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팝콘은 미리 준비해야겠다
며칠간 논의가 이어졌다.
메리엄의 추적, 그리고 초능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러범들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추적은 실비아만이 가능한데 또 그런 함정을 파놓을 걸 생각하면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테러범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오십 명.
각국에 흩어져 있는 퀸시의 전투원들을 다 모으더라도 그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수적인 우위를 뒤집으려면 나처럼 강력한 능력자가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나 말고 코어에 접촉한 능력자가 없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었다.
“퀸시에는 없어요.”
처음 코어에 대해 알았을 때도 물었었지만 그게 뭐 대단한 비밀이라는 듯 말을 해주지 않았었다.
크게 관심 없어서 캐묻지 않았었는데 이제 보니 없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어쩌면 서훈 씨를 제외하면 메리엄이 코어에 접촉한 유일한 네오휴먼이 아닐까 싶긴 해요.”
그렇긴 하다.
불사는 내 능력만큼 특별하니까.
생명체면서 죽음을 벗어난 존재.
그런 의미에 있어서 그녀는 코어에 접촉했을 것이란 추정이 타당해 보였다.
“서훈 씨, 실비아 양. 잠깐 나와 봐야겠어요.”
그때 타츠오가 노크와 함께 문을 열더니 우리를 불렀다.
누가 찾아왔다고 한다.
누군지 물어보니 DGSI, 프랑스 대내정보총국의 요원이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CIA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내 소재를 알려주지 않았고.
그런데도 DGSI의 요원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실비아와 함께 단둘이서 그를 맞이했다.
“DGSI의 게빌 호베르라고 합니다.”
동그란 안경에 금발 곱슬머리의 샌님 같은 이미지.
그는 정보총국의 국장, 장 폴름을 대신해 이곳에 왔다고 자신의 배경부터 밝혔다.
“용건을 얘기하기 전에 그것부터 말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여긴 프랑스고 저흰 국내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입니다.”
그런 말로 설명이 될 리가 없지.
아무리 정보기관이라도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들이 테러 때문에 고생할 이유가 없다.
“CIA프랑스지부를 통하지 않고 이곳에 온 이유는?”
질문을 한 걸로 충분했다.
대답은 그의 입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CIA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네요.“
실비아가 그의 기억을 읽고 말해주었다.
“…….!”
그 순간 게빌의 눈이 안경을 뚫고 튀어나올 듯 커졌다.
“감시역이 있는 거야?”
“아니요. 그런 게 있었으면 제가 알아차렸겠죠. 여기까지 온 것, 그리고 CIA와 우리 관계를 알아낸 건 이들이 가진 통신망 접근권한 때문이에요.”
통신망이면 해킹? 도청?
유심칩도 주기적으로 바꿨고, 저들이 내 핸드폰에 장치를 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도 뭔갈 했다는 건 내 예상을 뛰어넘는 빌어먹을 첨단기술이 있는 듯 했다.
나는 게빌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물었다.
“감시역은 없지만 감시를 하긴 했나 보네? 여기서부턴 그쪽 입으로 말해. 지금부터 거짓말이 그 입에서 나온다면 뒷감당을 해야 할 거다.”
그리고 내 뒷감당은 무조건 모가지다.
“독심술이라니…… 역시 우리 분석대로 당신들은 초능력자가 맞군요.”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통신망 접근권한이 뭐지?”
“말 그대로 프랑스 내 모든 통신망을 이용한 정보를 DGSI에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여러분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그걸 사용한 겁니다.”
프라이버시.
사생활을 중시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랑스인들은 특히 더 민감한 편이다.
CCTV는 물론 도로 위 카메라까지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로 사찰을 싫어한다고 하니까.
그런데 해킹도, 도청도 아니고 통신망 내 존재하는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다니.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나라에서 그 정도의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실비아가 이미 확인한 사실이니 그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 방법으로 19구역 사고현장에 두 분이 있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그 엄청난 폭발사고와 엮이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초능력자라는 확신을 가졌고, 비밀리에 장 폴름 국장의 밀명을 받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국장님께서 직접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CIA가 아니라 초능력자로서 그분을 만나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감시했다는 거군?“
“여러분을 감시한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초능력이 첩보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첩보계의 중심이라.
드디어 초능력이 SF소설 속 얘기가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초능력자를 손에 넣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될 것 같은데……’
당면한 두 가지 문제, 메리엄의 추적과 테러범들.
DGSI를 이용하면 둘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통신망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권한.
아무리 요망한 노인네라도 프랑스 정보기관의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핸드폰.
그게 추적의 바탕인 이상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냥 날 감시한 대가만 치르면 된다.
최대한 이용해주마.
***
세느 강변의 루프탑 바(Bar).
이곳은 조세핀 박사와 첫만남을 가졌던 장소였다.
나와 실비아는 여기서 DGSI의 국장을 만나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DGSI의 국장, 장 폴름입니다.”
“블랙입니다.”
“화이트에요.”
그는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게빌에게서 전부 알고 있다고 보고받았는데 CIA의 코드네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겁니까?”
“우리 진짜 신분이 뭔지 궁금한가보군요.”
통신망을 들여다봤어도 모를 수밖에.
문자나 통화는 CIA프랑스지부의 요원들과 주고받은 것이 전부니까.
그 안에는 내 진짜 이름이 없다.
그들도 나를 블랙이라고 알고 있으니.
“하하, 정보원으로서의 직업병 같은 겁니다. 몰라도 됩니다. 신분보다 중요한 건 관계 아니겠습니까.”
눈치가 빠르네.
뾰족하게 답했다고 바로 물러서는 걸 보면.
“게빌에게 들으셨겠지만 지금 첩보계에서 초능력자의 존재가 단연 화제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러시아, 미국, 그리고 일본.
직접 겪은 세 나라를 제외한 타국의 정보기관은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을까.
강대국인 프랑스 정보기관의 현황을 체크하면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물었다.
“CIA에서 알려주지 않던가요?”
“더블체크라고 생각하십시오.”
“하하, 그렇죠. 정보보다 중요한 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 폴름은 일본에서 내가 저지른 사건들, 미국의 움직임, 네오 셀 등을 거론하며 초능력과 관련해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가장 확실한 계기가 되었던 것은 건담과 야마타노오로치 사건.
그 자료를 본 정보기관은 그저 미스테리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타츠오가 파리에서 저지른 일도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첩보계에서 초능력자에 대한 정보의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였다.
한 마디로 초능력자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인 것이었다.
‘일본이 제일 컸어. 처음 나간 외국이라 너무 들떴었나······’
돌이켜보면 과감하긴 했다.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에선 자제라는 걸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없던 애국심이 생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우경화를 부르짖는 놈들을 밟아 죽였고, 오염수를 버리는 행위로 피해를 주려는 정치인들을 익사시켰다.
‘역시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다 돌아온다니까.’
이래서 능력을 쓸 땐 항상 감정을 죽여야 한다.
늘 차갑고, 이성적이게 행동해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니 지금부터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초능력자가 드러나면 또 어때? 초능력자가 존재해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다가올 세상이다.
그 시기를 내가 조금 더 당기긴 한 것 같지만 네오 셀이 퍼진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초능력의 존재에 대해서는 각국의 정보기관들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초능력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었고 말입니다.”
“……?”
“오래 전,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첩보에서 초능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입수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비용은 많이 들고 변수는 많고, 인풋대비 아웃풋을 생각하면 초능력은 과학보다 쓸모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이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 정도 아웃풋이면 관심이 생긴 거겠지.
“초능력자가 필요하십니까?”
“아니라고 말할 순 없겠죠.”
그러면서 실비아를 곁눈질한다.
게빌에게 보고를 받았으니 아는 것이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사이커스라고 합니다.“
“……?”
“초능력자들이 모인 저희 조직의 이름이고, CIA와는 동맹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때? 그 동맹, 너도 하고 싶지?
“사이커스라…… 혹시 DGSI도 당신들과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겁니까?”
“안 될 거 없지요. 우방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 순간 장 폴름의 감정이 요동쳤다.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었다.
“대신 약간의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거면 최대한 도울 테니.”
나는 그렇게 그들을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을 시작했다.
“저희가 CIA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로 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름의 이유라는 말은 해밀턴 장관님이 말씀하신 알 키사스 제거와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알 키사스 제거?
미국 국방부 장관이란 양반이 그런 말을 했다고?
뭐 일단 내가 할 거짓말과 이어붙일 수 있으니 넘어가자.
“완전히 별개는 아닙니다. 알 키사스도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
“사이커스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친 배신자가 알 키사스로 들어갔습니다. 파리에서 테러를 저지른 그놈들과 함께 있고요.”
“혹시…… 몽생미셸에서 싸웠다는 그 노파입니까?”
“네.”
나는 두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 그리고 알 키사스 테러범들을 상대할 병력지원을 해주십시오.”
“그 노인이 핸드폰을 사용만 한다면 행방을 찾는 건 어려울 게 없습니다.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건 DGSI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말입니다.”
장 폴름은 앓던 이가 빠진 듯 웃었다.
알 키사스 놈들은 별도의 무전을 사용하는지 통신망을 통해서 찾지 못했는데, 메리엄을 추적해 그놈들까지 쫓을 수 있으니 그런 것이었다.
“지원은 얼마나 가능합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너무 많이 움직이면 기동력이 떨어집니다. 최정예 부대만 동원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그의 말이 맞다.
19구역에서 그만한 양의 폭탄을 사용했던 놈들이니 대응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최정예 부대라면 지젠느(GIGN) 말입니까?”
대테러 임무를 주로 맡는 부대로 영화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프랑스 특수부대다.
“아무래도 지젠느가 가장 적당하겠죠.”
“그들로는 안 됩니다.”
더 쎈 놈들이 있잖아.
“그들은 세계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자들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그 노인네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노파는 당신들이 상대할 거 아닙니까?”
나는 연기를 하듯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녀는 일시적이지만 일반인이 초능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말은 설마……”
“네, 테러범들 전부가 초능력자라고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프랑스는 슈퍼솔져 개발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된 나라다.
그 말은 곧 슈퍼솔져와 관련해서는 가장 선진화된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 나라의 슈퍼솔져는 상당한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군사기술이기 때문이었다.
안보와 관련되었다 보니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은 곳이 군대.
그런데 법안을 통과시켜 양지로 나왔을 정도면 그 수준이 어느 정도겠느냔 말이다.
“그렇다면…… 지젠느로는 무리일 수도 있겠군요.”
전해지는 감정이 침착한 걸 보니 역시 있다.
프랑스의 슈퍼솔져 VS 초능력을 얻은 테러범.
팝콘은 미리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