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다 완벽할 순 없는 법이다
장 폴름에게 작전에 투입될 슈퍼솔져 부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들이 테러범들을 상대해야 하니 초능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슈퍼솔져이긴 하지만 사전정보가 있다면 대응이 더 용이할 테니까.
-꾸구국.
그런데 웬걸?
대장이라는 놈이 악수를 하면서 손에 힘을 주네?
내가 그래도 도움을 주러 온 사람인데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손목을 비틀어서 뽑아버리고 싶었다.
심지어 이어지는 말은 행동보다 더 무례했다.
“호오, 초능력자가 맞긴 한가보군요.”
수컷들이 으레 하는 기 싸움인 줄 알았는데 내가 초능력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한 듯한 말이라니.
이쯤 되면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대우해줄 필요가 없겠네.’
이들을 이용해먹는 입장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그저 테러범들을 상대하기 위한 장기말이자 총알받이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제법 잘 버티……”
-뿌드드득.
염력을 이용해 상대를 해주었다.
싸워야 할 손을 부러뜨릴 순 없으니 가볍게 받은 힘의 두 배 정도로?
“끄으윽!”
“호오, 인간치고는 제법이군요.”
물리적인 부분에 이어 정신적인 부분도 받은 만큼 되돌려 주었다.
내 말을 들은 알랭의 얼굴은 시뻘게져 있었고, 이를 바드득 갈고 있었다.
“대위님!”
“그 손 안 놔?!”
나는 그 말을 내뱉는 코만도 아방가르드의 대원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인사 나누는 것 정도로 웬 호들갑이야? 아방가르드하네, 진짜.”
“뭐?! 이 새끼가!”
도발이 통했는지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그들은 부리부리한 눈을 치켜뜨며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만!”
해군대령이라는 노인이 소리치며 대원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부탁하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네도 그 손 놓게.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
그러자 게빌도 그를 도와 사정했다.
“블랙 씨, 싸우러 온 거 아니잖습니까. 피에르 대령님께서 직접 저렇게 사과하시니 그만하면 안 되겠습니까?”
“악수 좀 한 거 가지고 싸움은 무슨.”
나는 마지못한 척 알랭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의 손등에는 벌겋게 내 손가락 자국이 나있었다.
“크윽!”
알랭은 오른손을 매만지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감이 안 오는 모양이었다.
역시 좋게 얘기하면 귓구멍에 안 들어가는 놈들이 있다.
“알랭 베르트랑이라고 했지?”
“……?”
“이렇게 끝내면 당신도 찝찝하지 않겠어?”
“뭐, 뭐?”
나는 피에르 대령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분위기가 이래서는 대화가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엔 아무래도 어깨를 견줘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게.”
알랭을 일견하고 한숨을 쉬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말 안 듣는 놈인가 보네.
-지지지징.
허공에 흩어놓은 여의를 끌어모아 방망이 형태로 만들었다.
“자고로 말 안 듣는 놈들은 매가 약이지. 전부 드루와.”
내 말에 알랭을 비롯해 아방가르드 대원들이 눈을 끔벅거렸다.
“말귀 못 알아들어? 다 덤비라고.”
그 순간 백 명의 슈퍼솔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마치 맨손으로 때려죽이려는 기세였다.
그래봤자 기세일 뿐이지만.
***
철권이라는 게임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 있다.
모든 캐릭터가 맨손이지만 요시미츠라고 유일하게 검을 다루는 캐릭터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무기도 제법 다룬다는 말이다.
염력을 내 몸에 걸고 사용하면 너무 강한 힘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가지만, 무기술은 비교적 괜찮았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조금 어지럽긴 하지만.
“끄으……”
피떡이 된 아방가르드 대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신음하고 있었다.
여의방망이에 맞았지만 힘 조절을 했기에 어디 부러진 곳은 없는 상태였다.
“대령님.”
내가 부르자 얼빠진 얼굴로 대원들을 보던 피에르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친구들 정말 슈퍼솔져 맞습니까?”
뭐랄까.
일본의 슈퍼솔져인 신풍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일반인에 비하면 분명 뛰어나긴 한데 이게 참 애매한 것이다.
“…… 맞네.”
대답을 하는 피에르의 표정은 참담했다.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아버리니 그런 모양이었다.
“무슨 기술을 받은 건지 물어도 될까요? 슈퍼솔져 선진국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좀 그렇잖아?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피에르는 내 속내를 짐작하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합성혈액이라는 기술이네.”
그러니까 인공혈액을 몸에 주입했다고 한다.
그것도 한 명당 백억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서.
한 마디로 아방가르드에 들인 돈이 한화로 조 단위였다, 조 단위.
프랑스 정도 되는 강대국이기에 가능한 천문학적인 금액인 것이다.
그가 말하길 합성혈액의 가장 큰 장점은 대량의 산소운반.
인공적혈구가 수천 배의 산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잠수할 수도 있고, 무호흡 상태로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쉽게 지치지 않고 피로회복도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에너자이저란 거네?’
팔굽혀 펴기 할 것도 아닌데 이걸 어따 쓰지?
물론 안 좋은 기술은 아니다.
무호흡 상태로 지치지 않고 움직인다는 건 전력을 다한 상태로 오랫동안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신체과부하의 수준이 초인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게 우리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때 내 표정을 읽었는지 알랭이 바닥에서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얻어터지고 나니 말투가 제법 공손해져 있었다.
“전부가 아니라고?”
“합성혈액의 적혈구는 기본적으로 산소를 운반하지만 다른 물질도 가능합니다. 실전에 들어가면 승인을 받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혈액 속에 투여받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각성제를 맞는다는 말이네.”
약물에 의존해서 근력을 높인다는 거잖아.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주사 같은 걸 맞는 게 아니라 혈액에……”
“그게 그거잖아.”
“끙……”
알랭이 답답한 듯 입을 닫자 피에르가 그를 대변하듯 입을 열었다.
“혈관에 주사하는 것보다 더 빨리 효과를 낼 수도 있고, 특정부위에 집중시켜 그 부분만 월등히 강하게 만들 수도 있네. 합성혈액의 적혈구가 그럴 수 있도록 운반해주는 거지.”
“그래봤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는 부족합니다.”
그 정도로는 바인딩을 뿌리칠 수 없다.
일본의 신풍이나 스컬의 해골가면 정도의 근력은 내줘야 한다.
“그자에겐 몸을 구속시키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근력을 높일 수 있어야 저항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때 지금까지 옆에서 묵묵히 있던 실비아가 피에르를 향해 말했다.
“있네요. 그 이상의 방법.”
“……!”
“의회의 감찰 때문에 그러시죠?”
“그걸 어떻게……”
“제가 가진 능력이에요. 대령님, 의회가 정한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 이분들 다 죽게 될 거예요.”
아이러니하다.
법이 정한 선을 넘으면 강한 힘을 얻지만, 넘지 않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도 이런 걸 고민하는 걸 보니 프랑스가 슈퍼솔져 분야에 있어 선진국이긴 한 것 같았다.
장 폴름의 말대로 비인도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을 지키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내 검토…… 해보겠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싸움에서 이기는 건 대부분 현실이다.
이상은 멀지만 현실은 가까우니까.
‘검토하겠다는 말은 반 이상 넘어왔다는 거지.’
이걸로 제일 까다로울 수 있는 바인딩은 해결이 된 것 같다.
남은 능력 중 배리어는 중화기, 커터는 전술방패, 투명화는 적외선 스코프로 대응하면 될 것이다.
순간이동?
횟수도 몇 번 안 되니 그건 몸으로 때워야지 뭐.
다 완벽할 순 없는 법이다.
***
파스퇴르 연구소 G3센터.
메리엄이 타겟으로 삼은 곳이었다.
서훈이 아닌 이곳을 먼저 노리는 것은 바로 백신 때문.
조세핀 박사가 NKC-2200이라는 면역세포로 그걸 만들어낸다면 서훈이 물질조작의 힘을 얻게 될 테니 이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칼리파께서 내린 임무를 수행하게 되다니.’
오마르는 알라의 가호가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심에 이어 자신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뜻하지 않게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G3센터를 눈앞에 두고 오마르는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올렸다.
이 기회를 빌어 칼리파에게 받은 알 오마르 분파의 임무, 슈퍼솔져와 관계된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알라에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오마르.”
그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다른 잠복지에 있던 라시드가 나타나 기도를 끝낸 그를 불렀다.
“라시드? 아직 시간이 안 됐는데 여긴 왜 왔지?”
“시작 전에 말해둘 게 있어서.”
“……?”
“너를 도울 테니 이번 일에 내 공헌도 있음을 잊지 마라.”
그의 말에 오마르는 피식 웃었다.
G3센터에만 테러를 가하면 알 라시드 분파의 임무는 수행하기 불가능해질 테니 자신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자고. 그 노파가 시킨 일도 처리하려면 내 부하들만으로는 힘드니까.”
“내가 맡을 테니 넌 칼리파의 임무만 생각해.”
“알았다.”
그때 메리엄이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사용하고 있던 투명화를 해제한 것이었다.
“무슨 얘기를 그리 하지요?”
그들이 중동어로 대화한 탓에 알아듣지 못했고,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되니 제노글로시를 잃은 것이 너무도 뼈아팠다.
“헛······ 은신처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게 아니었습니까?”
“불안해서 말이죠. 카심의 선례도 있었고, 본보기도 보였다지만 사람이 그래요. 뭐든 쉽게 잊어버리죠. 지금처럼.”
라시드는 당황한 표정을 애써 지우며 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 작전에 대해서 논의 중이었습니다.”
“이거 봐요. 금방 잊어버리잖아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무슨 논의가 필요하죠?”
그 순간 바인딩과 함께 오마르와 라시드의 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다.
지휘관들의 모습에 알 키사스의 조직원들은 긴장한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차하면 그녀에게서 받은 능력으로 공격할 듯이 보였다.
“호호, 그까짓 능력 한두 개 얻었다고 이를 드러내려는 건가요?”
“……”
“라시드.”
“……네.”
“지휘관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가능할 것 같나요?”
라시드는 침을 꼴깍 삼킨 후 부하들에게 말했다.
“다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이분께서 주신 능력이다. 다시 거둬가실 수도 있으실 거다.”
“역시 한 분파의 수장답군요.”
“죄송합니다. 충성심에 그런 것이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주십시오.”
“그럼 말해요. 오마르와 무슨 얘기를 했죠? 나한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요.”
사백 년이라는 경험과 연륜.
그녀는 상대의 눈빛, 태도, 어조 등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실과 거짓을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었다.
“그, 그것이······”
“당신은 내 눈 밖으로 벗어나자마자 자리를 지키지 않고 오마르가 있는 이곳으로 걸음을 했어요. 그럼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부탁을 하러 왔다는 건데, 그게 뭘까요?”
그때 오마르가 짧은 한숨과 함께 나섰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세 분파가 맡은 칼리파의 임무에 대해 말해주었다.
알 카심이 맡은 소프트타겟을 대상으로 한 테러, 그것은 프랑스 당국의 시선을 끌고 사회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알 오마르가 맡은 임무는 알 키사스 전사들을 위한 슈퍼솔져 기술의 획득.
마지막으로 알 라시드의 임무는 공화국 원칙 강화법에 대한 보복, 프랑스 대통령 암살이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진즉에 얘기하지 그랬어요.”
“……네?”
“허락할 테니 들어가서 슈퍼솔져 기술을 가져오세요. 나머지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그리고 다음 타겟은 엘리제 궁으로 잡을 테니 그렇게 아세요.”
그 대답에 라시드를 비롯한 알 라시드의 조직원들 표정이 환해졌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대통령도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메리엄의 생각은 달랐다.
‘이 종교바보들은 더 이상 못 쓰겠어.’
카심에 이어 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려 한 상황.
메리엄은 G3센터 테러를 마지막으로 그들을 처분하려는 생각이었다.
-반짝.
그때 멀리서 그런 그들을 주시하는 자들이 있었다.
코만도 아방가르드.
메리엄의 소재를 찾아낸 그들은 며칠 전부터 감시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는 알파, 뻐꾸기가 둥지로 들어간다.
-치지직, 여기는 블랙. 라져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