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사실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의심이 든다
“이딴 칼이 뭐라고 리 대인께서 알 거라는 기야?”
트렌치 나이프를 집어든 놈이 나를 향해 칼을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니 이름이 뭐내? 어디서 왔어?”
“후우······”
말 더럽게 안 듣네.
-푸욱.
트렌치 나이프를 움직여 놈의 턱 밑에 냅다 꽂았다.
순간적으로 힘을 가했기에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옆에서 보기엔 마치 놈이 자기 손으로 자살한 듯이 보였을 것이다.
“야! 니 뭐하는 기래? 정신 나갔니?”
-끄륵, 끄으으으.
입에서 피를 쏟은 놈은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절명했다.
나는 죽은 동료를 보며 눈만 끔벅거리는 놈을 향해 말했다.
“딱 보니까 너도 좀 머리가 딸리는구나?”
“니, 이거 니가 그런 거야?”
“휴우, 역시는 역시네.”
“이 X간나 새끼가!”
등 뒤의 허리춤에서 손도끼가 나온다.
-쩍!
“꺽!”
손도끼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염력에 의해 제 주인의 머리통을 찍었다.
리 일가.
직접 겪어보니 입도 가볍고, 대응도 제대로 못하는데다 멍청하기까지 하다.
블룸과 비교하면 머릿수만 많고 급이 떨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안쪽에는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들이 있으려나.”
나는 죽은 놈의 턱밑에서 트렌치 나이프를 빼내 옷에 칼날을 닦고 골목 안쪽으로 움직였다.
***
회합이 끝날 무렵,
리 일가의 호위대장 샤오룽이 접객실로 들어왔다.
그는 리첸지의 귀에 대고 귓속말로 보고를 올렸다.
“뭐? 그게 정말이야? 확실해?”
“그것이 모조품은 아닌 것 같지만 달리 신분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확실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그건 둘째 치고, 우리 말고 다른 조직들도 같이 보자고 한다고?”
“네, 말하는 걸로 봐서 회합이 있는 걸 알고 온 것 같다고 합니다.”
“흐음······”
그 모습에 김선생이 대표로 물었다.
“리 대인, 누가 우리 회합을 알고 찾아온 겁니까?”
아사드 캄과 견주 역시 궁금증을 얼굴에 드러내며 리첸지를 바라보았다.
외부인이 회합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오늘을 노리고 찾아왔다는 것에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샤오룽.”
리첸지의 말에 샤오룽이 나이프 한 자루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걸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소문으로만 듣던 그거 아니오?”
견주가 먼저 손을 내밀어 트렌치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맞소, 스컬의 킬러들을 상징하는 나이프.”
아사드 캄이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그는 과거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외국에서 용병생활을 했기에 이 자리의 누구보다 스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해골 갯수로 보아 스컬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가 온 모양이오.”
“이 해골모양 구멍 말이오?”
견주의 말에 아사드 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해골이 많을수록 실력이 좋다고 보면 되오.”
“흐음, 그건 처음 듣는 얘기군. 헌데 그런 자가 한국에······ 그것도 우리를 만나러 왔다? 무슨 목적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소?”
그 물음에 답을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아사드 캄이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한 번 만나봅시다. 신분을 밝히고 예를 갖추는 거 보면 해코지를 하려고 온 건 아닌 듯 하니 말이오.”
그의 말에 샤오룽이 말했다.
“그리 예의 있진 않았습니다. 그자의 손에 저희 일가의 조직원이 네 명이나 죽었으니까요.”
“고작 네 명? 그 정도면 충분히 정중한 것 같은데.”
“……”
샤오룽이 말을 아끼자 리첸지가 물었다.
“스컬, 그놈들이 그리 뛰어나오?”
“중국에서 몇 명 암약한다고 들었는데 한국 오기 전에 못 만나봤나보오.”
“……”
“어디보자, 샤오룽 저 친구정도면 리 일가에서 한 손에 꼽히는 실력자 아니오?”
“그렇소.”
“여기 비교할 대상이 저 친구뿐이니 이해하시오. 참고로 그가 스컬에 들어가려 해도 정식일원이 되지 못할 거요. 뭐 견습이면 또 모르겠지만.”
“……!”
“뭐 내 개인적인 평가니까 너무 기분 나빠 하진 마시오.”
리첸지는 상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자 상당히 놀랐다.
아사드 캄이 샤오룽의 실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개인적인 평가라도 신빙성이 높은 주장이라 할 수 있었다.
“아까 그대가 말한 칼리완과 비교하면 어떻겠소?”
“흐음, 칼리완 정도면 정식일원이 되고도 남을 거요. 해골을 몇 개까지 얻을 수 있는지는 붙여봐야 알겠지만.”
그때 리첸지의 뒤에 있던 샤오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은 스컬의 일원이 될 수 없어도 카람빗의 신입은 가능하다는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었다.
“이런, 오해하지 말게. 난 리 일가의 실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니까.”
아사드 캄의 말에 리첸지가 끼어들었다.
“카람빗의 실력이 좋은 건 여기 있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니오. 샤오룽.”
“네, 대인.”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구나.”
“아닙니다.”
“녀석.”
리첸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내린 결정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리 식구를 죽였는데 칼 한 자루만 보고 여기까지 들이면 조직의 권위가 살지 않겠지.”
“……”
“샤오룽, 가서 그자의 목을 가져와라. 실력이 너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스컬의 일원도 아닐 테니까.”
반대로 샤오룽이 죽는다면 스컬의 일원이라는 의미.
그는 트렌치 나이프 외에 신분을 확인할 방법으로 실력검증을 선택한 것이었다.
“네 대인. 명을 받들겠습니다.”
***
잠시 후,
접객실 밖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회합의 참석자들은 그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실력검증이 끝났음을 암시하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럴 게 아니라 나가서 보는 게 어떻소?”
견주가 기다리지 못하고 의중을 물었다.
다들 결과가 궁금한지 그의 말에 동의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첸지를 필두로 아사드 캄, 견주가 그 뒤를 따르고 맨 뒤에서 김선생이 늙은 노구를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대인!”
열 명의 호위대 중 한 명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는 샤오룽의 부장이었다.
“어떻게 됐느냐?”
“그, 그것이…… 샤오룽 대장이 칼을 꺼내더니 갑자기 자기 목에 칼을 찔러 넣었습니다.”
“뭐?!”
그때 장원 가운데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던 호위대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걸어왔다.
“환영인사가 제법 인상적이더군.”
리첸지는 당황스러웠다.
상대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보낸 수하가 돌연 자살을 하다니.
그런데 상대의 반응을 보니 그가 모종의 방법으로 그렇게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과연 소문의 스컬이라고 할까.
직접 보니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가 끝났으면 내 물건은 그만 돌려주지 그래?”
그 말에 리 일가의 호위대가 손도끼를 꺼내며 살벌한 눈빛을 보였다.
“저 간나 새끼가 계속 뭐라는 거이가?”
“어린놈이 혓바닥이 짧내.”
“대인, 말씀만 하시라요. 내 저 X간나 새끼 대갈통을 찍어 버릴라니.”
리첸지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을 제지했다.
“다들 조용.”
“……”
“자네가 스컬인 걸 안 이상 무기를 소지하게 하는 건 곤란하네. 그러니 떠날 때 돌려주도록 하지. 우릴 찾아온 용건이 무엇인가?”
그의 물음에 사내는 말없이 견주 쪽을 힐끔거렸다.
마치 자신의 나이프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듯.
그리고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앞으로 한국에서 지낼 생각이라 일거리가 필요해서 말이야.”
“일거리?”
“스컬에서 나왔거든. 때려 치고 고향에 돌아왔는데 피를 안 보니까 영 심심하더라고. 그래서 왔는데 오길 잘했지 뭐야. 오자마자 이렇게 피를 보고 말이지.”
“……”
그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사드 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허면 소속을 찾는 것이오? 그런 거라면 우리 카람빗에 들어오는 게 어떻소?”
“아니, 우리 유령개로 오시오!”
견주까지 나서며 그를 영입하려 했다.
그 모습에 리첸지도 서둘러 입을 열었다.
“크흠, 우리 식구가 되면 돈이든 살인이든 적극 지원할 의향이 있네만.”
“흐음······”
사내는 턱을 쓰다듬더니 맨 뒤의 노인, 김선생에게 말했다.
“거기 노인네는 왜 가만있지?”
“저는 브로커입니다.”
“브로커? 그럼 그쪽과 개인적으로 거래를 틀 수도 있나? 브로커면 이런저런 일을 따오는 사람일 거 아냐?”
“그건 그런데······”
그가 머뭇거리자 견주가 소리쳤다.
“김선생, 일감은 우리에게만 주는 걸로 몇 년 전에 얘기가 끝났잖소.”
“무, 물론 그렇습니다.”
“근데 왜 직거래는 안 된다고 말을 못하는 거요?”
“……하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아사드 캄도 끼어들며 말했다.
“그런 건 바로바로 답을 해야지. 협약을 깨면 서로 간에 좋지 않을 거요, 김선생.”
“네, 네······”
그때 사내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이거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내 거취를 정하려면 당신들 조직이 무슨 장점이 있는지도 들어봐야 할 거 같은데.”
***
나는 그들을 따라 접객실로 향했다.
내부는 중국식당에서 볼법한 회전식 둥근 탁자가 있었고, 각종 도자기와 멋들어진 필체의 족자와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자리에 앉자 리첸지가 직접 차를 따르며 말했다.
“철관음이라는 거네. 풍미가 괜찮으니 들어보시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차는 됐으니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하자고.”
“허허, 아까부터 보았지만 직설적이고 화끈한 성격인 것 같군. 그러지 말고 원하는 조건을 말해보게.”
“원하는 조건이라······”
“기준이라도 있으면 의견을 조율하는데 더 용이하지 않겠나.”
“내 기준은 하나야. 최대한 많은 피를 손에 묻힐 수 있는 기회. 당신들 중 어느 쪽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김선생이라는 노인에게서 나왔다.
아무래도 그가 브로커다 보니 그런 모양이었다.
“각각의 조직이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일감을 제외하고, 제가 가져오는 의뢰 중에서는 유령개가 근소하게 많습니다.”
“유령개라면 저쪽이로군.”
“네, 저기 계신 견주께서 유령개를 맡고 계십니다. 유령개는 저를 통한 청부살인이 재정의 전부다 보니 비중이 약간이나마 높은 상황입니다.”
나는 트렌치 나이프를 소지하고 있는 비쩍 마른 중년남자를 바라보았다.
만약 미소고아원에서 염병한이라는 이름으로 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저놈의 밑에서 유령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유령개는 몇 명이나 되지? 기존의 인원이 있을 텐데 내가 먹을 파이가 있나?”
견주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답했다.
“인원은 서른 정도 되지만 대부분 조련이 안 끝난 것들이고 현장에서 뛰는 사냥개들은 다섯 마리가 전부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세 마리가 크게 다쳐서 고민이었는데 우리 쪽에 오면 얼마든지 기회를 드리겠소.”
저자의 말투에서 알 수 있었다.
소속 인원들을 진짜 개처럼 생각한다는 걸.
“생각 좀 해봐야겠군. 그쪽, 카람빗은 어때?”
“우리는 세 곳 중 살인을 할 기회가 가장 적을 거요. 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소.”
“뭐지?”
“의뢰의 수준이 가장 높소. 개개인의 실력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기에 요인암살도 자주 맡는 편이고. 당신 정도면 일반인 따위는 아무리 죽여도 감흥 없을 테니 우리 쪽으로 오시오.”
타겟의 실력, 혹은 의뢰의 난이도에 따라 카람빗과 유령개가 맡는 분야가 다른 것이다.
나는 리 일가에 대해서도 파악할 겸 물었다.
“그쪽은 무슨 장점이 있지?”
“그대가 말한 조건에는 맞지 않겠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 확실한 서포트를 약속하겠네.”
“예를 들면?”
“뭐 약, 여자, 총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신분세탁이나 다른 나라로 밀입국하는 것도 지원해줄 수 있네. 한국에서 지내는 게 지루할 것 같고 언젠가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이라면 우리를 택하는 게 나을 걸세.”
“흐음, 총기도 구할 수 있다라. 어떤 게 있는지 물건 좀 볼 수 있나?”
“오늘은 회합의 자리라 준비된 물건이 없네. 중화기 외에는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되네.”
사실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의심이 든다.
‘정말 없을까?’
한 번 더 확인해보자.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총의 유무가 절대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