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이참에 이거나 시험해볼까?
‘분명 박미향이야.’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민성이 보내준 사진상의 얼굴로 바뀌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심지어 눈앞의 여자는 붓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진은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다 쳐도 어떻게 벌써 회복한 거지?’
그냥 닮은 사람인 걸까.
아니다, 닮은 정도가 아니라 사진과 똑같다.
킬러에게 한 번 죽을 뻔했기 때문인지 의심이 확신처럼 와 닿았다.
‘확인해보자.’
나는 아직 통화 중인 전민성에게 말했다.
“형, 주소 보내줄 테니까 이쪽으로 좀 와요.”
-뭐? 야, 안 돼. 부장님이 시킨 게 얼마나 많은지 아냐. 오늘 밤새……
“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야, 인마……
나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문자를 찍었다.
그 사이 그녀가 내 앞을 지나쳐 갔고, 나는 얼굴과 몸매를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척 하며 눈에 염력을 연결했다.
‘됐어.’
이걸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됐다.
다음으로 주변상황을 살폈다.
복도에는 많지는 않으나 웨이터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계속 오고가고 있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밟았다.
‘거리는 항상 10미터 이상을 유지해야해.’
트렌치 나이프를 가지고 있던 그놈을 생각하면 5미터 안쪽은 위험거리였다.
그러니 두 배인 10미터 정도는 되어야 안심도 되고 염력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저벅, 저벅.
그녀는 룸이 늘어선 복도를 지나 룸살롱 뒤쪽으로 향했다.
보통은 Staff Only라 적힌 직원들만 이용하는 장소가 제일 구석에 있다.
그리고 그곳엔 옷을 갈아입으러 간 최미연도 있을 것이었다.
‘설마……’
박미향으로 예상되는 여자가 그곳으로 향하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최미연의 말을 들었을 때 든 생각.
한설아에 대해 조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내용 말이다.
그때 직원실 앞에서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내 쪽으로 향했다.
“거기 오빠, 내가 마음에 든 모양인데 저 오늘 영업 끝났어요.”
“누가 오빠야? 내가 열 살은 더 어린데.”
“……”
“수술했다고 어려지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박미향?”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빠르게 허벅지 쪽으로 움직였다.
‘역시 맞구나!’
나는 곧바로 연결해놓은 눈알을 뽑아버렸다.
이어서 허벅지로 향했던 손을 비틀어 꺾고, 입을 벌려 혀로 목구멍을 막았다.
눈알이 뽑혀 패닉에 빠졌는지 저항은 거의 없었다.
“어으으……”
이어서 양쪽 어금니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금니 가운데를 당기고 돌리니 각각에서 흰색과 검은색의 캡슐형 알약이 빠져나왔다.
흰색은 김재오의 어금니 속에 있던 것과 같았다.
-칙칙.
그놈에게서 얻었던 클로로포름 용액을 손수건에 묻혀 날려 보냈다.
그걸로 코와 입을 막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오기 전에 뺐던 눈알을 다시 집어넣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때 그녀의 귀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인이어?’
블루투스 이어폰보다 작은 인이어가 그녀의 귀속에 있었다.
나는 염력으로 그걸 빼서 내 귀에 꽂았다.
아무 소리가 안 들리기에 손으로 터치를 해보았다.
-네, 타겟은 확보했습니까?
공범이다.
인이어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변조가 되어있어 성별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뒷문으로 나오십시오. 소각차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각차?
설마 시체를 소각할 수 있는 차를 말하는 건가?
흑룡파와 달리 이놈들은 이동식으로 만들어서 끌고 다니는 모양이다.
‘이런 X새끼들······’
나는 박미향을 앞세워 뒷문으로 향했다.
공범을 잡기 위해서였다.
-찰칵.
문을 연 후 그녀를 걸어서 나가게 만들었다.
뒷문은 지하에 있기에 계단을 걸어 올라가 지상에 발을 내딛은 그때였다.
박미향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곧바로 인이어에서 지시가 들려왔다.
-좌측 골목입니다.
지시대로 움직이는 동시에 계단벽에 딱 붙어 상하좌우를 살피며 인이어 속 목소리의 주인이 어디서 보고 있는지 찾으려 했다.
‘차 안에 있나?’
좌측 골목에는 2.5톤 트럭이 시동을 켠 채 대기 중이었다.
그때 트럭의 뒷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 속에는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놈을 염력으로 잡아당겼다.
균형을 잃은 놈은 트럭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파라락.
다시금 손수건이 날아가 놈의 얼굴을 덮었다.
쓰러지는 건 금방이었다.
박미향도 그렇고, 저놈도 제법 덩치가 있는데도 효과가 즉시 발휘되는 걸 보면 그저 평범한 클로로포름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놈의 귓속에 인이어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없다!’
이놈이 아니다.
다른 장소에 또 다른 공범이 있는 것이었다.
‘멀지 않아. 이 근처에 있어.’
보고 있는 것이다.
계단에 박미향을 올려 보냈을 때 좌측이라고 방향을 말해주었으니.
그때였다.
-부릉.
골목 반대쪽에서 엔진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검은색 준중형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저 차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쫓아가긴 늦었다.
나는 측면에서 보이는 사이드미러에 염력을 연결했다.
‘도망 가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죽여줄 테니까.’
그리고는 인이어를 귀에서 빼고 발로 짓밟았다.
-지이잉.
최미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모양이었다.
“네, 누나.”
-너 어디야?
“어디가지 말고 거기서 잠깐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민성이 형도 올 거거든요.”
-민성이가? 그새 전화했어?
“네, 그러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박미향과 소각차에 있던 놈을 트럭 화물칸 안쪽으로 던져 넣었다.
-끼익.
나는 음산한 소리와 함께 화물칸의 뒷문을 닫았다.
-쿵!
***
“으음······”
박미향이 깨어났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일어났나?”
“익!”
“움직이진 못할 거야. 자고 있을 때 팔다리를 부러뜨려 놨거든.”
“…..!”
“참! 어금니 속에 있던 약도 빼놨으니까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순간 턱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염력으로 입을 벌렸다.
“어디서 혀를 깨물려고 그래?”
“으극······”
이대로 두면 다시 자살하려고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염력으로 이빨 하나, 하나를 뽑기 시작했다.
-뿌득.
“……으!!”
-뿌득.
“으으…… 아해우해여.”
“안 깨문다고?”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입에서 침과 피를 질질 흘렸다.
눈알이 뽑히며 흘러내린 피가 얼굴에 말라붙어 있는데다 입에서도 피를 흘리니 처참해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약해질 내가 아니다.
나는 싸늘한 눈초리로 사정없이 이빨을 뽑기 시작했다.
갯수는 발음에 크게 문제가 없는 정도로.
-뿌득, 뿌득, 뿌득, 뿌득.
“으! 으으! 윽! 윽! 으으으……”
“또 허튼 짓 해봐. 눈, 이빨, 그 다음에는 뭘 뽑을지 나도 궁금하니까.”
“으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니 기가 죽은 모양이다.
그때 그놈과는 사뭇 다르다.
여자라서? 아니면 신입이라 이런 걸까?
“지금부터 몇 가지 질······”
나는 말을 하다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트럭에 있었던 남자가 처음 그대로의 상태로 누워있었다.
하지만 봤다.
놈이 곁눈질로 방금 그걸 보고 동요하는 모습을.
“눈 떠.”
“……”
“뜨기 싫어? 눈 뜨기 싫으면 너도 뽑아줄까?”
“……!”
“그래 뽑자. 쓰지도 않을 거 달고 다니면 뭐해?”
“사, 살려주십시오.”
나는 그를 보며 되물었다.
“넌 그 말 듣고 살려준 적 있나?”
“…….”
“그래, 없겠지. 애초에 살려줄 거면 이런 차를 끌고 다니지도 않을 테니까.”
“……”
“너도 이 여자처럼 청부업자야? 아니면 브로커?”
“저, 저는 그냥 장의삽니다. 저 사람들이 시체를 가져오면 태우는 일만 합니다.”
나는 화물칸 내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장의사면 이 소각차, 네 거겠네?”
“네, 네……”
“그럼 여기 있는 이것들도 다 네가 쓰는 거고?”
나는 벽에 걸려있는 망치, 채찍, 구속구, 밧줄, 수갑, 와이어, 전기충격기 등을 보며 말했다.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쓰였는지 상상이 가는 물건들이었다.
“그, 그게……”
“예, 아니오.”
“……예.”
“이런 걸 보면 여기서 시체만 태운 건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내 질문의 의도를 안다는 뜻.
또한 긍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사정없이 놈의 눈알을 뽑아버렸다.
“으아악!”
“대가리 굴리면 이렇게 되는 거야. 대답은 빠릿빠릿하게 해야지.”
나는 두 년놈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이름.”
“이경홉니다.”
“박…… 미향이에요.”
“아까 도망친 검은 차, 누구지?”
대답은 이경호에게서 나왔다.
한 번 경고를 먹었다고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그 여자가 브로컵니다.”
“여자면 혹시 박미향 네가 출소했을 때 왔었던 두 사람 중 한 명인가?”
“……네.”
박미향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고 보니, 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얼굴을 바꾼 거지?”
“네?”
“퀸에서 수술한 거 모를 줄 알아? 내 말은 어떻게 벌써 회복했냐는 거야.”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뼈를 깎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게 언젠데 붓기가 전혀 없는 게 말이 돼?”
“모, 모르겠어요. 수술 후에 의사가 준 약을 먹고 나니 며칠 만에 가라앉더라고요.”
“약? 무슨 약이기에 그런 효과가 있는 거지?”
무릎이 박살나고도 각성제를 먹고 움직였던 김재오가 떠오른다.
그때도 그랬지만 박미향이 말하는 약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약들을 만들었을까 싶다.
“저도 몰라요. 그냥 주는 걸 먹었을 뿐이에요.”
정말 모르는 눈치다.
생각해보면 그 약에 대해서 잘 아는 건 그걸 준 의사일 것이다.
그럼 그놈을 조지면 알 수 있을 터.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최미연을 노린 이유가 뭐지?”
“……!”
“내가 모를 거라 생각 하지마.”
둘 다 입을 열지 않는다.
역시 한 번 더 푸닥거리를 해야 하나보다.
“그래, 눈알을 뽑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거지?”
“그, 그 여자를 죽이라는 의뢰가 들어왔고 수행하려 했을 뿐이에요. 이유는 몰라요.”
역시 타겟이 최미연이었구나!
당장이라도 찢어죽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안 된다, 참아야 한다.
한설아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죽여도 늦지 않다.
“저, 저는 브로커가 호출해서 왔을 뿐입니다. 의뢰가 뭔지도 모릅니다.”
“결국 둘 다 모른다, 이거네?”
“정말이에요! 브로커가 이유 같은 건 알려주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고 했다고요!”
“저 여자 말이 맞습니다! 그런 세부사항은 의뢰인과 연결되는 브로커만 알고 있는 게 업계 통념입니다!”
변명이 그럴싸하다.
살인의 이유를 여기저기 떠벌리는 건 상식적인 행동이 아니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안 된다.
그랬다간 이 두 년놈의 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참에 이거나 시험해볼까?’
나는 박미향의 입속에서 빼낸 두 개의 캡슐을 만지작거렸다.
튜브형 감기약처럼 생긴 알약.
하나는 검은색이고 하나는 흰색이다.
김재오의 경우로 판단컨대 흰색은 각성제.
검은색은 반대로 즉사가 가능한 독이 아닐까?
‘김재오는 은퇴한 놈이고, 박미향은 신입이니 다를 수도 있어. 한 번 검증해보자.’
실험체도 둘, 약도 둘.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