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어?
워싱턴 외곽의 어느 산속.
스페셜원은 볼드윈 저택에서 후퇴한 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의 뒤를 은밀히 밟는 중이었다.
저들을 따라가면 사이먼을 찾게 될 거란 기대를 품고 말이다.
‘이번엔 끝을 봐야지.’
열 명이서 한 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이 이런 걸까.
정보수집법 중 스파이를 활용하는 휴민트(HUMINT)와 최첨단 장비로 신호를 분석하고 수집하는 시진트(SIGINT).
그 중에서 시진트의 최상위 조직이라는 미국의 NSA가 지금까지 사이먼 한 명을 못 잡고 있었다.
그러니 내 나름대로 휴민트 방식으로 그를 찾는 것이다.
‘저기서 멈추는 건가?’
계속해서 이동하던 슈퍼솔져들은 인적이 드문 장소에 다다른 후 걸음을 멈췄다.
나는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품속에서 반지 두 개를 꺼내 손가락에 꼈다.
그것들은 오감과 관련 있는 능력으로 시력과 청력을 각각 상승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리모트 뷰잉처럼 엄청나게 먼 거리까지 가능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은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시력 9.0이라는 태국의 모겐족 정도에, 청력도 비슷한 수준.
망원경이나 도청장치 같은 문명의 이기로도 얼마든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도였다.
“정지! 여기서 지원부대의 합류를 기다릴 테니 야영준비를 하도록!”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부대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군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잠자리 준비를, 누군가는 불을 피우고, 또 누군가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무런 장비와 도구가 없음에도 모두가 생존전문가 같았다.
‘지원부대면 또 다른 슈퍼솔져 부대를 해킹한 건가?’
순간 사이먼이 미국의 슈퍼솔져 전부를 모으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멀리서 그들을 주시하며 한 명, 한 명 염력을 연결했다.
미리 준비만 해놓는다면 저만한 인원도 제압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날이었다.
점차 한두 명씩 일상복을 입은 무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첫날에 말했던 지원부대인 것 같았다.
‘몇백 명은 모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네.’
고작해야 십수 명 정도랄까?
슈퍼솔져로 구성된 소수의 특수부대인 모양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놈들은 스페셜원과 인사를 나눈 후 자기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한 사람이 있었다.
대장이라기엔 뭔가 빈약해보이는 체격이었고, 어깨를 움츠린 모습은 주변 군인들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다.
‘작전 짜는 놈인가?’
슈퍼솔져도 부대이니 싸우는 놈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참모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 모두 잘 지내셨습니까?”
말투를 듣고 보니 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어눌하게 말을 더듬는 모습은 작전참모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해보였다.
조금 덜떨어져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 짐작은 딱 들어맞았다.
“오랜만이네, 사이먼. ”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페셜원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놈에게 나를 안내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 다 모였습니까?”
“아직 미하엘이 도착 안 했어.”
“지, 지금 어딨습니까?”
“곧 도착할 거야. 오면 시작할까?”
“그, 그러시죠.”
“근데 옆에 그 친구는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낯이 많이 익네?”
사이먼의 옆에는 스무 살 가량의 남자가 서있었다.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스컬의 신입인 모양이었다.
“제, 제이크의 아들입니다. 이, 인사하세요. 재, 잭의 선배들입니다.”
“잭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목례를 하며 주변 놈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사를 받는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제이크에게 아들이 있었다고?”
“금시초문인데?”
“아들이라고는 해도 너무 닮았잖아. 젊은 시절 제이크와 똑같이 생겼는데?”
“이렇게 큰 아들이 있었는데 그걸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
“사이먼,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들의 물음에 사이먼이 답을 했다.
“쓰,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십시오. 재, 잭은 제이크의 복수를 위해 헌터로서 함께한 겁니다.”
“뭐? 헌터로서?”
“제, 제이크 못지않은 실력자니 어리다고 얕보지 마십시오.”
“그 말은 이 친구도 버서커를 쓸 수 있다는 거야?”
“무, 물론입니다. 여, 여기 있는 누구보다 강하게 말입니다.”
“이 나이에?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천재라니······ 핏줄이 무섭긴 무섭군.”
“이, 이번에 서훈을 죽이면서 여러분에게 실력을 인정받으면 잭이 스컬을 이끌 겁니다. 로, 로드와 미리 얘기가 된 부분이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실력만 따라준다면 그렇게 해야지. 근데 로드와 베라는 정말 서훈, 그자가 죽인 건가?”
“99.99%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그 일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이먼은 날 죽이기 위해 슈퍼솔져만이 아니라 스컬의 헌터를 전부 모은 듯하고 말이다.
사이먼을 제외한 스물한 명.
거기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하엘이라는 헌터를 더하면 스물두 명이다.
킬러 이백 남짓, 그리고 헌터가 스무 명 가량이라는 퀸시의 정보가 얼추 맞았던 것이다.
“근데 사이먼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이거 말이야.”
헌터 중 한 명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마, 말씀하십시오.”
“왜 일상복을 입고 오라고 한 거야? 그 서훈이라는 네오휴먼이 타겟이라면서 냉각슈트도 없이 싸우라고? 너도 알겠지만 버서커 모드일 때 체온이 한계를 넘으면 인체발화한다고.”
“이, 이번에 확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거랑 상관있는 거야?”
“서, 서훈은 슈퍼솔져를 죽이지 못합니다. 그, 그러니 우린 저들의 군복으로 갈아입고 저들에게 섞인 채 작전을 진행할 겁니다.”
“위장을 하자? 근데 왜 죽이지 못한다는 거지? 그놈 그거 완전 연쇄살인마던데.”
“조, 조종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 분석상 죄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못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헌터들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죄 없는 사람은 못 건드린다고?”
“꼬, 꼭 죄라는 건 아닙니다. 크, 크게 보면 깡패, 킬러, 살인자, 범법자, 테러리스트 같은 식으로 분류를 하기도 하고 자길 화나게 만드는 자들도 망설임 없이 죽입니다.”
“뭐야 그게? 지 꼴리는 대로 죽인다는 말과 뭐가 달라?”
“워, 원래 네오휴먼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런 틈이 있다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십시오.”
저것들이 사람을 아주 정신병자 취급하고 있다.
당장 모가지를 다 비틀어버리고 싶지만 아직 한 놈이 도착 안 했다니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슈퍼솔져로 위장하고 공격하더라도 자기 목숨이 위험해지면 반격할지도 모르잖아?”
“지, 지킬 겁니다. 그, 그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가 그러니 믿으십시오.”
사이먼은 헌터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사, 사자의 반지는 누가 가지고 계십니까?”
“여기.”
“주, 주십시오.”
헌터 중 한 사람이 두 개의 검은색 반지를 사이먼에게 건넸다.
나는 그걸 보며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디버프 능력이 담긴 사자모양의 반지를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개였구나.’
로드 라이언의 말에 따르면 저 반지는 두 여동생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었다.
그러니 반지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재, 잭. 바, 받으세요. 나, 나머지 하나는 미하엘에게 맡기겠습니다. 제, 제 분석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이 여러분 중 가장 뛰어난 실력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반지를 지니게 된 사이먼과 잭이라는 놈에게 걸어놓았던 염력이 해제되었다.
해골가면 때처럼 반지가 내 능력의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미하엘이라는 놈이 도착하면 사이먼 먼저 죽여야겠네.’
그가 반지를 몸에서 떼어놓는 순간 움직일 생각이었다.
사자의 반지가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나에겐 그 반지 때문에 능력이 약화되어도 저들 모두를 죽일 방안이 있으니 말이다.
-서훈 씨, 저예요.
그때 케이시에게서 갑자기 텔레파시가 전해져왔다.
거사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
나는 그녀에게 용건을 재촉했다.
-바쁘니까 빨리 말해. 무슨 일이야?
-어머니께서 알아내셨어요.
-뭐?
-Neo-X요. 그게 뭔지 밝혀냈다고요.
메리엄의 은거지에 있던 그 이상한 녹색액체에 대한 정보였다.
나는 헌터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침착하게 되물었다.
-뭐였는데?
-사멸한 세포를 되살리는 물질이었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그걸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려고 하는 것 같고요.
-……!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니.
그 노인네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실비아가 그러는데 불사의 능력이 있는 네오 셀을 이용해 오랫동안 그런 연구를 해왔다고 해요. 적어도 수백 년 동안 말이에요.
-부활시키는 물질인 건 확실해?
-네, 그건 어머니께서 그곳에 남아있던 데이터와 실험체의 조직세포를 분석해서 알아내신 거예요. 생명반응을 멈춘 세포가 다시 활동을 하게 만든다더라고요.
오랜 연구기간, 그리고 아이작이 모은 세계 곳곳의 네오 셀 연구자료.
그 결과가 누군가를 부활시키는 물질이라니.
그 지식의 깊이와 집요함이 정말 대단한 노인네다.
-누굴 되살리려고 한 건데?
-실비아가 조사 중인데 아직 알아낸 건 없어요.
-그걸 가지고 미국에 왔잖아. 미국에 그 노인네와 관련된 사람이 있나? 아니면 퀸시의 능력자 중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었던 거야?
-둘 다 아니에요. 미국에서 발견된 네오휴먼들은 숫자는 많지만 능력이 특별하지 않았어요.
-라크에게도 전달해서 누굴 만나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해. 분명 미국에 온 이유가 그것과 관련 있을 거야.
-알았어요.
그렇게 텔레파시를 끊고 생각을 해보았다.
도대체 누굴 살리려고 그런 걸 만들었을까?
‘죽은 언니들인가?’
하지만 그녀들은 화형을 당해서 세포하나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뼛조각이 남았더라도 그걸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몽생미셸에서 되살아나던 메리엄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깐만, 부활이 아니라 불사의 능력이라면?’
신체가 갈기갈기 찢어져도, 완전히 녹아 없어져도 메리엄은 되살아난다.
화형을 당하고 뼛조각만 남은 상태에서 살아나기도 했다고 하고 말이다.
만약 그 물질이 죽은 세포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불사의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착각일 수도 있겠네.’
부활과 불사.
용어는 다르지만 현실에서 보기에 따라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죽은 자가 남긴 세포에 불사의 능력을 부여하고, 대상을 되살린다.
그 Neo-X가 작용하는 게 이런 방식이라면 죽은 쌍둥이 자매, 제니 라이언과 제나 라이언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어? 잠깐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섬짓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내 가설대로 뼛조각만으로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면 납골당에 모셔놓은 아버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말도 안 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분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욕심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듯이 가로저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니.
할 수 있어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지 않을까.
하지만 곧바로 ‘왜’라고 자문했다.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어?”
그게 순리라서?
자연의 섭리라서?
아니면 생명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라서?
‘아버진 나 때문에 인생을 짓밟혔어.’
죽임을 당한 것도 모자라 죽은 후에도 신체가 조각난 채 포르말린 용액에 보관당해야 하는 수모를 겪으셨다.
그게 순리고 자연의 섭리인가?
그분의 인생이 생명보다 가치가 없는 걸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화두가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직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연관되다 보니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삐이이익!
그때 뒤쪽에서 찢어지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누군가가 날 발견하고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