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짜증나니까 그냥 처 말해
DGSI 본부.
장 폴름은 개인집무실에서 G3센터 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그가 눈 여겨 보는 건 군사무기 개발구역에 설치한 몰래카메라였다.
블랙과 사이커스의 배신자라는 노인, 두 사람의 초능력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설치해둔 것이었다.
‘이런 미친······’
그런데 화면에서는 끔찍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입에 총을 물고 자살한 테러범들의 머리가 터지며 뇌가 삐져나온 건 그나마 봐줄만한 수준.
망치로 노인의 머리를 짓이기고, 칼로 온몸을 난도질하고 헤집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
‘제 정신이 아니야······’
지금 보이는 모습은 자신과 만나 거래를 나누던 그때의 블랙이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이 진짜 그의 진면목.
참고 계속 보려고 했지만 대검 끝에 내장을 걸고 빨랫줄처럼 들어 올리는 모습에 한계가 와버렸다.
그는 결국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고 휴지통을 입에 갖다 대었다.
“우웨에에엑! 웨에엑!”
아침에 먹은 것까지 전부 게워낼 정도로 구토가 연이어 나왔다.
피로 범벅된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뇌리에 화인처럼 새겨져 머릿속에 맴돌았다.
“끄어억, 웩, 웨엑!”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왜 그때 미국의 해밀턴 장관이 구토억제제를 사놓으라고 했는지.
“헉, 헉······”
잠시 동안 핼쑥한 모습이 된 장 폴름은 다시 태블릿을 집었다.
진심으로 보기 싫지만 정보를 다루는 직업병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응?’
그런데 그때 완전히 해체가 되어있던 시체의 모습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장기들이 꿈틀거리며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살이 차오르며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게······”
장 폴름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뜨고, 비비며 그 광경을 다시 보았다.
하지만 분명 갈기갈기 찢겨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초능력도 여러 가지고 특별하다더니 정말이구나. 재생, 아니 저 정도면 부활이라고 해야 하나?’
토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화면을 뚫어지게 보았다.
바인딩, 커터, 배리어, 투명화, 순간이동에 그런 능력을 타인에게 전달.
게다가 죽어도 부활하는 능력까지.
노인이 가진 초능력의 가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특히 부활, 저 능력이면 프랑스의 미래를 바꿀 수 있어.’
장 폴름의 눈에는 지금 보이는 모습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보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이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 영생.
냉동인간, 마인드 업로딩, 사이보그 등 지금도 과학은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블랙, 저 자인데……’
사이커스와의 동맹,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CIA, 알 키사스 소탕에 대한 도움.
그 모든 걸 생각하면 자신이 저 노인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손을 잡았다가 등을 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니까.
‘아니야, 지금은 그런 명분 따윌 따지는 것보다 저 노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
정보기관이 할 일은 국가의 이익에 최선이 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장 폴름은 그것이 위법이든, 누군가의 희생이 되든 프랑스를 위하는 것이 DGSI, 대내정보총국 국장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총리님, 장 폴름입니다.”
그는 곧장 수화기를 들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G3센터의 작전이 마무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
코만도 아방가르드의 대원들은 2인 1조로 흩어져서 잠복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이 센터를 장악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가드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DGSI와 군은 그들에게 이번 작전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비정하지만 완벽한 함정을 위한 미끼로 사용한 것이었다.
-타타탕! 탕!
희미한 총성이 점점 뜸하게 울려왔다.
알랭은 테러범들이 센터의 장악을 거의 끝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센터 내부에 총소리가 완전히 멎자 알랭은 대원들에게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오메가. 전 대원 작전개시. 반복한다, 작전개시.”
-라져.
그는 이어 자신의 파트너, 마르코를 보며 말했다.
“우리도 시작하자고.”
“네.”
두 사람은 품속에서 NcoR1 억제제라는 라벨이 붙여진 주사기형 앰플을 꺼냈다.
그건 피에르 대령이 고심 끝에 허락한 근력증강제였다.
비록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 함께 주어졌지만 직속상관의 지시였기에 아방가르드 대원들은 군말하지 않고 그걸 받아들였다.
코만도 아방가르드는 독립부대로 피에르의 지시만 따르는 특수한 지휘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푸슉.
몇 년 전, G3센터는 근력이 한계 이상으로 발휘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유전자인 NcoR1의 존재를 밝혀내었다.
앰플 속에 든 건 그 유전자를 제한하는 물질로 현재까지도 개선이 진행 중인 슈퍼솔져 기술이었다.
이유는 효과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
무제한으로 근력을 증강시킬 수 있기에 자칫 전신의 근육이 파열되어 사망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었다.
“후우······”
아드레날린이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이 느끼는 효과는 분명 그 이상이었다.
“대장, 이 정도면 블랙 그자와 다시 한 번 붙어도 되겠는데요?”
마르코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알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움직임을 직접 겪어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안 된다는 겁니까?”
“안 되지. 봐준 거였으니까.”
“그게······ 봐준 거라고요?”
“누구 하나 부러진 곳 없다는 게 그 증거야. 여유를 부린 거지.”
“말도 안 돼……”
“붙어보고 싶으면 혼자서 해봐. 안 말릴 테니까.”
알랭은 그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 앞서 걸었다.
그들은 생동하는 몸의 활력을 느끼며 천천히 복도를 수색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적이다.’
알랭은 수신호로 의미를 전달하며 전방을 가리켰다.
복도의 코너에서 인기척이 있었고, 곧이어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슛!”
-투두두두두두!
알랭의 손에 들린 20mm 개틀링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배리어에 대비한 중화기로 헬기에서나 설치되는 무기지만 혼자서 다루는 걸로 보아 그의 신체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마르코는 뒤에서 전술방패 두 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퍼퍽!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있는지 허공에 금이 쩍쩍 가고 있었다.
블랙의 말대로 배리어는 중화기에는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다.
-찌잉.
“큭.”
그때 옆에 있던 놈이 손을 내밀자 알랭과 마르코는 갑자기 전신이 꽁꽁 묶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일 까다롭다는 바인딩이라는 초능력이었다.
“크아압!”
그들은 기합과 함께 전신의 힘을 쥐어짰다.
바인딩을 뿌리치기 위해 맞은 NcoR1 억제제가 효과를 발휘했을까.
온몸을 옥죄고 있던 밧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신체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마르코!”
알랭의 신호에 마르코가 전술방패 두개를 겹쳐 앞을 막았다.
-카카카캉!
맹수가 거대한 발톱으로 방패를 긁는 듯한 충격이 곧바로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칼날, 커터라는 초능력이었다.
배리어에 바인딩, 그리고 커터.
블랙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정도로 초자연적인 능력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쿨 타임이 끝나기 전에 친다.’
수신호와 함께 두 사람이 권총을 재빨리 꺼내들었다.
커터의 공격이 끝난 직후, 배리어가 수복되기 전에 반격을 해야 했다.
-탕! 탕탕! 탕!
“크억!”
“악!”
초능력을 재사용하는 틈을 노린 사격에 두 테러범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알랭과 마르코는 아직 숨이 붙은 두 놈의 머리에 총알을 한 방씩 박아 넣어주었다.
“또 왔습니다!”
그때 마르코가 새롭게 나타난 테러범 한 명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미처 대응할 새도 없었다.
-스륵.
갑자기 모습이 사라진 것이었다.
“투명화 능력이다. 스코프!”
두 사람은 머리에 위로 올린 스코프를 재빨리 착용했다.
적외선 열화상 장치로 적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푹!
10미터 밖에서 사라졌던 테러범이 스코프를 쓰자마자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나 나이프를 휘둘렀다.
목덜미에 그대로 꽂힌 칼날.
마르코는 피거품을 입에 물고 상대의 팔을 붙잡았다.
“커흑, 대장······ 빨리······”
알랭은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권총을 갈겼다.
-탕, 탕! 탕탕!
곧이어 투명화가 풀리며 옆구리에서 피를 콸콸 쏟는 테러범의 모습이 드러났다.
알랭은 그의 머리통에도 한 발을 쏜 후 마르코를 안아들었다.
“마르코! 정신 차려!”
“대, 대장······ 난 틀렸······끄륵!”
손으로 목의 상처를 눌렀지만 피가 멎지 않았다.
아무리 합성혈액이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지만 그것에만 기대기엔 상처가 너무 깊은 상황이었다.
-파파팍.
알랭의 손놀림이 급해졌다.
서둘러 지혈제를 뿌리고 붕대를 꺼내 감기 시작했다.
아직 죽지 않았으니 응급처치만 잘 한다면 합성혈액이 목숨을 구해줄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 새끼야, 테러범한테 당하는 주제에 그 사람과 다시 붙어보겠다고 했어? 정신 안 차려?”
그 말을 들은 마르코의 눈에 약간이지만 생기가 돌아왔다.
적어도 아까의 포기한 눈빛은 아니었다.
“죽지마라. 그 고생을 하고 이렇게 죽으면 무슨 개죽음이야, 안 그래?”
“……”
마르코는 힘없이 눈동자를 오른쪽 위로 올렸다.
알았으니까 가라는 뜻이었다.
알랭은 마르코를 안심시키듯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작전은 금방 끝날 테니까.”
그는 무전에 대고 지시를 내렸다.
“여기는 오메가. 사전정보에 없는 초능력 확인. 거리를 순식간에 단축한 걸로 보아 도약력을 높이거나 순간이동 같은 것으로 보인다. 숙지하도록.”
블랙이 사전에 알려주었었다.
자신이 모든 능력을 아는 건 아니니 파악하지 못한 초능력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때 라져라고 답하던 팀 중 아닌 팀이 하나 있었다.
-여기는 세타!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에서 울려 퍼졌다.
“오메가, 카피.”
-폭탄발견! 반복한다, 폭탄발견!
“폭탄타입 보고바람.”
-가스분사형, 생화학무기로 확인!
알랭은 생화학무기라는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EOD(폭탄제거반) 현장이동. 세타, 독가스 타입 확인바람.”
-겨자냄새 확인! 겨자가스로 추정됨! 헉! 타이머 발견! 남은 시간은 5분!
겨자가스.
독성을 띠는 수포작용제로 피부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히고 수포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이다.
피부에 침투되기 때문에 방독면으로도 막을 수 없고, 해독물질도 없는 데다 공기 중에 살포시 흩어지지 않고 지역 자체를 오염시켜버리기에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였다.
‘어쩌지······’
대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가스분사형 폭탄이라면 주변 일대 전체를 오염시킬 테고, 5분이라는 시간상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블랙, 그 사람이라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자신들의 능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그가 가진 신기막측한 초능력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오메가.”
알랭은 곧바로 블랙에게 무전을 쳤다.
-무슨 일이지?
답변이 왔지만 이상했다.
분명 무전요령에 대해서는 알려줬고, 지금까지는 잘 따라줬는데 말이다.
“여기는 오메가. 코드네임, 응답하라.”
혹시나 싶어 다시 무전을 보냈다.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잠시 잊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적들이 블랙의 무전기를 빼앗고 대신 답하는지도 모르니 코드네임 확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짜증나니까 그냥 처 말해.”
그런데 코드네임을 확인하지 않아도 답변하는 말투에서 알 수 있다.
그가 블랙이 맞다는 것을.
‘왜 짜증이 난 거지? 딱히 내가 실수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알랭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무전기를 힐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