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아, X발 들켰네?
눈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자 베라라는 스컬의 헌터는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기 때문이었다.
“죽여버리겠어!”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으면서 새삼스럽게 뭘 그래?”
“크아악!”
발광을 하든 발악을 하든 소용없다.
애초에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니까.
지금의 나는 천재지변이자 자연재해다.
“응?”
그때 더욱 시뻘겋게 달아오르던 그녀의 몸에서 김이 아닌 불이 붙는 모습이 보였다.
라이타 불처럼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폭주하면 노화가 아니라 저렇게 되는 모양이네.’
저런 걸 인체발화라고 하는 걸까.
그녀는 전신이 점점 더 큰 화염으로 뒤덮여도 아무 고통도 느끼지 않고 나를 씹어 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너희들 네오휴먼은 반드시 우리 손에 다 죽게 될 거다!”
마치 저주를 내리는 듯한 말.
나는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그럼 나도 답례를 해줘야겠네. 저 세상에서 기다려, 너 말고 다른 해골바가지들도 다 죽여줄 테니까.”
“나는 헌터가 아니다. 진짜 헌터들이 내 복수를 해줄 테니 이 정도가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응? 헌터가 아니었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이상하네. 그 해골가면놈과 비슷한데······ 혹시 그 사자모양 반지가 헌터의 상징인 건가? 아니야. 그런 게 여러 개일 리가 없잖아.”
“……!”
“뭘 그렇게 놀래?”
“당신 설마······”
“아, 처음부터 내 얼굴이 아니라서 몰라봤구나.”
내가 본래의 얼굴로 되돌리자 그녀는 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크게 뜨며 소리쳤다.
“서훈!”
“역시 날 아네? 혹시 사이먼이 날 만나면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건가? 내 경고를 지켜주고 있었다면 이거 미안한데.”
“어떻게······”
“근데 어쩌겠어? 니들이 청부업만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부딪힐 일도 없었잖아. X같은 일을 해서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
“왜, 왜 여기 있는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받았던 말을 되돌려주었다.
“나에게선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거다. 이제 그만 죽여줄게. 타죽는 게 너무 늦네.”
인체발화면 좀 화려하게 불꽃을 피워 올리고 죽으면 보기도 좋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얼마나 수월하냔 말이다.
하여튼 끝까지 수고스럽게 하는 놈들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열사의 능력이 담긴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그리고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접촉대상의 온도를 발화점까지 높이는 능력인 열사.
그 능력의 보호 덕분에 그녀의 몸에 붙은 불은 나에게 화상을 입힐 수 없었다.
-화르르. 치지지직.
나는 피부가 불타오르고 두개골이 드러날 때까지 손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뼈에 손이 닿자 불길은 더욱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파스스스.
엄청난 화염에 뼈는 탄화되어 갔고, 나는 염력으로 그걸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려준 후 건물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인이어에서는 공범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각자 흩어진 후 남동쪽 P포인트, 중간집결지에서 만나겠습니다.
***
CIA 본부.
입사인터뷰라는 명목으로 타츠오 마사시를 직접 취조하고 있던 앤드류 터너 국장.
그는 서훈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를 받고 상황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저격입니다. 정체불명의 저격수가 그가 있던 룸을 저격했습니다.”
“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요원들이 움직였으니 금방 확인이 될 겁니다.”
상황실 화면에는 움직이고 있는 현장감시조, 그리고 위성으로 비추는 샌디에고 그랜드 하얏트 주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조지에게 달아놓은 몰카로 화면 바꿔.”
“네.”
화면이 바뀌자 창문이 깨진 호텔방의 모습이 보였다.
서훈이 저격을 당한 현장에 조지 크리크가 있는 것이었다.
앤드류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그와 통화를 시작했다.
“조지, 나야.”
-네, 국장님.
“어떻게 된 거야?”
-저도 현장팀 연락을 받고 오니까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블랙, 그 친구는 어디 갔고?”
-핏자국이 없는 걸 보면 무사한 모양인데 아무데도 안 보입니다. 납치될 사람은 아니니 저격수를 추적 중인 것 같습니다.
그때 상황실 모니터를 체크하던 요원이 말했다.
“국장님, 현장으로부터 1km 밖에 이상현상입니다.”
“뭐? 조지 끊지 말고 잠깐 기다리게.”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상현상이라는 건 위성으로 보이는 화면이었다.
그곳에 빨간 점이 갑자기 생긴 것이었다.
“뭐야 저게?”
장소는 건물 옥상이기에 거리에 설치된 CCTV로는 확인이 안 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현장감시조의 위치상으로도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방향으로 볼 때 저격장소로 보입니다. 1km 정도면 저격이 불가능한 거리도 아니고요.”
모니터 요원은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자 위성화면은 붉은색과 파란색, 그리고 짙은 정도로 온도가 표시되는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빨간 점이 있는 곳이 가장 짙은 붉은색이었다.
“불? 화재가 발생한 건가?”
“그렇다기엔 너무 급격하게 온도가 올라갔습니다. 어? 이젠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습니다.”
빨간 점은 이윽고 완전히 파랗게 변했고 주변과 다를 바 없는 색상으로 변했다.
사람의 체온 정도는 위성카메라로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주변과 완전히 똑같은 색상이었다.
“저기로 요원들 보내, 빨리!”
분명 저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조지를 비롯한 현장요원들은 그 장소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인근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어디에서도 서훈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저격수도 마찬가지였다.
***
남동쪽 중간집결지.
거기가 어딘지 정확하게 모르니 일단 방향만 정한 채 건물 옥상을 건너뛰며 이동을 계속 했다.
다행인 건 놈들이 어디 어디를 지났네, 얼마나 남았네 하면서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하니 플로우의 감각에 은밀한 기척이 감지되었고, 공범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베라, 왜 통신이 두절되었던 겁니까?”
다섯 명 중 짧은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물었다.
나는 잔뜩 무게를 잡고 묵묵히 있었다.
섣불리 입을 놀리다 여장을 한 게 들킬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이었다.
“휴우, 그럼 저격은 어떻게 된 건지 말해주십시오. 핏자국은 물론 머리를 맞았다는 타겟도 현장에 없었습니다.”
“……”
“무슨 말 좀 해보십시오. 놈이 살아있다면 물건의 회수라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건의 회수, 그 말에서 역시 배후가 맥 무어이며 네오 셀을 빼앗기 위해 스컬을 고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미스터 라이언께서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미스터 라이언이라는 말에 라이언 가문이 번쩍 떠올랐다.
스컬의 배후라는 유럽의 대부호.
그 가문의 인물이 지금 미국에 와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예상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 때문인 거 같은데······’
조지 크리크의 말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웨펀, 블렌드 가문, 조르디 가문이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에 압력을 가하는 방해꾼들이라고 했었다.
미스터 라이언 이라는 놈은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 미국에 온 건 아닐까?
어쩌면 맥 무어와 이어진 것도 그 일의 일환인지도 몰랐다.
이엘바이오 역시 미국에서 다섯 째 가는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큰 재벌이면서 CIA와 관련이 깊은 곳이니 말이다.
“돌아간다.”
나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이들이 날 대하는 태도가 상관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안 됩니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베라, 다시 재고해주십시오.”
그 새끼 그거 말 더럽게 안 듣네.
원래 스컬의 지휘계통이 이렇게 권위가 없는 건가.
‘그 여자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마지막에 미X 년처럼 발광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니 하극상을 가만히 두고 볼 인물은 아닐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태워죽이고 얻은 트렌치 나이프를 쥐고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그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쉭.
스포츠머리의 뒤에 나타난 나는 염력으로 팔을 움직여 순식간에 목덜미에 칼을 꽂았다.
상대가 설사 플로우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피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끄륵······ 베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꽂았던 나이프를 옆으로 그었다.
-푸화악.
경동맥이 잘리며 피를 쏟은 스포츠머리는 원망의 시선으로 나를 보며 바닥에 쓰러졌다.
“또 할 말 있으면 해봐.”
내 말에 나머지 네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고분고분한 걸 보니 역시 그 베라라는 그 여자는 앙칼진 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돌아간다.”
***
란초 산타페.
임무완료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던 로드 라이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베라 킬라인.
그녀가 네오휴먼도 아니고 일반인을 죽이는 걸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나가고 베라만 남아.”
“네, 미스터 라이언.”
킬라인 조의 일원들이 나가자 그곳에는 로드와 베라의 모습을 한 서훈만 남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로드였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냐?”
“……”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거라. 모든 책임은 네가 진다고 말했다는데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그자를 죽일 수 없던 이유라도 있었단 말이야?”
“……”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라도 하라지 않느냐. 네가 저격을 실패할 리도 없고, 거짓말을 했을 리도 없을 텐데.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 타겟이 사라지다니?”
베라의 담담한 눈을 보던 로드는 불현듯 눈을 크게 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가능한 존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네오휴먼이었느냐?”
“네.”
로드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랬구나. 그래서 킬러들에게도 이유를 말하지 않고 함구한 거였어. 잘했다. 그들이 네오휴먼에 대해 알아서 좋을 게 없으니까.”
“……”
“어떤 종류의 능력자였느냐?”
“모르겠습니다.”
“총을 맞았는데 무사하다면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종류인 건가······ 아니면 물리적 공격을 투과시키는 종류? 어느 쪽이든 그런 타입이라면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터인데.”
그는 턱을 괴고 생각을 이어갔다.
맥 무어의 의뢰를 수행하지 못하면 브라이언 볼드윈을 움직이지 못할 테고, CIA의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정체불명의 네오휴먼을 죽여야 했다.
로드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스티브 날세.”
-어찌 됐는가? 맥 무어와 얘기는 잘 되었나?
“그쪽에서 원하는 게 달리 있더군.”
-그 집 말고 다른 걸 원했다고? 혹시 유럽에서 안 풀리는 일이 있다던가?
“그런 게 있었으면 쉽게 들어줬지 자네에게 이리 전화하진 않았겠지.”
-그럼 나와 관계된 거란 말인가?
“아니, 한 가지 알아볼 게 있어서 전화한 거네. 최근에 이엘바이오와 CIA가 관련된 일이 뭐가 있었는지, 관련된 인사는 누가 있는지 자세히 좀 알아봐주게.”
-알겠네.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럼 부탁 좀 하겠네.”
그렇게 통화가 끝나자 로드는 베라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스티브에게서 정보를 받으면 네가 살펴 보거라 그 네오휴먼이 누군지. 신원을 알아야 추적해서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네.”
“……”
그 순간 로드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베라의 말수가 적긴 하지만 임무에서 돌아온 그녀는 어딘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임무에 실패해서 의기소침해진 거라기엔 이상한데······’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네오휴먼이었다.
그러니 자신도 상황에 대해 함구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기도 했고 말이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의심이 드는 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한 말이라고는 네와 아닙니다, 그리고 모릅니다가 전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위스에 있는 사이먼에게 연락해서 사자의 반지도 보내라고 하거라. 네가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능력자라면 그게 필요할 테니까.”
현재 사이먼은 스위스가 아니라 미국에 올 때 동행한 상황.
별도의 임무를 띠고 다른 곳에 있는 걸 베라도 알기에 떠본 것이었다.
“네.”
“……!”
태연한 대답에 로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는 베라가 아닌 다른 누군가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 X발 들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