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이게 무슨 X소리야?
처음 물물교환의 제안을 받았을 때,
케이시는 나쁘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교환을 하자는 건 그가 원하는 초능력이 있다는 말.
설사 반지 전부를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퀸시를 이끌어주기만 한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더.
그에게 접근해 라크를 감시역으로 붙여 그의 능력, 비밀, 성향, 장단점 등 모든 정보를 알아낼 기회라고도 여겼다.
실비아의 능력이 통하지 않으니 그에 대해 알려면 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메리엄과 같은 일은 한 번이면 족해요.”
퀸시, 아니 사이커스의 리더가 될 그의 면면을 살펴보겠다는 뜻.
하지만 라크는 서훈이라는 사람 자체가 탐탁지 않았다.
“꼭 그 사람이어야 해?”
“이젠 스컬뿐만이 아니라 메리엄까지 우릴 노리고 있어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할 때라고요.”
“스컬은 CIA에서 추적하고 있고, 메리엄은 DGSI에 구속되어 있잖아.”
“라크도 알잖아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퀸시의 정보원들, 그리고 스미스를 필두로 한 전투원들을 투입했지만 스컬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었다.
CIA에서도 계속해서 추적을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 유수의 정치가문들이 압박을 시작한 터라 끝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될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불사의 능력자, 메리엄.
그녀는 어디에 구속되어 있든 존재 자체가 위협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한 때는 그들의 수장이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서훈, 그자가 해온 일을 봐. 객관적으로 보면 그자는 그냥 연쇄살인마일 뿐이야.”
라크는 그간의 살인행각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 일본, 그리고 프랑스.
그가 생각하기에 서훈은 스컬보다 더 무서운 인물이었다.
“이유 없이 죽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미치광이 살인마일 뿐이라면 마구잡이로 죽였겠죠.”
“……”
“그러니까 라크가 그 사람에게 붙어서 지켜봐요. 어떤 사람인지, 우리의 리더가 되어도 괜찮을지.”
“내가 아니라면?”
“그땐 나도 더 고집하지 않을게요.”
“좋아, 그렇게 해. 판단은 내가 내릴 테니까 나중에 딴 말하지 말고.”
“네.”
그렇게 그들은 파리로 향했고, 서훈과의 만남을 가졌다.
케이시는 계획대로 반지함을 보이며 그의 관심을 끌었고, 그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라크가 움직였다.
케이시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서훈의 그림자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쉐도우 컨트롤.
그는 그 능력으로 그림자 속에 들어가면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감시를 할 수 있었다.
그림자가 사라지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퀸시에서 가장 신비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바로 라크였다.
“어이, 거기 닌자. 좋게 말할 때 나와, 죽고 싶지 않으면.”
그런데 그림자를 움직이자마자 들통이 나버렸다.
서훈이 말한 닌자는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알았지······’
그림자 은신은 알아차릴 수 있는 이가 극히 드물었다.
그 대단한 스컬에서도 플로우라는 초감각을 지닌 킬러들, 혹은 그 이상이라 평가받는 헌터들 정도만 가능할 정도로 은밀한 능력인 것이었다.
“안 나온다, 이거지?”
머뭇거리는 그때 라크는 전신이 꽁꽁 묶이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바인딩.
그림자 속에 있기에 물리력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반지의 초능력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윽, 이건······’
거기다 에너지 드레인.
사이킥 에너지가 쭉쭉 빨리는 느낌이 들며 전신에 무력감이 찾아왔다.
“라크, 그만 나와요.”
케이시가 짧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나오라니까요.
-안 돼. 나갈 수가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바인딩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다고!
-……!
-게다가······힘이 빠지고 있어. 헉헉······
케이시는 그 말에 에너지 드레인을 떠올렸다.
서훈은 두 가지 능력을 절묘하게 사용해 라크를 꼼짝도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그만해요.”
그 말에 서훈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뭘?”
“라크를 풀어달라고요.”
“그러니까 경고했잖아, 좋게 말할 때 나오라고. 경고를 무시한 건 저놈이야.”
“나, 나오려고 했어요.”
“들켰으면 바로 나왔어야지. 간 보려고 미적거리다간 이렇게 되는 거야.”
서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닌자놈을 나한테 붙이려고 실비아를 빼고 독대하자고 한 거지?”
“……”
그랬다.
실비아라면 라크를 알아차릴 수도 있고, 자신의 의도를 알고 반대할 수도 있으니.
서훈과 관련된 일에는 항상 그랬기에 미리 배제를 한 것이었다.
“날 암살하려고 한 건가?”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암살이란 말에 케이시는 가슴이 덜컥 했다.
그가 오해를 할 경우 생길 파장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케이시······ 힘이 계속 빠지고 있어······
-조, 조금만 기다려요.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맹세코 서훈 씨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메리엄의 진짜 모습을 알려준 당신에게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왜 그런 짓을 하려 했는지 나야 모르지. 하지만 정황이 그렇잖아? 닌자를 몰래 붙인다는 게 뭐겠어?”
“라크는 닌자 아니에요! 쉐도우 컨트롤이란 능력을 가진 네오휴먼이라고요!”
“닌자든 아니든 난 독심술이 있는 게 아니라서 행동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불신과 의심이 뒤섞인 태도.
케이시는 어쩔 수 없이 왜 라크를 감시역으로 붙이려 했는지 자신의 의도를 말해주었다.
뒷조사라는 게 그의 심기를 거스를 거라는 걸 알지만 암살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흐음······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래요.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었어요. 메리엄 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요.”
서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퀸시를 위해서?”
“……네.”
“퀸시를 위해서라면 내 프라이버시 따윈 상관없고, 퀸시를 위해서라면 내 의사 따윈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군.”
“그, 그게 아니라······”
“실비아에게 제안을 받긴 했지만 난 아직 답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뒷조사 먼저 했다는 건 내 말이 맞지, 뭐가 아니야?”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최우선 순위는 네오휴먼들의 안전이었으니 말이다.
케이시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고개를 떨구었다.
-나 너무 무서워, 케이시!
그때 라크가 다급한 목소리로 텔레파시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나 죽어! 죽는다고!
사이킥 에너지가 고갈되고 생명에너지가 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평소 과묵하고 침착하던 라크가 저런 말을 한다는 건 정말 위험하다는 징조였다.
“자, 잘못했어요!”
케이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우리가, 아니 제가 잘못했어요! 절 죽이고 라크를 풀어주세요, 제발!”
“너만 잘못이 있는 게 아닌데 왜 너만 죽여? 저 안에 있는 놈도 죽여야지.”
둘 다 죽일 생각이라는 말.
케이시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탁자 위에 놓아둔 보석함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야. 저걸론 저자를 어쩌지 못해.’
고르고 고른 능력을 열 개나 사용한 메리엄도 당해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그 능력을 고스란히 손에 넣은 상황.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실비아! 우리 좀 살려줘!
서훈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녀는 필사적으로 실비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케이시? 왜 그래?
-라, 라크가 위험해. 빨리 좀 와줘. 빨리!
-라크? 설마 서훈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그게······
케이시는 자신이 하려고 한 일을 빠르게 설명했다.
그 탓에 라크가 죽기 직전이라는 것도.
-왜 그랬어?! 그러려고 둘만 얘기하겠다고 한 거였어?
-내가 잘못했어. 우선 라크 먼저 살려줘. 더 이상 그 사람 목소리가 안 들려. 흑흑.
-지금 갈게.
잠시 후, 실비아가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열심히 두 사람을 변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안 돼.”
“절대 당신을 해칠 의도는 아니었어요. 절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네?”
“……”
“서훈 씨······.”
실비아는 사정을 하며 계속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사이코메트리가 통하지 않아도 그간 지내온 시간 덕분일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자신이 오기 전에 벌써 죽였을 것이라는 것을.
“퀸시를 맡아주지 않아도 되고, 저 반지도 서훈 씨가 다 가져요.”
그의 화를 푸는 방법은 원하는 걸 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진짜 죽일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또······ 뭐가 있어요?”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거.”
서훈은 눈짓으로 반지함을 가리켰다.
“다 가지라니까요.”
“아니, 그거 있잖아.”
“그거라니 무슨……!”
말을 하고 나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게 뭔지.
“이익! 꼭 그걸 다 알아야 속이 후련하겠어요?!”
실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했다.
집요하게 알려는 서훈이 얄미웠고, 이런 빌미를 준 케이시와 라크에게도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응.”
***
반지에 초능력을 담는 방법.
실비아에게서 그걸 알아내려고 했지만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었다.
내가 능력을 탐내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것만큼은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이해는 되었다.
어쩌면 네오휴먼들에게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 그 방법일 테니까.
하지만 난 알아야 했다.
메리엄과 관련된 건 뭐든지 말이다.
‘알아내긴 했지만 쉽게 만들 순 없겠네.’
비결은 네오사이트였다.
평범한 사람에게 초능력을 부여해 네오휴먼으로 만드는 운석.
그걸 네오휴먼의 육신과 함께 태우면 능력이 그 안에 깃든다는 것이었다.
반지의 형태인 것은 몸에 닿아있어야 하니 소지하기 편한 형태로 조각한 것이니 별 의미는 없고 말이다.
‘그 노인네는 이 돌을 따로 모아둔 건가?’
그냥 운석도 발견하기 어려운데 그 중에서도 희귀광물이라고 했었다.
실비아는 아무리 사백 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지만 메리엄이 어떻게 그 돌을 찾아 반지를 만들어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해주었다.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은 것이다.
‘잠깐만, 메리엄은 라이언 가문의 사람이었고, 해골가면은 사자 모양의 반지를 가지고 있었지.’
그럼 반지를 만드는 법을 라이언 가문과 스컬도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왜 그레이를 죽이고 그의 시체로 반지를 만들지 않고 방치한 걸까?
네오사이트가 없어서?
아니다, 그건 내 편의주의적인 추측일 뿐인 것 같다.
‘라이언 가문, 스컬, 메리엄, 네오휴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CIA를 스컬과 엮으면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메리엄, 그 노인네와 관련해 다시 부딪힐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참, 그 반지는 잘 가지고 있으려나.”
박인섭 계장에게 맡겼던 사자 모양의 반지.
그건 가지고 있으면 능력을 약화시키기에 내가 지니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맡기면서 반지에 대해 알아보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뚜르르르.
곧바로 전화를 해보았다.
시차가 있긴 하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문제될 건 없었다.
-헤, 헬로우?
헬로우?
국가번호를 보고 영어로 말하는 건가?
“접니다.”
-……너?
“네.”
-이런 X발! 야이, 새끼야. 너 어디야?
오랜만에 한국어를 들으니 욕설마저 정겨운 느낌이 든다.
일본에, 프랑스에.
이젠 해외여행도 지겹긴 했다.
“잘 지내셨어요?”
-말도 없이 어디 갔던 거야? 이 번호는 뭐야? 진짜 외국이야?
“네, 외국입니다.”
-날아서 갔어? 전검사가 너 찾는다고 출국기록까지 다 뒤졌는데 없었는데?
“밀항했습니다.”
-허······ 이제 국내가 좁아서 외국까지 간 거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전검사랑 미연 씨, 그리고 육해공 그놈들도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집 비운 그날 이후로 갑자기 사라져서 실종된 줄 알았잖아!
그러고 보면 윤종호의 살인사건 이후로 잠적한 상태였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본으로 넘어가기도 했고.
“계장님이 얘기 좀 잘해주세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이렇게 연락하는 걸 보니 이제 다 해결된 거야?
“아니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한 겁니다.”
-뭔데?
“전에 제가 맡긴 반지요.”
-……
왜 반응이 없어?
마치 빌려준 물건을 상대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거 잘 가지고 있죠?”
불안한 마음에 확인 차 되물었다.
그런데,
-미, 미안하다······ 빼앗겼다.
이게 무슨 X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