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이참에 체질개선 좀 해볼까?
변신능력.
메리엄의 보석함에서 얻은 반지 중 하나의 능력이다.
반지를 끼고 능력을 사용하면 내 모습을 바꿀 수도 있지만, 에너지 드레인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능력전달을 할 수 있었다.
이 능력으로 숙소에 대역을 세워놓았고, 나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알 키사스 잔당의 모습으로 DGSI의 이목을 끌 생각이었다.
-타앙!
총소리에 바깥이 분주해졌다.
국장의 집무실에서 대뜸 총소리가 일어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요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문과 주변에 터치를 했다.
익스플로젼.
터치한 부분에 원하는 타이밍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초능력이다.
사람의 몸에 직접 닿지 않으면 살상력이 약한 별거 아닌 능력이지만, 폭탄테러로 보이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화려함이 장점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국장님!”
무장한 요원들이 나타나 총을 겨누었다.
“움직이지 마! 손들어!”
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익스플로젼의 점화를 위한 것이었다.
-딱! 콰앙!
등 뒤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요원들은 후폭풍에 미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으윽······”
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장 폴름의 집무실을 나서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케이시.
-네.
-라크에게 움직이라고 전해.
텔레파시는 내 것이 아닌 케이시의 능력이었다.
그래야 다음번에도 골려먹을 수 있을 테니 본신의 능력을 숨긴 것.
그녀는 그것도 모르고 훌륭히 통신망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CCTV가 어딨지······’
복도 천장을 샅샅이 훑어보는 내 눈에 CCTV 카메라가 들어왔다.
나는 그걸 정면으로 응시하며 잘 찍으라는 듯이 포즈를 취했다.
“알라후 아크바르!”
제노글로시 덕분에 유창한 중동어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총구를 카메라로 향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퍼퍽!
잠시 후, DGSI의 요원들 한 무리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놈들은 대테러에 대비한 듯 완전무장을 한 상태였다.
전술방패에 방탄복, 기관단총까지 말이다.
“슛!”
-타타타타탕! 타타탕!
하지만 배리어에 막혀 그들의 총알은 허무하게 튕겨나갔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짱돌을 꺼내 던지며 익스플로젼을 사용했다.
-딱! 딱! 콰앙! 콰앙!
평범한 돌도 이쯤 되면 훌륭한 작열탄.
순간적으로 불꽃만 확 피어오르고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지만 틈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나는 방향을 틀고 다른 복도를 지나며 손으로 벽을 주욱 훑었다.
-딱다라닥닥! 콰콰콰콰쾅!
핑거스냅으로 리듬을 타자 곧바로 연쇄폭발이 나며 내가 지나온 복도에 화염이 터지고 분진이 비산했다.
‘흐음, 역시 실전에서는 약간 버겁네.’
제노글로시, 투명화, 배리어, 변신, 폭발.
내가 착용하고 있는 반지의 수였다.
두 개일 때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이게 세 개가 되고 다섯 개까지 껴보니 느낌이 확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전에서 사용해보니 역시 다섯 개 이상 꼈다가는 지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성하고 나서는 처음이네, 지구력을 걱정하는 건.’
예전엔 이 문제로 전전긍긍했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반지 때문에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능력 놔두고 열 개도 아니고 다섯 개만 쓴다는 게 얼마나 아깝겠나.
‘그 노인네는 잘 빠져 나갈려나 모르겠네.’
불사의 능력을 잃었으니 약간 염려되는 건 있었다.
아무래도 초능력이 없으면 신체적으로 노쇠한 늙은이나 다름없으니까.
‘뭐 사백 년을 살아온 가락이 있을 텐데 알아서 잘 하겠지.’
게다가 여차하면 라크도 있으니 그 정도는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저기다!”
그때 맞은 편 복도에서 DGSI의 요원들이 나타났다.
어째 아까보다 더 늘어난 듯 보였다.
“보기보다 무장병력이 많네?”
나는 돌아 나온 복도를 다시 꺾어서 몸을 숨기고 변신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 요원들에게 외쳤다.
“헉, 헉! 놈을 보지 못했습니까?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
-콰아앙, 콰앙! 타타타탕!
연신 이어지는 폭음과 총소리.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테판, 알 키사스 잔당이 본부를 습격했다. 잘 지키고 있어, 상황을 보고 올 테니까.
인이어를 통해 특수유리 너머 작전실에서 지시가 들려왔다.
스테판은 그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무전하는 걸 눈치 챈 메리엄이 그를 바라보았다.
“밖에 무슨 일이죠?”
그녀의 물음에도 스테판과 동료는 대꾸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
하지만 메리엄은 지금이 움직일 타이밍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왔네.’
허벅지 위에 올린 손을 마주 잡았다.
탈출을 위해서는 손의 자유를 얻는 게 먼저였다.
-뚝, 뚝.
엄지를 탈골시키자 그것만으로도 언제든 족쇄에서 손을 뺄 수 있게 되었다.
불사의 능력은 잃었지만 탈골의 고통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악.”
다음으로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상대를 자신에게 접근 시키는 데는 꾀병만한 것이 없었다.
“아아아악!”
바깥 상황에 이어 내부에서 일어난 일까지.
요원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메리엄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만해. 수작 부리는 거 다 보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말에 굴하지 않고 데굴데굴 구르며 연기를 시작했다.
실감날 정도로 고통에 찬 표정과 부들부들 떠는 전신.
의심은 되지만 사백 년짜리 메소드 연기가 10분이 넘게 지속되자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쯧.”
요원은 인상을 쓰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스테판은 옆에서 총을 겨눈 채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으으······”
그 순간 앓는 소리가 멈추고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
요원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작전실의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이상 그녀가 잘못된다면 현장요원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쇼하는 거 아냐?”
“호흡이 있는지만 확인해봐. 내가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스테판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기절한 순간부터 메리엄의 가슴 부위에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이미 2분이 넘은 상황.
노인의 몸으로 그 정도까지 숨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X발, 하필 지금······”
요원은 욕설을 내뱉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호흡을 확인하기 위해 코밑에 손을 대는 그때였다.
-휘릭.
족쇄에서 손을 뺀 메리엄이 순식간에 그의 목을 휘감고, 권총을 빼앗은 후 머리에 겨눴다.
노인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이분 머리에 구멍 나는 거 보기 싫으면.”
메리엄은 뚝뚝하고 탈골된 손가락뼈를 제자리에 끼우고 스테판에게 말을 이었다.
“총 내려놓으세요.”
“……”
“못 쏠 거 같아요?”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기세를 보였다.
“이런다고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스테판은 바닥에 총을 내려놓는 척을 하며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제압당해 있던 요원과 찰나에 시선을 마추졌다.
하지만 그 틈에 먼저 움직인 건 메리엄이었다.
-탕, 탕.
머리에 대고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후, 스테판의 머리에도 정확하게 한 발.
그들이 메뉴얼대로 움직인 덕분에 손쉽게 해치운 것이었다.
‘요원이라는 놈들 움직임이야 훤하지.’
그녀는 목과 다리에 찬 족쇄를 총으로 박살낸 후 자유의 몸을 되찾았다.
“후우.”
이제 탈출할 시간이 된 것이다.
스테판의 ID카드로 문을 연 그녀는 양손에 권총을 들고 신속하게 사방을 겨누었다.
“응?”
그런데 바깥에는 서너 명의 요원들이 이미 바닥에 쓰러져있는 상태였다.
이들도 그렇고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과 총격소리.
아무래도 테러에 준하는 공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설마 알 키사스 잔당들이 또 있었나?’
그녀는 뭐든 상관없다는 듯 유유히 복도를 빠져나갔다.
그때 쓰러져있던 요원의 그림자에 있던 라크는 지나치던 메리엄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바깥의 요원들을 처리한 건 그의 작품인 것이었다.
***
엘리제 궁.
그곳에서는 다미앙 프랑시스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알 키사스에 대한 정부의 결정을 발표하기 위해 국가원수가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이었다.
-테러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강력한 한 마디와 함께 카메라 셔터가 쏟아졌다.
-그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그는 참수테러, 샹젤리제 트럭테러, 성당테러, 19구역 물류창고 폭탄테러, G3센터 테러, 마지막으로 DGSI 본부에서 일어난 테러까지 언급했다.
몇 달 사이에 무려 여섯 건의 대규모 테러가 연달아 일어난 상황.
기자들조차 참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DGSI에서 최선의 대응을 한 덕분에 테러의 규모에 비해 피해는 적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테러를 선제적으로 막아내진 못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사전에 입수한 첩보, 그리고 프랑스 군과 경찰의 배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가 말하는 의도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테러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테러자금을 차단하고, 방어적으로 병력을 배치해서는 테러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제사회에 촉구합니다. 이제는 대테러연합군을 창설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세력축소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프랑스가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리비아, 알제리 등 알 키사스의 근거지로 예상되는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규모 파병을 시작할 것이니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프랑스가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
유례없이 강경한 입장은 프랑스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알 키사스의 답변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든 있다. 대테러연합군에 동조하는 나라들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잘린 목을 보아야 할 것이고, 벌레처럼 깔려죽는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사이비 신들을 기리는 장소에서는 폭탄이 터질 것이며, 국가기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경고를 잊지 마라.
알 키사스의 칼리프, 무함마드 이브라힘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프랑스에 전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신벌을 내릴 것이고, 다음은 엘리제 궁, 그리고 다미앙 프랑시스 대통령 당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영상이 끊어졌다.
-알라후 아크바르!
***
‘어지간히 열 받긴 했나보네.’
나는 호텔에서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의 입장에서는 대규모 테러도 테러지만 DGSI가 직접적인 공격을 당했다는데 가장 큰 중점을 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그 기관의 장을 죽이고, 구금된 테러범을 탈주시키기까지 한 상황.
이는 명백한 도전이자 안보위협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알 키사스가 판을 깔아주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방아쇠는 내가 당긴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안타깝긴 했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날 먼저 건드린 건 그쪽이니 말이다.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황당하겠지.’
알 키사스.
준비한 테러계획 중 대부분이 나와 메리엄 때문에 어그러졌을 것이다.
몇 번의 테러가 막힌 건 물론, 그들이 밀반입한 폭탄 대부분을 별 쓸모도 없는 빈 창고에서 터트린 데다, G3센터에서 슈퍼솔져 기술도 탈취하지 못했으니까.
DGSI 본부를 공격한 사건을 자신들이 한 일로 꾸며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찝찝할 것이 분명했다.
-지이잉. 지이잉.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게빌 호베르 DGSI의 요원이었다.
“여보세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전화를 받았다.
-미스터 블랙, 뉴스 보셨겠지만 경황이 없어서 이제야 연락드렸습니다.
“네, 봤습니다. 요원님은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무사합니다. 다만 국장님께서 암살 당하셨고, 그 노인에 대한 인도문제로 제가 대신 전화를 드린 겁니다.
“말씀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나는 느긋하게 쇼파에 등을 기댔다.
무슨 변명을 어떻게 하는지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죄송하지만······ 테러 당시 그자가 시설을 탈출했습니다.
“알 키사스에서 그 노인네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거로군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빼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미안하다는 말이 끝이면 재미없을 거다.
배 째라고 나오면 얼마든지 째줄 의향도 있고.
-어떻게 보상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그걸 여쭙기 위해 전화를 드린 겁니다.
보상이라.
욕심나는 게 하나 있긴 한데.
실전을 뛰어보니 불안해서라도 지구력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참에 체질개선 좀 해볼까?’
아방가르드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