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그러니 꺼야지, 이렇게
염력으로 테오의 몸을 허공에 들어올렸다.
상체만 남은 살덩어리는 손을 마구 휘저으며 반항했지만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아악! 살려줘! 주, 죽고 싶지 않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되물었다.
“너 안 죽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가둬둘 거야, 죽을 때까지.”
“아, 안···…ㄷ!”
-쿠지직!
안 되긴 뭐가 안 돼.
잘만 되는데.
-뿌직, 뿌지직.
염력으로 전신을 둥글게 말았다.
남은 뼈를 부수고 살덩어리를 쥐어짜며 고기완자로 만든 것이었다.
“으······”
실비아는 그 모습이 끔찍한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보기에도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포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여의.’
나는 허공에 흩어져 있는 전단농화유체를 끌어모아 테오의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
이어서 액체형태에 초진동을 가해 경화시켜버렸다.
방탄이 가능할 정도로 단단하니 봉인에도 그만이고, 진동에 의한 고주파 자극을 가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는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제대로 몸을 수복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땅에 묻을 건가요?”
“글쎄······ 어떻게 할까나.”
땅에 묻었다간 또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네오사이트가 그 장소에 묻혀 있었고, 그로 인해 초능력을 또 얻을지도 모른다.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저한테 맡기십시오.”
그때 케이시를 안은 잭이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니 역시 계획대로 된 모양이었다.
“쟤 얼굴이 왜 저래?”
나는 한쪽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케이시를 향해 고갯짓을 하며 물었다.
“아, 그게 마인드 컨트롤에 걸려있어서 기절시킨다고······”
기절을 참 험악하게도 시켰다.
영화에서 보면 목 뒤를 탁 때리면 스르륵 기절하던데, 영화는 영화일 뿐인가보다.
“안고 있는 건?”
“맞은 것 때문에 다리가 풀려서 못 서겠답니다.”
“아직 그래?”
케이시에게 묻자 그녀는 가증스럽게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해지는 감정이 핑크빛인 걸 보니 거짓이었다.
“근데 저놈이 스컬의 헌터라는 건 알고 안겨 있는 거야?”
“……에?!”
입을 벌리는데 앞니가 몽창 빠져있었다.
어떻게 때렸길래 저렇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전마리에요?”
“지금은······ 아닙니다.”
“그 마은······ 에전엔 헌터여다능······”
“……네.”
잭의 대답에 케이시는 수치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러저요.”
“……”
잭이 말없이 내려놓자 그녀는 입술을 말아넣고 실비아에게 향했다.
그렇게 둘이서 안부를 주고받고 얘기를 나눌 때 나는 잭에게 아까의 말에 대해 물었다.
“이걸 너한테 맡기라고 했지?”
“네, 보관하기에 좋은 장소를 알고 있거든요.”
“어딘데?”
“헌터들의 훈련기관입니다.”
그곳은 킬러에서 선별된 자들이 헌터로서 다시 태어나는 장소라고 한다.
스컬은 플로우와 히스테리칼 스트랭스, 두 가지 모두를 깨우친 자들을 그곳으로 보내고 그 중에서도 버서커의 힘을 손에 넣은 극소수의 자들에게만 헌터로 활동할 자격을 주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습니다.”
“특수재질?”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핵폭발에서도 끄떡없다고 들었습니다.”
“핵벙커인가?”
“아니요, 수련장소예요. 그 안에서 버서커를 익히다 폭주하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기능을 하죠. 익히는 과정에서 셋 중 하나는 광인이 되거든요. 버서커를 익힌 자와 그곳 관리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장소니까 그걸 보관하기에는 안성맞춤일 겁니다.”
빛도 없는 1평 정도의 공간에 사람을 가둬둔다고 한다.
버서커를 익혀야 나올 수 있고, 못 익히거나 그 과정에서 미치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근데 훈련기관이면 거기 있는 놈들은?”
“……”
순간 살의가 잭의 가슴속에서 번졌다.
그 대상은 내가 아니라 그 기관이었다.
“너 혹시 거길 없앨 생각이야?”
“네.”
“도와줘?”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해, 그럼.”
나는 그에게 테오를 봉인한 여의를 넘겨주었다.
어차피 내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금세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네, 저쪽 일이 끝나면 그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렇게 잭은 홀로 스컬의 훈련기관으로 향했다.
나는 그를 보낸 후 케이시와 실비아가 서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케이시.”
“에?”
“전에 그랬지? 퀸시를 맡아달라고.”
“……에.”
“맡아줄게.”
“전말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이팜탄의 불이 옮겨붙어 불바다가 된 와이너리의 포도밭을 바라보았다.
“전 세계에 불이 붙었거든, 네오휴먼이라는 불이.”
포도나무에 붙은 불길이 염력에 의해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료에서 불을 떼어놓으니 화재는 순식간에 진화되었고 하얀 연기와 검게 탄 포도밭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니 꺼야지, 이렇게.”
그러기 위해서라면 퀸시도 이용할 생각이다.
어차피 그 모든 일은 네오휴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
미합중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미국 정부의 우주기구로 사람들은 그 이름을 줄여서 나사(NASA)라고 부른다.
그 산하에는 다양한 기관과 연구소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시설은 존슨 우주센터였다.
그곳은 미션 컨트롤 센터이기 때문에 모든 유인우주선을 관제하고 계획을 총괄하는 본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그런 시설을 보기 위한 관광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관제센터만이 아니라 우주에서 가져온 월석과 토양을 비롯한 각종 우주물질 샘플이 보관된 금고가 있고, 그중에 제노라 이름붙여진 코어가 있었다.
초능력의 근원이라 불리는 네오사이트.
그 원형이라 불리는 코어를 사람들이 더 이상 연구하지 못하도록 내가 가져갈 생각으로 온 것이다.
승인은 이미 브라이언 볼드윈을 통해 받아놓은 상태고 말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주생물학자, 알버트 후버 박사가 나를 마중나왔다.
그는 나사에서 아레스(ARES)라는 천체물질 탐사연구부에 속해 있으며 부모님의 예전 직장동료이기도 했다.
참고로 그는 내가 두 분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위에서 연락은 받았습니다. 제노를 인계받으신다고···…”
“네.”
“실례지만 어디로 이관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극비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절 따라오십시오.”
알버트는 아쉬운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더 이상 캐묻지 않는 걸 보니 역시 그의 성향은 엄마의 말대로였다.
괜한 호기심으로 위험을 무릎쓰지 않는 타입.
그는 학자로서의 탐구심보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인생 목표라고 한다.
그러고도 어떻게 나사에 들어온 건지 모르지만 말이다.
“여기가 연구실입니다. 같이 들어가시겠습니까?”
“네.”
온갖 우주물질들을 모아놓은 곳이라니 구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는 나에게 멸균실에서나 볼 법한 흰색 방호복과 모자, 그리고 장갑과 신발을 건네주었다.
이는 오염은 물론 샘플을 지구의 대기에도 노출시키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었다.
“제노는 여기 없군요.”
내부에는 사각형의 밀폐상자가 죽 나열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서너 개의 샘플이 있었지만 전부 돌조각이나 흙이었고 구형의 모습을 한 코어는 보이지 않았다.
“안쪽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제노는 더 이상 메인이 아니라서요. 이쪽입니다.”
가장 깊숙한 장소로 향하자 정사각형의 투명한 샘플케이스들이 진열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케이스는 연구용 밀폐상자처럼 샘플의 성분변형을 막기 위해 질소로 채워져 있다고 했다.
알버트는 그 중 가장 큰 케이스가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게 제노로군요.”
들었던 대로 완벽한 구형에 메론정도 되는 크기.
검은색의 돌은 자연물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처음 이걸 봤을 때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신기해했었습니다.”
알버트는 제노를 바라보며 예전의 일을 입에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샘플과는 달리 코어는 오차 제로, 현재 인류의 기술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완전한 구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겉모양 말고는 별다를 게 없었죠. 성분이나 구조 등 모든 것이 평범했거든요.”
제노를 바라보며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는 모습과 마음속의 갈등으로 보아하니 마치 나에게 물을까말까 고민하는 듯 했다.
‘네오 셀 때문이겠지.’
그는 코어가 네오 셀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
과거 아버지가 베놈을 만드는 데 그의 도움을 받았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네오 셀이 초능력자의 세포라는 얘기를 들은 모양인지 제노가 이관되는 이유와 그게 연관되어 궁금증이 샘솟는 모양이었다.
“박사님.”
“네.”
“오늘 이후부터는 제노에 대한 걸 머릿속에서 지우셔야 할 겁니다.”
“물론 그럴 겁니다. ARES에는 자격이 없으니까요. 수십 년을 연구하고 밝혀낸 게 아무것도 없으니 이관되는 게 당연합니다.”
알버트는 멋쩍게 웃으며 제노가 든 케이스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끙차, 무거우니 조심하십시오.”
그의 말대로 돌덩이다보니 무게가 상당했지만 염력이 있기에 드는 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케이스를 들자마자 알 수 있었다.
과거 실비아가 알려준 대로라는 걸.
‘진짜 내 힘의 근원이 이거였나보네.’
능력이 증폭되는 걸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끝없이 말이다.
도대체 이게 뭐길래 사람들에게 이런 힘을 주는 걸까.
나는 문득 출처가 궁금해진 나머지 알버트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겁니까?”
“제노의 배경에 대해서 모르시는 건가요?”
“네, 실은 저도 제한된 정보만 제공받고 있는 실정이라서요.”
“그러시군요. 제노는 마지막 유인탐사선인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거라고 들었습니다.”
“달에서 직접 가져온 거였습니까?”
하기사 네오사이트는 운석이라고 부르지만 운석은 말그대로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암석이다.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구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도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달에 있었기에 그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라이언의 고성 지하우물에 있는 코어는 다소 파손된 상태였으니 말이다.
“네, 그래서 당시 달에 고대문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가설도 많이 생겼었죠. 누가 보더라도 자연물이 아닌 것이 달에 있었으니까요.”
“신기하네요.”
“신기하죠. 그래서 인류는 계속해서 우주연구를 하는 거고, 그곳의 신비를 개척하려는 거니까요. 그리고 전 우주생물학자로서 지구에 탄생한 생명의 기원이 우주에서 온 운석에 의해 유입된 성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제노에도 그와 관련된 비밀이 있을 거이라 생각하니 이관될 기관에서는 꼭 그걸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해주십시오.”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일까.
그는 네오 셀과 관련한 제노의 특징이 거기에 있다는 힌트를 주려고 저런 말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걸 탓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짐짓 모른 척하며 하얀 거짓말로 답해주었다.
“그렇게 될 겁니다.”
***
존슨 우주센터를 나오니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점 없는 새까만 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제각각 색을 뽐내고 있었다.
‘알버트 박사의 말대로 생명은 그렇게 탄생한 걸까? 그래서 우리들이 우주에서 온 돌에 영향을 받은 걸까?’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버지를 비롯해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제노를 사십 년이 넘도록 연구하고도 그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으니 오죽할까.
아마 메리엄처럼 수백 년을 살면서 집요하게 연구하지 못했다면 네오휴먼과 네오사이트의 상관관계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앞으로도 네오휴먼은 계속해서 생겨나는 거겠지?”
발생의 원인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어리에 있으니 그럴 것이다.
운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응?’
그 순간 하늘에 하얀 실선이 그려졌다.
게다가 하나였던 것이 점차 많아지며 이 타이밍에 우주 쇼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운석이 대기권에서 불타며 별똥별이 된다지만 저 중에는 있을 것이다.
완전히 타버리지 않고 지구에 떨어지는 네오사이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