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이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드디어 잡았네요.”
상황이 종료되자 숨어있던 실비아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착잡한 눈으로 재생 중인 메리엄을 바라보았다.
막상 대면할 순간이 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모양이었다.
“마음 독하게 먹어.”
혹시 몰라 미리 경고를 했다.
아무리 메리엄이 퀸시의 네오휴먼들을 해쳤고, 몹쓸 짓을 했다지만 실비아와 함께한 시간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비록 기만이라고는 해도 얼마든지 그녀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이란 그런 거니까.
“걱정 말아요. 메리엄이 무슨 변명을 하든 절대 넘어갈 리 없으니까.”
강한 부정은 긍정이 될 수도 있다던데.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겐 워낙 여린 그녀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저 노인네가 어디 보통 노인넨가.
사백 년 묵은 혓바닥으로 네오휴먼들을 가지고 논 인물이다.
‘뭐 실비아가 넘어간다고 해도 날 어쩌진 못할 테니까.’
만에 하나라도 노인네를 놓치게 된다면 실비아의 배신일 것이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때문에 알게 모르게 염력으로 그녀의 주머니 등 소지품을 체크해 퀸시에서 공격형 능력이 담긴 반지를 가지고 오진 않았을까 체크까지 했다.
하지만 경계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꾸물, 꾸물.
그때 머리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자 메리엄이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센터 내에 있던 연구복 하나를 던져주며 말했다.
“입어.”
반지를 찾으려고 온몸을 헤집었기에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입을 앙다물고 말없이 연구복을 입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내 말에 실비아는 그녀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메리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실비아, 내가 설명할게. 일단 내 말을 들어보······!”
그 순간 염력으로 그녀의 고개를 내 쪽으로 다시 돌렸다.
“대화상대는 나야.”
“……”
“다시 한 번······ 아니지, 경고할 필요가 없네. 불사의 능력자니까 말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두 눈을 뽑아버렸다.
-뿌직!
“으윽······”
“나한테서 눈을 떼면 이렇게 눈알이 뽑히는 거야. 알았나?”
고통을 느끼긴 하지만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잘 버티는 것 같다.
눈알을 뽑았는데도 ‘끄아악’이 아니라 ‘으윽’이라니.
“자기만 바라보라니. 조심해요, 그런 말을 하다가 나중에 의처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메리엄은 재생된 눈깔로 나를 바라보았다.
독기가 아닌 여유가 눈빛에 담겨 있었다.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나봐?”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날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궁금하네. 정말 안 죽어? 용광로에 넣어볼까, 어떻게 되나?”
“소용없어요. 이미 해봤으니까.”
“……뭐?”
“내가 누군지는 대충 알고 있을 테고······ 과거엔 정말 죽으려고 별짓 다해봤어요.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이가 무슨 희망이 있었겠어요?”
원자로 속에도 들어가 보고, 쇳물에 몸을 던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되살아났고.
“내 몸이 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
“내 세포가 녹아든 물질이 뭉쳐서 몸을 다시 구성해요. 처음 각성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그러니까 이 노쇠한 몸은 없어지고, 어린 아이였던 그때로 돌아간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 몸이 완전히 없어지면 젊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니, 불사조라도 되는 건가.
“죽이지 못하면 가둬서 심해 깊은 곳에 처박을 수도 있어.”
“그럼 서훈 씨가 수명이 다해 죽고 난 뒤에 세상에 나오겠네요.”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을까.
어이가 없네.
“날 시멘트로 굳히든, 철상자에 가두든 언젠가 모든 물질은 삭아 없어져요. 천년, 아니 만년이 지나면 돌아오겠죠.”
“천년, 만년 뒤를 내가 걱정할 필욘 없지. 난 당신에게 그만한 고통을 주는 걸로 만족해.”
“호호, 전 불멸자예요. 불사의 능력은 편리하게도 지속되는 고통은 점점 무뎌지게 해준 답니다. 예전에 그런 식으로 시도를 해봤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편안하더라고요.”
이렇게 되니 슬슬 약이 오른다.
저 얼굴에 걸린 자신만만한 미소를 일그러뜨리고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야 통쾌할 것 같다.
“혹시 우주는 가봤어?”
내 물음에 메리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죽일 수도 없고, 가두는 것도 소용없으면 지구를 떠나게 만들면 되지 않겠어?”
“……”
“이한성이라고 있어. 우리 아버지를 죽인 X새끼를 내가 그렇게 보내봤거든. 해보니까 되더라고.”
“……”
“이 세계가 삭아 없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우주를 떠돌면서 잠을 자게 되겠지. 그게 죽는 것과 다를 거 같아?”
왜 성공한 사람들 말 중에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잠은 죽어서 자는 거라고.
죽음을 다른 말로 하면 영원한 잠일 것이다.
“당신이 사백 년 동안 죽으려고 별짓 다해본 것처럼, 나도 이 능력으로 죽이려고 별짓 다해봤어.”
하지만 우주여행을 시켜주진 않을 거다.
이한성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보내준 거지만, 이 노인네는 아니니까.
나는 0.00000000001%의 확률도 필요없는 100% 확실한 죽음을 원한다.
우주여행은 그저 자신만만한 그녀의 미소를 지우기 위한 말에 불과했다.
‘게다가 우주를 돌고 돌아 다시 지구로 올 수도 있잖아?’
언젠가 뉴스에서 들은 적 있는데 핼리혜성이란 것도 76년 주기로 출현하는 걸 보면 그런 식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꼭 우주여행이 아니더라도 V-7, 베놈을 투여해서 불사의 능력을 없애고 죽일 수도 있고 백신이 완성되면 물질조작으로 먼지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불멸자인지 몰라도 내 앞에서는 필멸자나 다름없었다.
“물론 지금 보내주진 않을 거야. 내가 아는 별짓을 다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우주여행 시켜줄게.”
품속에서 주사침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메리엄을 바닥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뭐, 뭘 하려는 거예요?”
말을 더듬는 걸 보니 우주여행 덕분에 여유가 사라진 모습이다.
이제 좀 보기 좋네.
“척수액 좀 뽑으려고.”
“······!”
“당신 네오 셀이 필요한 사람이 있거든.”
엄마의 요청으로 실비아에게 물어보니 퀸시에 보관하고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실비아에게 네오 셀을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고, 요추천자용 바늘을 준비한 것이었다.
-뚝, 뚝.
바늘에서 척수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빈 앰플을 대고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척수액 채취를 하며 질문을 계속했다.
“이 네오 셀 말이야. 세계 각국의 연구데이터를 모아서 뭘 하려고 했지?”
“……”
“실비아?”
질문을 했으니 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실비아의 표정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안 돼?”
“……네.”
접촉한 상태에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더니 소용없는 것이다.
‘뭐 실비아는 나도 못 읽으니까.’
메리엄이 나처럼 코어 능력자라면 신체를 접촉해도 통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된다.
나라는 선례가 있으니 실망할 필요도 없다.
“뭘까? 우리 불멸자께서 무슨 목적이 있길래 자기 세포를 세상에 뿌리면서 그런 데이터를 모았을까?”
척수액의 채취를 끝내고 커터의 능력이 담긴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말 안 해?”
“……”
“좋아, 가볍게 회를 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대검으로는 깔끔하게 안 되던데 이걸론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커터의 칼날이 그녀의 전신을 다지기 시작했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살점이 잘려나갔지만 여전히 비명이 아닌 ‘으윽’ 정도의 신음소리만 새어나왔다.
‘생각보다 더 독한 년이네……’
회를 뜨는 것처럼 전신을 저몄는데도 입은 굳게 닫힌 상태.
이쯤 되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여기는 오메가.
그때 알랭에게서 무전이 왔다.
방해되지만 일단 답변은 해주었다.
“무슨 일이지?”
-여기는 오메가. 코드네임 , 응답하라.
바빠 죽겠는데 지X 염X을 떨고 있네.
군대놀이 끝난 지가 언젠데.
“짜증나니까 그냥 처 말해.”
-저기······ 알 키사스 놈들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했습니다.
“뭐?”
-그러니까 독가스를 분사시키는 폭탄을 작동시켰습니다. 앞으로 5분도 안 돼서 터질 겁니다.
“독가스?”
-네. 저희들로서는 무린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독가스라는 말에 메리엄을 힐끔 바라보았다.
죽으려고 별짓 다 해본 것 중에 그건 없지 않았을까?
생화학무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거기 어디야?”
독가스면 눈앞의 이 노인네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 수 있겠지.
군대를 안 가봐서 모르지만 화생방 훈련이 그렇게 괴롭다던데.
***
현장으로 이동하니 아방가르드 대원들이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셨습니까.”
알랭이 나에게 다가와 LPG 가스통처럼 생긴 폭탄을 가리켰다.
그는 이 안에 든 게 겨자가스라는 화학병기고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알려주었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
“……네?”
“터트릴 건데.”
내 대답에 알랭을 비롯한 아방가르드 대원들이 눈을 끔벅끔벅 거렸다.
고개까지 갸웃거리는 게 잘못 들었나하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진짜 터트릴 거야.”
“농담이시죠?”
“내 말이 농담으로 들려?”
알랭은 내 표정을 보고 진심이라는 걸 느꼈는지 하얗게 질려버렸다.
“이거 터지면 저희 뿐만이 아니라 이 일대 주민들 다 죽습니다.”
“죽긴 왜 죽어?”
“……?”
“다 쓸 때가 있어서 터트리는 거야.”
“정말······ 주변 피해는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아, 그렇다니까.”
그제야 알랭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비장한 얼굴로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시민들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프랑스를 대신해······”
“됐으니까 그거나 말해봐. 이 가스 색깔이 있나?”
“네? 색깔······ 말입니까?”
“그래. 눈에 보이는 거냐고.”
“네, 노란색과 갈색 중간 정도 되는 색일 겁니다.”
“이름처럼 겨자색이라는 말이네.”
보이기만 하면 염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독가스라는 위험한 물질이니 안개나 구름처럼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옅어진 기체가 새어나갈 수도 있으니까.
-치치칭.
메리엄과 폭탄을 같이 두고 배리어를 사용했다.
정신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방벽을 만드는 초능력.
그러니까 격리를 한 것이었다.
나는 배리어의 막에 손바닥을 짚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회를 친 다음에는 초장을 발라야 하는데 이해해. 지금 있는 게 겨자밖에 없네.”
잠시 후, 푸쉬쉭하는 소리와 함께 포포루 행성의 개구리 똥색 기체가 뿜어져 나왔다.
메리엄은 가스에 완전히 가려지는 그 순간까지 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겨자가스의 설명을 들으며 무슨 고통이 찾아올지 아는 것이었다.
“끼아아아아아악!”
나왔다, 비명.
역시 화생방의 악명은 사실이었던 같다.
온갖 고통에 익숙한 불사의 능력자가 저런 소리를 낼 정도면.
“……”
알랭은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배신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일 필요가 있습니까?”
“……뭐?”
“온몸의 피부가 녹아내리면서 화농이 생기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을 겁니다. 괜히 국제사회에서 생화학무기를 핵무기만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게 아닙니다.”
꼭 이런 놈들이 있다.
피해자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당장 눈앞의 일만 보는 X신들이.
“신경 꺼.”
“……네?”
“네 일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아니면 네가 들어가서 구해줄래?”
“……”
저거 봐라.
지 목숨은 또 소중해서 못 들어가지.
나는 그를 무시하고 겨자가스를 움직여 메리엄의 체내에도 구석구석 넣어주었다.
안 밖으로 꼼꼼히 배어들도록.
“아아아아악!”
비명이 나올 때마다 겨자가스의 양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온몸으로 독가스를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한 마디로 불사의 정화필터.
생화학무기도 처리하고 고통도 주고, 일석이조인 것이다.
-타타타타타.
그러던 그때 시끄러운 헬기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한두 대가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창문 밖에서 보이는 빛줄기는 서치라이트.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는 알파.
그때 G3센터 바깥을 경계 중인 팀에서 무전이 왔다.
“오메가, 카피.”
-상황보고. GIGN(지젠느), RAID(경찰 대테러부대), 레종 에트랑제(프랑스 외인부대)로 확인.
“……!”
알랭은 예정에 없던 특수부대들의 등장에 눈을 부릅떴다.
나 역시 갑자기 그들이 왜 왔는지 의문이었다.
“너도 몰랐나?”
“……네.”
작전현장을 책임지는 대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대부대를 투입하다니.
이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