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그 여자는 알고 있겠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나는 스컬과 일단락을 지은 후 그곳으로 향했다.
메리엄과 맥 무어, 그리고 라크가 죽은 사건현장에서 그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조지 크리크와, 프랑스에서 날아와 준 실비아가 함께 했다.
조지 크리크는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과 FBI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실비아는 사이코메트리로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잠깐 기다리세요. 금방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조지는 브라이언 볼드윈의 이름을 내세우고 FBI 수사관을 먼저 만나러 갔다.
그 동안 나와 실비아는 서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오랜만의 재회였다.
“잘 지냈어?”
“네.”
그녀는 콩피에뉴에 위치한 메리엄의 은거지에서 엄마와 함께 Neo-X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었던 메리엄의 발자취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예전 라이언 가문이 사용했었던 고성에도 가봤었어요.”
“남은 기억이 있었어?”
“너무 오래 전이라 거의 남은 기억이 없었지만 가끔 메리엄이 그곳에 들렀다는 건 알 수 있었어요. 가족들에게 끔찍한 짓을 당하긴 했지만 그립기도 했던 거 아닐까요?”
자신이 살았던, 그리고 화형을 당했던 곳에 마련된 은거지.
그 이유가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복수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이지. 뭐 어쨌든 그 노인네는 이제 죽었으니까 잊어버려.”
나는 그렇게 메리엄에 대한 얘기를 일축하고 화제를 돌렸다.
그녀에게 조사를 부탁했던 부분, 바로 코어에 대한 것이었다.
Neo-X를 만들려면 네오 셀의 변형이 가능해야 하고 이는 코어에 접촉해야만 하니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찾긴 찾았어요.”
“어디서?”
“라이언 고성의 지하에 있는 우물 속에 있더라고요. 메리엄이 그런 건지,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 코어가 메리엄을 포함해 두 언니도 네오휴먼으로 만든 걸까?”
메리엄이 지니고 있던 불사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제니 라이언은 사이코키네시스, 제나 라이언은 이그노얼과 디버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엄청난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니 코어를 의심할 수밖에.
“그럴 수도 있지만 코어 하나가 그렇게 여러 명을 변화시켰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럼?”
“알아보니 당시 콩피에뉴 지방에 운석이 자주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집안에 세 명의 네오휴먼이 나온 건 아닐까 싶어요. 메리엄이 희귀광물인 네오사이트를 그렇게 많이 보관하고 있던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고요.”
메리엄의 은거지에는 연대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호두 크기의 네오사이트가 절반가량 들어있다고 한다.
그녀는 그걸 연구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퀸시의 일원들이 지닌 힘을 옮겨 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럼 그 지역에 그 자매 외에도 다른 네오휴먼이 많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네?”
“네오사이트에 의해 변화되는 게 불특정하다보니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있긴 있었겠죠. 다만 마녀사냥 때문에 조심하지 않았을까요?”
그랬을 것 같다.
세 자매는 대귀족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데다 어린 나이였기에 마녀사냥에 대한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했겠지만 다른 이들은 두려움에 떨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한 후 화제를 돌렸다.
“엄마는 아직 거기 있어?”
“아니요. 콩피에뉴 은거지를 불태운 후 바로 파스퇴르 G3 연구센터로 가셨어요.”
조세핀 박사를 도와 내 머릿속에 있는 베놈을 제거하는 백신을 완성하기 위해 간 모양이다.
“안전은?”
“스미스가 계속 옆에서 지켜드리고 있어요.”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고?”
“자기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서훈 씨만 조심하라고만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그때 조지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엘바이오 지사 밖으로 수사관계자들을 물리고 내부를 비워놓았다고 말해주었다.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와 실비아는 그의 뒤를 따라서 냉동인간 보존탱크 저장소로 향했다.
원통형 은색탱크가 가득한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온통 핏자국과 함께 총탄의 흔적, 절단되고 부서진 기물들이 널려있기 때문이었다.
“시체는 상태는 어떻다고 하던가요?”
“맥 무어 회장을 제외하면 전부 처참하게 죽어서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일단 사망자는 맥 무어 회장과 타라 텔로스라는 프랑스인 노파, 라크 벨몬트라는 프랑스인 청년, 그리고 가드 서른 세 명입니다.”
“……”
“그리고 훼손된 시체는 로베르 텔로스라는 이름으로 여기 보존되어 있던 냉동인간과 마찬가지로 보존 중이던 엘리자베스 무어입니다.”
“패밀리 네임이 무어라면······”
“네, 맥 무어 회장의 딸입니다.”
조지는 문이 열린 채 가로로 누워있는 탱크를 가리켰다.
안쪽에는 마찬가지로 피로 얼룩져있었다.
그 흔적은 마치 폭탄이 터진 듯 혈흔이 비산한 형태였다.
“일단 좀 살펴보겠습니다.”
“네. 천천히 보고 나오십시오.”
그는 짧은 목례와 함께 밖으로 나가주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떻게든 남으려 했을 텐데 가타부타 말없이 따라주는 게 조지 크리크의 장점이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실비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뭔가 비슷하네요.”
“뭐가?”
“서훈 씨랑요.”
“……응?”
뭐가 비슷하다는 걸까?
“다른 의미는 아니고 그냥 여기 상황이 그렇다고요. 서훈 씨도 가는 곳마다 이렇게 피투성이로 만들잖아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비슷한 것 같긴 하다.
내가 저지를 땐 몰랐는데 이 장소에 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느낌이구나······’
아직도 남아있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엉망으로 파괴된 현장.
이렇게 만든 당사자에 대한 거부감도 불현듯 일어났다.
나는 마치 반면교사를 앞에 둔 것 마냥 착잡한 감정으로 주변을 눈에 담았다.
그 사이, 실비아는 보존탱크에 손을 대고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안에 있던 아이에게 남은 Neo-X를 주입했어요.”
“뭐? 하나 남은 걸 벌써 써버렸다고?”
“네.”
실비아는 그걸 주입받은 아이가 폭발했다고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왜 그 아이에게 주입한 거지?”
“행동을 보니 이 아이도 네오휴먼이었고, 능력을 빼앗으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럼 이제 그림자 컨트롤만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 하나 더 있다는 거네. 뭔지는 모르겠어?”
“모르겠어요. 가드를 상대로 그림자 컨트롤만 사용했더라고요.”
실비아는 문이 열린 두 개의 다른 탱크 쪽으로 다가가 남아있는 기억을 읽었다.
그리고 테오가 있었던 탱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깨어나자마자 메리엄과 맥 무어를 죽였네요. 서훈 씨의 능력을 감지하고 그 힘을 흡수하려고 죽인 것 같아요.”
“까다로운 놈이네.”
테오의 능력에 대해 종합해보면 초능력을 빼앗는 이터가 확실하다.
힘의 편린마저도 흡수하면 일시적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정도.
게다가 그걸 느낄 만큼 감지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즉, 놈은 보통사람과 네오휴먼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엔 퀸시 외에도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네오휴먼들이 있어. 그들을 만나는 족족 죽이고 능력을 빼앗는다면······’
별 것 아닌 능력도 조합이 되면 그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다.
나는 메리엄의 반지함을 얻은 이후로 누구보다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행동방식은 어때?”
“라크의 말과 같네요. 제 생각에도 정상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마치 본능만 남은 듯이 보여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결론적으로 라크의 정보에 더해진 부분은 그가 하나 남은 Neo-X를 사용해버렸다는 것과 엘리자베스 무어의 능력을 빼앗았다는 사실, 그리고 네오휴먼을 구분해내는 감지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 볼 게 남았어?”
“아니요.”
“그럼 가자. 그놈 낯짝 좀 봐야지.”
밖으로 나가자 조지가 문을 지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 봤습니까?”
“네.”
“뭐 좀 알아낸 게 있으면 공유 좀 해주십시오.”
죽은 자가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학살한 상황.
미국 정보부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고, 브라이언 볼드윈이 네오휴먼과 관련된 일임을 직감하고 나에게 도움을 구한 것이었다.
내가 그 사건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건 모르고 말이다.
“일단 CCTV를 보면서 얘기하시죠.”
우리는 곧장 중앙통제실로 이동했고 그곳에 있던 영상을 돌려보았다.
첫 장면은 메리엄이 무언가를 주사하는 장면부터였다.
“저겁니다. 저 노파가 금속튜브 안에 있는 내용물을 주입한 후 로베르 텔로스와 엘리자베스 무어의 시신이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테오 텔로스, 저자는 저렇게 멀쩡하게 움직이고 말입니다.”
“그렇네요.”
“혹시 저게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말해봤자 상황만 복잡해질 테니 말이다.
“일단 좀 더 보죠.”
CCTV 화면은 테오가 일어나 메리엄의 머리를 부수고, 도망치던 맥 무어가 날아와 그의 손아귀에서 목이 꺾이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거기까지 보아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가려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빠르게 돌려보세요.”
이후 그는 라크를 그림자 속에서 꺼내 압살한 뒤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탐했고, 그때 들이닥친 가드까지 모조리 학살하고 유유히 걸어 나갔다.
그 모든 건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자는 그림자 컨트롤이라는 능력을 가진 건 확실하네요.”
나는 뻔뻔하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너무 영양가가 없으면 안 되니 그 능력의 약점도 입에 올렸다.
“그림자를 실체화해 다룰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활용법이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림자가 없으면 능력을 못 쓴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완전히 깜깜한 공간, 혹은 사방에서 빛을 비추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오오, 그런 방법이 있군요.”
조지는 내 말을 받아 적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참고로 그림자 속에 숨어서 은신할 수도 있으니 섣불리 공격하면 안 됩니다.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이중삼중으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네, 네. 그리고요?”
“일단은 그게 전붑니다.”
나는 실비아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화이트. 사이커스에 이번 일에 대해서 알리고 조사 좀 해보라고 해.”
“네, 블랙.”
“미스터 크리크, 저자에 대한 추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여길 나가자마자 행인들 틈에 섞이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바로 추적하자는 의사소통이었다.
***
스프링필드 외곽의 옥수수 농장.
1만평 규모의 옥수수밭 한쪽에는 나무로 지어진 농장주의 주택이 있었다.
테오는 이엘바이오 지사를 나간 후 지나가던 이곳 농장주의 트럭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자신을 괴물이라 생각하며 총을 겨누는 농장주 부부와 그들의 아이를 죽이고, 그곳에 있던 옷을 꺼내 입고 냉장고에 있던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우걱. 우걱.
게걸스럽게 먹고 또 먹었지만 공복감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육신이 느끼는 허기가 아닌 정신적인 공허함이기 때문이었다.
-툭.
들고 있던 빵을 떨어뜨린 테오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몰랐지만 그림자 능력, 그리고 독심술까지 차례로 가지게 된 후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느끼고 먹었던 힘의 편린.
미약하지만 그 힘과 이어서 먹은 두 힘은 질적으로 달랐다.
‘그걸 가지고 싶어······’
그 힘을 먹으면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끊임없이 느껴지는 공허함을 말이다.
하지만 그 힘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가까이 있다면 감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를 찾는 것이 무리였다.
‘그 여자는 알고 있겠지?’
테오는 텔레파시로 이어져 있는 네오휴먼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림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놈과 이어져 있었고, 그놈은 힘의 편린과 이어져 있던 두 노인과 함께 있었다.
그러니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힘의 주인에 대해서.
‘저쪽인가.’
테오는 동쪽을 바라보며 그녀의 위치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