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3
3화. 결심했다, 내 눈에 띄면 죽이기로
내가 처음 이 능력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개미 한 마리 덕분이었다.
고아원 운동장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보던 개미들의 행렬.
나는 무심코 그 중 한 마리를 떼어놓았다.
그러자 그 모습에서 나 자신이 보였다.
가족들과 떨어지고, 말을 못하고, 거대한 존재에게 학대당하며 휘둘리는 모습에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객관적으로 나를 보았다.
‘……’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버둥대는 개미를 보자 우스워졌다.
나라는 존재도 이토록 나약하고 하찮아 보이겠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날 버린 것일까.
그래서 원장이 나를 학대하고 고통을 주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실어증에 걸린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개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못하겠지.’
그랬을 것이다.
개미니까 손가락 사이에서 가지고 노는 것이지 호랑이라면, 사자라면 입장은 반대가 되었을 터.
나는 그 어린 나이에 나 자신이 너무도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그래야 버림받지도, 학대당하지도, 실어증처럼 바보 같은 병에 걸리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힘이 있어야 해.’
이 상황을 벗어날 힘.
무엇이든 좋으니 지금의 나를 구원해줄 힘이 필요했다.
문득 개미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도 나처럼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륵.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개미를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닥으로 떨어져야 할 개미가 공중에 그대로 멈춰있었다.
‘어라? 왜 이래?’
아무리 버둥거려도 개미는 공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개미의 위아래를 휘저어보았다.
혹시나 거미줄 같은 게 걸린 건지, 아니면 아래에서 위로 바람이 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런 거지? 내려가. 내려가라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개미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어라?’
내가 놀라서 멈칫하자 내려가던 개미가 다시 공중에서 정지했다.
그 모습에 무심코 생각했다.
올라오라고.
그러자 개미가 다시 솟아올라 손가락 위에 안착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한 후 확신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힘을 갈구하던 나에게 특별한 힘이 생긴 것을.
갑작스럽고 뜬금없었지만 엄마를 잃고, 말을 잃고, 자유를 잃은 그때 염력이라는 힘이 생긴 것이었다.
신체적인 접촉 없이 물리력을 발휘하는 힘.
처음 생각한 장점은 완벽한 은폐였다.
심지어 목격자가 있어도, CCTV에 찍혀도 증거가 남을 수 없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남몰래 연습을 거듭했다.
염력에 익숙해지고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의 무게를 늘렸다.
그리고 그 무게가 돌덩이에 이르렀을 때 원장을 살해할 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죽인 일이 아니었지만 죽음에 이르는데 일조를 한 것이니 반쯤은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염력이라는 힘 덕분에 지옥을 벗어나게 된 것이었다.
‘이제 더는 원장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겠지.’
미소고아원을 떠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앞으로는 되도록 염력도 사용하지 않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웬걸.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X같은 놈들이.
‘저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심하든 심하지 않든 그들에게서 원장의 모습이 보였다.
참을 수가 없었다.
시답잖은 정의감이 아니고, 살인에 취한 중독증상도 아니었다.
그저 내 눈앞에서 치우고 싶었다.
과거의 지옥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을.
그래서 결심했다.
내 눈에 띄면 죽이기로.
***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시간은 저녁 열두 시 반.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이유가 있다면 얼마 전 내 눈에 띈 놈의 활동시간이 지금이기 때문이었다.
-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잠옷을 벗었다.
곧바로 후드티와 트레이닝복 바지로 갈아 입은 후 거울 앞에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에 이부자리와 잠옷을 슬쩍 바라보았다.
-스르륵.
염력에 의해 이불이 정리되고 잠옷이 단정하게 개어졌다.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힘도 들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편리한 힘이었다.
방을 나와 거실을 스윽 훑어보았다.
그 흔한 소파도, 티비도 없다.
이사를 자주 하기 때문이었다.
거주지를 수시로 옮기는 것은 살인으로 인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띠리릭.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후드를 눌러썼다.
모자나 후드를 쓰는 것 역시 습관적으로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염력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해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까.
나는 염력이 세상에 드러나길 원치 않았다.
만약 이 능력이 공개되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실험을 당하는 거나, 최악의 경우엔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미소고아원의 기억 때문에라도 그런 상황에 처하는 건 되도록 피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도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일을 왜 하냐고?
좀 참으면 안 되냐고?
모르겠다.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아니면 참을성이나 인내 같은 내 안에 뭔가가 고장 났는지도.
어쩌면 그 답을 알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쯤 어디 있을 텐데······’
술집이 늘어선 거리에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나는 느긋하게 주변을 거닐며 놈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와장창.
역시 있다.
아니나 다를까 포차라고 적힌 식당에서 욕설을 지껄이며 나오는 남자가 보였다.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따라나와 따졌지만 그는 ‘카악, 퉤!’하고 침을 뱉고는 비척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뒷모습에서 몽둥이질을 하고 걸어가던 원장의 등이 겹쳐 보였다.
‘어떻게 처리할까······’
거리를 두고 천천히 뒤를 밟았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놈에 대한 일이 떠올랐다.
한 달 전이었을 것이다.
이 동네에 이사를 온 후, 놈을 본 것이.
어디를 가더라도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주정뱅이.
첫인상은 딱 그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중 그런 말을 들었더랬다.
-어휴, 저놈의 주정뱅이 또 나왔나보네.
사장님이 한숨을 짓자 단골로 보이는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또 한동안 동네 시끄럽게 생겼어요. 아니, 병원에서는 왜 계속 내보낸대요? 알콜중독 치료가 끝난 것도 아니면서.
-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세금이니까. 돈 때문에 계속 있을 수가 없는 거지.
-나참, 그럼 애초에 저놈한테 돈을 주지 말던가. 돈이 있으니 술을 처먹는데 돈을 왜 줘? 세금 아깝게.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깐. 왜 저런 놈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해주는지 모르겠어. 전과도 한, 두 개가 아닌데.
-전과도 있었어요?
-상습폭행, 협박, 기물파손, 업무방해 등등 말도 못하지. 참, 예전엔 강간도 했었지 아마.
-그런데도 기초생활수급비를 준다고요?
-그렇다니까. 그게 복지라더라고.
-X랄하네, 복지는 개뿔. 누군 뼈 빠지게 일해서 세금내고, 누구는 범죄 저지르면서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 편하게 살고. 나라 꼴 잘 돌아가네.
그때 난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었다.
저 사람이 피해를 주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신고? 경찰 불러서 해결되면 이 동네 사람들이 저놈 보고 한숨 쉬겠어요?
신고하면 더 심한 보복이 뒤따른다고 한다.
그렇게 쌓인 전과가 열 번을 넘고 말이다.
-에휴, 술이 웬수지 사람이 웬수냐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거죠 뭐.
술을 파는 업종이라 그런지 사장님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웃기는 소리다, 술이 원수라니.
당연히 사람이 원수 아니겠나.
그런 개소리가 있으니 주취감경이니 심신미약이니 하는 쓸데없는 제도가 있는 것이다.
내 기준에 그 말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개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띠링.
주정뱅이는 휘적거리며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잠시 지켜보자니 또 다시 알바생과 드잡이질을 시작했다.
하여튼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띠링.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알바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알바생은 손을 내젓고는 주정뱅이의 손에 든 소주병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그 와중에 욕설이 오고 가고 고성이 나왔다.
나는 오만원권 지폐 두 장을 건네며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이걸로 계산하라고 말했다.
“끄윽, 당신이 뭔데 대신 계산해? 돈 많다고 자랑해? X발!”
“네, 돈 많아요.”
나는 얼굴에 작업용 미소를 띄우고 도시락 두 개를 집어 들었다.
덤으로 담배까지 권했다.
이 정도면 일단 진정시키고도 남는다.
물질적인 이득이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비호감도 호감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놈의 수준은 결코 소주 두 병과 도시락 두 개, 그리고 담배 한 보루를 넘을 수 없다.
“크흠, 뭐 준다니 사양은 않겠수.”
주정뱅이는 봉지에 든 물건을 잽싸게 품에 안았다.
내가 말을 바꿀까봐 눈치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집에 가서 드세요. 날씨도 쌀쌀한데 길거리에서 드시지 말고.”
일부러 집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강압적인 말에 반발심이 일어나도록.
“카악, 퉤! 인심 썼다고 유세떨지 마쇼. 내가 어디서 먹든 뭔 상관이람.”
그는 한 손에 봉지를 들고 털레털레 편의점을 나섰다.
알바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후우, 생각해서 말해줘도 저러네. 진짜 왜 저렇게 살까요?”
“그러게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러려니 하세요.”
“…..후우, 네.”
“고생 많으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참, 이거 하나 드세요.”
알바생이 원플러스원이라 표기된 커피 하나를 꺼내 건넸다.
나는 사양 않고 그걸 받아들었다.
“잘 먹을게요.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알바생에게 인사 후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정뱅이가 향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니코틴을 충전하며 몇 걸음 걸었을까.
편의점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놀이터의 벤치에 주정뱅이가 있었다.
화단 하나를 건너 보이는 모습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새 소주를 까고 도시락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군.’
그의 입으로 들어가는 너비아니를 보며 순간적으로 집중했다.
염력을 사용하자 너비아니가 입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목구멍 깊숙이.
“케헥.”
걸렸다.
나는 못 본 척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주변을 훑었다.
이곳엔 지나가는 행인은 물론 CCTV도 없다.
게다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니 인근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도 없었다.
‘널브러진 술병과 도시락, 그리고 기도폐쇄. 완벽하네.’
타살의 흔적은 없다.
내일 아침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면 사고사로 처리될 터.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는 죽음인 것이다.
-탁, 탁.
담배불을 털어 끄고 골목길 으슥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기도폐쇄로부터 5분 경과.’
10분이 지나면 뇌사다.
그때는 발견이 된다해도 늦으니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었다.
쓰러진 주정뱅이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알바생이 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죽였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 때,
나는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