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지X하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 중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말이 있다.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소중히 해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 중 하나다.
효를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런 생각이 저변에 있다 보니 장기기증이 저조한 편이기도 하다.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기증률은 무척이나 낮은 것이 현실.
그렇다보니 장기밀매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장기밀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전민성이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곳은 남부지검 근처의 커피숍으로 전에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자기는 바쁘다며 나보고 오라기에 왔는데 다짜고짜 장기밀매의 현실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청부살인처럼 못 잡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 여기엔 확실한 이유가 있거든.”
“뭔데요?”
“중국.”
“……!”
“이웃나라에 확실한 장기밀매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경쟁력이 없는 거지.”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겠다.
중국.
인구도 많고, 땅덩어리도 넓고, 치안도 허술한 곳이 많다.
어디 오지 한 군데 골라서 주민 한 명 실종시키면 어떻게 찾겠나.
게다가 한때는 중국정부가 나서서 사형수의 장기를 매매하거나, 사교집단으로 지정한 파룬궁 수련생들의 장기를 적출해 팔기도 했다고 들었다.
“때문에 장기밀매 범죄자들 대부분은 수요자를 중국으로 연결시키는 중간브로커들이거든. 남지웅처럼 국내에서 직접 수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유령개 견주의 말에 따르면 남지웅의 고객은 상류층이고, 그들은 조선족이나 중국인, 동남아인들 건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남지웅은 그 점을 파고든 것 같아요.”
“하, 진짜 제정신이 아니로구만.”
전민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근데 석훈아.”
“네?”
얼굴에서 약간의 주저함이 느껴진다.
딱 전에 강신재에 대해 말할 때의 모습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지웅도 죽일 생각이야?”
또 죽이지 말라는 말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전민성은 수사를 핑계로 대며 나의 살인을 제지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기분 탓인가.’
그저 느낌이라 정확히 알 수 없다.
전민성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표정관리를 잘하니까.
“그놈만 잡는다고 끝이 아니야. 그놈에게서 장기이식을 받은 놈들, 난 그놈들까지 잡고 싶어.”
“남지웅을 잡아서 알아내면 되죠.”
“알아내서? 그놈들도 다 죽일 거야?”
“……”
“그 여자 말에 따르면 십수 년이 넘었다잖아. 그럼 얼마나 많겠어?”
그건 약간 고민이긴 하다.
나는 굳이 찾아가서 나쁜 놈들을 다 때려잡을 정도로 정의감이 투철하지 않으니까.
그저 한설아와 엮인 선에서 처리하는 게 내 행동반경이다.
게다가 불법으로 장기이식을 받았더래도 다 저마다의 사연이나 케이스가 다르지 않을까.
가령 가족 중 누군가가 속여서 이식을 받게 했다던지.
그 사실관계까지 확인하고 죽일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지도 않는다.
“형 말은 남지웅을 검찰에 넘기라는 말이에요?”
그럴 순 없다.
죽일 거다.
놈은 내 살인의 정당성을 더럽혔다.
지금도 한설아를 떠올리면 그때의 미소보다 살해당한 현장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경찰 내부에서 말이 많아. 특히 창동민자역사에서 죽인 그놈들 말이야.”
“그놈들이 왜요?”
“경찰에서는 널 비뚤어진 정의감을 가진 연쇄살인마라고 보고 있어. 심지어 눈깔이라는 별명도 만들었더라.”
눈깔이라.
그놈들 눈알을 뽑아서 그런 건가?
네이밍 센스 참.
“뭐가 그렇게 걱정이에요? 그 연쇄살인마가 누군지 모를 텐데.”
막말로 경찰들 눈앞에서 염력으로 살인을 저질러도 알 수 없을 거다.
나는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처럼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안 취해도 능력을 쓸 수 있으니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
“내 꼬리는 떨어져 있어서 몸통이 잡힐 일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요.”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손을 내밀었다.
“전에 말한 그거나 주세요. 다 만들었다면서요.”
“어, 잠깐만.”
전민성은 품속에서 반지케이스만한 상자를 꺼내 건네주었다.
나는 그걸 열어 물건을 확인해보았다.
“사슴벌레라······ 이게 최선이라던가요?”
그건 사슴벌레처럼 위장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초소형 몰래카메라였다.
몰카범죄를 저지른 놈을 통해 구한 것이다.
“네가 요청한 대로 파리 크기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배터리 때문에 절대 무리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영상송출에 도청까지 되는 거니까 은근 하이테크놀러지야 그거”
뭘 또 하이테크놀러지 씩이나.
“구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케이스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전민성이 나를 보며 말했다.
“석훈아.”
“……?”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히진 마. 누가 그러던데 그런 게 쌓이면 괴로워진다더라.”
뭐가 쌓인다는 걸까.
업보? 죄책감? 후회?
지금까지 얼마나 죽였는지 나 스스로도 다 셀 수 없을 정도지만 아직 별 감흥 없다.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적이 없어서 이런 걸까?’
아니다, 이건 그냥 청소다.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
***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남지웅을 납치하기 위해 주변 탐색에 들어갔다.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백만호 전 민중혁신당 대표가 오는 28일 심장이식을 받습니다. 주치의를 맡은 장기이식의 권위자, 남지웅 박사는 대상자가 72세라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성공을 자신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백만호.
비례대표만 4선을 했고, 국무총리에 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아직까지 그 힘이 대단한 양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남지웅은 현재 집에도 가지 않고 대한의학대 장기이식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백만호의 곁에 딱 붙어 있었다.
인터넷에 노출된 정보에 따르면 장기이식센터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일 정도.
백만호가 머물고 있는 VIP병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긴 보안도 삼엄하지만 사람도 너무 많아.’
결국 책상머리에서는 답이 없었기에 현장체크를 위해 직접 병원으로 향했다.
목적 없는 방문은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일단 손목 핑계로 정형외과 진찰을 받았다.
다 나았지만 통증이 느껴진다는 식으로.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저리는 느낌이 든단 말인가요?”
의사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큰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보려고 왔습니다.”
“일단 정밀검사를 해보죠.”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초음파 검사, MRI 검사를 하며 병원내부를 돌아다녔다.
병원안내도를 보니 구조는 공개된 정보와 다른 점이 없었다.
장기이식센터는 10층.
VIP병동은 12층.
다른 일반 병동이 5층부터 8층까지인 걸 생각하면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기에 그쪽으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철컥.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민성에게서 받은 사슴벌레 몰카와 연결했다.
-스르르.
사슴벌레는 화장실 창문을 빠져나가 12층으로 곧장 날아올랐다.
나는 핸드폰의 화면을 보며 천천히 원격조종을 했다.
‘어딨냐, 백만호.’
창 바깥에서 안쪽을 보며 12층을 주욱 한 바퀴 돌았다.
초소형 렌즈를 사용했음에도 화질이 깨끗했기에 VIP룸 내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찾았다.’
그곳에는 백만호와 남지웅이 함께 있었고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사슴벌레의 도청기능을 켜고 천천히 창문으로 접근시켰다.
***
“그게 무슨 소리요, 남박사. 얘기가 틀리잖소.”
백만호가 짜증 섞인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분명 갓 적출한 20대 젊은이의 신선한 심장을 공급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문제가 생겼다니.
이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수급에 차질이 생겨서 어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가 받을 심장은 블룸을 통해 수급하는 것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연락도 두절되고, 개인적으로 의뢰한 건에 대한 진행사항도 공유가 되지 않고 있으니 남지웅 스스로도 무슨 일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나보고 40대 심장을 받으라니. 그랬다가 잘못 되면 어쩌라는 거요?”
“절 믿으십시오. 아무렴 제가 아무 심장이나 의원님께 제안하겠습니까.”
“쯧! 연식이 20년이나 차이나지 않소. 됐으니까 20년산으로 다시 구해오시오.”
남지웅은 속으로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미 센터를 통한 장기기증자의 일정과 맞춰둔 상황.
그런데 이번에 취소를 하고 일정을 조작한다면 나중에 말이 나와도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정식루트의 장기와 밀매한 장기의 이식시기를 맞추지 않는다면 곧바로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의원님, 아니면 정상적인 절차로 기증받은 심장을 받으시는 건 어떻습니까? 마침 기증자가 서른 살이라니 지금 상황에서는 불법루트로 확보한 심장보다 조건이 좋은 상황입니다.”
“30년산이라······ 나쁘진 않은데.”
백만호가 고민하는 그때였다.
병동의 문이 열리며 60대 후반의 여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안 돼요!”
“사모님, 오셨습니까.”
“그 심장기증자는 가족병력에 암이 있다면서요.”
“……”
“괜히 그거 받았다가 암 걸리면 안 되니까 다시 구해줘요. 저 양반이 당장 내일 모레 죽을 것도 아니잖아요.”
남지웅은 여기서 말대꾸를 하다간 자신이 암 걸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신경 좀 써줘요. 지금 이엘바이오랑 연구센터니 뭐니 만든다던데 남박사가 많이 도와줘야 이이도 허가 내는 데 힘 좀 써줄 거 아니에요.”
“예, 사모님.”
그때 남지웅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배해놓은 시체처리소에서 온 연락이었다.
“일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그래요, 일 봐요.”
“……네.”
그가 병실을 나가자 그녀는 가져왔던 라일락 꽃다발을 병실에 있던 꽃병에 꽂았다.
그녀는 남편의 심신안정을 위해 매일 이렇게 꽃을 갈아주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이 병원은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여기 터가 안 좋다니까. 박보살이 그러는데 정신병원이 있었던 자리인데다 당신하고 기운이 안 맞는 곳이래요.”
“제일 빠른 장기이식 대기자가 이 병원에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당신도 알잖아, 내 위치가 위치인지라 센터 일정에 안 맞추면 의심받는 거.”
“이식 때문에 다 내려놨는데도 소용이 없네요. 뭘 그렇게 은퇴한 사람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진담.”
“흐흐, 다들 아니까 그렇지. 이번에 건강해지고 나면 여의도에서 종로로 옮길 거라는 걸 말이야.”
그 말에 그녀가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어머, 어머. 역시 박보살이네.”
“뭐?”
“아니,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기력만 회복하고 나면 봉황을 품에 안을 거라고.”
“그으래? 하하하, 간만에 기분 좋은 소리네. 으하하하.”
“호호호호.”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병실을 가득 채웠고, 창틀에 있던 사슴벌레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
“지X하네.”
아무래도 저 늙은이를 먼저 죽여야겠다.
그럼 남지웅도 저기서 기어 나오겠지.