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저 여자는……
“장기밀매? 그놈들이 장기밀매 조직원이라는 말인가?”
내가 되묻자 견주는 도리어 더 머뭇거렸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의아했다.
그놈들이 장기밀매를 하는 놈들이라면 한설아는 왜 장기적출을 당하지 않았을까.
“말해. 간만 보고 입 닫으면 열고 싶어지잖아.”
“장기밀매 조직이 아니면 그놈들은 왜 찾으려는 거요?”
“그건 네 알바 아니야. 넌 그냥 알고 있는 정보만 말해주면 돼.”
“……”
“말하기 싫은가 보군? 좋아.”
나는 천천히 놈에게 저지를 가학적 행위를 읊어주기 시작했다.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밤은 길 테니까 든든하게 먹고 시작하자고. 일단 네 눈깔부터 불에 구워서 먹여줄게. 그게 에피타이저야. 다음으로 귀, 코,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서 코스요리를 먹여주지.”
“……!”
견주는 어깨를 잘게 떨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굳이 번거롭게 고통을 가하지 않아도 저런 타입은 다루기 쉽다.
게다가 방법은 하나가 더 있다.
“다른 놈들은 아쉽겠네. 말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어서 말을 못할 테니까.”
“……”
“저놈 입 열 수 있는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 있으면 말해. 그럼 지금 당장 풀어줄 테니까. 부모, 자식, 연인, 뭐라도 좋아.”
그때 김선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말씀드릴 테니 아까 제 부탁만 들어주십시오.”
“이 미X 늙은이가! 죽고 싶어?!”
“닥쳐.”
그 말과 함께 염력으로 견주의 머리통을 바닥에 찧었다.
“끄억, 커억.”
“말해, 김선생.”
“자, 자, 잠깐. 말하겠소. 내가 말하겠소.”
역시 서로 견제하게 만드니 효과만점이다.
자신을 팔아넘긴 사람에게 이득을 주기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대, 대신 한 가지만 믿어주시오.”
“들어보고 판단하지.”
“나는 그놈들하고 정말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그놈들과 나 사이에 뭐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주시오.”
“그것 때문에 입 닫았던 건가?”
“장기밀매도 아닌데 그놈들을 찾는 거면 죽은 여자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거 아니겠소. 그럼 당연히 복수나 뭐 그런 목적일 테고. 그러니 내 입장에선 그 부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소.”
“대가리 굴리기는, 그래서 그놈들이 누군데?”
견주는 코에서 흐르는 피를 어깨로 닦으며 답했다.
“내가 판매한 사냥개들이오.”
“그 세 놈이 유령개 출신이라는 말인가?”
사람을 개 취급하더니 킬러들도 팔아넘기고 하는 모양이다.
“그, 그렇소.”
“누구에게 팔았지?”
“남박사라는 사람이오.”
남박사.
그 말에 곧바로 남지웅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최종운이 언급했던 퍼펙트 보더로 불리는 의사.
감이지만 왠지 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박사라면 남지웅 말인가?”
넘겨짚듯 물어보았다.
그런데,
“마, 맞소.”
진짜 남지웅이라니.
견주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해, 남지웅과 무슨 관계야?”
“헌데 당신은 장기밀매 조직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은데 남지웅 박사는 또 어떻게 아는 거요?”
“질문은 나만 한다.”
“……”
“장기밀매 조직과 남지웅이 무슨 관계인지 먼저 말해봐.”
“남박사가 장기밀매 조직을 만든 사람이오. 이건 여기 있는 저들도 모르는 진짜 고급정보요.”
“……!”
생각지 못한 대답에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뭔가 구린 게 있는 건 짐작했지만 장기밀매 조직의 보스였다니.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에 따르면 남지웅은 외과계열의 팔방미인이지만 특히 장기이식의 권위자라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뒤로는 장기밀매를 하고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실 조직이라고 말은 했지만 실상은 남박사 개인사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조직원이 없소. 내가 아는 인원도 남박사 외는 없고 말이오.”
“혼자서 장기밀매를 한다고? 그게 말이 돼?”
“장기밀매에서 가장 인력이 필요한 일은 장기수급이오. 그 부분만 하청을 주고 나머지 장기가 필요한 고객을 찾고 이식하는 건 남박사가 직접 맡는다고 알고 있소.”
“수술을 혼자 하는 건 아닐 거 아냐?”
“개인수술팀이 있다고 들은 적은 있소. 어디까지 관계된 건지는 모르지만.”
“장기를 수급하는 하청은 어디야?”
“수급처는 다양하오. 내가 알기로는 흑룡파 같은 조폭들이 운영하는 시체처리소에서 받기도 하고, 우리 유령개에서 사냥개가 되지 못한 폐급들을 가져다가 쓰기도 하고 그렇소.”
그의 말을 듣고 나자 나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런 거면 왜 저기 저놈들은 모르는 거지? 혼자 다 해먹으려고 비밀로 한 거야?”
“아니오. 남박사의 고객이 일반인이 아니라 상류층이라 그런 거요.”
“……?”
“크흠, 그러니까 저들에게서 나오는 물건은 대부분 조선족이나 중국인, 혹은 동남아 쪽일 거 아니오. 그래서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소.”
어이가 없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장기도 인종차별을 한다는 거네.
‘X랄 났네, 미X새끼들.’
나는 욕지기가 치미는 속내를 감추고 견주에게 물었다.
“장기밀매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면 됐고, 아까 장기수급으로 폐급들을 가져간다 그랬지? 근데 사냥개라는 놈들은 왜 판 거야? 수급용은 아닐 거 아냐.”
“당연히 돈을 많이 준다기에 팔았소.”
“그게 다야?”
“어디에 쓰는지 알아서 뭐하겠소. 돈 벌려고 키운 놈들, 평생 굴려도 못 벌 돈을 받아 챙겼는데.”
견주는 목을 가다듬고 입술을 혀로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남박사는 가끔 우리 쪽에 들러서 유령개들 검진을 해주곤 했소. 아무래도 신원이 없는 놈들이라 병원에 가는 게 힘드니까. 그리고 그냥 내 생각이지만 어쩌면 그때 뭐 검사 같은 걸 해서 고객에게 맞는 놈들을 골랐는지도 모르겠소.”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물었다.
“근데 어떻게 놈들이 사냥개들인 걸 알았지? 뉴스에 나온 영상을 봤으니 알겠지만 복면으로 가리고 있던데.”
“내가 조련한 놈들이오. 걸음걸이나 몸짓만 봐도 나는 알 수 있소.”
“그놈이 사냥개들을 몇 마리나 데리고 있지? 아까 너도 다섯 마리가 전부라며?”
“지금까지 남박사에게 팔았던 사냥개는 전부 네 마리였소.”
그렇다면 많아야 넷.
놈을 납치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거기까지 그림이 그려지니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지웅은 도대체 왜 설아누나를 죽였을까?
그리고 그 중년여자는 또 누굴까?
‘잡아서 물어보면 알게 되겠지.’
그놈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더 말해줄 정보는 없나?”
견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내가 아는 전부요. 이제 날 풀어주는 거요?”
“아직.”
“아직이라니? 아는 대로 다 말했지 않소.”
“네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지.”
“그걸······ 어떻게 증명하란 말이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머지 세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신들이 말해봐. 견주, 저자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맞아? 장기밀매나 남박사란 사람 얘기 말이야.”
순간 견주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아니나 다를까 아사드 캄이 이때다 싶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내 십수 년을 한국에서 활동했지만 뒷세계에서 남지웅이란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상류층만 상대로 하는 장기밀매 루트가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소.”
그의 말에 이어 김선생도 맞장구를 쳤다.
“맞는 말씀입니다. 나 역시 젊었을 적에는 일선에서 칼을 잡았고, 은퇴 후에 브로커로서 평생을 일 해왔지만 시체처리소에서 장기가 빼돌려진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살인을 은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 들키면 조직들에게 먼저 처분당할 테니까요.”
참으로 보기 좋다.
그래, 너희들이 그간 쌓은 유대는 고작 그 정도인 거다.
“다, 당신들은 모르는 고급정보라니깐!”
“웃기고 있군. 견주, 당신이 뒷주머니를 차고 있었으면 우리가 몰랐을 거라 생각하나? 그런 자금줄이 있었으면 우리가 김선생의 일감비중을 유령개 쪽에 높여주지도 않았을 거다.”
“이 동남아 거지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동남아가 뭐? 동남아는 카람빗의 일원들이 태어난 곳이고 마음의 고향이다. 너희 유령개는 그런 곳이라도 있나?”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는 와중에 리첸지가 숙였던 고개를 들썩이며 웃었다.
“킥킥킥, X신 새끼들. 그러게 내가 뭐랬나. 저놈은 애초에 우릴 살려줄 생각이 없다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관계를 좀 끈끈하게 만들지 그랬어. 서로 도왔으면 적어도 한 사람은 살지 않았을까?”
“X소리!”
그때 김선생이 내 앞으로 기어오더니 말했다.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대신 아까 말한 흑룡파 놈들만 죽여주십시오.”
“……”
“죽은 여자는 강남 룸살롱에 다녔으니 흑룡파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분명 이런저런 몹쓸 짓을 당하지 않았겠습니까.”
“노인네, 가스라이팅이 제법이야.”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현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결정은 당신에게 달린 거지요.”
“근데 어쩌지? 관련된 놈이 있긴 했는데 벌써 죽였거든. 오현조나 남은 놈들은 경찰에서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미련 갖지 말고 손자나 만나러 가.”
“이이······”
분해하는 김선생의 뒤로 이번엔 견주가 기어왔다.
무릎이 망가지고도 다들 잘도 기어온다.
어지간히 살고 싶은 가보다.
“살려주시오. 정보를 알려주면 살려준다고 했잖소.”
“거짓정보라잖아.”
“이익! 저놈들이 일부러 그러는 거 알고 있잖소! 진짜 사실이란 말이오!!”
“그 말만으로는 못 믿겠는데.”
“그, 그럼 사실인지 확인될 때까지 잡혀있겠소. 당신 하는 걸로 봐서는 조만간 남박사를 찾아갈 거 아니오.”
“그 와중에 도망치려고?”
“안 도망갈 거요. 가슴에 박아 놓은 이거 달고 가긴 어딜 간단 말이오.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시오.”
“그렇게 살고 싶어?”
“살고 싶소. 제발……”
나는 놈을 향해 차갑게 대꾸했다.
“너희들이 죽인 사람들도 살고 싶었을 거다.”
***
그 시각.
전민성은 지검 내에서 도는 소문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그 내용은 남부지검의 관할인 구로구 가리봉동 조선족 타운에서 무려 팔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석훈이 녀석 도대체 뭐야. 혼자서 그 많은 사람을 죽인 거야?’
그의 입에서 듣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염석훈의 소행이라는 것을.
‘다행히 녀석을 가리키는 흔적은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어떻게 한 거지?’
최종운을 죽일 때 남긴 네 시간의 CCTV 오차.
그것도 규명하기 어렵지만 이번엔 더욱 의아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주변 전깃줄이 터지면서 수많은 사람을 거의 동시에 감전사 시켰으니.
전민성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때였다.
“검사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온 수사관의 말에 전민성은 턱을 괴고 있던 자세를 바로 하며 대꾸했다.
“네? 손님이요?”
“예,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누군데요?”
“어떤 여자분이신데 최미연 씨 일로 찾아왔다고 전하면 알 거라고 하시던데요.”
전민성은 업소 관련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최미연은 일을 나가지 않고 줄곧 자신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당시 그녀를 데리고 간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도 몰랐다.
“알겠습니다. 내려가 볼게요.”
휴게실은 검찰청 1층에 있었고, 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지인들이 찾아와 기다리는 곳이었다.
전민성은 지나가는 검사들을 향해 목례를 하며 휴게실 내부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기다리는 한 여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우뚝 멈췄다.
‘저 여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