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0
20화. 걱정 마, 내가 영원히 재워줄 테니까
*본 작품에는 강압적이거나, 다소 폭력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소재는 소설 전개상 필연적인 부분이오나, 글에 등장하는 범법 행위를 실제로 행할 시, 형법상 저촉될 수 있습니다. 작품 감상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어? 이것 봐라?’
나는 발걸음을 늦추며 현관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염력으로 연결해놓은 최칠상의 옷.
그것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미세하게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보아 벗어 놓은 것도 아니고 아직 입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저기에 몸을 숨겼구나.’
한 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건지, 옷을 입은 채 자다가 일어난 건지 모르지만 침입을 눈치 채고 습격을 준비한 것이다.
평소에 암살위협을 얼마나 많이 받았으면 이렇게 대응이 빠를까 싶다.
‘염력으로 연결해놓지 않았으면 들어가자마자 당했겠구나.’
나는 피식 웃으며 놈의 모습이 보이도록 옷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엉겁결에 복도 끝에 서게 된 놈은 회칼을 들고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보고 싶었다며? 표정이 왜 그래?”
“……염석훈?”
“그건 뭐야? 직접 회라도 떠주려고?”
“……!”
최칠상은 날이 시퍼런 칼을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나는 태연하게 서서 말했다.
“눈 감고.”
염력이 놈의 눈꺼풀을 덮었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되자 달려들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위험한 건 치우고.”
그 틈에 손목을 비틀어 회칼을 빼앗고,
“좀 앉지.”
협탁에 있던 의자가 날아와 최칠상의 엉덩이 아래 안착했다.
나는 놈의 무릎을 당겨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순수한 염력의 힘으로 팔다리를 의자에 딱 붙였다.
“크으윽.”
“힘깨나 쓰는 모양이지만 소용없을 거야.”
비효율적이지만 일부러 힘의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심문도 해야 하는 마당에 일단 기를 꺾어놓기 위해서.
장소가 장소인지라 무성도예 때처럼 잔인한 고문을 가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흐음, 완력이 상당하네. 앉은 자세라 온전히 힘을 쓰지도 못할 텐데.’
순수한 힘만이라면 무성도예에서 상대했던 김재오 이상이지 않을까.
체형이 씨름선수처럼 보이더라니 힘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다.
“이 X새끼…… 이제 보니 권일이도 네가 죽였구나.”
최칠상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반항했지만 뿌리치는 게 불가능하자 입을 열었다.
“지금 죽은 사람한테 관심 가질 땐가?”
“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말해, 네가 죽였나?”
“여기까지 와서 숨길 필요는 없겠지. 당신 생각대로야. 이번에도 똑같이 할 거고.”
내 말에 놈은 이죽거리며 코웃음을 쳤다.
“왜? 못할 거 같아?”
“여긴 호텔이다. CCTV에 다 찍혔을 텐데 자살로 위장할 수 있을 것 같나?”
“못 할 거 없지.”
나는 의자를 끌어와 마주 앉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장권일처럼 목매달고 죽지는 않을 거야. 같은 소속의 인간이 같은 방식으로 죽으면 의심스럽잖아.”
“이런 힘을 가졌으면서 좀스럽군.”
“치밀한 거지.”
최칠상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죽일 테면 죽여라. 어떻게 하든 네놈 뜻대로 되진 않을 테니까.”
“재촉하지 마. 물어볼 게 있어서 잠깐 살려두는 거니까.”
“크흐흐, 내가 대답해줄 것 같나?”
“맘대로 해. 대답을 못 들으면 네 위에 강신재라는 놈을 찾아갈 생각이거든.”
“……!”
놈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동요하는 모습으로 보아 역시 소문대로 강신재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모양이다.
“네 말대로 이런 힘이라면 강신재라는 놈도 별 수 없겠다는 생각 안 들어?”
“형님을 건드리면 넌 반드시 죽을 거다.”
“건드린 걸 아무도 모를 텐데도 그럴 수 있으려나? 하하.”
“……이익!”
최칠상은 이를 갈며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그래봤자 소용없지만.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대답이나 잘해. 그쪽이 대답만 잘하면 강신재를 건드릴 일도 없을 테니까.”
“…….원하는 게 뭐냐?”
“날 미행한 이유가 뭐지?”
“이유……!”
그는 갑자기 입을 닫더니 핏발 선 눈을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 이제 보니 현성이도 네가 죽였구나!”
“응? 그게 누군데?”
“이 X새끼!!”
현성이라.
전혀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내가 이름을 모른다는 건 이번 일과 무관하게 죽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워낙 많긴 하지만 특징만 안다면 기억할 수 있다.
“그놈 특징이나 말해봐. 나도 궁금하네, 그놈이 누군지.”
“페라리, 기억 못할 리 없을 텐데. 네놈과 나란히 달리다 추락사고를 당했으니까.”
“……!”
아, 그놈이구나.
골프장에서 따라와서 난폭운전을 했던 놈!
‘그럼 설아누나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양아치 때문에 미행을 했다는 건가?’
반응으로 보아 그쪽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흑룡파는 한설아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전민성의 말대로 말이다.
‘도대체 누구지?’
이렇게 되면 한설아를 죽인 세 놈들을 찾는데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습관적으로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지, 추측하지 말고 저놈 입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겠어.’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가 없고, 다른 이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능청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그놈 이름이 현성이었군. 그래, 내가 죽였다.”
“왜?! 왜 죽인 거냐!”
“왜 죽였을 거 같아?”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네놈······ 현조형님의 사주를 받은 거냐?”
오현조의 사주라.
그렇다면 현성이라는 그놈이 강신재의 뭐라도 되는 모양이다.
아들이기라도 한 건가?
“언제까지고 대치만 할 수는 없잖아? 슬슬 끝내야지 않겠어?”
“오현조…… 이 X새끼!”
“먼저 가 있어. 손정만이란 놈과 김천수도 조만간 보내줄 테니까.”
“크흐흐, 꽤나 치밀하게 준비했구나. 천수는 자금담당이라 죽이지 않고 경찰을 이용한 거냐? 그래, 죽이는 것보다 그런 식으로 행동에 제약을 거는 편이 더 낫겠지. 정만형님에겐 무슨 수작을 부릴 거냐?”
흐음, 저 말을 들으니 한설아의 죽음에 대해 흑룡파는 관련이 없는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김천수 개인에 대한 의혹은 내려놓을 수 없지만.
어쨌든 확인은 끝났다.
“곧 죽을 놈이 알 필욘 없겠지.”
내 대답에 최칠상은 발작하며 달려들려고 했다.
“이 X새끼! 죽여버리겠…… 읍!”
나는 놈의 입을 틀어막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더 들을 말은 없다.
‘어떻게 죽이지?’
방 안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추락사?’
문제는 이 호텔은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환기용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밀어서 열 수는 있지만 사람이 통과할 수는 없다.
만약 창문을 깬다면 곧바로 비상벨이 울리지 않을까?
‘그럼 기도폐쇄?’
냉장고 안을 뒤졌다.
하지만 물, 맥주, 와인 같은 음료뿐이라 기도를 막을만한 음식물이 없었다.
‘조금 의심스러워도 그냥 목을 매달까?’
천장을 살펴보았다.
젠장! 여기 객실천장에는 매달만한 곳이 전혀 없다.
호텔, 상당히 까다롭다.
‘기절시켜서 데리고 나가기도 힘든데……’
신중원에 이어 최칠상까지.
이미 능력을 많이 사용한 상태다.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칫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긴다면 거리를 두고 뒤따르는 사람, 바로 내가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일단 좀 더 찾아보자.’
사망에 필요한 뭐라도 좋다.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한 도구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객실 화장실, 옷장, 최칠상의 소지품까지 뒤진 끝에, 찾았다.
‘졸피뎀타르타르산염?’
졸피뎀이면 수면제.
최칠상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약통의 삼분의 이가 비어있었다.
오랜 기간 수면제를 복용한 것이 분명했다.
‘수면제 과다복용이라……’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수면제 과다복용에 의한 자살 혹은 사망.
하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는 무리다.
워낙 사고가 많았기에 제조사에서 특정성분을 바꿨다고 들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괴롭기만 할 뿐 죽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 이것만으로는 무리지. 하지만 이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
염력은 이런 걸 조미료 삼아 얼마든지 훌륭한 죽음을 요리할 수 있다.
나는 약통에서 권장사용량 만큼만 덜었다.
“평소에 많이 불안했나봐? 이런 걸 먹고 말이야. 그러게 왜 깡패짓을 해?”
“……으읍!”
“걱정 마, 내가 영원히 재워줄 테니까.”
나는 놈을 의자에서 일으켜 침대 위에 눕혔다.
“깡패새끼가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다가 생을 마감한다니 호상이네, 호상.”
나는 놈의 혀를 빼면서 동시에 수면제를 넣어 위까지 이동시켰다.
그리고 알약끼리 부딪혀 잘게 부쉈다.
흡수를 빠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강현성, 장권일, 이무성, 김재오, 신중원. 그놈들에 비하면 정말 편하게 죽는 거니까.”
“끄……으.”
십여 분이 지났을까.
분노에 차 노려보던 놈의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십여 분이 되자 잠에 빠져들었다.
-드르렁.
역시 코골이가 심하다.
깡패들의 비대한 몸은 저럴 수밖에 없다.
나는 놈의 입을 벌리고 목구멍 안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연구개와 목젖이었다.
염력을 연결한 후 그 부분을 뒤로 이동시켜 기도를 좁혔다.
그리고 혀 전체를 이동해 자연스럽게 덮었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질식사로 꾸미는 것이었다.
부검을 하면 코와 입을 막아 죽이는 것도 흔적이 남을 수 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숨을 쉬기 위해 얼굴이나 눈, 목 등 특정부위에 과도한 힘을 준 나머지 ‘울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권일은 목을 매달아 그 흔적을 덮었고, 신중원은 교통사고로 위장해 전신에 울혈을 만들었었다.
여기선 그 후속처리가 불가하니 수면제는 아주 훌륭한 조미료라 할 수 있었다.
-컥, 컥.
최칠상은 몸을 들썩거리더니 이내 팔을 늘어뜨렸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동공반사를 살폈다.
‘수축현상이 없군.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그 상태로 두 시간 더.
나는 사후경직에 의해 기도를 막은 형태가 염력을 풀고도 유지되는 그때까지 기다렸다.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
전민성은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중앙지검에 있을 당시 인연이 있었던 강남서 강력 2팀 팀장, 차동욱이었다.
“네, 차형사님.”
-전검사님, 전에 부탁하신 거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역시 또 피해자가 나왔습니까?”
그는 차동욱에게 흑룡파 관련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알려달라고 말해놓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강남서는 남부지검 관할이 아니라 정보를 입수하는 게 늦기 때문이었다.
-흑룡파 신중원, 그리고 최칠상이 하룻밤 사이 죽었습니다.
차동욱은 두 사람의 사망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번에도 흔적이 없었습니까?”
-전혀요. 흔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현장만 봐서는 그냥 사고사가 맞다고 믿을 정돕니다.
“알겠습니다. 또 무슨 일 생기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차형사님.”
-네, 검사님.
전민성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손가락 사이의 펜을 돌렸다.
‘장권일, 신중원, 최칠상, 무성도예. 그리고 익명의 제보자라……’
점점 흑룡파와 관련된 사건이 늘어나고 있었다.
일견 보기에 흑룡파가 중심에 있는 것 같지만 전민성은 ‘한설아’에 주목했다.
사적인 관계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니었다.
‘시작점’이 그녀의 죽음이었으니.
그 계기가 된 것이 익명의 제보자였다.
그리고 얼마 전 받은 염석훈의 제안.
검경이 알아내지 못한 방법을 그가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익명의 제보자가 석훈이 아닐까……’
전민성은 염석훈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골퍼라지만 정작 참여하는 대회가 다른 투어프로에 비해 무척이나 낮았다.
그러면서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우승.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치 필요에 의해서만 활동하는 느낌이었다.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것처럼.
‘설마…… 석훈이가 청부업자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