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보험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CIA국장 앤드류 터너.
그는 조지 크리크의 넥타이핀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국지부장이었던 조지를 보직변경을 시키고, 연락책으로 임명한 것은 그가 CIA 내에서 서훈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안면이 있는 만큼 경계심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지금 보니 희망사항일 뿐이었던 것 같지만.
‘저 많은 돈을 타츠오 마사시에게 그냥 줘버리다니······’
NKC-2200의 보상을 빌미로 물욕이 있는지 시험을 해본 것이었다.
그리고 가방에 초소형 카메라를 비롯한 도청장치를 설치해두기도 했고.
물론 이 모든 사항은 조지 크리크에게도 비밀로 한 사안이었다.
서훈의 동료 중에는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자도 있으니 말이다.
-연락처 하나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서훈이 갑자기 연락처를 물었고, 그 대상은 이엘바이오의 맥 무어 회장이었다.
그의 어머니인 심은희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다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범죄현장을 잡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지만 애꿎은 미국의 기업인이 희생당하는 걸 지켜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맥 무어 회장을 만날 생각입니까?
조지 역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었다.
어조에서 탐탁지 않은 기색이 엿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만나면 안 됩니까?
다소 뾰족한 음성이 서훈에게서 나왔다.
역시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되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보통 까다로운 성향이 아니었다.
-케이티 리는 블랙 씨에서 중요한 분이라고 했잖습니까. 맥 무어 회장은 그런 사람과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났고요. 걱정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분이 맡긴 물건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국에 가는 김에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요.
순간 정보원으로서의 직업병이 발동해 물건이 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걸 알아내려다 브라이언 볼드윈이 지시한 일이 잘못될지도 모르니 호기심을 애써 눌렀다.
-제가 전해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직접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맥 무어 회장은······
-됐습니다. 그냥 이엘바이오 본사로 찾아갈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말이 길어지자 칼같이 대화를 단절하는 모습이 나왔다.
일본에서도 그랬지만 저런 태도를 보일 때의 블랙에겐 더 이상 거론하는 게 역효과였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네.’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지와 의사소통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하라는 둥, 저렇게 하라는 둥 지시를 내렸을 터.
하지만 상대가 서훈이기에 그럴 수도 없고 모든 걸 조지의 개인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럼 같이 가는 게 어떻습니까? 저도 NKC-2200 건으로 이엘바이오 본사에 들러야 하는데.
역시 조지 크리크라 해야 할까.
적절한 이유를 들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포지션을 잡은 것이었다.
-뭐······ 그러세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동행을 거절했다면 좋지 않은 의도로 맥 무어 회장을 만난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얘기 들었습니까?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이제 스컬과 이어진 군수기업과 정치가문들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흘리면 그가 방해꾼들을 없애기 위해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아, 지지부진하다고 듣긴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죠?
-면목 없지만 이대로 덮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 압력이 워낙 거세어서 말입니다. 하나같이 유력인사들이라 CIA에서도 머리 아픈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
고개를 끄덕이는 게 끝이라니!
관심이 조금도 없는 모습에 앤드류는 눈을 연신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조지를 대신해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속내를 들켰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 기분이었다.
-자, 잠깐만요. 프로젝트가 이대로 좌초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들에 대해 알려주는 진짜 의도는 모르지만 조지도 황당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되죠.
-그러니까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디로 숨을지 모릅니다. 사이커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앤드류는 화면에 보이는 서훈의 얼굴을 보며 초조해졌다.
표정변화가 조금도 없는 얼굴은 마치 남의 얘기를 듣는 듯 보였다.
-아, 제가 그쪽 프로젝트는 관여하고 있지 않아서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지 잘 몰랐습니다.
앤드류는 화면을 보며 속이 답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이커스 소속이라면서 그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해 저렇게 관심이 없는 태도라니.
예상과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땐 몰랐지만 본사에 와서 보니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이번 일을 방해하는 세력의 핵심인사들에 대해 들은 게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그런 게 있으면 저희 쪽 담당자에게 알려주세요. 의사소통이 여러 군데로 분산되면 혼선이 생기잖습니까.
맞는 말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궁금증이나 호기심도 없다는 말인가.
앤드류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안타까워했다.
-그건······ 그렇죠.
조지 크리크 역시 그가 그은 선을 눈치 채고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바로 이엘바이오로 가볼 생각입니까?
-아니요. 스미코 씨께서 지내는 곳 아시죠?
-네, 워싱턴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일단 거기 먼저 가죠.
-알겠습니다.
그때 화면에 서훈의 옆에 있는 일본인의 모습이 보였다.
스미코 츠구메의 거주지로 먼저 간다는 건 아들인 타츠오 마사시 때문이 분명했다.
‘생각보다 저 친구를 더 챙기는군······’
앤드류는 금세 까끌까끌해진 턱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타츠오 마사시.
프랑스의 쥐떼 사건을 일으킨 유력한 용의자이자 모친과 함께 CIA에 몸을 의탁한 네오휴먼이었다.
그를 잘만 다룬다면 서훈에 대한 상세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를 회유하는데 큰 역할을 해줄지도 몰랐다.
“난데.”
그는 집무책상 위의 인터폰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타츠오 마사시가 입사하면 교육 같은 건 다 건너뛰고 본부로 데려오도록 해. 아, 그리고 취조실도 하나 비워 놓고.”
동물을 다루는 초능력.
분명 대단한 능력인 건 맞지만 동물이 없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CIA본부는 쥐새끼 한 마리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보험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
워싱턴 DC 켄싱턴.
블렌드 가문의 서재에는 세 명의 노인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유럽을 대표하는 가문 중 하나인 라이언 가문의 수장 로드 라이언이었다.
그는 스컬에 대한 CIA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걸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는 순간 방해꾼이 등장했고, 세 노인이 얼굴을 맞대고 의논해야 할 계기가 된 상황이었다.
“정말 브라이언 볼드윈, 그자가 나섰는가?”
로드 라이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미국의 정보황제라 불리는 브라이언 볼드윈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클럽을 비롯해 여러 사조직을 견제해온 자가 아닌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스티브 블렌드.
그는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유서 깊은 정치 명문가, 블렌드 가문의 수장으로 상원의원인 아들과 뉴욕 주지사를 조카로 둔 인물이었다.
그들 외에도 가문에 속한 정치인이 다수 있어 미국의 3대 정치가문으로 불리는 곳이 블렌드 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밥 먹듯이 스컬을 이용했던 자가 이제는 그리 등을 돌려? 나도 냉혈한이라는 소리는 많이 듣지만 브라이언, 그 친구도 만만찮단 말이야.”
세 사람 중 깡마른 노인인 안토니오 조르디의 말이었다.
그는 미국의 금융계를 주름잡는 인물로,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가문의 수장이었다.
국제적인 금융가, 조르디 가문.
그들은 원래부터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으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안토니오의 대에 이르러 수천 개의 기업을 도산시키는 데다 개발도상국까지 파산시킬 정도로 그 명성을 더욱 떨치고 있었다.
“그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로드의 물음에 스티브가 답했다.
“현 국가정보국장을 만나서 CIA국장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커버를 치도록 만들었네. 브라이언, 그 친구답게 가장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더군.”
“국가정보국장의 회유는?”
“불가능하네. 그는 볼드윈 가문의 사람이니까. 브라이언이 괜히 그 친구를 후임으로 선택한 게 아닌 게지.”
“흠······”
“압박을 하려면 국방부 쪽을 움직여야 할 텐데 해밀턴 그자가 있어서 그것도 힘든 상황이네.”
한 명이면 모를까 브라이언 볼드윈에 해밀턴 러스 미국방부 장관까지, 두 거물의 비호를 뚫고 CIA에 압박을 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헌데 완전히 잠적하는 건 어려운 건가? 스컬은 오래전부터 그 일을 해왔으니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면 할 수 있을 텐데.”
안토니오의 질문이었다.
그의 말대로 스컬은 몇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암살을 해온 집단.
그들이라면 몇 년 정도 세상과 단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작정을 한 건지 킬러들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더군. 잠적하면 각개격파 당할 걸세.”
로드는 CIA가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식으로 넘겼다.
퀸시 때문에 이런 상황에 몰린 걸 알지만 네오휴먼의 사냥과 관계된 부분은 이들에게도 밝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스컬도 스컬이지만 그것보다 더 급한 건 자네라네.”
안토니오의 말에 로드가 되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금융범죄수사국에서도 움직였네. 내 알아보니 스컬에게 들어가는 자금 중 일부가 라이언 가문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발견했다더군. 외무부를 통해 룩셈부르크에 접촉을 시작한 모양이야.”
“허허, 우리 가문까지 손을 대겠다는 거군······”
로드는 눈을 빛내며 퀸시를 떠올렸다.
스컬의 뒤에 존재하는 자신의 존재는 CIA가 밝혀냈다는 것보다 그쪽이 더 유력하기 때문이었다.
‘리모트 뷰잉 능력자 때문에 그렇게 조심했는데 알아냈던 모양이군.’
퀸시는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 분명했다.
정보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 스컬과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괜찮겠나? 필요하면 우리 쪽에서 힘을 써줄 순 있을 거네.”
금융가가 가진 돈의 힘.
그 힘은 금융범죄수사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돈을 다루는 자들이라 더 쉽게 먹히는 곳이 그곳이기도 했다.
“그건 내 알아서 하겠네.”
아무리 같은 클럽 소속이라지만 공짜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로드는 필요 이상의 도움이라 생각하고 거절한 것이었다.
“그럼 브라이언 볼드윈만 주저앉히면 되는데······ 그러려면 대통령 정도는 움직여야겠는 걸?”
클럽의 힘이라면 움직일 순 있겠지만 너무 큰돈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안토니오는 스컬과 그 돈의 가치를 비교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반대네. 그 돈이면 PMC(민간군사기업) 서너 개를 세우고도 남아.”
그가 눈짓을 하자 스티브 블렌드도 입을 열었다.
“나 역시 같은 의견이네. 앤더슨, 그 양반은 정적가문 출신이라 그런지 영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로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은 스컬이 지닌 가치를 모르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저들이 스컬의 일원들이 인간의 잠재력인 플로우, 히스테리칼 스트랭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힘이 결합된 버서커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백이면 백, 태도를 바꿀 것이 분명했다.
“대통령 말고는 없는 건가? 아무리 브라이언 볼드윈이라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우위에 있진 않을 텐데.”
로드의 물음에 두 사람은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안토니오가 이윽고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찌라시를 들은 적이 있네.”
그는 볼드윈 가문이 이엘바이오에 매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정보를 말해주었다.
거금이 움직이는 것치고는 아는 사람이 적지만 금융계를 주름잡는 안토니오의 눈을 피해갈 순 없던 것이었다.
“이엘바이오? 설마 생화학무기라도 개발하는 건가?”
“아니, 냉동인간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거네.”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면도 있었군.”
“사람이란 존재는 크든 작든 한 가지 정도는 모순을 안고 있는 법이지.”
“그래서 그걸 어찌 이용하자는 건가?”
“일단 이엘바이오의 맥 무어 회장을 만나봐야겠지. 왜 브라이언 볼드윈이 그 기술에 투자했는지, 그리고 그를 움직여줄 수 있는 건지.”
“흠……”
안토니오는 확신하듯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내 예상이 맞다면 맥 무어 회장은 브라이언 볼드윈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거네. 그저 기술투자라기엔 금액이 너무 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