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확실하게 확인해봐
조세핀 일리나와의 두 번째 만남.
이번엔 엄마의 전언과 두 개의 샘플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번의 만남 덕분에 그녀와의 독대는 비교적 수월했다.
“이걸 케이티가 당신에게 줬다고요?”
“네.”
“당신은 CIA요원이면서 그녀를 돕기 위해 이걸 저한테 가져왔고요?”
의심이 들겠지.
아무리 내 사정을 들었어도 회수대상인 NKC-2200을 건네준 건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고용에도 상용직, 일용직, 프리랜서 같이 여러 형태가 있는 것처럼 CIA요원도 마찬가집니다.”
“……?”
“쉽게 말하자면 전 프리랜서라는 겁니다. 중간과정이 어떻든 그걸 미국으로 전달만 하면 되니까요. 대신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는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전 이걸 만든 사람이에요. 시간이 걸린다 뿐이지 필요하면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 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래서 바이오산업에서 인적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한가보다.
미국의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기술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있으니 말이다.
“이건 가져가서 태우세요. 케이티 필적이라는 것도 알겠고, 내용도 숙지했으니까.”
그녀는 앰플만 챙기고 편지는 나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알겠습니다.”
“근데 케이티는 좀 어때요? 도피생활을 했으니 심신이 상했을 텐데, 괜찮나요?”
“약간 야위긴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수배가 풀리고 나면 좋아질 겁니다.”
“혹시 케이티가 거취를 정했나요?”
“한국으로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파스퇴르 연구소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케이티의 실력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부탁드린 두 가지는 언제쯤이면 완성되겠습니까?”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V-7을 배양하는 건 최대 일주일이면 충분할 거예요. 다만 NKC-2200의 유전자 구조를 바꾸는 건 좀 걸릴 것 같아요. 최소한의 테스트 기간이라는 게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기다릴 테니 끝나는 대로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럴게요.”
조세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했다.
내가 엄마의 아들인 걸 모르니 서양식 인사가 아니라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케이트를 도와줘서.”
나야말로 고마웠다.
CIA가 엮인 일인데 조금의 고민도 없이 엄마를 도와준다니 말이다.
“근데 원래 이렇게 프랑스어에 능숙했었나요? 그땐 통역을 통하더니.”
“아······”
그렇네.
그땐 그랬지.
“제가······ 배우는 게 좀 빠릅니다. 하하.”
나는 손가락에 낀 제노글로시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
며칠 후,
실비아와 타츠오가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메리엄을 추적하기 위해.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나를 만나자마자 실비아가 엄마의 안부부터 물어왔다.
“괜찮아.”
“다행이네요.”
“네 덕분이야. 네가 알아낸 정보가 아니었으면 엄마도 나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내 말에 실비아는 후드를 푹 눌러썼다.
사람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는데 왜 얼굴을 가리는지 모르겠다.
“음음, 메리엄을 놓친 곳이 어디였죠?”
실비아가 목청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나는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답했다.
“저쪽이야.”
“어서 가봐요. 추적은 빠를수록 좋으니까.”
나는 두 사람들을 메리엄과의 전투가 있었던 장소로 데려갔다.
한바탕 난리를 쳤던 장소였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이미 경찰에서 조사가 끝났으니까.
사실 조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사람들의 신고가 있었다지만 증거가 없는 것이다.
주변에 CCTV도 없었고, 사람들이 남긴 영상도 전혀 없으니 말이다.
‘순식간이었지.’
1분? 2분?
전투가 시작되고 메리엄이 바다로 도망가고 완전히 놓치는데 걸린 시간이다.
게다가 그놈의 순간이동 때문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기에 목격자는 몇 명 있었지만 촬영을 하진 못한 것이었다.
“와······”
실비아는 능력을 통해 그 장면들이 보이는지 탄성을 자아내며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장에 와서부터는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지형을 잘 이용했네요. 반대방향이었으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불사의 능력만 알았으면 잡았을 거야.”
그걸 알았으면 바다로 향할 수 있는 루트부터 막았을 것이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하다.
“진짜 신분을 알아내지 못했으면 불사의 능력이 있는지 아직까지 몰랐을 거예요. 운이 좋았어요.”
어떤 과거가 있었기에 불사의 능력이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던 걸까.
“여기서는 능력을 써도 추적할 수가 없겠네요. 아무래도 해안가를 돌면서 훑어봐야 할 것 같아요.”
물은 형태가 없이 흐르기 때문에 기억의 편린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실비아가 추적에 여념이 없을 때 타츠오에게 메리엄에 대해 물었다.
“티츠오 씨, 그 노인네에 대해 알아낸 건 더 없어요?”
“전에 진짜 이름이 마리 라이언이라는 것과 사백 년 전 사람이라고 말해줬었죠?”
“네.”
“일단 새로 확인된 건 메리엄이 퀸시를 처음 조직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그녀가 태어난 라이언 가문을 조사하다 보니까 스컬과 이어지더라고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스컬의 배후가 그 가문인 거 같아요.”
“네?”
그게 또 그렇게 이어진단 말인가.
그저 그런 적대관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컬은 자기 자식이라도 네오휴먼이면 죽인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전에 실비아가 얘기해줬어요.”
“그게 메리엄 본인에 대한 얘기였어요. 라이언 가에서 네오휴먼으로 각성한 그녀를 죽였지만, 불사의 능력 덕분에 죽지 않았고, 은밀히 퀸시를 조직하고 지금까지 온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에게 죽임을 당했었다니.
고아였던 나보다 더 끔찍한 가족사다.
“피지컬 계열 중에서도 불사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싸우는데 유용한 능력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능력을 모으는데 집착했던 거 같아요.”
확실히 다른 능력에 비해 전투에 효율적이진 않다.
수명이 길고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골바가지 놈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 할 테니.
직접 상대해본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특출 난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 일반인은 몇 백 년을 수련해도 그놈들에게 안 된다.
네오휴먼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의 능력도 초능력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사자 모양의 반지도 있고.’
이제는 알 것 같다.
그것도 메리엄이 끼고 있는 반지처럼 누군가의 초능력이 담긴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디버프 계열로 타인의 초능력에 간섭하는 종류일 터.
게다가 내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던 걸로 보아 굉장히 강력한 능력자였을 것이다.
“근데 초능력을 어떻게 반지에 옮겨 담은 거죠?”
“실비아가 그건 아무에게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 입을 닫았어요.”
그걸 알면 누구라도 욕심이 생길 테니 그런 거겠지.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물어봐야겠어.’
이건 욕심 때문이 아니다.
메리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아야 그 노인네를 잡아 족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비아의 추적?
아마 그 노인네라면 짐작할 것이다.
뭍으로 올라와서 투명화나 순간이동을 섞어 쓰면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테고.
그러니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예측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어디서 나타날지.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잃어버린 능력을 채우는 거겠지.’
오른팔이 떨어지며 보조계열 능력을 다 잃은 상태다.
그러니 퀸시의 일원들을 노려서 새로 반지를 만들려고 들지 않을까.
그들은 점조직이라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하나씩 노리기도 수월할 테고 말이다.
비록 케이시가 텔레파시로 경고를 하고 은거지를 옮기라고 지시했지만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겪어보기 전에는 심각함을 모른다.
더구나 메리엄은 그들의 수장으로 사백 년이나 네오휴먼들을 속여 온 사람이니 오죽할까.
‘아니면 퀸시의 본거지를 노리려나?’
그 동안 모아놓은 반지가 그곳에 아직 남아있다.
이번 일로 퀸시의 전투원들을 더 불러들여 보안에 신경을 쓴다지만 메리엄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다섯 개의 전투형 사이킥 능력에 불사라는 피지컬 능력.
그 조합만 보았을 때 나를 제외하면 그 노인네가 가장 강력한 네오휴먼일 테니까.
“찾았어요.”
그때 실비아가 메리엄의 흔적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이곳은 무려 반대편 해안가.
그 지독한 노인네는 1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렀던 것이었다.
“물을······ 엄청나게 토하네요.”
실비아의 말에 따르면 눈물, 콧물을 쏟으며 한 시간을 넘게 토했다고 한다.
내장까지 바닷물에 절여졌던 모양이다.
“여기서 바로 투명화를 썼어요······”
역시 빈틈이 거의 없는 노인네다.
토하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능력을 써버리다니.
“타츠오 씨.”
“네, 시작할 게요.”
그에게는 아직도 내가 전해준 힘이 남아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다소 능력이 저하되긴 했지만 추적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타츠오는 곧바로 들개 수십 마리를 모았고, 메리엄의 냄새를 추적했다.
-컹컹, 컹.
실비아와 타츠오.
이 두 사람의 조합이면 어디에 숨든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프랑스 대내정보총국 본부.
그곳에서는 최근 일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뭐? 초능력? 확실해?”
분석요원의 말에 장 폴름 국장이 되물었다.
“네,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초능력이라······”
각국의 정보기관에는 초능력에 관한 정보가 조심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
미국과 일본이 엄중하게 정보를 통제했지만 세상에 공개되었던 두 가지 사건만으로 정보기관들이 이목을 집중했던 것이었다.
건담과 야마타노오로치.
그건 UFO, 심령현상 등 과학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 사건과는 궤를 달리 했다.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고, 조작되지 않고 화질도 깨끗한 영상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사건뿐만이 아니라 일본 고위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일본 자위대의 주둔지에서 일어난 폭발사고까지 보도되자 정보기관들은 앞다투어 일본과 관련한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그리고 일본을 방문한 두 미국장관의 목적이 사실 초능력자의 세포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는 기밀정보까지 얻게 되자 초능력의 존재에 대해 믿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몽생미셸에서 확인된 초능력자 의심정보입니다.”
“……?”
장 폴름은 보고서를 받아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후드를 쓴 남자와 노파.
그들이 허공에서 얼음 같은 걸 만들어 쏘고, 사라지고 날아다녔다는 등 SF소설에서나 나올 얘기가 가득했다.
“경찰에서는 웃어넘겼다지만 일단 신고가 접수되었던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누군지는 알아봤어?”
“남자 쪽은 예상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뭐?”
거의 반사적으로 물었던 질문이었다.
목격자 진술만 있어서 힘들 것이라 여겼는데 용의자가 있다는 대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CIA요원, 블랙. 그 사람인 것 같습니다.”
“확실해?”
“조세핀 박사가 몽생미셸에 가있습니다. 그 사람도 같은 기차를 탔었던 걸로 확인되었고, 후드를 즐겨 쓰는 복장으로 봤을 때 그가 맞을 겁니다. 무엇보다 모든 사건 현장에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
“샹젤리제, 몽생미셸은 알겠는데 성당테러에서도?”
“네. 사크레 쾨르 성당 근처에서 시민들이 찍은 영상 중에 있었습니다. 역시 후드로 얼굴을 가렸지만 체형분석에 따르면 거의 일치합니다.”
“허!”
장 폴름은 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때 해밀턴 장관이 했던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협조하길 잘했어.’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건 이유가 있었다.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정보, 한 마디로 초능력에 관한 확실한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능력으로 의심되는 자가 프랑스 국내에 있는 상황.
그가 CIA요원이든 뭐든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통신망 접근권한 줄 테니까. 확실하게 확인해봐.”
국내통신망 특별감찰권한.
해킹도 필요 없이 프랑스 내 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전화와 문자, 인터넷 접속내역을 알 수 있는 건 물론 연결된 핸드폰의 위치까지 전부 확인할 수 있었다.
특수한 경우에서만 허가되는 권한이지만 장 폴름은 알 키사스 못지않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