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가자, 뉴욕으로
사이먼이 내 지시를 이행하는 사이,
나는 그가 요청한 잭의 정신교육을 진행했다.
물론 목적은 정반대였다.
그와의 대화는 가치관을 바로잡아주기 위함이 아니라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잭은 들어오자마자 면담 때문에 불려온 학생처럼 쭈뼛거리고 있었다.
“거기 잠깐 앉아 있거라.”
나는 업무를 보는 듯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거리며 연기했다.
기다리는 동안 불편하고 긴장된 마음이 다소 풀어지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10분가량을 보낸 후, 나는 느긋하게 다가가 그의 앞에 마주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널 불렀는지 짐작하겠느냐?”
네 잘못을 네가 알렸다!라는 식으로 물었다.
그래야 이 자리에서 나눌 대화의 핵심을 더 명확히 인지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네.”
“허면 네가 말해보거라.”
“사이먼이 말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잭은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스컬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지?”
“네오휴먼이면 무조건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입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으며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 덕분인지 잭은 비교적 편안한 태도로 응해주었다.
“물론 알고는 있습니다. 그들에게 내재된 폭력성이며 사회에 불러올 혼란을 생각하면 제거하는 게 맞다는 걸요.”
“헌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도 죽인다는 말을 듣고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흐으음······”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 보니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스컬의 사상을 완전히 부정하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잭을 스컬을 뿌리 뽑기 위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써먹는 것보다 회유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로드,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그 말에 답하기 전에 하나 물어보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죽이면 안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성인이면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
“설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게냐?”
“절 훈련시켜주신 브래드님께서는 네오휴먼이 얼마나 위험하고 잔혹한지, 인류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에 대해서만 알려줬습니다. 그런 끔찍한 얘길 들었을 때 다른 부분은 생각해보지도 못했고요.”
내 예상대로 현업에서 뛰는 킬러와 헌터 외에 훈련을 맡는 기관이 따로 있는 듯 하다.
몇 백 년을 암약해온 조직인데 그런 기반이 없을 리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되잖느냐.”
“……모르겠습니다. 미하엘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애초에 용병으로 그런 죽음을 수차례 경험해서 무덤덤하기도 하고, 네오휴먼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동료들도 있었기 때문에 손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쌓여야 하는 걸까요?”
미하엘이라면 숲에서 늦는다는 그놈이다.
왜 한 놈이 더 있는가 했더니 늦은 덕분에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할 때 살아남은 것이었다.
“그건 미하엘이니 가능하겠지. 그런데 넌 미하엘이 아니지 않느냐.”
“……”
“서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물음에 잭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하길 주저했다.
“이 자리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으니 해봐. 그런 건 마음속에 담아둘수록 썩는 법이니까.”
나는 허심탄회하게 말해보라는 듯 잭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내심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사이먼은 그의 행위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지만 전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의 기준을 조직에 적용한다면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는 죽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럼 다시 물으마. 내가 지금 서훈을 죽이라고 지시한다면 죽일 수 있겠느냐?”
“그 자의 능력이 너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잘랐다.
“아니, 능력을 제외하고. 100% 죽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죽일 수 있냐고 묻는 거다.”
“……”
“명분이 어떻든 그는 수많은 인명을 해하고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 우리의 방식대로라면 죽여야 하지. 하지만 서훈은 네오휴먼으로서 그가 가진 폭력성과 잔혹함을 이용해 사회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니 어떠냐, 죽일 수 있겠느냐?”
“……”
“어서 말해보거라.”
잭은 콧김을 훅 내뱉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는 그의 얘기를 듣고 그가 저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죽이지 않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지켜본다?”
“그가 자신이 세운 기준을 어긴다면 그때 죽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합격이다.
이 녀석은 한 번 써먹고 버리기엔 그 실력이나 인품이 아깝다.
다만 그러려면 더 강한 배신감을 안겨줄 필요가 있다.
나는 결정을 내리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지켜보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생기면? 죽일 수 있을 때 죽이지 않았기에 생길 피해자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란 말이냐?”
“……”
“아니면 서훈이 갑자기 기준 따위는 다 무시하고 일반인을 해치게 되면 어떻게 할 테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인데.”
“그, 그건······”
“쯧쯧쯧!”
나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싹 바꾼 후 독설을 입에 올렸다.
“이런 ‘결함품’이라니. 브래드, 그놈은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지 원.”
“……!”
“미하엘.”
그때 내 목소리를 듣고 미하엘로 모습을 바꾼 실비아가 들어왔다.
원래는 사이먼의 모습으로 들어와 매운맛을 보여줄 예정이었으나 마라맛으로 바꾼 것이다.
“이놈 이거, 정신머리가 글러먹었으니까 데리고 나가서 처분해.”
그 순간 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와 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날 속인 겁니까?”
“속인 게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는지 확인한 게다.”
“······!”
“아무래도 넌 재활용도 힘들겠구나. 뭐 ‘대용품’은 다시 만들면 되니 아쉬울 것도 없지만.”
잭은 손을 잘게 떨며 날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은 누가 봐도 배신감에 치를 떠는 표정이었다.
“나, 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이 몸이 가진 재능이 필요하니까, 네오휴먼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 복제인간을 만들었겠지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려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내 생각 따윈 조금도 이해해주지 않는……”
“그렇지, 넌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일 뿐이다.”
잭의 말을 자르며 다시 한 번 독설을 날렸다.
그러자 그는 살기어린 눈빛을 담아 나를 쏘아보았다.
“날 죽이고 싶으냐?”
“……”
“그런 정신머리로 날 죽인다면 네가 도구라는 걸 또 다시 증명할 뿐이겠지. 죽여보거라, 허면 처분은 없던 걸로 해주마.”
“……”
“죽여보라지 않느냐!”
잭의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결국 그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날 쏘아보더니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와장창.
그대로 도주를 택한 것이었다.
나는 쇼파에 등을 기댔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실비아가 말했다.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지금 저 사람 마음속에 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고요.”
“나중에 연고 발라주면 돼. 모습이나 바꿔.”
실비아는 다시 베라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곧이어 사이먼과 미하엘 그리고 경호원들이 서재로 들이닥쳤다.
갑작스런 소란에 달려온 것이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후우······ 잭이 탈주했다.”
“……네, 네?!”
“미하엘.”
“네, 로드.”
“지금 즉시 추적해서 놈을 추살하도록.”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하는 말이었다.
사이먼이 말하길 잭이 나이는 어려도 미하엘과 함께 헌터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자라고 했으니까.
“서둘러, 멀리 가진 못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미하엘은 긴 한숨과 함께 잭이 부수고 나간 창문 쪽으로 다가간 후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 모습에 사이먼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도, 도대체 잭이 왜······”
“사이먼.”
“네, 네.”
“지시한 건 다 했나?”
“아, 아직입니다. 서, 서훈의 자료를 보관 중인 기관을 찾긴 했지만 보안 때문에 작업 중에 있습니다.”
“새로 발견된 네오휴먼에 대한 건?”
“그, 그게······ 화,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럼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시킨 일에나 집중해.”
나는 손을 흔들며 축객령을 내렸다.
“다들 나가봐.”
그러자 사이먼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나가며 서재의 문을 닫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까.
말 한 마디로 사람들을 부려보니 제법 달콤하긴 하다.
***
사흘 후,
사이먼은 미하엘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국가정보국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테오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놈은 현재 일리노이주에서 동쪽으로 이동.
곳곳에서 옥수수농장 때처럼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국가정보국은 그 사건들을 테오가 아닌 검거된 살인마들의 짓으로 덮어씌워 은폐하는 중이었다.
나는 사이먼이 입수한 자료들을 살펴보며 되물었다.
“그래서 놈은 지금 어디 있지?”
“페, 펜실베니아주 앨런타운 인근입니다. 바, 방향으로 보건대 목적지는 뉴욕으로 보입니다.”
일리노이주에서 동쪽으로 간다 했더니 거기까지 도달한 모양이다.
도대체 왜 뉴욕으로 향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다보니 네오휴먼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놈의 목적을 모르니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그자의 능력에 대한 분석은 해봤나?”
“네, 네.”
“말해봐.”
“구, 구십칠 년 전 최초의 제이크 반이 제거했던 그림자 컨트롤 능력자와 92% 같습니다.”
과거에도 라크와 같은 능력의 소유자가 있었던 것이다.
스컬은 그 외에도 다양한 네오휴먼을 암살했던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같은 능력이라도 수준이 다를 텐데? 8%가 수준차이를 의미하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흐음……”
“너, 너무 염려 마십시오. 서, 서훈 정도의 수준만 아니라면 별다를 게 없을 겁니다. 지, 지금까지 줄곧 그래오지 않았습니까?”
역시 내가 이레귤러인 모양이다.
여기서 몰랐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이상하다 생각할 테니 말을 잘해야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서훈, 그자가 그런 것처럼 이자 역시 차원이 다른 네오휴먼일지도 모르니 말이야.”
“그, 그것도 그렇군요. 제,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때 미하엘이 나서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로드. 수준이 어떻든 그림자 컨트롤은 다른 초능력과 달리 인지만 잘하면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 잭을 놓친 것처럼 실수만 없다면야 내 뭐 하러 잔소리를 하겠나. 자네를 믿을 테니 실망시키지 말게.”
미하엘은 내 시선을 피한 채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크흠······ 넵.”
“사이먼.”
“네, 네.”
“서포트 확실히 하고, 혹여나 그자의 신병이나 시신이 미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봐.”
그렇게 두 사람을 내보낸 후 다시 노트북에 띄워놓은 자료로 눈을 돌렸다.
화면에는 스프링필드 옥수수농장에 이어 십여 건에 해당하는 살인사건목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두 테오가 이동하며 저지른 짓이었다.
“서훈 씨, 왜 그래요?”
실비아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이유를 물어왔다.
“이거 말이야.”
나는 긴 한 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그때 메리엄을 죽여버리고 Neo-X를 없애버렸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라크를 감시역으로 붙여두었다지만 내가 그 노인네를 방치한 것 때문에 테오가 깨어났고, 그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훈 씨 탓이 아니에요. 지금은 Neo-X가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알지……”
알지만 대응이 늦었기에 하는 말이다.
차라리 라크가 아니라 내가 직접 감시를 했었어야 했다.
그 노인네를 먼저 처리하고 맥 무어를 찾아가도 문제될 건 없었으니까.
이건 일의 우선순위를 내가 잘못 판단한 탓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서훈 씨 잘못이 아니에요. 잘못이라면 오히려 메리엄에게 넘어간 라크에게 있으니까 털어버려요.”
“알았어.”
나는 노트북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의 탓이든 사태는 이미 벌어졌다.
후회보다는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놈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가자, 뉴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