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불 지르기 전에 당장 나오기나 해
나는 당장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기 때문이었다.
‘산개?’
놈들은 일정거리를 두고 포위하듯 산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그리고 사방을 경계하는 모습.
그걸 보니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근방에 숨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는 것을.
‘감지기 같은 게 있나?’
그럴 수도 있다.
사람 죽이는 놈들이 모여있는 장소니까.
또 다른 의심이 가는 것은 박미향의 스마트폰.
혹시나 싶어 전원을 꺼놓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추적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통화기능도 그렇고 뭔가 첨단기능이 많이 적용된 걸로 보이니.
‘일은 벌어졌으니 준비나 하자.’
나는 그 자리에서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그리고 공중에 띄운 후 바닥에 있던 죽은 나뭇가지를 묶었다.
대역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그대로.’
허수아비를 만든 후 공중으로 부양해 나무 위에 자리 잡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놈들이 보였다.
‘어디 한 번 낚아볼까.’
허수아비가 사사삭 소리를 내며 산등성이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놈들도 날듯이 달려와 내 아래를 지나쳐갔다.
그 순간 깁스 위에 감아놓은 와이어 한 가닥을 허공에 풀었다.
노리는 건 최후방에서 달려가는 놈이었다.
“……!”
목이 감긴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얇은 철사가 살을 파고들며 경동맥까지 잘라버린 것이었다.
‘일단 한 놈.’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산위로 향하는 또 다른 한 놈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나는 내 귀가 의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퓽, 퓽퓽.
놈들이 허수아비를 향해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쏘는 것이었다.
‘이것 봐라, 총도 있다고?’
내심 긴장감이 들었다.
한두 놈도 아니고 모두가 총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염력도 총알은 막을 수가 없으니 신중하게, 그리고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소나무 위에서 바짝 붙었다.
-사사삭.
그 순간 놈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두 놈은 계속 허수아비를 쫓아 위로 향하고, 나머지 둘은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놈이 당한 걸 알았구나.’
이렇게 빨리 알았다면 필시 통신수단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박미향의 귀에 있던 소형 인이어 같은.
‘두 놈 다 동시에 죽여야 해.’
첫 번째 놈처럼 목을 조르긴 힘들었다.
한 손은 권총을, 다른 한 손은 귓가에 댄 것이 통신을 유지해 인이어로 동료의 이상상황을 바로 확인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와이어 가닥 두 개를 허공에 풀었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빳빳하게 세웠다.
‘허수아비 연결은 이쯤에서 끊고.’
이제 두 개의 와이어 가닥에만 집중했다.
-쉿.
두 개의 창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목표는 죽은 놈을 향해 다가가는, 등을 보이고 있는 두 놈이었다.
“컥!”
“끄억!”
파공음도 없이 날아간 와이어 가닥이 그들의 등을 꿰뚫어버렸다.
끝을 사선으로 잘라 날카롭게 해놓은 덕분에 한 방에 관통된 것이다.
‘심장을 빗겨 맞았을 수도 있으니까.’
와이어 가닥을 조종해 놈들을 바느질하듯 가슴과 목, 얼굴을 마구잡이로 꿰맸다.
어둡고 거리까지 있다 보니 그런 식으로 확인사살을 한 것이었다.
-사사사삭.
위에서부터 낙엽 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라갔던 놈들이 서둘러 내려오는 모양이었다.
‘흐음……’
내려오는 경로가 지그재그다.
게다가 수풀을 이용해 은폐를 하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저격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래서는 와이어를 쓰기 힘들겠네……’
그때 그놈에게서 얻은 검은색 손수건과 클로로포름 스프레이를 꺼냈다.
여기서 칙칙 소리를 내면 위치를 들킬 테니 뚜껑을 열고 용액을 부어 손수건을 적셨다.
‘아깝다. 몇 번은 쓸 양인데.’
이 한 번으로 대부분을 써버렸다.
놈들이 같은 걸 가지고 있길 바라면서 손수건을 허공에 날려 보냈다.
***
-사사삭.
코리우스는 죽은 포플러와 시클라멘을 수풀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뭐야 이건 도대체······’
마치 철사에 꿰인 듯한 모습.
가슴과, 목, 얼굴 부위를 철사가 지나간 상태였고, 심장이 뚫린 탓에 과다출혈로 죽은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
그때 크레오메를 확인하러 간 매리골드가 인이어를 통해 말했다.
-크레오메는 쇠줄에 목이 감겨 죽었어.
“뭐?”
-쓰러진 걸로 봐서는 뒤에서 당한 것 같은데…… 이상해, 분명 지나칠 때 위장해 있을 만한 곳을 확인했는데.
“이상한 걸로 따지면 그 후드티도 그렇지. 줄이 묶인 것도 아닌데 산 위로 우리를 유인했으니까.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코리우스.
“X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이쪽으로 오기나 해. 놈은 아직 이 근처에 있으니까.”
매리골드는 지체하지 않고 돌아왔다.
세 사람이 당한 이상 둘이서 함께 움직여야 했다.
“포플러와 시클라멘은?”
코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죽었어.”
“저격이야?”
“아니, 흉기는 같은 쇠줄인데 교살은 아니야. 직접 봐.”
매리골드는 수풀 속 두 사람의 시체로 다가갔다.
“이게 무슨……”
그 역시 코리우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때 매리골드의 눈에 시클라멘의 목 아래에 있는 손수건이 들어왔다.
‘시클라멘은 분명 이런 걸 안 했는데.’
그가 손수건을 집어 드는 그때였다.
갑자기 손수건이 살아있는 듯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몸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힉!”
너무 당황한 나머지 수풀 속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손수건을 떼어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 손수건이 몸에서 떨어지더니 다시 달려들어 얼굴을 덮었다.
매리골드는 손도 쓰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
코리우스는 그 모습을 보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검은색 천 조각이 저절로 움직여 매리골드의 얼굴을 덮어버리는 것을.
‘X발, 도대체 뭐야……’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사방을 돌아보며 권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아무리 뚫어지게 보아도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건가?’
그때였다.
-파사사삭.
왼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퓨퓨퓽.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오른쪽이었다.
-사사사삭.
-퓨퓽, 퓽. 탁, 탁.
당황한 나머지 마구 갈겼기 때문일까, 총알이 금세 바닥나버렸다.
코리우스는 탄창집에서 새 것을 하나 꺼냈다.
“안 되지.”
어둠 속에서 들려온 말과 함께 탄창이 비틀리며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권총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리우스는 잠시 당황했지만 반사적으로 나이프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런데,
-찰칵, 철커덕.
자신의 손을 떠났던 탄창과 권총이 허공에서 결합되더니 장전을 하고 총구를 겨누었다.
“X바아알!”
-퓽.
짧은 소음과 함께 그의 이마에 콩알만한 구멍이 뚫렸다.
***
나는 놈들을 한데 모으고, 와이어 가닥과 손수건을 회수했다.
그리고 입을 벌려 검은색, 흰색 알약을 뽑아냈다.
각각 다섯 개씩.
이것으로 수중에 다섯 개의 독약과 각성제를 손에 넣었다.
언제고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또 쓸 만한 게 없나······’
뒤져서 나온 건 권총과 군용나이프가 전부였다.
혹시나 트렌치 나이프가 있는지 보았으나 전부 평범한 대검.
아무리 암습을 했다지만 대응하는 걸로 보아 이놈들 다섯은 그 한 놈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놈은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르륵.
와이어 가닥을 움직여 기절한 놈의 양손과 양발을 묶었다.
그리고 놈의 신발을 벗겼다.
‘발가락은 신경이 모여 있는 장소니까 정신이 번쩍 들겠지.’
와이어 가닥의 끝부분이 발가락 끝을 파고 들어갔다.
반 마디 정도 들어갔을까, 기절했던 놈이 눈을 번쩍 떴다.
예상은 했지만 효과가 직방이다.
“깼어?”
나는 혀로 목구멍을 막은 후, 와이어 가닥을 발목까지 이동시켰다.
“으으으읍!”
놈은 고통에 발버둥 치면서도 눈을 굴려 나와 쓰러져있는 놈의 동료들을 번갈아 훑었다.
“걱정마라, 너도 저놈들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
“끄으읍!”
나는 그 상태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놈의 무릎을 툭 건드렸다.
“다음은 여길 지날 거야.”
이어서 낭심.
“그 다음은 여기.”
배에서 원을 한 바퀴 그리고 명치와 가슴을 지나 목과 정수리를 차례대로 건드렸다.
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장담할게. 고통이 말도 못 할 거야.”
“……으으으.”
“지금부터 질문을 몇 가지 할 거다. 살려주진 못하지만 잘 대답해주면 이걸로 고통없이 보내주지.”
권총을 보이며 말했다.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목구멍에서 혀를 빼주었다.
“이름.”
“매리골드입니다.”
“매리골드? 코쟁이도 아니면서 이름이 왜 그따위야?”
“이, 이쪽 업계 분이 아니십니까?”
“혹시 코드네임 뭐 그런 건가?”
“그렇습니다.”
같잖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
청부업자 주제에 말이다.
“저 집은 뭐하는 곳이지?”
“브로커가 관리하는 안가입니다.”
“안가?”
“프로젝트, 그러니까 의뢰 수행 전에 장비를 인계받는 장소로 쓰입니다.”
“장비?”
“무기류를 말하는 겁니다. 들고 계신 총 같은 거 말입니다.”
“저 안에 몇 명이나 있지?”
“지금은 브로커 혼자 있습니다.”
“흐음, 그놈 빼고는 너희들이 전부고?”
“그렇습니다.”
한 놈에 차 한 대라는 말이다.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어쩌면 거짓말로 둘러대서 나를 위험에 빠트리려는 수작일지도 모르니.
‘기다리다보면 알게 되겠지.’
나갔던 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저 집에 CCTV나 몰카 같은 게 있나?”
“……제가 알기로는 그런 건 없습니다. 있었으면 저기서 총을 인계받지 않겠죠.”
“그럼 감지기 같은 보안장치는?”
“없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놔두는 폐가라서 그런 게 필요가 없습니다.”
“따로 비밀통로 같은 건?”
“없습니다.”
“확실해? 브로커만 알고 있는 통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물음과 함께 와이어 가닥을 낭심 바로 옆까지 이동시켰다.
소중이가 피오줌을 싸는 걸 보기 싫으면 확신을 달라는 의미였다.
“끄으윽, 확실합니다. 안가는 기존에 있는 시골주택을 사서 사용하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합니다. 주기적으로 바꿔야하니 그런 건 절대 없을 겁니다.”
“좋아, 다음 질문이다. 오늘 모인 건 무슨 의뢰 때문이지? 다섯이나 모였으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후욱, 후욱. 브로커가 갑자기 전화를 해왔습니다. 안가로 와달라고. 그리고 자기들 조직을 노리는 놈들이 있는 것 같다고······ 으윽, 이것 좀 빼주십시오.”
낭심을 뚫고 들어간 것도 아닌데 엄살은.
나는 놈이 반격할 기회를 노린다고 여겨 조금도 빼주지 않았다.
“시끄럽고. 혹시 박미향과 이경호에 대해서 말하던가?”
“네, 네. 두 사람을 죽인 자를 죽이라고······ 으윽, 위치추적······.으으윽. 제발 이것 좀……”
나를 죽이기 위해 모은 것이구나.
하룻밤을 넘기지도 않고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니.
-뻐억.
권총으로 뒷목을 내려쳐 기절을 시켰다.
혹시 브로커를 사로잡지 못하면 다시 와서 고문을 할 생각이었다.
안가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여태 잠잠한 걸 보면 혼자 있는 게 맞긴 한가본데.’
나는 네 개의 총은 숨겨두고, 하나만 허리춤에 끼고 주택으로 다가갔다.
담벼락에서 마당을 살피니 여전히 움직임은 없었다.
‘일단 차부터.’
대검을 날려 여섯 대의 차량 바퀴에 바람을 빼버렸다.
이걸로 차량을 이용한 도주는 막은 것이다.
‘너무 조용한데. 낌새를 눈치 채고 대비라도 하는 건가?’
실내는 불조차 켜지 않고 어두컴컴했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이 보였다.
‘아마도 총을 겨누고 있겠지.’
그렇다면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게 만드는 게 낫다.
나는 박미향에게서 빼앗은 폰을 꺼내 전원을 켜고 전원버튼을 세 번, 그리고 짧게 한 번을 더 눌렀다.
그러자 자동으로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뚜르르르.
연결음을 들으며 기다리는 그때였다.
착신음이 짧게 들리더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누구야? 왜 우릴 노리는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불 지르기 전에 당장 나오기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