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왜 이렇게 이놈이 신경 쓰이는 거지
나는 쓰러진 놈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왜 티비를 보다보면 나오지 않은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들.
이들 중에 그런 놈이 있을지 모르니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었다.
‘없어. 다 숨이 끊어졌어.’
생존자는 없었다.
이어서 네 사람을 끌고 다니며 저택 곳곳을 뒤졌다.
리첸지의 가족이나 저택에서 일하는 일반인이 있는지도 모르니.
그런데,
“가족들은 회합이 있는 날에는 별장에서 지내니까 찾을 필요 없다.”
수색하는 와중에 나온 리첸지의 말이었다.
“별장? 더러운 돈으로 호의호식하는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회합 때문에 쉬게 했으니 아무도 없을 거다.”
확실히 이 정도 돌아다녔는데 한 사람도 안 보이는 걸 보면 사실인 모양이었다.
“차는 어디 있지?”
리첸지는 수하들이 전부 죽은 이후로는 반쯤 포기했는지 순순히 차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차고는 저택의 가장 안쪽, 후문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는 마이바흐와 옛날 영화에서나 볼법한 클래식 카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며 리첸지에게 말했다.
“저택에, 별장에, 명품차까지. 일 년에 얼마나 죽이면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야?”
“……”
리첸지는 내 말을 무시하며 그저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아까부터 무덤덤한 게 참 눈에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그랑.
나는 차고에 걸려있던 차키로 클래식 카의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유구를 열었다.
-치익.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나는 담배연기를 리첸지의 얼굴에 뱉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아까부터 계속 고상한 척이네?”
“……?”
“다른 놈들은 얼굴에서 비굴함도 보이고 살고 싶은 열망도 보이는데 넌 아닌 것 같거든.”
“……”
“뭐 올드스쿨 갬성 그런 건가? 그래서 적 앞에서는 약한 모습 같은 건 안 보이는 거야? 후우……”
나는 담배꽁초의 불을 끄지 않고 주유구로 쏙 넣었다.
“구시대의 잔재는 버려. 사람이 말이야, 솔직해야지. 자자, 좀 떨어지자고 곧 폭발하니까.”
나는 놈들을 멀찍이 떨어트리며 말했다.
주유구에서는 불꽃이 올라오고 있었다.
“포, 폭발? 설마! 그 애는 왜 건드려?!”
나는 말없이 그의 가슴에 꽂힌 못을 조금 전진시켰다.
“억! 으으윽.”
“어디서 큰 소리야?”
“으으, 그 애를 왜······”
“어이가 없네? 사람은 잘도 죽여대면서 쇳덩이한테는 애정이 있다니.”
“으윽······”
대화가 오고가는 그때였다.
-펑. 퍼펑.
뻥튀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리첸지는 보지 않아도 그 상황이 짐작 가는지 부들부들 떨며 악을 질렀다.
“아아악! 이 X자식! 넌 내가 반드시 죽여서 내장을 씹어 먹고 말 거다!”
“그래, 그 반응이야.”
“이이이······”
“부하들 다 죽여도 덤덤한 게 눈에 거슬렸는데 이제야 좀 봐줄만 하네. 고상한 척 하지마라, 리첸지. 지금 그 모습이 네 진짜 모습이니까.”
그리고는 나머지 놈들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서 가식이나 허세, 당당한 태도 같은 건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놈들의 목줄만 끊고 마이바흐의 조수석에는 리첸지, 뒷자석에 아사드 캄과 견주, 그리고 김선생을 태웠다.
운전을 하려는 그때 문득 상단의 선글라스 보관함이 보였다.
잠입하며 모자도 버린 상태라 그 안에 있는 보잉 선글라스라도 꺼내 꼈다.
그리고 외모를 바꾸는데 유지하던 염력을 해제하며 말했다.
“정자세로 손도 까딱하지 마라. 허튼 짓 하면 바로 심장에 구멍 날 테니까.”
***
-지이잉.
운전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박인섭은 발신자가 구로서 형사계장 양재승인 걸 확인하고 핸들에 있는 블루투스 버튼을 눌렀다.
“예, 양계장님. 박인섭입니다.”
-박계장님, 통화되십니까?”
“말씀하세요.”
-전에 공조수사 요청하신 거 있잖습니까.
그가 언급하는 건 리 일가에 대한 것이었다.
박인섭은 손정만으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구로구 관할인 구로경찰서에 넘겨 공조를 요청한 상황이었다.
“네, 리 일가 건 말이군요. 벌써 뭐가 나왔습니까?”
-그게······
“왜 그러십니까?”
-시간 되시면 가리봉동으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서로 가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주소 보내줄 테니 조선족 타운으로 오십시오. 저도 지금 거기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양재승의 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박인섭이었다.
그는 곧바로 차를 돌려 가리봉동으로 향했다.
조선족 타운 쪽방촌 근처에 도착한 박인섭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로서에서 파견된 경찰들이 곳곳에서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본청에서 대대적인 범죄소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지만 이 근방에 깔린 경찰들의 수는 다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순경의 단속에 박인섭은 경찰증을 보이며 답했다.
“강남서에서 왔습니다. 양재승 계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실례했습니다. 가는 길이 복잡한데 이쪽으로 주차하시면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경례에 대한 답례를 짧게 하며 박인섭은 곧바로 주차를 했다.
그리고 순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십오 분 정도 올랐을까.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저택입구에 이를 수 있었다.
박인섭은 순경에 이어 또 다시 신분을 밝힌 후 구로서 형사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들어갔다.
‘읍.’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앞마당에 가득한 시체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감식반이 현장조사와 동시에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이게 다 몇 명이야······’
평생을 형사로 살아왔지만 이런 참극은 처음 보는 박인섭이었다.
자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혈흔의 흔적도 찾지 못하는 그에게 양재승이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박계장님.”
“아, 네.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인이 뭡니까, 이놈들?”
“전부 감전사랍니다.”
“감전사요? 이 많은 인원이 말입니까?”
그 물음에 양재승은 담 너머로 보이는 전봇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끊어진 전기줄 십여 개가 담벼락에 걸쳐있었다.
“저기 전기줄 보이십니까?”
“네.”
“주변 전기줄들이 끊어지면서 하필이면 이 저택 안쪽으로 날아온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생존자는요?”
“한 명도 없습니다.”
“무슨 그런······”
이상한 일이었다.
전깃줄이 튀어서 날아왔다고 해도 어떻게 이 인원이 전부 감전당한 것일까.
“이상하죠? 계장님뿐만 아니라 현장을 본 모든 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격자도 없습니까?”
“멀리서나마 전깃줄이 끊어지는 걸 본 사람은 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전깃줄이 동시에 요동치면서 온 사방에 스파크가 튀었다고 하더군요.”
양재승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신 한 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이놈들 보시면 하나같이 흉기를 들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총을 든 놈들도 심심찮게 있고 말이죠.”
“싸움이 있었다는 말이군요.”
“네, 흉기를 자세히 보면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박계장님이 주신 자료에 따르면 리 일가, 카람빗, 그리고 유령개인 것 같습니다. 뭔가가 틀어져서 서로 대치를 하다가 갑자기 전깃줄이 터지면서 몰살을 당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가 말끝을 흐리자 박인섭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왜요? 뭐가 또 있습니까?”
“저기 건물 안쪽으로 가보시죠.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박인섭은 그를 따라 바로 앞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중국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쓰는 접객실로 보였다.
그는 발이 뜯어진 입구를 잠시 눈여겨보고는 양재승을 따라 내실로 들어갔다.
“이건······”
그곳은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아홉 구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고 하나같이 목을 베인 자상과 속이 텅 빈 눈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여기서 세 조직의 회합이 있었을 겁니다. 이 자리에 각 조직의 수장들이 있었던 거죠.”
양재승이 둥그런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설명과 현장을 보던 박인섭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호를 맡은 아홉 명이 서로 싸운 게 아니라 한 놈에게 당한 거군요.”
“네, 수법이 동일한 걸로 봐서는 그런 걸로 보고 있습니다.”
“허면 누군가가 회합자리를 습격해서 단숨에 이들을 죽이고, 밖에 있는 놈들도 다 죽인 거라고 봐야할까요?”
“이놈들을 죽인 건 한 놈인 것 같은데 바깥은 모르겠습니다. 전깃줄을 이용해서 어떻게 감전시킨 건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가는군요.”
“……”
“그리고 여기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그는 죽은 자들의 눈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시겠습니까?”
“흔적이 없군요.”
“네, 눈알을 파낸 흔적이 없어요. 마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려서 눈알이 뽑히도록 만든 것처럼요.”
“하지만 뒤통수에도 가격당한 흔적은 없는 것 같군요.”
“네. 그 동안 많은 현장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봅니다.”
“……”
박인섭은 말없이 현장을 다시 살폈다.
정확하게는 혈흔의 방향과 시체가 쓰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양계장님, 여기 피가 튄 흔적 좀 보십시오.”
“네?”
“자세히 보면 여기 이 방향에서 저 방향으로 피가 튀어 있습니다. 그 말은 여기 이 아홉 명 모두가 저 방향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목을 베였다는 말이죠.”
“……!”
“여기 이놈들, 단번에 당한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아마 아홉 명이 일렬로 나열한 상태에서 칼로 이렇게 주우욱 그은 거죠.”
그 설명에 양재승은 알았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눈알을 뽑아서 무력화시킨 후에 그었군요.”
“네, 그런데 한 가지 더 봐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박인섭은 죽은 놈들이 서있던 곳에서 피가 튄 곳을 가리켰다.
“보시면 앞에서 그은 게 아니에요. 앞에서 그었으면 범인에게 피가 튀었을 테니 탁자에 이렇게 많은 피가 비산하지 않았을 겁니다.”
“뒤에서 그은 거군요.”
“뒤에서 목을 그으려면 자세가 이런 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칼을 역수로 쥔 척 손모양을 만들고 긋는 자세를 취했다.
“뒤에서는 단번에 벨 수 없겠군요.”
“베인 상처도 그래요. 뒤에서 베면 이런 식으로 목 안쪽으로 곡선 형태의 상처가 남거든요. 그런데 이건 상흔이 반대예요. 혈흔을 보면 앞에서 베인 게 아닌데 상흔은 앞에서 베였어요.”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잠시 침묵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생각하는 건 같았다.
사람이 아닌 칼만 저절로 움직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에 입 밖에 내지 못할 뿐, 그들은 대략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추측하고 있었다.
“근데 보스놈들은 어디 있습니까?”
박인섭의 물음에 양재승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도망쳤습니다.”
“네? 도망이라니요?”
“그게······”
그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여긴 이 저택 후문에서 이어지는 길에 있는 CCTV입니다. 전기줄이 끊기면서 주변 CCTV가 죄다 꺼지는 바람에 찾느라 고생 좀 했죠.”
“……”
“여기 조수석에 앉은 놈이 리 일가의 보스로 확인되었고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누굽니까?”
알이 넓은 선글라스를 쓴데다 화질도 좋지 않아 얼굴을 알아보긴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카람빗이나 유령개의 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개 운전사가 보스들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부하들이 몰살을 당했는데 보스라는 놈들은 다 같이 차를 타고 도망을 쳤다? 설마……”
“네, 박계장님께서 주신 정보가 맞다면 저는 블룸이라는 놈들이 보복하기 위해 공격했고 보스놈들은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흐음······”
“대상이 일반인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청부업자들 간에 이런 대규모 살육이 일어났다는 게 언론에 나가고 나면 난리가 날 겁니다.”
“……”
양재승의 말에도 박인섭은 대꾸도 하지 않고 영상만 계속 바라보았다.
정확하게는 영상 속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였다.
‘왜 이렇게 이놈이 신경 쓰이는 거지······’
그는 선글라스를 쓴 남자의 모습을 보며 계속해서 찝찝함을 느꼈다.
그것은 그가 가진 특유의 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