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손모가지를 잘라야 하나……
란초 산타페.
사이먼은 51구역에서 샌디에고로 이동 후 로드가 실종된 현장에 와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있었던 일에 대한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베라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사라졌다?’
그렉을 비롯한 경호대는 로드를 납치한 용의자를 베라 킬라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이먼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왜 로드는 경호원들을 저택 밖으로 물린 걸까?’
중요한 밀담을 나누고 있었더라도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로드는 방해전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항시 소지하고 있기에 도청이나 영상으로 찍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 장소는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육성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방음이 잘 되어 있었다.
-타다닥. 타닥.
사이먼은 저택 내 CCTV와 감지센서의 통제시스템에 연결해 보안상황을 체크했다.
스컬과 라이언 가문에서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허술한 수준은 아니었다.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다고 봐야해.’
문제는 나간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베라의 실력이라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로드 라이언.
그가 탈출을 도운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가야할 곳이 있었다면 그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지만 이미 돌아올 시간이 지났어. 분명 무슨 비밀이 있는 거야.’
사이먼은 현장에 대한 결론을 대략적으로 내렸고, 다음 단계로 주변 상황을 되짚어 갔다.
이엘바이오의 회장, 맥 무어와의 만남. 그리고 청부살인.
사안의 중함 때문인지 로드는 가장 뛰어난 실력자인 베라에게 그 일을 맡겼고, 임무는 실패한 채 돌아왔다고 했었다.
‘그리고 실종. 경호대는 임무에 실패한 베라가 처벌이 두려워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암살계획과 진행사항에 대한 정보를 놓고 보면 타겟은 네오휴먼일 확률이 높았다.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는 네오휴먼의 정보를 알릴 수 없으니 모든 책임을 진다는 말로 복귀했고, 이곳에서 로드와 타겟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이었다.
‘일단은 그 네오휴먼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해.’
맥 무어 회장이 죽이려는 타겟.
사이먼은 그자가 이번 실종사건의 열쇠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관련 정보는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의뢰내용에 더해, 안토니오 조르디로부터 타겟의 정체를 추정할만한 방대한 자료가 전달된 덕분이었다.
“미스터 라이언께서 직접 부탁한 자료라고 하더군. 유니온 클럽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려놓았다니 접속해서 확인해봐.”
함께 51구역을 뚫었던 파트너, 미하엘이 관련사항을 알려주었다.
“다, 다행입니다. 마, 마침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현장에서는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어?”
“네, 네. 드, 들어온 흔적도, 나, 나간 흔적도 없습니다.”
미하엘은 노트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사이먼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진짜 베라 아냐? 이 정도 보안을 흔적도 없이 뚫을 수 있는 실력이라면 헌터급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미, 미하엘이면 몰라도 베라는 절대 배신할 사람이 아닙니다.”
“야, 나 섭섭해. 내가 51구역에서 널 얼마나 챙겨줬는데 이러기야?”
“저, 저는 아기가 아닙니다. 제, 제 몸은 제가 챙깁니다.”
미하엘은 팔짱을 끼고 탁자에 엉덩이를 기대며 가볍게 웃고 넘겼다.
그의 눈엔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사이먼이 마치 동생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됐으니까 빨리 찾기나 해, 만약 범인이 따로 있으면 그게 누구든 내가 죽여줄 테니까.”
그는 스컬의 헌터 중 수장인 제이크 반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가벼운 성격 탓에 실력만큼의 인정은 받고 있지 못하지만.
“아, 안됩니다. 미, 미하엘의 실력으로는 무립니다.”
금세 자료를 확인한 사이먼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손가락을 잘게 떨고 있었다.
“뭐? 사이먼, 내가 아무도 못 들어갔던 51구역에 갔다 온 걸 벌써 까먹었어?”
“저, 저는 천재입니다. 미, 미하엘이 3년 전 조식으로 뭘 먹었는지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잠입만 잘하는 줄 알아? 제이크가 죽은 지금, 나보다 실력 좋은 놈이 누가 있다고?”
“제, 제이크는 안 죽었습니다!”
사이먼이 빽하고 소리를 지르자 미하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차, 깜박했네.’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제이크가 죽었다는 말을 하면 트라우마라도 생긴 듯 화를 내는 사이먼이었다.
그 때문에 미하엘은 그가 제이크의 죽음을 본인의 탓으로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 알지, 네 탓 아닌 거. 제이크는 아직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잖아. 암, 살아있고 말고.”
그의 말에 사이먼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지, 진짜 살아있습니다! 지, 진짭니다!”
“예, 예. 사이먼님, 알았으니까 얘기 좀 해보세요. 왜 내 실력으로는 무리라는 건가요?”
미하엘은 아이를 달래듯 웃으며 되물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빈정거린다는 생각으로 더욱 화를 냈을 테지만 사이먼은 아니었다.
“서, 서훈입니다.”
“응? 누구?”
몰라서 되묻는 이름이 아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스컬의 헌터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이름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스컬의 킬러들 중 제법 괜찮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킴과 리우를 죽인데다, 그들의 수장인 제이크 반을 죽인 당사자였으니 말이다.
“버, 벌써 까먹었습니까? 여, 역시 미하엘은 머리가 너무 나쁩니다.”
사이먼의 놀림에 미하엘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까먹은 게 아니라 확인한 거야. 언제고 만나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이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어,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입니다.”
일본에서의 행적까지는 확인을 했었지만 이후로는 CIA의 공세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그는 상상도 못한 일들을 해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왜 그놈이 범인이라는 거야?”
“브, 블랙이라는 이자의 자료를 보면 얼굴은 변장을 했지만 체격이나 걸음걸이가 서훈과 99.999% 일치합니다. 그, 그리고 이엘바이오 맥 무어 회장과도 이어집니다.”
사이먼은 자료에 나온 핵심인물 케이티 리, 그리고 그녀의 진짜 신분인 심은희와 서훈의 관계를 말했다.
또한 블랙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그가 CIA에 흘린 정보는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고, 스컬이 지금의 상황에 처해진 것이라고도 알려주었다.
“CIA를 움직인 것도 그놈이었다고?”
“아, 아마 실비아 크리스탈과 함께 움직이며 우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제거할 마음을 품은 것 같습니다.”
“와······ 뭐 그런 놈이 다 있지?”
“그, 그리고 그의 능력이면 로드와 베라에게 일어난 일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말해봐.”
“그, 그는 저격에 있어서는 헌터 못지않은 리우도 죽였습니다. 부, 분명 베라의 저격은 실패했을 거고 서훈에게 붙잡힌 겁니다.”
그의 말에 미하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붙잡혀? 베라가? 그녀는 킬러지만 헌터나 마찬가지야. 알잖아?”
“사, 사자의 반지가 없다면 킬러든 헌터든 그자 앞에서는 어린애나 다름없습니다.”
“……”
“베, 베라를 생포한 후에는 그녀의 몸을 조종해 이곳까지 왔을 겁니다. 그, 그리고 로드를 납치한 게 분명합니다.”
“사이먼, 그놈이 바디컨트롤 정도로 정밀하게 능력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건 일반인이 대상이어야 가능한 거 아냐? 베라가 버서커를 사용했다면 그럴 수 없었을 텐데.”
미하엘은 버서커 모드라면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기술은 온몸의 뼈가 박살이 나도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 더······”
“뭐?”
“강, 강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사이먼은 입술을 짓씹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보였던 그의 행적에 대해 말해주었다.
요점은 능력이 보여주는 힘의 급격한 증가였다.
“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저, 저의 천재적인 분석으로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프, 프랑스에서 또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모르지만 과거의 성장속도를 기준으로 보면······”
“……?”
“재,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뭐가?”
“여, 여기서 죽여야 합니다. 더,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사이먼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미, 미하엘.”
“음?”
“가, 각국에 흩어져 있는 헌터들을 모아야 합니다.”
“뭐? 전부 다?”
“그, 그렇습니다. 그, 그리고 라이언 성에 있는 사자의 반지도 필요합니다.”
“알았어. 올 때 가져오라고 할게.”
“주, 준비가 되면 연락 주십시오.”
따로 움직이겠다는 말이었다.
미하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의 목적지를 물었다.
“넌 어디 갈 건데?”
“래, 랭글리로 가서 서훈의 위치를 알아볼 겁니다. CIA는 알고 있을 겁니다.”
“혼자서 괜찮겠어?”
“저, 저는 51구역도 뚫었습니다. 버, 벌써 까먹었습니까?”
“그런 거 두 번 써먹으면 재미없어.”
그가 보기에 사이먼이 랭글리로 가는 건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그의 말대로 서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만약 헌터들을 모으기 전에 타겟이 미국을 벗어난다면 허탕을 치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한 마디로 사이먼은 서훈의 위치를 파악한 후, 51구역에서 해킹한 슈퍼솔져를 이용해 그 시간을 벌려고 움직이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괘, 괜찮을 겁니다. 미, 미국의 무기로 그를 상대하는 거니까요.”
서훈이 CIA를 이용한 것처럼 사이먼은 미국방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서훈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생각이기도 했다.
헌터들의 사냥을 완벽하게 보조하기 위해.
‘잭에게도 연락해야겠어.’
그는 그림자들 중 다음 대의 제이크 반이 될 인물이었다.
로드 라이언은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 때문에 제이크의 죽음 이후 곧바로 그를 세우지 않고, CIA와의 일이 일단락되면 진행하자고 한 상황.
하지만 그의 생사가 갑자기 불분명해졌으니 자신이라도 나서서 잭을 챙겨야 했다.
자신을 제외하면 스컬 내에서는 아무도 그들, 그림자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서훈을 제물로 제이크의 이름을 계승하는 거야.’
전대를 죽인 자에게 복수를 한 후대.
실로 완벽한 명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랭글리, CIA본부.
나는 조지 크리크에게 연락하지 않고 홀로 그곳으로 찾아갔다.
이유는 지금까지 보여준 앤드류 터너의 대처 때문이었다.
그는 나와 CIA가 연관된 일에 항상 조지 크리크나 다른 누군가를 세웠었다.
심지어 해밀턴 러스 미국방부 장관과 일본을 떠나 프랑스로 향할 때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지금껏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상황.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그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혼자 찾아온 것이었다.
“선약이 없이는 국장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제지를 당했다.
상대가 정부기관의 수장인 만큼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 볼드윈에 대한 일로 직접 전할 말이 있다. 필요 없다면 이대로 돌아갈 테니 알아서 판단해.”
브라이언 볼드윈.
로드 라이언에게서 들은 전 국가정보국장의 이름이다.
가드라도 정보기관에 속한 이상 그 이름의 무게를 모르진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가드는 곧바로 연락을 취했고,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국장의 보좌관이 나타나 나를 국장실로 안내한 것이었다.
“자네가 블랙이로군. 반갑네, 나는 앤드류 터너라고 하네.”
앤드류 터너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나를 환대해주었다.
기사를 통해 알려진 대로 회색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의 외모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이게 처음부터 장난질이네.’
손모가지를 잘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