지지지징.
허공에 여의를 주먹만한 크기로 뭉치며 진동을 가했다.
다섯 발의 초진동 박격포.
이걸로 다섯 번의 순간이동을 사용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시작하자고, 술래잡기.”
첫 번째 포탄 발사.
염력에 회전력까지 가해진 박격포가 배리어를 때렸다.
그 순간 쿠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1초 정도의 딜레이가 지난 후, 곧바로 방어막을 뚫고 들어갔다.
솔직히 종잇장처럼 찢어발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이지만 저항이 있었던 것이다.
메리엄은 그 틈에 순간이동으로 그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어디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이곳은 10미터 이내 건물이 없는 지형.
첫 번째 순간이동으로는 반드시 시야 내에 있을 것이었다.
‘저기다.’
남서쪽 8미터 전방.
없던 기척이 갑자기 감지되었다.
투명화를 사용한 건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탓에 염력을 걸지 못하니 다시 한 발을 쏘았다.
-콰앙!
직감적으로 맞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척만 감지하고 날렸기에 직격하지 않은 것이다.
‘순간이동을 썼나?’
노인네가 위협을 느꼈다면 사용했을 텐데.
그 순간 분진을 뚫고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커터의 보이지 않는 칼날이었다.
‘안 썼다 이거지.’
나는 방어는 도외시한 채 기척을 감지하는데 집중했다.
무의식이 여의를 사용해 보호해줄 테니 의식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카카카캉!
여의에 의해 차단당한 칼날이 소음을 일으키는 그때였다.
오싹하는 느낌과 함께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굴렀다.
저격을 당했을 때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
그 늙은 몸뚱어리로 도망치는 게 아니라 반격을 해왔다.
‘이 노인네가.’
여의가 커터를 막아내는 순간 내 앞에 불쑥 나타나 공격한 것이다.
순간이동에 투명화.
저격에 버금가는 암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두 번 썼어.’
바닥에 깔린 자갈 수십 개를 들어 올려 기척이 감지되는 곳으로 일제히 날려 보냈다.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포탄을 적중시키기 위해서였다.
-투투투퉁.
배리어를 쳤는지 둔탁한 소리가 울렸고 그곳을 향해 포탄을 쏘았다.
다시 한 번 쿠지직 소리와 함께 공간에 균열이 생긴 것 같은 상흔이 생겼다.
하지만 노인네는 그곳을 벗어난 직후였다.
‘세 번.’
건물들이 있는 방향을 먼저 훑었다.
반격에 실패한 이상 이번엔 도주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저쪽이 아니야?’
고개를 돌리며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예상과 달리 기척은 몸을 숨길 수 없는 허허벌판에서 느껴진 것이었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넌 내 손에 죽어.’
몽생미셸을 비롯해 이 주변지형은 만(灣)이다.
게다가 갯벌의 형태.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았지만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서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지형이 아니었다.
-파파파.
투명화로 보이지 않지만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향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나는 그 바닷물을 움직여 그 주위를 휘감았다.
메리엄이 도주에 이용하려는 물로 행동을 구속한 것이다.
순간이동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남은 초진동 두 발의 속도를 조절하며 시간차로 날려 보냈다.
첫 번째는 최대한 빠르게 하늘 위로, 두 번째는 날아오는 게 보일 정도로 느리게 정면 일직선으로.
‘이번엔 맞춘다.’
시간차로 이동거리를 계산해 적중시키려는 것이었다.
어차피 저곳은 휑한 공간.
만약 맞지 않더라도 다시 회선시켜 공격하면 그만이다.
-파파파.
두 번째 느린 포탄이 날아오는 걸 봤는지 전방 10미터 앞쪽에 물보라가 튀었다.
이번엔 계산대로였다.
그 순간 먼저 날린 첫 번째 포탄이 하늘에서 유성처럼 내리꽂혔다.
-쿠지직!
그걸 또 눈치 챘는지 배리어를 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쿨타임보다 초진동 포탄이 뚫는 게 더 빨랐다.
‘잡았다!’
느낌이 왔다.
염력을 통해 가슴뼈를 부수고 심장을 관통해 척추까지 뚫고 나온 감각이 전해져왔다.
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시간차로 날렸던 두 번째 포탄까지 움직여 메리엄이 있는 곳으로 내쏘았고, 이어서 첫 번째 포탄을 회선해 공격을 이어갔다.
-퍽퍽퍽퍽!
두 개의 포탄이 주변을 맴돌며 주먹만한 구멍을 계속해서 내었다.
투명화는 유지되고 있지만 몸에서 튀어나간 피까지 투명하게 만들 순 없는지 허공에 혈화가 피어올랐다.
“찢어 죽여준다고 했지?”
그때 터져나가는 육편 사이로 팔이 하나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오른팔이었다.
포탄에 몇 방이나 맞았는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나는 그 팔에 염력을 연결한 후 내 쪽으로 당겼다.
-철퍽.
그때 몸뚱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로 물든 바닷물 한가운데는 걸레가 된 메리엄의 시체가 엎드린 채 누워 있었다.
죽었기 때문인지 투명화도 풀린 상태였다.
“그러게 도망을 치려면 지형을 잘 이용했어야지.”
허허벌판으로 가준 덕분에 주변피해가 적으니 나야 좋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다.
온몸에 구멍이 숭숭 나고 머리도 절반이상이 날아간 상태.
그런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구멍 난 부분의 살이 채워지며 회복이 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게……”
열 개의 반지 중에는 저런 능력이 없었다.
그럼 메리엄 본연의 능력인 걸까?
타츠오는 일반인인 것 같다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젠장.”
염력을 걸었지만 곧바로 해제가 되는 걸 보니 또 배리어를 사용한 듯 했다.
그녀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남은 순간이동을 사용해 바다 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안 보여……’
곧바로 근처로 날아가 주변을 살폈다.
사라진 장소로부터 10미터 이내는 깊어봐야 허리정도지만 수질이 너무 탁했고, 그녀의 모습을 완벽하게 지워주고 있었다.
여의를 총알크기로 작게 만들어 사방으로 내쏘았다.
염력으로 주변의 바닷물을 헤집고 온갖 짓을 해보았지만 메리엄의 모습은 더 이상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게 있었지.’
그때 손에 넣었던 메리엄의 오른팔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의 리모트 뷰잉 반지.
그걸 사용하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하아······”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해버렸다.
내 마구잡이 공격에 맞은 건지 오른손은 반쯤 사라져 있었고, 남은 건 두 개의 반지였기 때문이었다.
중지와 장지.
제노글로시, 그리고 드리밍이었다.
‘하필 거기에 맞았냐.’
나는 두 개의 반지를 빼 손가락에 끼며 주변을 살폈다.
메리엄이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가미라도 있는지, 아니면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삼십 분이 지나도록 그녀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서훈 씨!
아우, 깜짝이야.
텔레파시에 연결된 타츠오였다.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메리엄이 누군지 드디어 알아냈어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요!
타이밍 참 절묘하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아냈으면 좀 좋아?
-불로······ 아니지, 늙은이니까 불로는 아니고 불사입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직접 보고 알았지, 어떻게 알긴.
-불로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노화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요. 그 노인네, 사백 년이나 살아와서 지금 그 모습인 거예요.
-사백 년이요?
-네, 진짜 이름은 마리 라이언. 사백 년 전 사람인 레너드 라이언의 딸이었어요. 퀸시가 퍼트린 네오 셀도 그 노인네의 세포였고요.
본인 거였구나.
그러고 보면 실비아가 그런 말을 했었다.
네오 셀의 원주인은 불로장생이나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그녀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불사의 능력이라······’
이걸 어떻게 잡아 죽이지.
아까 회복되던 모습을 생각하면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되살아날 거 같은데.
용광로에 담그면 죽으려나?
-다른 정보는 더 없어요?
-그 노인네 정체가 확인되자마자 바로 알려드리는 겁니다. 워낙 과거의 인물이라 아직도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알았어요. 또 확인되는 게 있으면 바로 알려줘요.
-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현재 상황으로는 놓친 것이나 다름없기에 경고나 한 번 하고 갈 생각이었다.
“듣고 있지?! 술래잡기 아직 안 끝났어! 그러니까 기대해!”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죽여줄게!”
***
메리엄은 바닷속에 엎드린 채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
불사의 능력 덕분에 숨을 쉬지 못하더라도 죽지 않기 때문이었다.
호흡을 못한다는 고통은 어쩔 수 없지만 서훈에게서 벗어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삼십 분.
그는 얼마나 집요한지 삼십 분이 흘러도 가지 않고 바다 위를 지키고 있었다.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물고문의 고통은 점점 심해져갔다.
그녀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도 벗어났잖아. 내 예상이 맞았던 거야.’
정보의 출처로 예상할 수 있는 건 실비아가 유일하니 반지는 몰라도 자신의 능력은 알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리 사이코메트리라도 사용하지 않은 불사의 능력을 알아낼 순 없으니 말이다.
‘아마 접촉한 건 타츠오 마사시겠지.’
왜 진즉에 리모트 뷰잉으로 그의 움직임을 체크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하찮은 능력자라 무시했던 놈이 발목을 잡은 것이니까.
‘아니야, 근본적인 원인은 나에게 있어.’
메리엄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후회를 반성으로 돌렸다.
이 사달이 난 건 서훈의 어머니인 케이티를 인질로 잡았다는 마음에서 방심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그건 실비아였다.
‘그 아이가 그 정도로 서훈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자신을 배신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른 조직원들은 몰라도 케이시와 실비아, 그리고 라크는 자신이 공들여 키웠고 곁에 두었던 이들이었으니까.
그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 중심에는 실비아가 있었다.
‘그냥 죽였어야 했어.’
매터 매니퓰레이션.
그 능력에 대한 탐욕에 일을 그르친 것이다.
사이코키네시스로 충분하건만 더 큰 능력에 눈이 멀어 그 힘은 물론 퀸시라는 수백 년을 공들인 조직까지 통째로 잃은 상황.
메리엄은 서훈을 바로 취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다른 건 몰라도 리모트 뷰잉과 감각공유. 그 두 가지는 절대 잃어선 안 됐는데······’
리모트 뷰잉은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능력은 신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감각공유.
그건 자신의 능력인 불사와 가장 좋은 궁합을 가지고 있었다.
감각공유로 연결해놓고 자해를 하면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고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니 말이다.
메리엄은 감각공유의 반지를 얻은 이후 죽이고자 하는 사람을 죽이지 못한 적이 없었다.
‘으으으······ 안 되겠어.’
폐가 찢어지고 온몸의 세포가 발광하는 듯한 격통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생각으로 괴로움을 잊는 것도 한계가 온 것이었다.
반면 수면 위의 서훈은 전혀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놈 성격이면 며칠이 지나도 이 근방을 맴돌며 날 찾으려 할 거야.’
그는 그만큼 집요하고 잔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결국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반대쪽 해안가로 가야 서훈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죽여 버릴 거야······ 이 고통, 몇 백배로 돌려주고 말겠어.’
메리엄은 그렇게 1Km가 넘는 반대쪽 해안가를 향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서훈이 이미 떠난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