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이제 스킬트리를 새롭게 짤 때다
“어쩌면 추가 테러에 대한 정보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알랭은 그렇게 특수부대들과 장 폴름의 출현에 대해 추정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런 정보가 있었다면 무전을 통해 현장에 알렸을 것이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나타났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일단 내려가봐. 대장이 맞이해줘야지.”
센터 내 테러범들은 전부 제압했고, 폭탄까지 해결된 상황.
작전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네.”
알랭은 나와 실비아, 그리고 메리엄을 남겨둔 채 1층으로 향했다.
창문 밖을 살펴보니 특수부대 말고도 센터 주변으로 경찰병력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아방가르드가 실패할 걸 대비한 건가?’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테러범들을 반드시 소탕을 해야 다시는 알 키사스가 프랑스를 노리지 못할 테니까.
그들로서는 만에 하나라도 도주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서훈 씨.”
그때 실비아가 나를 불렀다.
“왜?”
“저기······ 메리엄이요. 깨어났어요.”
염력으로 겨자가스를 몸속으로 밀어 넣었을 때 그녀는 기절을 했었다.
불사의 능력자도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던 것.
모든 독을 온몸으로 정화해낸 덕분에 겨자가스는 배리어 속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런 상황이 되자 깨어난 것이다.
“이야, 그 독가스를 다 마시고도 안 죽네? 불사가 좋긴 좋아.”
게다가 겨자가스에 녹아내려 뼈와 약간의 살덩이만 남았던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그녀는 해골상태에서 막 생겨난 눈알로 날 바라보았다.
“……”
정신은 회복이 안 되었는지 눈빛이 마구 떨리는 게 보였다.
내가 또 무슨 짓을 할지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었다.
“아까 한 질문에 대답만 해, 그럼 편하게 죽여줄 테니까.”
혀가 생겼는데도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말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네오 셀로 뭘 하려고 하기에 저렇게 입을 꾹 다무는 것일까.
“다음은 꿀꿀이죽이야.”
뭐가 되었든 난 오기로라도 그 입을 열 거다.
그러기 위해선 얼마든지 잔인해질 생각이고.
“……?”
“뼈도 남지 않도록 산산이 갈아줄게.”
“소용없······”
“아니, 아니. 죽이려는 건 아니고.”
“무슨……”
“고기죽으로 만들어서 돼지에게 먹여볼 생각이거든. 세포가 섞인 물질이 다시 육체를 구성한다고 했지? 그럼 돼지의 몸과 섞여서 그렇게 될까, 아니면 돼지 뱃속에서 어린 아이로 다시 태어나서 돼지새끼로 나오게 될까? 궁금하지 않아?”
메리엄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읊조렸다.
“미친······”
“싫으면 언제든지 말해.”
배리어를 풀고 새 연구복을 던져주었다.
메리엄은 피로 얼룩진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그때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틀렸어.”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한 실수는 우리 엄마를 인질로 삼았다는 거야. 만약 그 일이 아니었다면 네오 셀로 뭘 했든 상관하지 않았을 거고, 우주로 보내고 끝냈을 걸?”
“……”
“근데 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어. 그러니 전부 다 없앨 생각이야. 당신 꿍꿍이, 목적, 살아있는 의미, 전부 말이야.”
협박은 하고 있지만 약간의 불안은 있다.
전신을 난자하고 그 엄청난 양의 겨자가스에 절여지고도 입을 열지 않은 상태.
내 생각보다 저 노인네는 정신력이 강한 것 같았다.
‘꿀꿀이죽도 소용없을 것 같은데. 고문으로는 안 되는 걸까……’
그렇게 고민이 이어지는 그때였다.
-탁탁탁탁.
특수부대원들이 우르르 장내에 등장하며 우리 주변을 둥글게 포위했다.
메리엄이 함께 있기에 그런 것 같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까지 경계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미 나에게 제압당한 상태였으니까.
“갑자기 현장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연락도 없이?”
나는 마침 나타난 장 폴름에게 물었다.
그는 알랭과 함께 있었다.
“혹시나 싶어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었으니까요.”
거짓이다.
전해지는 감정으로 알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계획을 급하게 진행했다는 것을.
“상부에서 모든 테러범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저 노인도 테러리스트이니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이것 봐라.
“사전에 얘기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테러범은 DGSI가 메리엄은 우리가.
분명 그렇게 협의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딴 소리라니.
“물론 사이커스에 양도해드릴 겁니다. 하지만 테러를 일으킨 이상 조사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사만 끝나면 내어드리겠습니다.”
“……”
전해지는 감정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두려움도 있었고, 알 수 없는 고양감이나 기대감도 느껴졌다.
“실비아.”
그녀에게 확인을 해보라는 말을 속삭였다.
사이코메트리로 읽어보면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저 사람 말대로예요.”
“……정말 확실해?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네, 확실해요.”
“……”
저렇게 확신에 찬 대답이라니.
실비아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믿지 않을 수가 없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의 상황, 그리고 장 폴름은 수상했다.
“알랭.”
나는 그의 옆에 서 있는 알랭 베르트랑을 불렀다.
그와 함께 올 때부터 똥 씹은 표정이 역력했기에 그를 통해 한 번 더 확인을 하려는 것이었다.
“네.”
“아까 이거 안 막았으면 어떻게 됐을 거라고 했지?”
옆에 있던 가스통, 겨자가스 폭탄을 발로 툭 찼다.
그 순간 특수부대원들이 움찔 했지만 장 폴름이 손을 들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일대의 시민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좋아. 그럼 군인으로서 내 질문에 대답해봐. 지금 이 상황, 일반적인 상황이 맞나?”
현장책임자가 모르는 출동, 그리고 사전협의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조사.
명분은 있지만 뭔가 애매하고 매끄럽지 않았다.
“그, 그게……”
역시 망설인다.
뭔가가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 블랙, 내가 설명을……”
“당신은 빠져.”
나는 장 폴름의 말을 끊고 다시 알랭을 바라보았다.
“저는……”
알랭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주변을 포위한 특수부대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와 그들을 번갈아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작전의 경중을 따져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테러범들은 공개적으로 자국민들을 참수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성당테러로 수백 명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군사구역을 노려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상부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혓바닥이 길다.
혼란스러운 감정도 그대로 느껴지고.
“그렇단 말이지?”
“네.”
나는 그와 눈빛을 마주치고 다음으로 실비아, 마지막으로 장 폴름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들었던 말들이 거짓이 아니어야 할 겁니다.”
“그럼요.”
철면피네.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하는 걸 보니.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저 두꺼운 얼굴가죽을 벗겨버려야겠다.
‘심증만으로 다 죽일 순 없지.’
어차피 염력이 연결되어 있는 이상 메리엄은 절대 나에게서 벗어날 순 없다.
여의를 다루며 능력의 컨트롤이 한층 진일보한 상태.
이젠 내가 의식을 잃더라도 무의식이 연결된 염력을 해제하지 않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삼일 드리겠습니다.”
“너무 짧습니다. 최소한 보름은······”
“삼일.”
“그럼 일주일······”
“삼일.”
장 폴름은 입맛을 다시더니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삼일······후에 양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사딸라 협상법.
언젠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방법인데 잘 먹히는 것 같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저 노인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 테니까.”
나는 등을 돌려 메리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DGSI에서 탈출하려고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 안전장치를 해두기 위함이었다.
염력으로 추적이 가능하다지만 그곳을 나와 다른 곳에서 또 무슨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연결된 능력을 끊을지 모르니까.
-푹.
아무도 보지 못하게 사각에서 V-7의 앰플을 움직여 그녀의 몸속에 박아 넣었다.
불사의 능력은 상처를 재생하며 박힌 흔적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게······ 뭐죠?”
“DGSI에서 도망칠 생각하지 말라고 박아두는 거야.”
“추적장치인가요?”
그녀는 거리가 멀어져도 염력을 활용해 위치추적이 가능하다거나 힘을 가할 수 있다는 등 자세한 능력사용법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착각을 심어두는 것이다.
게다가 수틀리면 몸속에 넣어둔 앰플을 움직여 베놈을 주입하고, 모가지를 꺾어버릴 수도 있으니 최악의 상황에서도 죽이는 건 문제 없었다.
“그래,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하지 말고 삼일 동안 잘 고민해봐. 그 정보를 나한테 곱게 말해주는 게 신상에 이로울지, 아니면 ‘별짓’ 다 당해보고 말해주는 게 나을지.”
메리엄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특수부대원들에게 인계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장 폴름에게 강조를 해주었다.
“삼일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핑계대면 뒈질 줄 알아라.
***
G3센터에서의 일이 끝난 후 숙소.
실비아는 그곳에 도착해서야 진실을 입에 올렸다.
장 폴름의 속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에 제 능력을 경험해서 그런지 대비를 단단히 했더라고요.”
상부의 지시, 그리고 조사.
장 폴름은 최면을 통해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지만 실비아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최고의 사이코메트러였고,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상대의 기억이 읽힌다면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만약 그녀의 초능력이 마인드 리딩, 독심술이라면 그 방법이 통했겠지만 사이코메트리이기 때문에 기억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부자연스러움을 알아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읽어낸 것이었다.
“근데 왜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
“거기서 그걸 말했으면 어떻게 됐겠어요?”
가만 안 놔뒀겠지.
“내가 뒤짚어 엎을까봐 그런 거야?”
“그래요. 서훈 씨라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죽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어머니께서 위험해질지도 모르잖아요.”
기특하네.
우리 엄마 걱정을 다 해주고.
“너······ 날 너무 막나가는 놈으로 보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자리에서 특수부대원들을 몰살시켰을까.
나 그렇게 앞뒤 안 가리는 놈 아니다.
“평소엔 안 그러지만 화가 났을 때는 좀······ 그렇잖아요.”
“좀……뭐가 그래?”
“일본군 주둔지에 쳐들어가서 다 죽인 거 잊었어요?”
“야, 그땐······ 아니다, 쩝.”
일본에선 내가 여러모로 부주의하긴 했다.
엄마가 살아있다는 얘기에 예민해진 상태이기도 했고, 이상하게 없던 애국심이 발휘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장 폴름의 진짜 속내가 뭔데?”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고위인사들이 불사의 능력을 보고 욕심이 생겼어요.”
“그걸 봤다고? 어떻게?”
메리엄을 잡아 족친 건 군사무기 개발구역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곳은 보안이 엄중한 곳이라 CCTV가 없는 장소였고.
또한 겨자가스가 터진 곳 역시 테러범들이 CCTV 사각지대에 설치를 했던 터라 장 폴름이 그 능력을 알 수는 없었다.
현장에 있던 아방가르드 대원들도 그들이 등장하기 직전에 메리엄이 겨자가스와 뒹구는 모습을 처음 봤으니 말이다.
“개발구역에 몰래카메라가 있었어요.”
빌어먹을 몰래카메라가 거기도 있었다니.
개발구역이 원체 넓은데다 온갖 이상한 장치가 많아 숨기기엔 제격이었겠지.
“앞으로 조사를 핑계대면서 메리엄을 내어주지 않을 거예요. 우리에 대한 감시도 시작할 거고요.”
개발구역의 몰카라면 내 능력도 어느 정도 봤을 것이다.
그러니 실비아의 능력에 대비해 암시를 사용한 것처럼 나와 타츠오에 대한 대비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놈들이 원하는 게 불사의 능력이라고?”
“네.”
“그럼 일단 그 능력을 없애야겠네.”
메리엄의 몸속에 심어둔 V-7.
그걸 주사하면 불사의 능력은 사라질 터.
그들이 아는 다른 능력도 반지를 빼앗았으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별다른 충돌없이 수월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날 속인 대가는 치러야겠지.
“실비아, 퀸시에 연락 좀 해.”
나는 메리엄에게 빼앗은 반지를 늘어놓으며 말을 이었다.
“물물교환 좀 하고 싶다고 전하고.”
노괴물이 사백 년 동안 모은 컬렉션.
그 중엔 분명 내가 원하는 그 능력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스킬트리를 새롭게 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