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51
51화. 개미떼 몰살 시키는 게 뭐 힘들다고
“총도 총 나름 아니겠어? 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취급 안 해. 품질 좀 보게 하나 가져와봐.”
내 말에 리첸지는 혀를 찼다.
“거참, 속고만 사셨는가? 글록, 스텀 루거, 맥밀란 뭐든 다 있네. 아니면 잠깐 기다리겠는가? 외부에 있는 무기고에 가서 하나 가져오라고 할 테니.”
“난 기다리는 건 질색인데.”
“크흠, 막말로 이 집에 총이 있었으면 우리 연합이 유지되지도 못했을 걸세. 좀 믿어주게나.”
저말을 다 믿을 순 없지만 반응으로 보아 적어도 ‘여기’에는 없다.
이 내실 말이다.
몸수색도 했을 테니 개인이 지니고 있는 총도 없을 것이고.
‘좋아.’
나는 다음으로 인원을 체크했다.
각 조직의 수장 셋, 그리고 브로커 하나.
그리고 스컬의 실력자라 여겨지는 내가 이곳에 있음으로 인해 배치된 경호원 아홉.
나를 제외하면 총 열 세 명이 이 공간 안에 있다.
머릿수는 많지만 아까 호위대장이라는 놈의 실력이 그 지경인 걸 보면 오합지졸일 것이 분명했다.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했으니 좀 더 강하게 나가볼까.’
이제부터는 저들을 자극해 좀 더 디테일한 정보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거만하게 말했다.
“어필한다고 고생들은 했는데, 역시 당신들은 B급이 맞는 모양이야. 다들 영 땡기지가 않네.”
“……!”
“한국에 오기 전에 들어보니까 여기서 A급은 블룸이라는 그놈들이라던데. 혹시 그쪽과 연락 가능한 사람 없어? 거기 브로커 영감, 당신은 같은 업종이잖아. 몰라?”
김선생은 대답하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만 지었다.
그때 유령개의 견주가 말했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소식을 모르는가 본데 블룸은 우리가 치울 거요.”
“흐음, B급 셋이서 A급을 치운다? 한국에선 그게 가능한가보지?”
내 도발적인 말에 뒤에선 수족 아홉이 발끈했다.
“이 간나 새끼래 죽고 싶내?! 말끝마다 B급, B급. 스컬인지 개뼈다귄지 몰라도 너무 설치지 말라우!”
“보스,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저 놈 모가지 따오겠습니다.”
리 일가와 카람빗의 일원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유령개는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개처럼 음침하게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네놈들에게 발언권을 준 적 없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리첸지가 호통을 치며 부하들의 소란을 잠재웠다.
평소 카리스마가 꽤 있는지 더 이상 입을 여는 놈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소란이 진정되자 아사드 캄이 입을 열었다.
“당신 말대로 B급이 A급을 친다는 건 이쪽 업계에서는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거 맞소. 하지만 외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그 급의 기준이 조금 다르오.”
“……?”
“한국은 ‘살인’이라는 범죄에 대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민감하오. 때문에 청부업자를 이용할 때 이런저런 조건을 많이 거는 편이지. 흔적을 남기지 말라거나 시체를 없애라는 등 기본적인 것부터 타겟을 어떤 식으로 죽여 달라는 등 복잡하게 군단 말이오.”
“그래서?”
“우리들은 죽이는 건 블룸 놈들 못지않지만 그런 세세한 조건을 만족시키는데는 부족함이 있다 보니 급이 낮다고 비춰질 수 있다는 거요.”
아주 웃기고 있다.
내가 양쪽 다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는 걸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흐음, 조건 따지면서 죽인다라. 이거 설명을 듣고 보니까 그쪽이 더 좀스러워 보이긴 하는군.”
“한국만의 특징이오. 아마 외국에서 활동하던 당신 방식에는 맞지 않을 거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좀 더 자세한 배경을 물었다.
“근데 그 좀스러운 놈들을 왜 치우려고 하는 거지? 앞으로는 당신들이 그쪽 분야도 접수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그쪽 의뢰가 돈이 되다보니 전문적으로 그런 의뢰를 대응할 수 있는 합작팀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었소. 그런데 마침 블룸을 처리해달라는 청부의뢰도 들어오기도 했고.”
증거는 없지만 거의 확실하다더니, 손정만의 추정이 맞구나.
오현조가 블룸을 제외한 청부업체들을 끌어 모아 블룸을 치려고 했다는 정황증거.
이제 보니 사실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놈들을 처리할 수 있나? 하는 짓이 좀스러운 걸 보면 박멸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오. 밥줄을 끊으면 기어 나오든지 아니면 그대로 아사할 테니.”
“놈들이 잠적하면 그 사이에 업계를 장악하겠단 거군.”
“원래 전부 우리 밥그릇이었소. 그놈들은 후발주자였고.”
사람 목숨가지고 밥그릇 타령이라.
이 정도면 죽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좋아. 마음에 드는군. 적어도 블룸이라는 놈들보다는 당신들이 훨씬 나은 것 같아.”
“그럼 어디로 할지 정한 거요?”
비쩍 마른 중년남자, 견주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생각을 들려주었다.
“정했지, 니들 다 죽이는 걸로.”
“……!”
나는 놈들이 놀라 눈을 부릅뜨는 그 순간 연결되어 있던 열세 놈의 눈알을 모조리 뽑아버렸다.
-끄아아악!
동일한 비명이 내실을 가득채웠다.
이어서 연결해둔 트렌치 나이프를 움직였다.
견주의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나이프는 수장들 뒤에 서있던 아홉 명의 목울대를 베어버렸다.
-촥, 촥, 촥······
날이 얼마나 예리한지 나이프는 그렇게 접객실 내부를 한 바퀴 도는데 몇 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푸화아악.
아홉 개의 피분수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이 나는 벽 쪽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족자와 그림을 걸고 있던 못.
그걸 빼서 무기로 쓴 것이었다.
-피피피핑. 퍼퍼퍼퍽.
네 개의 쇠못은 리첸지, 아사드 캄, 견주, 그리고 김선생의 가슴을 파고들어갔다.
나는 못을 조금씩 움직이며 말했다.
“느껴지지? 그거,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뭐가 있는지 너희들 자신이 더 잘 알 거고.”
“으으윽. 왜, 왜 이러는 거요?”
“왜 이러냐고? 그냥 니들이 눈에 거슬려서.”
“……!”
“그 정도면 충분한 이유 아닌가?”
내 말에 리첸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 같은가?”
“바깥에 있는 놈들 다 죽이면 나갈 수 있는 거 아냐? 그게 뭐 어려워?”
“……”
“걱정마, 니들은 죽이지 않고 데려갈 생각이니까. 물어볼 게 많거든.”
나는 접객실 입구를 가리고 있던 발을 뜯어서 놈들의 손을 뒤로 묶고, 목까지 묶어서 서로 이었다.
죄인들처럼 목줄 채운 것이었다.
그때 아사드 캄이 입을 열었다.
“지금 실수하는 거요. 혼자서 도주하는 거라면 모를까 우리 넷을 데리고 나간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오?”
“누굴 걱정하는 거야? 네 걱정이나 해.”
“우릴 이대로 두고 간다면 절대 뒤를 쫓지 않겠소. 우리가 당신에게 잘못한 게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오.”
“사람 죽이는 놈들끼리 아량이란 단어는 입에 올리지 말자고. 안 어울리잖아.”
나는 놈들의 목줄을 당기며 말을 이었다.
“그만 나가자. 밖에서 기다리는 놈들도 있으니까.”
접객실 외부의 문을 열고 나가자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놈들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트렌치 나이프를 쥐고 리첸지의 목에 겨누었다.
“대인!”
놈들은 수장들이 나에게 제압된 상황을 보고는 지체 없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그리고 몇몇은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래, 다 데리고 와라. 아주 씨를 말려줄 테니까.”
저놈들 중에 한설아를 죽인 놈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배에 수십 번 칼을 쑤셔 박은 그 X새끼들이 말이다.
그러니 나는 근방에 있는 놈들까지 남김없이 죽일 생각이었다.
CCTV? 몰카? 있어도 상관없다. 내가 누군지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게다가 이 방법은 적어도 이 저택의 전력공급원은 완전히 차단시킬 테니 처형과 동시에 꺼지지 않을까 싶다.
“X친 새끼, 네 오만함이 네 숨통을 조일 거다.”
리첸지의 말에 나는 놈의 목에 묶어 놓은 줄을 염력으로 죄었다.
“네 혓바닥이 네 숨통을 조이는 건 생각 못해?”
“꺼윽, 끄으으으.”
“눈깔 다음으로 혓바닥이 뽑히고 싶지 않으면 말 가려서 해.”
“케헥.”
숨이 깔딱깔딱해질 때까지 조이다가 풀어주자 리첸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숙였다.
내가 놈과 노는 사이 날선 무기를 든 놈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총을 든 놈들도 있었다.
‘무기고에서 가져왔나보군.’
예상은 했다.
그래도 상관없지만.
“총을 가진 놈들이 꽤 많네. 어휴, 무서워라.”
나는 네 사람을 내 앞에 세워서 총알을 막을 인질방벽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뒤쪽을 힐끔거렸다.
다행인 건 놈들이 자기들 수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접객실 뒤로 돌아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쩌면 멍청해서 그런지도 모르고.
“이 X간나 새끼! 빨리 어르신들 풀어주지 못해?!”
“니는 오늘 내 손에 디졌어!”
“산 채로 회를 떠버릴라니 내 말리지 말라우!”
앞마당이 순식간에 북적북적해졌다.
얼핏 보기에도 칠팔십 명 정도는 되어보였다.
“다 모였냐? 더 없어?”
내 물음에 한 놈이 손도끼를 말아 쥐고 답했다.
“니 하나 쳐 죽이는데 이 인원도 많은 거 아이내?”
“어디보자, 손도끼 든 놈들이 리 일가지? 갈고리 칼을 든 동남아 놈들이 카람빗이겠고, 주머니칼을 든 놈들이 유령개인가? 이 정도면 근처에 있는 놈들은 다 온 거 맞지?”
“머리가 어이 된 거 아니니? 니 오늘 여기서 살아서 못나갈기니 그리 알라우.”
나는 고개를 들고 저택 주변의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살아서 못나가는 건 내가 아니고 너희들이겠지.”
-파직, 파지직.
골목길에 있던, 저택 주변에 위치한 전봇대에서 일제히 스파크가 튀었다.
염력으로 전깃줄을 잡아당겨서 생긴 현상이었다.
“네놈들 중에 그놈들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죽기 전에 똑똑히 들어.”
-파직, 파지지지직, 파직.
십여 개의 전기줄들이 끊어져 허공에서 넘실거렸다.
이곳 조선족 타운에 와서 본 것 중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중국풍의 양식이지만 두 번째로 눈이 갔던 것은 전봇대였다.
재개발된 도심에서는 볼 수가 없다.
전부 지중화 작업이 되어 전력공급이 지하의 케이블을 통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곳은 아직 낙후된 지역이고 특히 이 저택이 자리한 쪽방촌은 복잡한 구조 탓에 전봇대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전봇대를 학살에 사용하려고 애초에 계획을 세워두었고.
“이건 천벌을 대신해서 내리는 벌이다.”
몇 만 볼트를 머금은 전기줄들이 살아 움직이듯 앞마당을 휩쓸었다.
그저 스치기만 해도 사망.
마치 물가에 올라온 전기뱀장어처럼 전기줄이 발작적으로 몸부림쳤다.
“끄라라라라!”
“사, 살…아르르르!”
“끼아아아!”
“끄르르르!”
그 많은 인원이 목숨을 잃는데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전멸시킨 것이었다.
장내에는 연기를 휘감은 시신이 가득했고, 탄내가 코를 찔렀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요?”
아사드 캄이 물었다.
들리는 소리로 수하들이 잘못 된 건 짐작해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상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말했잖아,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다 끝났으니 이제 가자고.”
“버, 벌써 다 죽였다고? 그 많은 인원을?”
아사드 캄을 비롯해 나머지 세 사람까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정말로 다 죽일 수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개미떼 몰살 시키는 게 뭐 힘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