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지금은 때가 아니다
뉴욕항.
미국에서 가장 큰 원유 수입항이자 동부의 관문으로 불리는 곳이다.
남부 조지아주의 서배너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컨테이너 항만답게 부둣가에 엄청난 양의 컨테이너들이 적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규모에 걸맞지 않게 현장인력들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정보국에서 이미 그 일대의 통제를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브라보. 타겟이 나타났습니다.
위성으로 테오의 동선을 추적한 국가정보국은 대략적인 목적지를 선별했다.
그렇게 나온 일곱 군데의 포인트.
스페셜원은 조를 나누어 각 포인트를 지켰고, 이곳 뉴욕항 역시 포인트 중 한 곳이었다.
“여기는 알파. 델타, 준비해.”
스페셜원 4조의 조장인 스벤 그레이엄이 지시를 내린 후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맡은 포인트에 타겟이 나타났으니 부대를 대표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내야 한다는 다짐을 한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만회해야 한다.’
지난 사건으로 따로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브레인칩을 제거 당하고 그 명예가 실추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번 특수작전에서 반드시 상부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야 했다.
-여기는 델타, 준비완료.
“찰리, 현 위치 보고.”
-여기는 찰리, 타겟 6시 방향 30미터 거리 유지 중.
스페셜원 4조의 4개 팀은 타겟에 맞춰 계획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테오는 양쪽으로 늘어선 컨테이너 사이를 무심하게 걷는 중이었다.
항만가동을 정지한 탓에 불빛 한 점 없는 상태였지만 달빛이 스산하게 사위를 비추는 상황.
야외인 탓에 조명을 끄는 것만으로 그림자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스위치 온!”
신호가 떨어지자 서치라이트가 일제히 테오의 몸을 비췄다.
전후좌우, 사방에 비치는 강렬한 빛은 주변의 그림자를 지웠고 테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만들었다.
눈부심이 시야까지 가려버린 것이었다.
-푸슉. 푸슉.
그 순간 알파팀의 저격수들이 마취총을 쏘았고, 한 발이면 소도 거꾸러뜨리는 강력한 마취제가 두 방이나 테오의 몸에 꽂혔다.
“……”
테오는 가슴에 꽂힌 주사기를 내려다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손으로 잡아 뽑았다.
어찌된 일인지 즉효성 마취제를 맞고도 끄떡없는 모습이었다.
-다다닷.
그 정도 상황은 예상했던 것일까.
곧이어 군화발 소리와 함께 찰리팀의 대원들이 컨테이너 사이사이에서 쇄도했다.
브레인칩이 없어도 뼈와 근육의 세포에 결합된 하이드로겔 센서 덕분인지 그들의 움직임은 날다람쥐처럼 기민한 수준이었다.
-쿵.
순식간에 테오를 바닥에 눕힌 찰리팀은 그의 양팔과 다리를 누르고 제압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해 혹여나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거듭했다.
그 모습을 보던 스벤은 이상하게 꺼림칙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시뮬레이션대로이긴 한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능력을 봉쇄한 데다 마취제까지 맞았으니 슈퍼솔져를 당해내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그럼에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제압이 너무 쉬웠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스벤은 애초의 계획이 달성되었으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브라보, 마무리해.”
스벤이 지시를 하자 브라보팀이 타겟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관처럼 생긴 특수재질의 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림자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어두운 공간에 타겟을 격리시키기 위해서였다.
“응?”
그런데 대원들이 돌연 타겟을 비호하듯 주위를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권총을 파지한 채 아군을 향해 겨누었다.
“브라보, 찰리. 무슨 짓이야?”
스벤의 물음에도 두 팀의 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쨍! 쨍! 쨍! 쨍!
순식간에 서치라이트가 깨지고 주변에 어둠이 내렸다.
찰리팀과 브라보팀의 이상행동에 스벤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는 초능력이 있다라는 상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알파, 델타. 전원 전투준비!”
스페셜원 4조의 대원들은 그대로 양분되어 곳곳에서 총격전과 근접전을 해나갔다.
-타타탕! 탕, 탕!
-퍼퍽! 퍽! 쾅!
어둠 속에서 총소리와 격투음이 발생되고, 대원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했다.
하지만 동료들을 향한 공격에 거침이 없는 찰리팀과 브라보팀과는 달리 알파팀과 델타팀의 움직임에는 머뭇거림이 있었고, 이는 곧 결과로 이어졌다.
브레인칩이 있었다면 이런 순간에도 기계처럼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 그들은 정신적인 면에 있어 평범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림자 능력을 사용한 테오의 서포트가 있었기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렸다.
잠시 후,
“쿨럭, 쿨럭······”
스벤은 피투성이가 된 채 눈앞에 쓰러진 대원들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초점이 없는 눈을 한 채 인형처럼 달려들던 부하들의 모습.
그들은 브레인칩의 명령을 받은 것 이상으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데미지를 입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그들이 마치 조종당하는 듯 보였다.
“너, 넌 도대체······”
스벤은 가까이 다가오는 테오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을 조종하는 초능력.
상대는 생포가 아니라 즉각 사살을 해도 모자를 정도로 위험한 능력을 가진 자였다.
“여기는 알······”
스벤이 무전으로 본부에 상황을 전하려는 그때였다.
-쫘악.
테오의 발밑에서 뻗어나간 그림자 촉수가 칼날이 되어 스벤의 얼굴을 훑었다.
만신창이가 된 그로서는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다.
-스르륵, 툭.
왼쪽 뺨에서 오른쪽 관자놀이까지 비스듬하게 잘린 머리는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알파팀과 델타팀이 전멸.
반면 찰리팀과 브라보팀에서는 아직 두 명이 살아남았다.
한 명은 팔이 부러지고, 나머지 한 명도 어느 한 군데 성한 부분이 없었지만 목숨은 붙어있었다.
“……”
테오는 무감정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인드 컨트롤.
이곳으로 오던 중 오하이오주에서 발견한 네오휴먼의 능력이었다.
신체에 접촉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누구라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이터인 테오는 접촉을 하고도 오히려 그 지배력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능력으로 삼아버린 것이었다.
‘죽어.’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리자 두 사람의 슈퍼솔져들은 망설임 없이 쥐고 있던 군용대검을 서로의 목에 꽂아 넣었다.
테오는 그 모습을 무심한 표정으로 일견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능력이 하나가 아니었네?”
테오가 뒤를 바라보자 집업 형태의 검은색 전투복을 코 아래까지 끌어올리고 고글을 쓴 남자가 거기 있었다.
스컬의 미하엘 슈바이츠.
멀리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그가 상황이 끝나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조, 조심하십시오. 마, 마인드 컨트롤일 가능성이 99.8%입니다. 저, 절대 몸에 닿으면 안 됩니다.
고글을 통해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 사이먼이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먼 거리에서 미하엘의 서포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알아.”
-미, 미하엘이 보기에 저자의 그림자 컨트롤은 어떻습니까?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그 순간 그림자 촉수가 미하엘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왔다.
거의 화살에 준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미하엘의 옷깃도 스칠 수 없었다.
“눈 감고도 피할 수 있는 정도?”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키고 속도도 빠른 그림자지만 공격이 너무 정직하다고 해야 할까.
플로우의 감각을 속이고 적중시킬 정도로 전투센스가 뛰어나진 않아보였다.
-지, 집중하십시오!
눈앞에는 테오의 이어진 공격이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문어다리처럼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의 움직임은 얼핏 채찍과 유사했다.
“엇차, 영차. 흣차.”
미하엘은 고개를 젖히고, 상체를 눕히고,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물구나무를 서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 움직임엔 여유가 있었고, 눈빛은 날카롭게 테오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순간적으로 빈틈을 발견한 미하엘은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를 사용해 신체능력을 높였다.
-쿵.
한 번의 발돋움.
일직선으로 다가온 그림자 촉수를 고개를 젖혀 피하는 동시에 도약한 미하엘의 신형이 테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이어서 등 뒤에 맨 장검에서 반월형 궤적이 그려졌다.
모든 동작이 한 호흡에 이루어진 카운터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우뚝.
컨테이너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검을 휘두르던 미하엘의 팔을 잡아챘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뭐지?’
그림자를 다루던 센스로는 절대 막아낼 수 없는 일격이었다.
미리 공격방향을 알고 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미, 미하엘! 마, 마인드 리딩입니다!
마인드 컨트롤에 이어 마인드 리딩, 독심술이었다.
사이먼이 순간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상대의 능력에 대해 알려주었다.
“늦었잖······ 우악!”
말을 하는 와중에 미하엘의 팔을 붙잡은 그림자가 요동쳤다.
그를 번쩍 들어 올린 후 패대기를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쾅! 쾅! 콰앙!
그림자는 미하엘을 좌우 바닥에 메다꽂고, 컨테이너에 처박았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것만으로 온몸이 부러지고 팔이 통째로 뽑혔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미하엘은 신체능력도 높여놓은 상태인데다 냉각슈트가 가진 방어력도 있기에 큰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뿌드득!
밧줄을 끊듯 힘으로 붙잡고 당기자 실체화된 그림자가 소멸되었고, 그 틈에 미하엘의 신형이 충분한 거리를 벌렸다.
그의 몸에서는 버서커의 특징인 하얀 김이 발생하고 피부가 붉어지고 있었다.
“야, 너 똑바로 서포트 안 해?”
-사, 사전정보가 없었는데 제가 어떻게 압니까?
“뭘 잘 했다고 말대꾸야?”
-또, 또 옵니다!
사이먼의 경고와 함께 사방에서 그림자 줄기가 파도처럼 덮쳐들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감싸버리려는 의도로 보였다.
“눈 감고도 피할 수 있는 정도라니까.”
버서커 상태인 미하엘에게 지금의 공격은 이전보다 더 느리게 보이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장검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듯이 보이지만 그 궤적은 덮쳐오는 그림자를 모조리 베어내는 중이었다.
-촤좌좌좌좍!
***
-휘이잉.
나와 실비아는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 위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지의 능력으로 높아진 시력과 청력은 테오의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만이 아니라 통신을 주고받는 내용까지 모두 엿듣게 해주었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확인한 테오의 능력은 이전보다 더 다양해져 있었다.
“그림자 컨트롤에 마인드 컨트롤, 그리고 마인드 리딩까지 있다니······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도 잡아먹었네.”
내 말에 실비아가 한 가지를 짚어주었다.
“아까 마취총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포이즌 계열, 혹은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초능력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렇겠지.”
“근데 굳이 이렇게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 헌터 선에서 끝날 것 같은데.”
그녀의 물음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하엘이 보여주는 신위가 경이롭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변칙적인 그림자 촉수를 모조리 잘라내며 다가가는 모습.
기본적인 전투력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끝이려나……’
그 순간 미하엘의 신형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고, 검광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단번에 테오의 목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서, 서훈 씨······ 저거 설마······”
실비아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경악했다.
나 역시 침음을 삼키며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후…… 포이즌이나 금강불괴가 아니라 불사의 능력 덕분이었네.’
Neo-X가 그를 부활시킨 것만이 아닌 메리엄의 능력까지 부여한 것이다.
그 노인네의 세포를 이용했기에 내심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되어버렸다.
‘일단 미하엘부터 죽여야겠어.’
테오의 신체는 목이 잘린 채로 움직여 미하엘에게 접촉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곧 그의 꼭두각시가 될 터.
나는 죽은 특수부대원의 군용대검을 움직여 미하엘의 뒤통수에 박아 넣었다.
평소의 그라면 피했겠지만 마인드 컨트롤의 지배를 당한 틈을 노려 적중시킨 것이었다.
‘뭐야 그 힘을 또 느꼈어?’
그 순간 테오가 자신의 머리를 제자리에 붙인 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눈에도 날 찾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그런 놈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저놈한테는…… 염력을 못 걸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이킥 능력은 테오의 몸에 닿는 순간 블랙홀에 먹히는 것처럼 사라져버릴 거라는 걸.
나는 놈이 군용대검에 걸어놓은 힘을 먹기 전에 연결을 끊은 뒤, 실비아에게 말했다.
“충분히 본 것 같으니까 그만 가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저놈을 죽이려면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